강익중 곽훈 김범 김소라 김수자 김윤철 김인겸 김홍석 남화연 노상균 마이클 주 문경원 & 전준호 문성식 박기원 박세진 박이소 배영환 서도호 성낙영 성낙희 오형근 윤형근 이완 이용백 이주요 이형구 이형우 전수천 정서영 정연두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 최정화 코디 최 함진 황인기
강익중, 〈아리랑〉, 2024, 혼합 재료, 350 × 400 400 c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커미션. Bf 제공. 사진: 권현정. 강익중, 〈아리랑〉, 2024, 혼합 재료, 350 × 400 400 c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커미션. Bf 제공. 사진: 권현정.
강익중, 〈아리랑〉, 2024, 혼합 재료, 350 × 400 400 c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커미션. Bf 제공. 사진: 권현정. 강익중, 〈아리랑〉, 2024, 혼합 재료, 350 × 400 400 c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커미션. Bf 제공. 사진: 권현정.
강익중, 〈아리랑〉, 2024, 혼합 재료, 350 × 400 400 c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커미션. Bf 제공. 사진: 권현정. 강익중, 〈아리랑〉, 2024, 혼합 재료, 350 × 400 400 c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커미션. Bf 제공. 사진: 권현정.

강익중

b.1960
1997년 제4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강익중은 80년대 초 미국 유학 시절에 3×3인치의 작은 그림을 서로 더하고 이어 붙인 작업으로 시작하여, 회화, 조각, 대형 설치, 장소 특정적 설치, 벽화, 공공 미술 등 연결과 공존의 의미를 전하는 작업을 여러 도시에서 전개해 왔다. 특히, 그의 작업은 참여형 예술을 통해 개인, 공동체, 그리고 단절된 세계 사이에서 끊어진 관계를 연결하는 메시지가 되어 오고 있다.

4m 정방형으로 제작된 〈아리랑〉(2024)은 전쟁으로 인해 분단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염원과 희망이 담긴 작업이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나가면서,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은 지울 수 없는 고통이자 동시에 잊어져 가는 고향을 기리는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작가가 흩어진 실향민 커뮤니티를 만나 수집한 수백 여 점의 개별 드로잉에는, 북에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고향 풍경, 집, 가족의 얼굴 등 말할 수 없던 사적인 역사가 정성스럽게 펼쳐진다. 몰타기사단 수도원의 평화로운 정원 한쪽에 자리한 〈아리랑〉은 오늘날 심화되어가는 분쟁과 전쟁으로 상처 난 지구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로서, 평화와 공존이 실현될 그날에 대한 실향민들의 염원을 담는다.

곽훈,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1995, 옹기,
                  낙엽송, 밧줄,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곽훈,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1995, 옹기, 낙엽송, 밧줄,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곽훈,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1995, 옹기,
                  낙엽송, 밧줄,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곽훈,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1995, 옹기, 낙엽송, 밧줄,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곽훈,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1995, 옹기,
                  낙엽송, 밧줄,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곽훈,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1995, 옹기, 낙엽송, 밧줄, 가변크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제공.

곽훈

b.1941
1995년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곽훈은 불교사상과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심오한 영적세계를 흙, 옹기, 소나무, 한지 등의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그는 기(氣), 겁(劫)과 같은 관념을 담은 표현주의적인 회화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설치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시적인 명상을 유도한다. 최근에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마주친 고래 뼈, 울산 반구대암각화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롭고 강렬한 붓놀림으로 그려낸 〈할라잇〉 연작을 선보였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당시 작가는 이천에 직접 가마를 만들어 구운 수십개의 옹기를 마치 퉁소처럼 보이도록 소나무 장대에 줄줄이 매달아 늘어뜨리고 이를 20명의 비구니들이 들쳐 메고 행진한 후 한국관 외부에 설치하는 작품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을 선보였다. 이는 음악적인 요소를 담은 제의적 퍼포먼스와 결합된 작품으로 국악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대금연주자 김영동이 대금을 연주하기도 했다. 대금 소리가 대기를 울리며 대나무로 연결되어 있는 비구니 스님의 머리를 타고 지나가며 공명하도록 하여 한국의 소리가 베니스에 울려펴지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말타 수도원의 정원에 다시 설치되는 이 작품은 30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국미술의 실험성과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김범, 〈켄타우루스와 미노타우루스〉 (원형 버전), 2020, 단채널
                  비디오, 57초, 반복 재생. 작가 제공. 김범, 〈켄타우루스와 미노타우루스〉 (원형 버전), 2020, 단채널 비디오, 57초, 반복 재생. 작가 제공.
김범, 〈켄타우루스와 미노타우루스〉 (원형 버전), 2020, 단채널
                  비디오, 57초, 반복 재생. 작가 제공. 김범, 〈켄타우루스와 미노타우루스〉 (원형 버전), 2020, 단채널 비디오, 57초, 반복재생.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범

b.1963
201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김범은 2001년 제2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김범은 회화, 드로잉, 조각, 비디오, 아티스트 북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인간의 지각이 근본적으로 의심되는 세계를 다루어 왔다. 관습을 뒤집는 진지한 유머와 부조리한 제안이 특징인 그의 시각언어는 실재하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지식의 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고 관념적인지를 해학적으로 드러내왔다.

김범의 작업에서 인간이 도구 혹은 수단의 대상과 결합하는 상황은 큰 관심사로 등장해왔다. 영상 작업 〈켄타우루스와 미노타우루스(원형 버전)〉(2020)에는 로데오 경기에서 야생성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과 이에 저항하는 동물, 그 둘 사이에서 주종 관계를 둘러싼 격렬한 긴장 상태가 담긴다. 하나가 된 상태에서 두 가지 다른 본능과 영혼이 격렬하게 다투는 과정은 고대 신화에서 흔하게 등장해온 반인반수 혹은 괴물의 서사까지 거슬러 올라가, 문명의 전개 속 인간과 도구과 정복자와 피정복자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에 대한 성찰을 불러 일으킨다. 4점의 연속사진 작품에서 모든 장면을 이어 제작한 이 영상은 초기 사진기법에 따라 인화된 청사진 프린트(cyanotype)와 반다이크 프린트(vandyke print)의 푸른색과 갈색을 따른다.

김소라, 〈얼어붙은 방귀의 싸늘한 냉기〉, A SORA KIM PROJECT
                  2023-2024. 김소라, 〈얼어붙은 방귀의 싸늘한 냉기〉, A SORA KIM PROJECT 2023-2024. https://apparatus.or.kr/frozenfart/
김소라, 〈얼어붙은 방귀의 싸늘한 냉기〉, A SORA KIM PROJECT
                  2023-2024. 김소라, 〈얼어붙은 방귀의 싸늘한 냉기〉, A SORA KIM PROJECT 2023-2024.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소라

b.1965
201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김소라는 2005년 제6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던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A SORA KIM PROJECT 2023-2024
프로덕션: 아파랏/어스 with 신진영(프로듀서), 이지헌(그래픽디자이너), 임오성 Re-look(웹), 장영규(사운드 편집) 그리고 참여자(여기요, 김시원, 마지막, 손경호, 두바이, 연희동, 뱀, 보엠, 비밀, 조수빈, 알수없는, 후!, 하나, Changu, SON, J, 91, 7 외 익명의 참여자들)

떠다니는 움직임, 언어, 허상의 단면을 포착해 그린 지도와 같은 김소라의 작업은 세계의 보이지 않는 가능성들과 그 가능성이 지닌 0와 같은 무게를 드러내왔다. 미결정의 단서에서 출발해서 이를 여러 협업자에게 전달하며 전개되온 작가의 결과물은 언어 밖에서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등의 형태로 잠시 뭉쳤다 곧 사라진다.

김소라는 시각언어에서 감각하기 어려운 파동과 번짐, 흐름을 체감할 수 있는 공기로서의 전시 경험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 작업은 몰타기사단 수도원의 건축공간, 특히 전시 경험의 주변부로 남겨진 복도와 같은 통로 공간을 바탕에 두고 구상이 되었다. 복도의 천장에 설치된 두 개의 스피커에서는 작가의 지침에 응한 참여자들로부터 수집된 다양한 소리의 파편들이 펼쳐지기도 응집되기도 하며 쏟아진다. 복도를 관통하는 관객들이 우연적으로 듣게 되는 이 작업은 “문장이자 노래이며, 외침이자 기침같은 덩어리”로서 뭉쳐지는 순간 이내 곧 흩어지는 운동이자 리듬으로 공간에 머문다. 이 낯선 타인들의 웅성거림은 통로 공간을 지나가는 신체 및 소리와 마주치면서 세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국면을 이끌어낸다.

