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플레이>는 오해/오독을 의미하는 miscommunication과 놀이를 뜻하는 play의 합성어로 오차 발생을 통한 창의적인 움직임을 발견하고자 만들어낸 제목이다. '오차'란 사전적 의미에서는 이론적으로 정확한 값과의 차이를 뜻하며 실수, 잘못을 통칭한다. 무수한 말 던지기를 통한 주제와 목적의 불분명함 그리고 대화의 결과에 대한 불분명함이 곧 관계의 어긋남을 만든다. 이 전시에서 ‘오차’는 곧, 목적지를 향해 쏘아 졌지만 착륙의 지점에서 생겨나는 미세한 미끄러짐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오차발생은 비단 일상의 대화를 통해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기에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에게 오차에 대해 질문했고, 작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겪었던 다양한 미쓰-플레이(mis-play)를 인미공 전시장에서 구현한다. 이러한 실험의 전개에 참여하는 작가는 시각예술 콜렉티브 KKHH(강지윤+장근희), 안무가 장현준, 디자이너 강문식이며 지금까지 스스로의 활동 속에서 몸짓과 사회적인 입장의 합의와 차이, 시각적인 오해에 대한 실험과 재해석적 측면에서 ‘오차’를 폭넓게 고민해온 2,30대 예술가들이다.
▲ 장현준_나는 협소한 창문으로 출입하라_퍼포먼스, 2014
안무가 장현준은 ‘흉내내기’라는 방법을 통해 오차를 실험한다. 그는 즉흥적으로 움직임을 발생시키고 참여자들에게 ‘최대한 정확히’ 따라 하도록 요구한다. 이에 따라 움직임은 느리게 지속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처음의 메시지의 의미와 형태를 상실하게 되고 ‘몸의 움직임’이라는 현상만 남게 된다. 지난 2013년 <와의와의과의과 같이>공연으로 페스티벌 봄에서 초청되었던 안무가 장현준은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나는 협소한 창문으로 출입하라>에서 이러한 시간과 신체에 의한 정보 변이의 과정을 ‘전시’라는 조건으로 실험한다. 인사미술공간의 2층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형식의 무대는 관객에게 전시의 주체가 되는 동시에 관람과 참여를 유도한다. 본 전시에서는 퍼포먼스와 함께 스크리닝룸이 마련되어 퍼포먼스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에도 관람이 가능하다.
▲ KKHH_여지가 있는 대화_합판, 사무용품과 혼합재료, 여러 가지 사물로 균형을 맞추어 설치_가변설치_2014
▲ KKHH_균등한 양으로 맺어진 합의_2채널 비디오영상_4’33”_2014
KKHH는 더 나아가 오차의 문제를 공동체 안으로 확장한다. 5명의 참여자가 등장하는 영상작품 <균등한 양으로 맺어진 합의>는 익명의 참가자들이 진행한 워크숍의 도큐멘트(기록) 영상이다. “자신이 마시고 싶은 물의 양” 이라는 미션의 기준이 주어지고,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컵에 물을 덜거나, 다른 참가자의 컵에 부음으로써 워크숍을 진행한다. 서로의 컵에 담긴 물을 교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말을 주고 받지는 않지만, 어색한 배려와 함께 개인의 기준에 대한 느슨한 포기가 일어나고 워크숍의 결과는 5명 참가자의 물의 양이 모두 동일해지는 무언의 ‘합의’로 종료된다. 이는 공동의 합의라는 것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범한 기준으로 귀결되며 그것은 합의를 위한 공동의 강요, 기준의 포기를 통해 일어나는 것임을 암시한다. 한편 주목할 것은 <여지가 있는 대화>의 설치과정인데, 해당 그룹의 2명의 작가(강지윤, 장근희)는 각 각의 다른 날 전시장에 나와 번갈아 가며 설치를 하게 되고, 전날 작업한 A는 다음 날 릴레이식으로 설치를 진행할 B에게 설치과정에서 느꼈던 보완할 점들을 메모로 전달하며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물리적, 시간적으로 단절된 합의의 과정을 메모라는 형식으로 보완하는 구조를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도저히 지탱하지 못할 물건들이 간신히 수평을 이루어내는 작업이 완성된다. 작가 두 명이 설치하면서 나눈 대화는 슬라이드쇼 <미끄러지는 말들>로 편집되어 상영된다.
