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중
2017.05.26 - 2017.07.15
김다연, 김민정, 문유진, 변재규, 아영, 임고은, 전하영, 조승호, 주연우
기획 : 송지현
아날로그와 디지털/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혼종은 영상예술(artists' moving-image)의 예술적 실천 양식을 확장, 재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영상예술은 시간성과 운동성의 관계를 시지각적으로 구성하여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든 작품을 말한다.
셀룰로이드 필름이 디지털 파일로, 필름 영사기가 빔프로젝터로 변화하는 동안 영상예술의 작업 방식은 다양한 양상으로 탐구되어 왔다. 이와 같은 예술가들의 실천은 전시장에서 영사(projection) 또는 설치(installation)의 형태로 펼쳐진다. 영상예술작품은 회화와 조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이길 기대하며 상영관(닫힌 공간) 안에 앉아있던 관객을 움직이게 한다.
“상영중”은 영상예술이 기술과 관계하며 변화하는 흐름을 살펴본다. 이는 영상예술의 모든 예술적 실천들이 기술의 변화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인지하고, 관련된 연구가 지속되길 바라며 마련한 자리이다.
전시는 영상예술의 매체적 특성과 기술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들로 한 장면(scene)을 구성한다. 그리고 세 갈래의 영상예술을 둘러싼 예술적 실천들이 장면 사이 사이에 삽입된다.
#scene 1. 매개 효과
매체 특수성과 확장된 시각성을 탐구하며, 영상예술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작가 9명의 작품이 전시장에 놓인다. 각각은 필름, 비디오, 디지털 혹은 영사기, 모니터, 빔과 같은 장치들을 통해 기술의 변화를 암시한다.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작가들은 영상예술을 구성, 재현해내기 위해 자신이 사용한 매체, 기술의 원리를 제작방식에서 사유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감각과 시각성에 관한 질문이다.
1층에는 영상예술을 구성하는 물질과 비물질 장치를 혼합하여 전시장에 드러내는 변재규의 <영화의 빛나는 밤>, VHS 비디오에 나타나는 컬러바를 해안선의 형태로 은유하는 조승호의
가 움직인다.
<변재규_영화의 빛나는 밤, 2014, 설치, 혼합매체>
<조승호_Latency Contemplation 1, 2016,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24초 (All rights reserved (c) LIMA)>
지하층에는 사람들을 찍은 수천 장의 정적인 이미지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전하영의 <프레임 워크>, 전자기기와 관련된 디지털 이미지들을 몽타주하여 인간과 기술사의 관계를 탐구하는 주연우의 가 영사된다.
<전하영_프레임 워크, 2014, 16mm를 비디오로 변환, 싱글채널비디오, 흑백, 사운드, 6분 22초>
<주연우_Swarm Circulation, 2016, HD, 싱글채널비디오, 컬러/흑백, 사운드, 11분 52초>
2층에는 글이 아닌 영상 편집으로 비평을 써 내려 간 김다연의 <드라이브>, 모란이 지는 순간을 찍은 두 장면이 필름과 디지털 화면으로 포개져 영사되며 떨림의 잔상을 남기는 임고은의 <5월 어느 날 5일>, 회화와 영상의 관계를 섬세하게 관찰하여 시지각적 인식의 모호함을 상기시키는 문유진의 <유로파>, 정지된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가 시간이라는 연속 안에서 어떻게 보여지는지 탐구하는 아영의 <빛-필름>이 재생된다.
마지막으로 2층과 3층 사이 계단에는 특정한 신체의 부분을 16mm 필름의 시간 단위로 변환한 김민정의 <푸티지>가 무한 반복된다.
<김다연_드라이브, 2015, HD,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28초>
<임고은_5월 어느 날, 5일, 2010-2013, DV 6mm & 필름, 필름과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2분>
<문유진_유로파, 2015, HD,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52초>
<아영_빛-필름(스틸), 사진환등기, 2014, 무한반복 / 빛-필름(무빙), 움직이는 장치, 2014, 무한반복>
<김민정_푸티지, 2015, 16mm 필름, 흑백, 모노, 2분 47초>
#scene 2. 추신/ Post Script
영상예술을 뒷받침하는 큐레토리얼 실천들을 소개한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국내 영상예술 전시 사례, 커뮤니티로 출발한 해외 영상예술 배급사, 영상예술을 매개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콜렉티브들을 살펴볼 수 있다.
#scene 3. 쇼앤텔/ Show and Tell
국내 영상예술지형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큐레토리얼을 수행할 때 고려되는 기획, 설치, 관객성, 아카이브, 소장, 유통 시스템을 중심으로 국내의 상황을 살펴본다.
#scene 4. 카탈로그/ Catalog
영상예술의 변화된 기술환경에 맞는 유통 과정을 실험한다. 비물질성인 영상예술의 보존, 소장, 유통을 다른 물질성의 예술이 취한 형식을 의례적으로 따르다 보면 장르의 특성과 시스템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 있다. 이 비물질성의 매체는 과거에 물질의 형태로 소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비물질의 형태로 공유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여 전시에 소개된 작품을 추후에 유통시키는 상황을 상정하고 홍보물을 제작하였다.
우리는 영상예술과 기술의 관계 맺음을 통해 미술관에서 움직이지 못하던 이미지와 영화관에서 움직이지 못하던 관객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기획자는 “상영중”에 들어온 관람객이 움직이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감각하길 바란다. 한 롤의 필름으로 은유 된 인사미술공간을 거닐며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끝으로 이 전시는 영상예술이 ‘협력적 연계’로 전개된 점을 토대로, 영상예술지형의 새로운 플랫폼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상영중”을 통해 영상예술을 확장, 재구성해 나가기 위해 영상예술을 매체로 사유하는 예술적 실천들- 제작, 기획, 관람- 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이 활동을 격려해줄 누군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