김수자,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수자,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수자, 〈A Needle Woman―Jaoseon〉, 2023, 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5 × 100 cm. 작가 제공. 사진: Sergio López 김수자, 〈A Needle Woman―Jaoseon〉, 2023, 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5 × 100 cm. 작가 제공. 사진: Sergio López
김수자, 〈Deductive Object―Bottari〉, 2023, 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5 × 100 cm. 작가 제공. 사진: Sergio López 김수자, 〈Deductive Object―Bottari〉, 2023, 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5 × 100 cm. 작가 제공. 사진: Sergio López

김수자

b.1957
2013년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김수자는 2010년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김수자는 이주와 정주, 삶과 죽음, 물질과 비물질 사이에서 존재론적 사유와 경험의 장을 장소 특정적 작업, 설치, 퍼포먼스, 영상, 회화,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로 심도있게 탐구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삶의 함축적 오브제로 시작된 ‘보따리’는 영토와 경계 너머의 세계와 관계 맺는 태도이자 실천의 형태로 제시된다.

김수자가 1999년부터 세계 곳곳을 돌며 진행한 〈바늘 여인〉 시리즈의 최근작으로서 〈바늘 여인 - 자오선〉(2023)은 지구의 북극과 남극을 가장 짧은 수직의 거리로 연결하는 원형의 선인 자오선(Jaoseon)에서 유래한다. 멕시코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에서의 지정학적 조건을 반영한 이 작업은 건축공간 안에서 빛이 기하학적 구조로 변화하는 순간 빛의 길이와 신체적 작도를 함께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전시장의 바닥에 나지막이 자리한 무채색의 〈보따리 - 커플〉(2020)은 작가의 삶과 예술관을 관통하는 사물이자, 멕시코에서의 자오선이 품은 지질학적 시공간과 새로운 접속의 장을 여는 작업이다. 작가 자신과 작고한 남편의 옷가지가 싸여있는 이 작업은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기억과 물성을 보따리로 담아냄으로써, 자아와 타자, 부재와 현전, 생과 사,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 남겨진 불연속적인 차원을 유기적 형태로 포용한다. 몰타기사단 수도원의 수평적 질서에 조응한 다섯 점의 퍼포먼스 사진과 그 한편에 배치된 보따리는 대지와 하늘, 햇빛과 그림자 사이를 너그러이 직조하여, 무수한 경계를 가로지르며 삶을 성찰해 온 작가의 세계관과 그 너머의 여정을 암시한다.

김윤철, 〈스트라타〉, 2024, 스트라타 젤, 아크릴릭, 알루미늄,
                  100 × 100 × 5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윤철, 〈스트라타〉, 2024, 스트라타 젤, 아크릴릭, 알루미늄, 100 × 100 × 5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윤철, 〈스트라타〉, 2024, 스트라타 젤, 아크릴릭, 알루미늄,
                  100 × 100 × 5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윤철, 〈스트라타〉, 2024, 스트라타 젤, 아크릴릭, 알루미늄, 100 × 100 × 5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윤철, 〈스트라타〉, 2024, 스트라타 젤, 아크릴릭, 알루미늄,
                  100 × 100 × 5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윤철, 〈스트라타〉, 2024, 스트라타 젤, 아크릴릭, 알루미늄, 100 × 100 × 5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윤철

b.1970
2022년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김윤철은 시각예술 작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겸 전자음악 작곡가이다. 독일 유학 시절부터 ‘물질’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 온 김윤철은 물질의 잠재적 성향에 주목하며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또 다른 실재에 대한 상상과 창조의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상상한 물질의 세계를 구현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문화 혹은 언어 이전의 영역에 관한 이야기를 파생시킨다. 인간과 비인간, 기계와 물질, 그리고 질료는 작가의 작업에서 지각할 수 없는 사건을 전개하는 주체로서 ‘능동적 행위자’로서 작동한다.

나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향해 자신의 가지들을 뻗어간다면, 작품 〈스트라타〉(2024)는 나무가 분자 구조의 상태로 분해되면서 다름 아닌 중력에 의해 깊은 시간의 틈으로 층화되는 물질의 경계면을 드러낸다. 2022년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크로마 V〉(2022), 그리고 〈태양들의 먼지〉(2022) 등을 비롯하여 작가는 그간 합성고분자, 깊은 땅속으로부터의 광물, 바다의 해초 등의 물질들, 질료의 구조색을 통해 드러나는 색의 깊이와 결, 그리고 빛의 패턴들을 탐구해왔다. 이번 신작 〈스트라타〉는 나무에서 추출된 셀룰로스 분자의 카이랄성(chirality)을 통해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 즉 반고체의 상태를 유지하며, 온도, 습도, 빛의 굴절을 통한 빛과 시간, 그리고 층화된 물질의 경계면을 드러낸다. 지질학에서의 깊은 시간(deep time)처럼 물질들은 중력을 통해 자기 자신의 깊은 시간으로 층화된 채 봉인되지만, 여전히 빛과 열에 열려 있는 채 하루, 그리고 계절의 운행에 따라 다채로운 빛의 현현으로 변화한다. 공기, 깊은 바다 혹은 부서진 광물의 절단면과도 같은 깊이로 진행되는 사건들을 통해 관객은 표면의 색이 아닌 작품 안으로 층화된 물성의 실재가 트랜스매터링되는 색의 깊이를 경험할 것이다.

김인겸,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인겸,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인겸,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 모형, 1995, 복합 매체, 80
                  × 76 × 62 cm. 김인겸 유족 제공, 사진: ⓒ Kim San. 김인겸,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 모형, 1995, 복합 매체, 80 × 76 × 62 cm. 김인겸 유족 제공, 사진: ⓒ Kim San.
김인겸,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 드로잉, 1995, 한국 고서에
                  수채, 29.3 × 34.5 cm. 김인겸 유족 제공. 김인겸,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 드로잉, 1995, 한국 고서에 수채, 29.3 × 34.5 cm. 김인겸 유족 제공.

김인겸

1945 - 2018
1995년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김인겸은 단순한 형태와 재료가 지니는 물성을 활용하여 사유의 공간을 만드는 작가이다. 공간 자체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프로젝트〉 연작을 시작으로 작가는 공간이라는 조형요소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게 되었으며 2018년 작고하기까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조형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의 모형과 드로잉을 통해서 보여주는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1995)는 작가가 기존에 사용하던 무거운 철판 대신 투명한 질감의 청보라 빛 아크릴 구조물을 활용하여 한국관 내부의 나선형 계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장소특정적 설치작품이다. 나선형 계단을 감싸는 구조물 안에 물을 채운 후 공기 압축기로 이를 역동적으로 순환하도록 하였고, 이 계단을 오르면서 CCTV에 찍힌 관람객이 2층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구성되었다. 작가는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를 “자연과 현대과학이 만나 소통하는 네트워크”라고 지칭하고 건축적으로 겹겹이 세워진 구조물 안에 소용돌이치는 물소리와 아크릴에 환영처럼 비치는 관람객의 얼굴이 어우러져 한국관을 찾은 이들에게 신비로운 세계를 경험하도록 하였다.

김홍석, 〈침묵의 고독―청소부〉, 2019, 레진, 발포 고무, 의류,
                  직물, 종이 가방, 93 × 125 × 59 cm, 텍스트보드: 26 × 1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홍석, 〈침묵의 고독―청소부〉, 2019, 레진, 발포 고무, 의류, 직물, 종이 가방, 93 × 125 × 59 cm, 텍스트보드: 26 × 1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홍석, 〈침묵의 고독―대학생〉, 2017, 레진, 발포 고무, 의류,
                  직물, 55 × 192 × 65 cm, 텍스트보드: 26 × 1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홍석, 〈침묵의 고독―대학생〉, 2017, 레진, 발포 고무, 의류, 직물, 55 × 192 × 65 cm, 텍스트보드: 26 × 1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홍석, 〈침묵의 고독―대학생〉, 2017, 레진, 발포 고무, 의류,
                  직물, 55 × 192 × 65 cm, 텍스트보드: 26 × 1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홍석, 〈침묵의 고독―대학생〉, 2017, 레진, 발포 고무, 의류, 직물, 55 × 192 × 65 cm, 텍스트보드: 26 × 1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김홍석

b.1964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김홍석은 서구 모더너티에 의해 탄생한 한국이라는 국가와 사회를 연구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서구화된 사회와 문화에 대한 해석과 번역 작업을 통해 교란된 동양의 새로운 질서를 해학적으로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술사에서 보여지는 서구 현대미술의 윤리적 정치성, 그리고 퍼포먼스의 보존에 대한 탐욕적 실현 등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이를 위해 그는 다양한 매체와 한 미술가가 하나로 표상되는 이미지를 거부하며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통해 자신의 미술을 표현한다.

김홍석의 〈침묵의 고독〉 프로젝트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근로자 또는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극사실 조각을 통해 재현한 작품이다. 김홍석은 현대 퍼포먼스에 미술가 자신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는 점에 주목하고, 미술가와 퍼포머 간의 위계적인 부분을 비판한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자본적 보상 및 그들의 위치가 미술가보다 언제나 하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비판하기 위해 그는 '실제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고 극사실적 조각을 제작하여 퍼포먼스로 대체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러 직업군은 대체로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평소에 미술관 운영시간에 올 수 없는 이들과 미술의 주변에 있는 가난한 예술가들을 대상화한다.