▲ 인사미술공간 간판의 뒷면
▲ 강문식_○○○_종이에 인쇄_140X200mm_2014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는 의뢰자(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회의를 통해 완성되지만, 동시에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디자이너 스스로의 시각적 미학과 의뢰자의 미적 취향의 사이에는 현실적인 오차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디자이너 강문식은 본 전시 기획자의 ‘오차의 시각적인 구현’에 대한 제안을 받고 인사미술공간의 디자인적인 요소 중 건물 외부 조명간판을 선택했다. 행인이 보는 각도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인사미술공간 간판의 시각적 오해는 <○○○>의 출발점이다. (인미공 간판은 건물 반대편에서 보면 완전한 구가 아니라 잘려진 반쪽 짜리 부분만 보인다.) 강문식은 앞서 경험했던 시각적인 오해를 그가 주로 다루는 인쇄물에 적용하고 이를 다시 인사미술공간 1층 전시장에서 설치의 형식으로 변주한다. 간판을 연상시키는 스포트라이트 조명과 원형의 미러볼을 활용한 라이팅 플레이(lighting-play)는 얼핏 무대의 조명과 같이 보이기도 한다. <○○○>의 출발점이자 목적이 되는 녹색원형의 모티브(motive)는 전시장의 ‘보(상층부에서 건물의 하중을 벽으로 전달하는 구조)’에 부딪혀 반쪽이 되고 통상적인 전시연출에서 늘 조명과의 마찰과 효율적인 디스플레이의 장애로 여겨졌던 ‘보’의 제한적 장치는 오히려 작품의 중요한 핵심으로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 강문식_○○○_조명, 미러볼_가변크기_2014
해결되지 못한 미끄러짐은 ‘독백’이 아닌 관객과의 공통의 화제가 되어 전시장에 펼쳐지게 된다. 참여작가들은 미묘한 엇갈림과 마찰, 곧 관계 안에 어긋난 오차들을 시작으로 기준의 혼란과 모방, 오인을 통해 오차의 작동법과 오독의 결과가 만들어내는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쓰-플레이(mis-play)>의 기획자와 작가들은 오차를 줄이는 것을 거부하고 이를 다각도의 실험과 놀이로 상정하면서 그 과정과 결과물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 전시기획자 소개
기획자 김미정, 이설, 이수민, 주현서는 지난해(2013) 1월, 아르코 신진기획자 인턴십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아르코미술관의 전시기획과 홍보, 교육, 운영 등, 현실적인 미술현장의 구조를 가까이서 관찰하는 시간을 보냈다. 20대의 비슷한 또래인 우리 넷은 모두 학부에서 실기를 전공했으며 졸업 후 미술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위해 본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되었다. 공동의 목적을 가진다는 것, 여러 달에 걸친 협의와 합의의 과정이 인미공에서 구현된다는 것은 벅찬 일이지만, 동시에 목적지를 향한 우리의 두드림이 과연 어디에, 언제 도착할 것인가의 문제는 앞으로의 삶에서 겪어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베케트의 표현과 같이 ‘더 나은 실패’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우리의 출발은 <미쓰-플레이>의 전시장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 작품참여안내
장현준 <나는 협소한 창문으로 출입하라>
희망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집니다.
시간 : 해당 스케줄 2:00pm~4:00pm (2h), 회당 5-10분 소요
///On-line Performance
1/24, 1/28, 1/29, 2/9, 2/11, 2/18, 2/21, 2/25, 2/27
노트북에 연결된 이어폰 착용 후 작가의 안내에 따라 관람 시작
///Off-line Performance
1/24, 1/26, 2/12, 2/19, 2/20, 2/26, 2/28
참여를 희망할 경우, 가림막 안의 참석자가 퇴장한 후 입장
* 2월 4-8,13-16일은
작가의 개인사정으로 퍼포먼스가 없습니다.
월요일 휴관 / 설연휴 1.30-2.2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 02-760-4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