이태리의 정원 남화연, 〈이태리의 정원〉, 2019, 아카이브,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태리의 정원 남화연, 〈이태리의 정원〉, 2019, 아카이브,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태리의 정원 남화연, 〈이태리의 정원〉, 2019, 아카이브, 혼합 재료, 가변 크기. 작가 제공. 사진: Davide Giacometti.

남화연

b. 1979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남화연은 2009년 제10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던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남화연은 다양한 영역의 아카이브를 넘나들며 대상을 추적하고, 역사적 상황과 물리적 시간 속에 내재한 현상을 가로지른다. 또한, 인물과 사물, 공간과 시간, 사회 구조와 현상 등을 안무적인 움직임으로 포착하고, 인간의 욕망과 그에 관련된 문화적 재생산 구조들에 집중하여 영상 작업과 퍼포먼스로 선보이며, 현재라는 시간 개념에 질문을 통해 창작활동의 수행성을 구축하고 있다.

〈이태리의 정원〉(2019)은 남화연이 다년간의 연구를 진행한 근대무용가 최승희(1911-1969)*의 육성으로 1936년 녹음한 음반 제목이자, 동명의 곡 제목이다.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예술감독: 김현진)에의 〈이태리의 정원〉(2019)은 한국관 뒤편 정원에 동양에 기원을 둔 식물들을 개화 시기로 분류하여 식재한 설치 작업으로, 1시간 간격으로 최승희의 육성이 담긴 노래를 함께 재생하였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에서는 지난 전시 당시 약 10종의 식물의 발화기에 맞춰 촬영한 사진 작업 일부와 아카이브 자료, 30분마다 고요하게 재생되는 최승희 육성 음원을 통해 최승희의 "동양 무용"을 정치적 선택과 예술적 욕망이 뒤얽혀 진동했던 분열적 시기로 응시한 남화연의 연장된 연구를 재구성한다.

*최승희(1911-1969)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열여섯에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무용가 이시이 바쿠(石井 漠, 1886-1962)를 사사하고 이후 다시 한국 전통 무용과 동양 무용을 탐구한 근현대 시기 중요 무용가이다. 최승희의 춤과 행보는 당시 조선과 일본,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구 사이에 선 예술가의 주체성에 대한 고민과 시대적 갈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노상균, 〈숭배자를 위하여〉, 2014-2016, 섬유유리와 폴리에스터
                  레진으로 만든 불상 위에 시퀸, 118 × 93.5 × 76.5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노상균, 〈숭배자를 위하여〉, 2014-2016, 섬유유리와 폴리에스터 레진으로 만든 불상 위에 시퀸, 118 × 93.5 × 76.5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노상균, 〈숭배자를 위하여〉, 2014-2016, 섬유유리와 폴리에스터
                  레진으로 만든 불상 위에 시퀸, 118 × 93.5 × 76.5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노상균, 〈숭배자를 위하여〉, 2014-2016, 섬유유리와 폴리에스터 레진으로 만든 불상 위에 시퀸, 118 × 93.5 × 76.5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노상균, 〈숭배자를 위하여〉, 2014-2016, 섬유유리와 폴리에스터
                  레진으로 만든 불상 위에 시퀸, 118 × 93.5 × 76.5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노상균, 〈숭배자를 위하여〉, 2014-2016, 섬유유리와 폴리에스터 레진으로 만든 불상 위에 시퀸, 118 × 93.5 × 76.5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노상균

b. 1958
1999년 제4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노상균은 플라스틱 시퀸을 사용하여 캔버스의 평면에 배열하거나 불상, 예수상, 마네킹과 같은 조각에 부착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주로 옷이나 가방으로 장식하는데 사용되었던 대중적인 재료인 시퀸은 빛의 각도와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서 변화하며 강렬한 색채와 입체감을 보여준다. 최근 작가는 햇빛이나 조명의 빛을 흡수하여 축적했다가 어두울 때 다시 방출하는 축광안료를 사용하여 빛과 에너지의 반복과 순환, 시간성을 보여주는 작품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깊은 사색과 깨달음이 담긴 대표 작품, 〈숭배자를 위하여〉(2014-2016)를 선보인다. 종교적 상징물인 불상에는 검은 시퀸이 반복적으로 부착 되어있으며 검은색 시퀸 밧줄로 부처의 눈과 귀를 가리고 상반신을 포박하듯 둘러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퀸속 좌불은 속세의 어떤 혼돈과 변화에도 휘둘리지 않는 듯 고요히 정좌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전통적인 조각이 지니는 기념비적인 기능과 의미에 도전하며,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마이클 주,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마이클 주,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마이클 주, 〈Single Breath Transfer (Devil's Tower 1)〉,
                  2017, 불어 만든 유리, 47 × 18 × 23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마이클 주, 〈Single Breath Transfer (Devil's Tower 1)〉, 2017, 불어 만든 유리, 47 × 18 × 23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마이클 주, 〈Liminus (East Landing 2)〉, 2017, 캔버스에
                  질산은과 에폭시 잉크, 158 × 122 cm.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사진: Keith Park. 마이클 주, 〈Liminus (East Landing 2)〉, 2017, 캔버스에 질산은과 에폭시 잉크, 158 × 122 cm.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사진: Keith Park.

마이클 주

b. 1966
2001년 제49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마이클 주는 과학과 인문학, 인류와 자연 사이에서의 경계와 주변부 및 전방에서 작업하며,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전통적인 범위와 구획에 도전해 왔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Liminus〉(2017)는 작가가 한반도의 최동단에 위치하여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화산섬인 독도를 방문하여 제작한 연작 회화이다. 독도에 드물게 존재하는 평평한 바닥에 캔버스를 깔아 72시간을 기다린 이 작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요소와 바람에 휩쓸린 풍경, 심지어 이동하는 송새의 자취까지 담긴 독특한 에폭시 풍경을 드러낸다. 〈Liminus〉를 지지하고 있는 투명한 구조체는 이탈리아계 브라질 여성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 1914-1992)의 개방적인 전시 구조물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로 제작된 것으로, 프레스코화가 있는 전시 공간에서 시공간적 차원의 대화를 끌어 내고 분열된 우리를 서로 연결하는 긴급함을 일깨운다. 함께 전시된 유리 조각인 〈Single Breath Transfer〉(2017)는 작가와 유리 블로워 사이에서 비닐과 종이봉투를 통해 인간의 날숨이 유리로 변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포착한 작업이다. 연약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전이 상태에 대한 조각적 기록을 보여주는 이 작업은 물질적 상태, 인간의 신체와 의식 사이의 상호작용을 환기시킨다.

문경원 & 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 2022, 단채널
                  영상 설치, 17분 5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경원 & 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 2022, 단채널 영상 설치, 17분 5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경원 & 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 2022, 단채널
                  영상 설치, 17분 5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경원 & 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 2022, 단채널 영상 설치, 17분 5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경원 & 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 2022, 단채널
                  영상 설치, 17분 5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경원 & 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 2022, 단채널 영상 설치, 17분 5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경원 & 전준호

b.1969 (문경원), b.1969 (전준호)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문경원과 전준호는 2009년부터 듀오로 활동하며, 급변하는 세계와 직면한 위기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탐구해 왔다. 대표적 작업으로 〈미지에서 온 소식〉(2012-)은 다학제적 연구, 리서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장기 프로젝트로서, 미래에 대응하는 상호교환 및 소통의 장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는 망망대해에서 구명선에 탄 채 아슬아슬하게 삶을 이어가는 한 인물의 투쟁기를 담은 작업이다. 거친 파도와 위험이 가득한 바다 한가운데서 난파된 인물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이란 폐쇄 가능한 구명선과 신호 없는 주파수뿐이다. 고조되는 위험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물의 모습은 실재와 허구, 현실과 가상의 혼재 속에서 암울한 미래를 헤쳐 나가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투영한다. 인물이 처한 상황은 영상과 동기화된 조명 효과를 통해, 점멸하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시급함 및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신호가 되어 현실 공간과 촉각적으로 매개된다. 배우 류준열이 열연한 이 작업은 2022년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후 아트바젤 언리미티드 섹션(2023), 누르 리야드(2023) 등에서 전시되었다.

문성식,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성식,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성식,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성식,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문성식, 〈빛과 어둠〉, 2023, 나무 판넬에 유화, 연필,
                  아크릴릭, 과슈, 은박, 15 × 15 cm.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문성식, 〈빛과 어둠〉, 2023, 나무 판넬에 유화, 연필, 아크릴릭, 과슈, 은박, 15 × 15 cm.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문성식

b. 1980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문성식은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감각들을 포착하여 다양한 재료로 화면에 그려낸다. 문성식이 작품 속에서 담아내는 ‘삶’은 단순한 관찰과 재현의 방식을 넘어선다. 작가의 시선으로 투과하고 굴절해 낸 ‘삶’의 단상은 여러 가지 의미와 해석을 발생시킨다. 작가는 본인만의 민감하고 서정적인 감수성을 통해 자연과 삶의 장면들을 그려내는데, 그가 사용하는 특유의 기법은 한국적 미학을 작가의 개성 있는 선과 필치로 재해석하여 회화로 고착시키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어두운 전시장에서 빛나는 문성식의 작품 한 점 한 점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연상시킨다. 벽면을 가득 채우는 작가의 신작 19점은 자연과 인간의 삶을 담고 있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새로이 선보이는 은박을 활용한 상감기법의 표면 처리는 일상의 장면을 박제한 듯한 아름답고 생경한 회화적 경험을 열어준다. 빛에 반사된 은박의 질감 위에 그어진 자유로운 획의 드로잉은 평소 작가가 가진 미학적 습성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한국회화의 어법들을 반영한다. 그의 작품들은 흡사 고가구 자개의 질감이나 한국회화의 구성을 연상시키면서 다차원적인 기시감을 보여준다. 이 세계의 아름답고 기묘한 순간을 독특한 물질화로 보여주는 그의 작업은 한국회화의 새로운 숙련된 반복성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박기원, 〈대화〉, 2022,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기원, 〈대화〉, 2022,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기원, 〈대화〉, 2022,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기원, 〈대화〉, 2022,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기원, 〈대화〉, 2022,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기원, 〈대화〉, 2022,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기원

b.1964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박기원은 공간이 가진 고유한 장소성과 재료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하여, 장소특정적 설치, 대형 설치, 공공미술, 회화 등을 선보여왔다. 공간의 구조와 표면에 최소한의 물성으로 개입해온 그의 작업은 공간과 신체 사이에서의 경험을 새로운 관점으로 전하며 세계를 향한 인식의 장을 넓혀오고 있다.

〈대화〉(2022)는 동전 모양의 금속판(동, 신주, 아연도금, 니켈도금, 스테인리스 스틸)이 가상의 낙엽과 같이 설치된 작업이다. 2022년 서울식물원에서 대형 바닥 설치를 통해 첫선을 보인 이 작업은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는 사람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상이한 재질의 금속판이 관객들의 발걸음에 의해 밟을 때마다 소리가 발생하는 이 작업은 건축적 질서 너머에서 자연과 매개된 다양한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몰타기사단 수도원의 고유한 장소성을 존중하며 바닥에 깔린 금속판은 건축의 고정불변한 성격을 유동적이고 삼투적 구조로 변모시키며, 공간의 규범을 가로지르는 예술의 대안적 상상과 실천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박세진,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세진,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세진,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세진,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세진, 〈풍경 1993-2002〉, 1993-2002, 캔버스에 아크릴, 32 ×
                  41 cm. 작가 제공. 사진: 박홍순. 박세진, 〈풍경 1993-2002〉, 1993-2002, 캔버스에 아크릴, 32 × 41 cm. 작가 제공. 사진: 박홍순.

박세진

b. 1977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작가는 풍경화를 통해 고정된 것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화의 시간성을 보여주며 사진처럼 하나의 순간만을 포착하려고 하는 관객들에게 어떤 것이 작품이 그려내는 풍경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특히 작가에게 밤의 풍경은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세계이며 하나의 고유한 색을 지니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풍경 1993-2002〉(1993-2002)은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출품하였던 작품으로 1993년 작가가 경계의 끝인 비무장지대에서 바라본 지평선을 2002년에 다시 그려서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원경의 지평선 너머 시선이 닿지 않던 장소를 상상하게 하는 회화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작가가 그리는 풍경의 기본요소가 된다.

어둠이 자리한 시간대의 풍경을 담은 작품인 〈새벽〉(2006)과 〈남원_만인의 총〉(2016)은 베니스의 운하와 맞닿아 있는 창문 옆에 설치되어 들어오는 빛의 조건에 따라 매순간 보는 이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남원_만인의 총〉 속 밤을 바라보면 캔버스 위에 겹겹이 중첩된 붓질의 흔적과 작가가 경험한 긴 밤에 대한 축적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빛에 따라 변화하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관객들에게 밤의 색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이소,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이소,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박이소,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한 드로잉, 2003(2024 전시용
                  사본), 종이에 연필, 색연필, 29.7 × 21 cm.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소장. 이소사랑방 기증. 박이소,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한 드로잉, 2003(2024 전시용 사본), 종이에 연필, 색연필, 29.7 × 21 cm.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소장. 이소사랑방 기증.
박이소, 〈베니스 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 전시 전경,
                  2003(2024 전시용 사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소장.
                  이소사랑방 기증. 박이소, 〈베니스 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 전시 전경, 2003(2024 전시용 사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소장. 이소사랑방 기증.

박이소

1957~2004
2003년 제50회,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박이소는 2002년 제3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박이소는 198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 초까지 미국과 한국에서 예술가, 미술공간 운영자, 큐레이터, 평론가, 교육자 등 여러 역할로 미술의 사회적 관계를 도모해 왔다. 예술을 생산하는 행위와 그 배후의 무력함에 대한 단상을 거침없이 드러낸 그의 작업은 동시대 시스템과 예술의 틈새를 파고드는 예리한 질문과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박이소는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설치 작업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인 드로잉에 담아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이소가 2003년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인 《차이들의 풍경》에 출품한 설치작 〈베니스 비엔날레〉(2003)를 위해 그린 드로잉 사본과 설치 전경을 촬영한 기록 사진 사본을 선보인다. 한국관 앞마당에 허술해 보이는 구조로 설치된 〈베니스 비엔날레〉는 사각형의 뼈대를 구성하는 네 개의 각목이 물이 찬 4개의 세숫대야에 다리를 내려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작업이다. 당시 이 설치의 한쪽 모서리에는 비엔날레 건물과 여러 국가관이 축소된 미니어처 조각이 함께 배열되어, 예술 행사의 문화 패권적 구조와 비엔날레의 권위를 재치 있게 풍자하였다.

배영환, 〈걱정―서울 오후 5:30〉, 2012, 스테인리스 스틸, 사진,
                  사운드, 가변 크기, 10 분 53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배영환, 〈걱정―서울 오후 5:30〉, 2012, 스테인리스 스틸, 사진, 사운드, 가변 크기, 10 분 53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배영환, 〈걱정―서울 오후 5:30〉, 2012, 스테인리스 스틸, 사진,
                  사운드, 가변 크기, 10 분 53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배영환, 〈걱정―서울 오후 5:30〉, 2012, 스테인리스 스틸, 사진, 사운드, 가변 크기, 10 분 53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배영환

b. 1969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배영환은 2006년 제7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던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배영환은 현대사회 속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심리적, 정서적 상태를 특유의 감수성으로 조명하고 형상화한다. 하나로 특징짓기 힘든 그의 방법론은 설치, 미디어, 평면, 공공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유행가나 일상적인 사물뿐만 아니라 극도로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시각적 요소들을 통해 인류 보편의 문제를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하게 접근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재제작된 〈걱정―서울 오후 5:30〉(2012)은 흰색의 입방체처럼 추상화된 형태의 종루와 서울 지역 사찰 12곳에서 매일 오후 5시 30분에 울리는 종소리를 녹음하여 섞은 사운드, 그리고 해당 종들의 이미지를 겹쳐 만든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교의 맥락에서 범종의 종소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종소리를 듣는 동안 잠시라도 번뇌에서 벗어나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종의 존재 이유는 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나 종루 안에는 종이 없다. 이렇듯 종 없는 흰 종루는 마치 만인의 걱정이 하나로 결집되었다 소리로 흩어진 것과 같은 인상을 주며, 시각적인 요소보다는 청각에 온전히 집중하게끔 유도하며 작품의 의미를 구체화한다. 이번 전시에서 울리는 서울의 종소리는 몰타기사단 수도원 교회에서 울리는 베니스의 종소리와 만나 지정학적 거리와 문화적 차이를 넘으며 공명한다.

서도호, 〈Who Am We?〉 (Multicoloured), 2000,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서도호, 〈Who Am We?〉 (Multicoloured), 2000,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서도호, 〈Who Am We?〉 (Multicoloured), 2000,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서도호, 〈Who Am We?〉 (Multicoloured), 2000,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서도호, 〈Who Am We?〉 (Multicoloured), 2000,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서도호, 〈Who Am We?〉 (Multicoloured), 2000,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서도호

b. 1962
2001년 제49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서도호는 2003년 제4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서도호는 개인과 집단, 동양과 서양,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간의 관계에 대한 면밀한 탐구에서 비롯된 주제의식을 표현한다. 그는 과거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며 경험한 공간의 전치로 인해 발생한 낯선 감각을 포착하는데, 특히 개인이 거하는 물리적 공간이자 정체성을 반영하는 ‘집’은 서도호의 작업 세계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이다.

벽지의 형태로 제작된 〈Who Am We?〉(2001)는 멀리서 보면 미색의 벽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관찰하면 아주 작은 크기의 얼굴 사진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수만 장 모아 벽지의 형태로 제작하였다. 작품을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개인이 가진 특징을 하나하나 관찰할 수 있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졸업앨범 사진은 거대한 군집을 이루는 수많은 작은 점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인간의 개별적인 정체성은 사회나 조직 등 집단적이고 획일화된 정체성에 가려져 때로 불분명하게 인식된다는 점이 드러나며, 문법적으로 오류가 있는 문장인 ‘Who Am We?’라는 제목 또한 개인과 집단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을 역설한다.

성낙영, 〈Raving〉, 2024, 사운드,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사운드.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성낙영, 〈Raving〉, 2024, 사운드,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사운드.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성낙영, 〈Raving〉, 2024, 사운드,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사운드.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성낙영, 〈Raving〉, 2024, 사운드,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사운드.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성낙영, 〈Raving〉, 2024, 사운드,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사운드.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성낙영, 〈Raving〉, 2024, 사운드,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사운드. 작가 제공.

성낙영

b. 1976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성낙영은 나키온(Naki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서브컬처의 영향을 받은 음악과 미술작품을 제작해왔다. 그의 작품은 매 순간 작가가 겪는 상황과 기분을 가볍지만 동시에 진지하게 고찰하고 반영하며,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일상적인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인 현실 세계 안에서 경험하는 정신적인 소란스러움과 혼란에 진입하게끔 한다.

〈Raving〉(2024)은 성낙영이 직접 작곡한 음악의 믹스, 온라인 문화와 지루한 현실 세계 간의 연결을 시도하며 연결과 고립이라는 모순된 키워드를 표현하는 포스터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서브컬처와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Raving〉은 마치 작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무작위적으로 만드는 이미지의 모음인 무드보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성낙영은 과잉된 요소들이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인터넷의 흐름과 유사한 방식으로 빠르게 작업하는데, 포스터 이미지는 확대된 밈(meme)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패션 광고 같이 보이기도 한다. 뻔해 보이면서도 지루함을 느끼는 듯한 외로운 인물 주변에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은 작은 사진이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되며 어두우면서도 무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악은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통해 이 공허함을 증폭시키며 공격적이면서도 빠르게 전환된다.

성낙희, 〈Cozy Cardio〉, 2023, 시트지(디지털 프린트), 종이에
                  과슈, 색연필, 오일파스텔, 펜(원화),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성낙희, 〈Cozy Cardio〉, 2023, 시트지(디지털 프린트), 종이에 과슈, 색연필, 오일파스텔, 펜(원화),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성낙희, 〈Cozy Cardio〉, 2023, 종이에 과슈, 색연필,
                  오일파스텔, 펜, 41 × 93 cm. 작가 제공. 성낙희, 〈Cozy Cardio〉, 2023, 종이에 과슈, 색연필, 오일파스텔, 펜, 41 × 93 cm. 작가 제공.

성낙희

b. 1971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아크릴 회화와 벽화를 주 매체로 활용하는 성낙희는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선과 형태, 색의 선택을 통해 자유로움을 견지하는 동시에 조직적이고 구성적인 추상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한 화면 안에서 중심적인 색조의 활용과 그 변주, 그라데이션과 보색을 활용하여 색면 간의 경계가 또렷이 드러나면서도 유동적인 느낌을 담은 구축적인 회화를 제작하고 있다.

벽화의 형태로 선보이는 〈Cozy Cardio〉(2023)는 굽이치는 유동적인 선과 면, 두드러지는 노란색과 보라색 등 서로 대비를 이루지만 반복적인 색의 활용을 통해 성낙희 작품에서 고유하게 드러나는 음악적인 리듬감을 담아낸다. 작품의 제목인 ‘Cozy Cardio’는 틱톡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유행하는 용어로, 편안한 상태에 머물면서 하는 유산소 운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은 이 용어가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상황과 관계가 있기보다는 작가가 작업을 하면서 가진 느낌을 적절히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을 직관적으로 선택함으로써 붙여졌다. 추상적인 형상들과 과슈, 색연필, 오일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그라데이션, 뿌리기 등을 통해 종이의 표면과 맞닿게 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하고 독특한 질감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내면의 율동감을 풍부히 드러낸다.

오형근,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오형근,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오형근, 〈윤정서, 17세, 2007년 7월 19일〉, 200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34 × 102 cm, ‘소녀들의 화장법’ 중에서. Bf
                  제공. 사진: 권현정. 오형근, 〈윤정서, 17세, 2007년 7월 19일〉, 200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34 × 102 cm, ‘소녀들의 화장법’ 중에서. Bf 제공. 사진: 권현정.
오형근, 〈박소희, 18세, 2008년 7월 19일〉, 200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34 × 102 cm, ‘소녀들의 화장법’ 중에서. 작가
                  제공. 오형근, 〈박소희, 18세, 2008년 7월 19일〉, 200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34 × 102 cm, ‘소녀들의 화장법’ 중에서. 작가 제공.

오형근

b. 1963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오형근은 한국 사회의 특정 인물 군들의 초상을 통해, 개별적인 초상을 집합적으로 보여줄 때 역설적으로 나타나는 욕망과 불안을 드러내 보인다. 초기에는 여고생, 군인, 중년여성(아줌마) 등 하나의 범주로 볼 수 있는 이들을 담았지만, 2000년대 초에 시작한 〈불안 초상〉(2006-) 시리즈부터는 다양한 인물들의 초상을 통해 현대인의 전면(全面) 너머에 있는 미묘한 불안의 정서를 포착해낸다.

〈소녀들의 화장법(Cosmetic Girls)〉(2006-2008)은 〈불안 초상〉(2006-) 시리즈의 초기 작업으로 화장 짙은 소녀들의 초상을 사회적 보고서 형식으로 담고 있다. 사진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화장을 하였지만, 당시 한국에서 유행하였던 하얀 피부 화장과 컬러 렌즈, 볼터치, 짙은 아이라인 등으로 대표되는 공통적인 특성이 15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 더욱 선명하게 관찰된다. 또한 극명한 클로즈업을 통해 세부적으로 보이는 피부 톤과 화장, 무표정한 표정의 반복과 병치는 ‘10대 소녀’라는 하나의 유형이 갖는 특징을 포착한다. 초상 속의 소녀들은 화장을 통해 각자의 개성과 고유한 욕망을 표현해 보이고자 하지만, 여러 점의 초상을 집합적으로 보았을 때 드러나는 것은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아름다운 여성이나 성인의 이미지에 대한 욕망과 이로부터 비롯된 정체성의 불안이다.

윤형근, 〈무제〉, 1981, 한지에 유채, 52 × 83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윤형근, 〈무제〉, 1981, 한지에 유채, 52 × 83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윤형근, 〈무제〉, 1981, 한지에 유채, 52 × 83 cm. PKM갤러리
                  제공. © 윤성렬. 윤형근, 〈무제〉, 1981, 한지에 유채, 52 × 83 cm. PKM갤러리 제공. © 윤성렬.

윤형근

1928 - 2007
1995년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윤형근은 1995년 당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도록에 수록된 그의 작가노트에서 ‘자연은 늘 소박하고, 신선하고, 아름답기’에 자신의 작업도 그와 같은 세계를 지닐 수 없을지 항상 고민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연에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연의 늘 보아도 물리지 않는 아름다움을 자신의 작품에 담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1981년 그린 드로잉 〈무제〉가 전시된다. 다양한 색감을 풍부하게 사용했던 초기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윤형근은 1970년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겪으면서 어두운 색채로 작품을 그리게 된다. 특히, 그는 하늘을 상징하는 청색(ultramarine blue)과 땅을 상징하는 암갈색(burnt umber)을 혼합하여 만든 오묘한 검은색을 사용하여 캔버스를 가르는 거대한 검은 획을 그어, 관람객에게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전달한다.

이완, 〈커넥서스: 섬 속의 산〉,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0분.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완, 〈커넥서스: 섬 속의 산〉,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0분.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완, 〈커넥서스: 섬 속의 산〉,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0분.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완, 〈커넥서스: 섬 속의 산〉,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0분. 작가 제공.
이완, 〈커넥서스: 섬 속의 산〉,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0분.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완, 〈커넥서스: 섬 속의 산〉,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0분. 작가 제공.

이완

b. 1979
2017년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이완은 세계화, 자본주의, 정치, 역사, 문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성찰을 기반으로 조각, 설치, 퍼포먼스, 다큐멘터리 영화, 인공지능이 융합된 미디어 기술에도 이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품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작가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적 생성세계와 실존적 인간생활계의 상호초월적 공진화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KonneXus'는 연결하다(connect), 연결고리(nexus), 우리(us)라는 의미를 지니는 세 단어의 합성어로 지난 30년 동안의 한국관의 모든 전시 정보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활용해 조합하고 풀어낸 열린 아카이브 작업이다. 과거의 30년과 연계적 미래 30+년을 상상하며 기억과 기록의 지형도를 보여주는 이번 작업은 철학자이자 시인, 비평가인 이규(Kyoo Lee) 뉴욕시립대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규 교수와 ‘우리’라는 바운더리, 있다(존재)/잇다(연결)에 대한 대화와 논의를 통해 KonneXus(우리 안팎에 우리 있다/잇다)라는 주제를 정했으며 여기서 ‘우리’는 우리(cage)에 갇히지 않은 군도적, 행성적 동존체 (Cohabitus)를 상징한다. 영상작업에는 고용된 도슨트와 이완작가 그리고 이규 교수가 인공지능을 통해 재구성되어 등장하며 초기 산업혁명 시대 인간을 대체한 기계를 떠올리는 기시감을 경험하게 한다.

다음 링크로 가시면 풀버전의 〈커넥서스〉 관람이 가능합니다.
https://youtu.be/WsGnfrnfHlI

이용백, 〈NFT 미술관: 비너스〉,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분 39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용백, 〈NFT 미술관: 비너스〉,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분 39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용백, 〈NFT 미술관: 피에타〉,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분 27초. 작가 제공. 이용백, 〈NFT 미술관: 피에타〉,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분 27초. 작가 제공.
이용백, 〈NFT 미술관: 피에타〉,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분 27초. 작가 제공. 이용백, 〈NFT 미술관: 피에타〉,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분 27초. 작가 제공.

이용백

b. 1966
2011년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이용백은 회화, 공연,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예리한 비평을 제시한다. 최근에는 특히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의존으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불안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세 점의 영상 작품 〈NFT 미술관: 생각하는 사람〉(2022), 〈NFT 미술관: 피에타〉(2022), 〈NFT 미술관: 비너스〉(2022)를 선보인다. 작가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같은 미술사적 가치를 가지는 명작을 거대한 블루스크린으로 덮어낸 후 덧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컴퓨터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블루스크린은 물리적 세계에서의 보편적 공포가 아닌 작가가 경험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포- 의사소통의 단절, 메타버스 세계로의 진입 장벽, 그리고 개인 역사의 상실-를 보여준다. 코로나 19의 유행 이후에 인류는 사회구조 전반이 급작스럽게 정지하는 경험을 하였으며, 전쟁의 공포, 극심해지는 환경문제와 세계 정치의 긴장감까지 더해져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는 블루스크린처럼 인류는 경고의 메시지를 받고 있는 듯하다.

이주요, 〈Outside the Comfort Zone〉, 2024,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주요, 〈Outside the Comfort Zone〉, 2024,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주요, 〈Outside the Comfort Zone〉, 2024,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주요, 〈Outside the Comfort Zone〉, 2024,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주요, 〈Outside the Comfort Zone〉, 2024,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주요, 〈Outside the Comfort Zone〉, 2024,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주요

b.1971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이주요는 2007년 제8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던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이주요는 임시적이고 가변적 속성의재료와 구조를 통해 사회 시스템의 주변부에서 존재해 온 잠재적 가치와 지속력에 관심을 두어 왔다.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공연, 출판 등 폭넓은 매체적 실험을 해온 작가는 동료들과 상호의존이 가능한 창고 시스템이자 대안 플랫폼인 〈Love Your Depot〉(2019-)를 여러 도시에서 마련해 오고 있다.

벽화 형식의 신작 〈Outside the Comfort Zone〉(2024)은 90년대 후반, 20대부터 이주요가 서울의 미술계에서 만났고, 바라봤고, 동료로 일해온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주어진 제도에 온전히 속할 수 없어 스스로 시스템에서 비껴 사는 매우 특별한 운명을 가진 아티스트들에 대한 사적 기억을 기록해왔다. 그러한 이주요의 서랍에는 인상적인 이미지와 농담, 실제 에피소드가 뒤섞인 간단한 드로잉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에서 일부 발췌한 것을 벽화로 재구성하여 설치한다. 이것은 한 도시에서 같은 시간대에 활동하는 작가들 간의 영향 관계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작가 개인들이 개혁과 변화의 주체가 되었던 한국 동시대 미술씬을 상상할 수 있는 최근 25년 간의 심미적 아카이브이다.

이형구, 〈Measure〉, 201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분
                  8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형구, 〈Measure〉, 201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분 8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형구, 〈Measure〉, 201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분
                  8초.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형구, 〈Measure〉, 201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분 8초. 작가 제공.

이형구

b. 1969
2007년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이형구는 인간의 신체와 감각, 그리고 예술 사이의 관계를 매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을 통해 탐구한다. 그는 자신의 몸을 주된 연구의 대상으로 하여 레진, 플라스틱, 금속, 우레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조형적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조각, 사진,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말의 시각과 마장마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서 시작된 영상 작품〈Measure〉(2014)를 선보인다. 작가는 마장마술에 대한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말의 움직임과 그 아름다움을 인간의 몸을 통해 재현하고자 한다. 특히, 말의 뒤쪽 다리의 비례를 계산하여 만든 금속 튜브와 말의 꼬리가 합체된 장치〈Instrument 1〉(2014)를 몸에 장착하고 마치 말이 된 것처럼 걷고 달리는 행위를 계속한다.

작가는 영상 속에서 무작위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마장마술 경기를 세심하게 분석하여 우아한 말의 동작과 동선을 그대로 드로잉 작업을 통해 계획하고 퍼포먼스를 통해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몸을 일종의 타악기처럼 사용하여, 말발굽과 신체가 만들어내는 리듬과 박자를 악보로 전환하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단순한 물리적 모방을 넘어, 작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제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관람객에게 인간의 신체와 감각, 동물의 움직임, 그리고 예술적 아름다움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형우, 〈무제〉, 2023, 나무, 90 × 110 × 11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형우, 〈무제〉, 2023, 나무, 90 × 110 × 11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형우, 〈무제〉, 2023, 나무, 90 × 110 × 11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형우, 〈무제〉, 2023, 나무, 90 × 110 × 11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이형우

b. 1955
1997년 제4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이형우는 ‘존재(the there is)’로의 환원 과정과 결과를 ‘예술의 순수함’[Eye & Mind(1961)]의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또한, 그는 오브제의 표피적인 가시성을 탈피하고 파괴하면서 발생하는 틈을 통해 도달한 내면을 작품화하여 보이게끔 한다. 이 과정은 사물의 ‘본성’ 또는 ‘완전한 있음(the there is)’으로 번역된다.

〈무제〉(2023)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혹은 ‘보여야 할 것’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이형우의 미학적 노동의 결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무제〉는 오늘날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극명한 ‘가변성’의 물리적 가벼움과 이동성 등을 대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면적으로 그 뒤에 가려져 있는 ‘항상성’의 무게감을 포착하려는 일관된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정해진 정량의 편백나무를 반복된 행위로 얇게 펴서 깎아 낸 〈무제〉는 한국 전통 건축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자연스러운 지탱 과정과 같이, 분리된 개체들이 서로의 무게와 형태를 유지하며 견고한 육면체를 유지한다. 면에서 선으로 재구성된 〈무제〉는 밀도를 해체하고 그 공백에 전시 공간의 공기를 담아내고, 보여 지지 않는 환원적 구조를 시간성과 함께 부여한다.

전수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 중
                  토우, 1995, 테라코타, 19.5 × 5 × 6 cm (2).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전수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 중 토우, 1995, 테라코타, 19.5 × 5 × 6 cm (2).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전수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 1995,
                  혼합 매체, 가변 크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밎
                  작가 제공. 전수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 1995, 혼합 매체, 가변 크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밎 작가 제공.

전수천

1947 - 2018
1995년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전수천은 다양한 매체를 복합적으로 제시하며 인간의 내면세계와 이들이 축적해온 역사, 그리고 그 삶의 근원에 대해 평생에 걸쳐 탐구했던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신화, 우주를 지배하는 질서와 혼돈 등 시공간의 보편성을 초월하는 주제를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형상화한다.

전수천은 1995년 첫번째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초청받아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설정하고 평면적인 회화, 토우와 같은 조각, 영상 그리고 빛을 결합시키는 작업들을 보여주었다. 그 중 〈방황하는 혹성들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1995)은 TV 모니터, 작가가 직접 수집한 자동차 엔진, 환풍기, 라디오 진공관 등으로 이루어진 산업폐기물과 함께 ‘토우(土偶)’를 거대한 유리로 된 전시장바닥 위에 상징적으로 설치하였다. 작품에서 토우는 한국인의 소박하고도 순수한 정신세계를 상징하며, 산업폐기물로 상징되는 산업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정신적으로 겪는 방황과 불확실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그는 동양과 서양의 문명, 이상과 현실, 확실성과 불확실성을 작품에 담았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제인 이질성과 동질성이라는 주제와 공명하며 한국작가 최초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정서영, 〈증거〉, 2014, 실사출력, 230 × 355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서영, 〈증거〉, 2014, 실사출력, 230 × 355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서영, 〈증거〉, 2014. 작가 제공. 정서영, 〈증거〉, 2014. 작가 제공.

정서영

b.1965
2003년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정서영은 2007년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로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정서영의 작품은 작가의 내면과 사물이 일시적으로 공명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주로 일상적인 사물이나 재료를 사용하지만,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재료의 재질과 외관이 부여하는 형태 자체뿐만 아니라 작가가 사물과 총체적, 직관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이다. 따라서 정서영의 작품은 상징적인 의미작용을 비껴가는 존재로서 관람객에게 말을 걸어 온다.

〈증거〉(2014)는 사람의 손이 두 자루의 펜과 구겨진 종이 조각, 나뭇잎과 가지를 한 번에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전면적으로 포착한 사진이다. 일상적이거나 인공적인 사물, 식물 등의 자연물, 인간의 신체와 같이 서로 낯선 사물들이 하나의 견고한 덩어리가 되었지만 동시에 그것들 간에 길항하고 있는 힘이 정지된 장면 속에서도 보인다. 이 특수한 모습의 근거나 배경을 이루는 외부적인 서사나 이야기에 대한 추측은 가능할 수 있으나, 이 장면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요청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모습뿐만 아니라 세상 속에 뒤엉켜 있는 모든 사물들의 모습 그 자체가 실은 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족적인 증거임을 암시한다.

정연두, 〈상록타워〉, 2001, C-print, 32개의 가족 사진, 55 ×
                  80 cm (32).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연두, 〈상록타워〉, 2001, C-print, 32개의 가족 사진, 55 × 80 cm (32).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연두, 〈상록타워〉, 2001, C-print, 32개의 가족 사진, 55 ×
                  80 cm (32).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연두, 〈상록타워〉, 2001, C-print, 32개의 가족 사진, 55 × 80 cm (32).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연두, 〈상록타워〉, 2001, C-print, 32개의 가족 사진, 55 ×
                  80 cm (32).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연두, 〈상록타워〉, 2001, C-print, 32개의 가족 사진, 55 × 80 cm (32). 작가 제공.

정연두

b. 1969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정연두는 2004년 제5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던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정연두는 시각예술과 퍼포먼스, 공연과 영화의 맥락을 넘나드는 복합 매체 작업을 통해 이질적인 문화 환경 속의 상황을 접합하는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다.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인물을 연결하거나 다큐 멘터리와 픽션, 개인과 사회를 연결시키고, 시·음악·연극의 언어를 통해 현실을 다시 바라보는 역설의 태도를 견지한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현지 연구와 역사적 사건을 경험한 이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관계성과 수행성을 특징으로 하는 예술 실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상록타워는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아파트의 이름이다. 낯선 사람들이 모인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똑 같은 거실, 똑 같은 방 크기의 직사각형 콘크리트 건물 속에 살아가는 이웃을 잘 알지 못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의 단서를 잡기 위해 어느 날 ‘예술가가 무료로 가족사진을 찍어드립니다.’라는 전단지를 들고 이웃을 찾아가 그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찍어낸 듯 똑같아 보였던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이는 공간이지만 작품을 통해 공적인 공간으로 드러난 집안과 가정의 모습은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개성과 그들이 지닌 각기 다른 경험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표면적인 모습을 포착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개인적인 삶과 그 내면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준다.

정은영, 〈지연된 아카이브〉, 2023,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은영, 〈지연된 아카이브〉, 2023,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은영, 〈지연된 아카이브〉, 2023,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은영, 〈지연된 아카이브〉, 2023, 혼합 재료, 가변 크기.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정은영, 〈먼지〉, 2023, 단채널 4K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14분 45초. 작가 제공. 정은영, 〈먼지〉, 2023, 단채널 4K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14분 45초. 작가 제공.

정은영

b. 1974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정은영은 2013년 제14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 작가로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았다.

정은영은 200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16년에 걸쳐 한국 해방 직후에 형성되어 1950-60년대에 큰 인기를 얻은 공연 장르인 ‘여성국극’을 연구해 왔다. 그 연구를 기반으로 한 〈여성국극 프로젝트〉는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와 공연 등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전시되며, 여성주의 및 퀴어 관점에서 형식을 넘나드는 실험과 연구로 지속되고 있다.

〈먼지〉(2023)와 〈지연된 아카이브〉(2023)는 정은영이 〈여성국극〉 프로젝트 초반부터 함께 한 여성국극 배우들과의 정서적 연대와 경의를 포함, 연구 과정에서 발견된 부재한 아카이브를 다루고 있다. 영상 작업 〈먼지〉는 배우 조영숙 개인의 아카이브를 허공에 부유하는 먼지 속에 띄우면서 작가와 기억을 더듬어 가는 대화를 그사이에 배치한다. 설치 작업 〈지연된 아카이브〉는 이제는 거의 잊혀진 여성국극 배우들의 이름, 출생 연도, 희망 글귀를 자필로 기록한 16개의 자수 휘장과 아카이브 사진 자료로 구성하고 있다. 작가는 여성국극사에서의 주요 증인인 배우들의 작고로 흐려지는 주체들을 기록하고 시각 언어로 서술해 변칙적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뿌옇게 먼지가 쌓여 가고 있는 아카이브에 숨결을 불어 다시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 방식은 단순한 보존과 계승의 중요성이 아닌 편파적 역사기록에 대한 작가의 저항 의식이 담겨 있다.

제인 진 카이젠, 〈할망〉, 2023, 단채널 비디오, 4K,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2분.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제인 진 카이젠, 〈할망〉, 2023, 단채널 비디오, 4K,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2분.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제인 진 카이젠, 〈수호자들〉, 2024, 단채널 비디오, 4K,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2분.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제인 진 카이젠, 〈수호자들〉, 2024, 단채널 비디오, 4K,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2분. Bf 제공. 사진: 권현정.
제인 진 카이젠, 〈수호자들〉, 2024, 단채널 비디오, 4K,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2분. 작가 제공. 제인 진 카이젠, 〈수호자들〉, 2024, 단채널 비디오, 4K,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2분. 작가 제공.

제인 진 카이젠

b. 1980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제인 진 카이젠의 작업 방식은 폭넓은 학제간 연구, 장기적 협력, 공동체 참여를 아우른다. 그는 거시적인 정치사와 미시적인 삶의 체험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기억, 이주, 경계, 번역, 무속 문화 등의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색해오고 있다.

〈할망〉, 2023
8인의 70-80대 제주 해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할망〉은 바람의 신 영등할망을 모시는 무속 신당 근처 해안에서 촬영되었다. 카이젠의 할머니 역시도 평생 해녀로 일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여인들은 바다를 향해 날마다 떠나갔다. ‘할망’은 제주의 무속 여신을 일컫는 말로, ‘할머니’를 또한 지칭하거나 여성을 부르는 공경의 호칭이 된다. 작품은 소창을 사용하고 매만지는 공동체의 작업을 그려내는데, 이때 소창은 여성의 노동에 밀착된 긴 면직물로서, 영적 세계에 대한 인간의 연결 및 생사의 순환을 상징한다.

감사한 분들_해녀 삼춘: 양무옥, 현순자, 구영애, 고병선, 현순심, 오기숙, 오순자, 정춘자. 제작: 인시젼스. 편집: 제인 진 카이젠. 촬영: 거스톤 손딘-쿵. 라인 프로듀서: 권소영. 제작 코디네이션: 요이. 제작 보조: 그레이스 성은 김. 음악: 리어 수리만 (해녀노래보존회 강경자가 부른 ‘해녀노래’ 차용_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1호). 색보정: 에도아르도 레비치. 음향: 요람 바잔. 도움: 하도리어촌계, 안혜경, 고영봉, 김성내. 제작 지원: 덴마크 예술 연구 기금 프로그램, 덴마크문화재단

〈수호자들〉, 2024
제주 방언으로 오름이라 불리는, 풀이 무성한 화구 꼭대기의 한 봉분으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도착한다. 그들은 손에 꼭두를 들고 있다. 상여를 장식했던 나무 인형 꼭두는 죽은 이를 인도하고 그 여행에 동행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광대, 수호자, 간병인, 동물 등의 다양한 모습에는 죽은 이들이 기쁨으로 둘러싸여 안전하게 저승에 들어가기를 비는 마음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인형들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들 사이 상호작용은 생명 그 자체로 화한다. 이후 아이들은 말라가는 긴 풀잎 속으로 흩어지고, 그 흩어짐은 모든 체험의 본성인 사그라짐을, 삶과 죽음 사이, 자연과 인간 사이의 가없는 연결을 그려낸다.

감사한 분들_어린이: 허서윤, 허윤우, 주노 히치콕-유, 박세본, 박소하, 로드리게즈 시아, 로드리게즈 리한. 제작: 인시젼스. 편집: 제인 진 카이젠. 촬영: 거스톤 손딘-쿵. 라인 프로듀서: 권소영. 제작 코디네이션: 요이. 음악: 리어 수리만. 가야금: 우 나. 색보정: 에도아르도 레비치. 음향: 요람 바잔. 도움: 홍보람, 박채영, 허수호, 한윤선, 유은주, 그랜트 히치콕, 서인해, 로드리게즈 라자로, 테오 부, 안혜경, 현영지. 제작 지원: 덴마크 예술 연구 기금 프로그램, 덴마크문화재단

최정화, 〈nATuReNuRture〉, 2023-2024, 해양 쓰레기로 만든
                  스티로폼 조각, 철판, 아연 파이프, 콘크리트판, 385 × 92 × 110
                  cm, 345 × 90 × 110 cm, 345 × 50 × 80 cm, 365 × 65 × 170 cm,
                  354 × 88 × 120 cm, 384 × 85 × 130 cm, 384 × 75 × 170 cm, 384 ×
                  60 × 90 cm, 354 × 90 × 100 cm, 256 × 46 × 89 cm, 364 × 65 ×
                  100 cm, 270 × 85 × 14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최정화, 〈nATuReNuRture〉, 2023-2024, 해양 쓰레기로 만든 스티로폼 조각, 철판, 아연 파이프, 콘크리트판, 385 × 92 × 110 cm, 345 × 90 × 110 cm, 345 × 50 × 80 cm, 365 × 65 × 170 cm, 354 × 88 × 120 cm, 384 × 85 × 130 cm, 384 × 75 × 170 cm, 384 × 60 × 90 cm, 354 × 90 × 100 cm, 256 × 46 × 89 cm, 364 × 65 × 100 cm, 270 × 85 × 14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최정화,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최정화,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최정화,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최정화,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최정화

b.1961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최정화는 근 30년간 플라스틱을 통해 근대성의 신화와 인간 중심적 사고에 도전하는 예술 세계를 전복적인 방식으로 다뤄왔다. 그의 작업은 플라스틱을 인류가 구축해 온 이분법적 사고관을 뒤흔드는 ‘생동하는 물질’을 제시하며, 생명과 물질,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명 사이의 연결망을 재조직해 보인다.

거대한 돌들을 쌓아 만든 돌탑과 흡사한 〈nATuReNuRture〉(2023-24)은 한국의 남해안과 서해안의 바닷가에서 지역의 대학생들과 함께 수집한 해양 쓰레기로 제작한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마모되고 부식하여 자연물과 가까워져가는 폐스티로폼을 하나하나 쌓아 만든 돌탑은 생태계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고고학적 성찰이 담긴다. 사물들의 역량을 기념비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대항하는 이 작업은 너와 나, 주체와 객체, 유기물과 무기물, 자연의 본성과 후성적 양육 사이의 이분화된 세계관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서로 얽혀서 형성되어가는 실체, 즉 ‘홀로바이온트(holobiont)’로서 생명과 물질에 주목한 작가의 세계관은 기후 위기, 재난과 갈등이 고조된 동시대에 다양한 연결과 공존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원에 설치된 12개의 탑은 작가와의 대화에서 착안하여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된 “모든 섬은 산이다”와 공명하며 온생명에 대한 헌사와 연결의 메시지를 전한다.

코디 최, 〈다운 싸이드 이즈 헤비〉, 2010-2011, 네온, 210 ×
                  13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코디 최, 〈다운 싸이드 이즈 헤비〉, 2010-2011, 네온, 210 × 13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코디 최

b. 1961
2017년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코디 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작가이자 문화이론가로서 활동하며, 현대사회의 문화정체성과 권력관계에 관해 탐구해 오고 있다. 그는 회화, 조각, 설치 등의 작업을 통하여 현시대의 다양한 문화가 빚어내는 충돌과 그 간극에서 탄생한 제3의 문화 혹은 혼종문화, 그리고 끊임없이 탄생하는 동시대 새로운 사회현상에 대하여 주목한다.

〈다운 싸이드 이즈 헤비〉(2010-2011)는 코디 최가 『장자』의 ‘내편(內篇)’에 나오는 내용을 영어로 번역하고 이를 한국어로 소리 나는 대로 읽은 다음, 벽면에 네온 조명으로 써 붙인 텍스트 작업이다. 오랜 타국 생활과 귀국 후의 일상을 이방인의 감각으로 경험한 코디 최는 한국인의 정서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유교 사상과 서양화된 당시의 한국 분위기를 중첩하여 바라본 풍경에서 아이러니를 느꼈다. 작가는 혼종문화의 과도기적 단계에서의 한국적 이종 문화를 겸손한 사람들이 그들의 진중함 때문에 오히려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는 뜻으로 해석하여, 동양 철학의 중요 인물인 장자와 그의 사상을 재해석해 시각화했다.

함진,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함진,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 전경. Bf 제공. 사진: 권현정.
함진, 〈인 사이드 2〉, 2022, 폴리머 점토, 알루미늄 철사,
                  바니시, 10 × 5.2 × 3.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함진, 〈인 사이드 2〉, 2022, 폴리머 점토, 알루미늄 철사, 바니시, 10 × 5.2 × 3.6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함진, 〈이름 없는 10〉, 2022, 폴리머 점토, 알루미늄 철사,
                  바니시, 11.2 × 5 × 5 cm. 작가 제공. 사진: 권오열. 함진, 〈이름 없는 10〉, 2022, 폴리머 점토, 알루미늄 철사, 바니시, 11.2 × 5 × 5 cm. 작가 제공. 사진: 권오열.

함진

b. 1978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함진 작가는 다양한 색깔의 합성 점토(폴리머 클레이)를 주재료로 사용하여 초소형 조각을 만드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거나 돋보기로 들여다봐야만 형상이 보이는 그의 작품은 기존의 세상에는 없던 존재를 재창조해낸 것으로 해양 미생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러 형상이 결합된 괴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큰 풍경보다는 자그마한 세계 안의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파고드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는 자신이 경험하는 세상의 모습을 즉흥적이고 유희적으로 자신의 조각 작품에 담아내며, 그 과정에서 상상력을 덧붙여가는 과정을 통해 작업을 완성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채로운 색상의 점토를 활용하여 만든 초소형 조각 〈이름 없는 10〉(2022), 〈이름 없는 11〉(2022), 〈인 사이드 2〉(2022), 〈행성 4〉(2021) 네 점이 전시된다. 사람이나 동물이 등장하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같은 하나의 장면을 연출하는 초기 조각과 달리 최근 작품은 특별한 스토리를 담거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그는 점토 자체를 철사에 붙여가며 조각을 만들다가 색깔이 섞이고 형태가 비틀리면서 나오는 우연적이고 유동적인 형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황인기, 〈이보게〉, 2023, 혼합 재료, 160 × 27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황인기, 〈이보게〉, 2023, 혼합 재료, 160 × 27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황인기, 〈이보게〉, 2023, 혼합 재료, 160 × 27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황인기, 〈이보게〉, 2023, 혼합 재료, 160 × 27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황인기, 〈이보게〉, 2023, 혼합 재료, 160 × 27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황인기, 〈이보게〉, 2023, 혼합 재료, 160 × 270 cm. Bf 제공. 사진: 권현정.

황인기

b. 1951
2003년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황인기는 주변의 자연환경과 동양 고전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지털 산수화 작업을 통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교차점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적 미술 재료와 일상의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의 특유한 산수 세계를 구축한 황인기는 뉴욕과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자연으로의 작업 환경을 이동하면서, 인공적인 관계와 구조, 사회적 관계와의 거리감을 두고, 동시대 자연 풍경을 관찰하여 시각화하고 있다.

미래 고고학자와 같은 태도로 임한 황인기의 신작 〈이보게〉(2023)는 50년 뒤 우리의 일상 풍경을 5000년 더 먼 미래에서 바라보는 상상적 관점을 교차하여 기록하고 발굴한 작품이다. 또한, 작가 황인기를 대표하는 디지털 산수와 같은 맥락을 유지하고 있는 〈이보게〉는 조선시대 문인화*의 형식과 같이 동시대와 미래의 풍경에 그의 시조가 함께 화면을 메우고 있다. 석회와 함석, 낙하하고 뿌려진 물감들이 뒤섞인 화면 위를 파낸 동시대 문명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은 전통적 번역의 방식을 넘어 재해석하고 발굴해 내는 감각을 선사한다. 이는 다른 시대의 풍경과 동시대 일상을 관통해 온 황인기의 지속적인 실험들과 맞닿으며, 더욱 과감한 화면처리를 통해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간성을 경험하게 한다.

*조선시대 문인화
문인화는 기법과 세부 묘사에 치중하지 않고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내면의 의미를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학문과 교양, 그리고 서도(書道)로 연마한 필력(筆力)을 갖춘 상태에서 그려진 고미술의 장르이다. 특히, 직업화가가 아닌 문인 사대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조선 후기에는 중국으로부터 남종화가 유입되면서 더욱 많은 문인화가들이 활약하게 되었고, 대표적으로는 강세황(姜世晃), 이인상(李麟祥), 조영석(趙榮祏), 심사정(沈師正) 등이 있으며, 19세기의 김정희(金正喜)에 이르러 조선의 문인화는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