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박관택 개인전 《여백: Spinoff from the facts》
- 구분 인사미술공간
- 조회수 8610
- 작성일 2019.02.01
첨부파일
- 전시기간: 2019년 2월 22일(금)-3월 23일(토)
- 전시장소: 인사미술공간(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89)
-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매주 일, 월, 3/1 휴관)
- 관람료: 무료
- 오프닝: 2019년 2월 22일(금) 오후 6시
- 부대행사: 아티스트 토크 - 3월 16일(토) 오후 3시
- 주관: 인사미술공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문의: 02-760-4721~3, ias.info@arko.or.kr
- 박관택 개인전, 《여백: Spinoff from the facts》은 과거의 한 사건을 키워드로 하여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이미지와 텍스트를 투명 잉크로 그려낸 공간 드로잉 프로젝트이다. 시각적으로 비워진 전시 공간에서, 관객은 UV(Ultra-violet) 라이트 손전등을 통해서만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드로잉을 감상 할 수 있다. 박관택은 평소 역사와 과거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 기술한 역사보다 마치 덩어리로 뭉쳐져 규정되어 있지 않은 과거 속 무언가를 스스로 파헤쳐보고자 한다. 이에 작가는 본인이 태어난 해이자, 인터넷 이전 시대인 1983년에 일어난 대한항공 여객기 007편 격추 사건에 대해 당시 사건을 보도했던 주요 신문/방송 언론의 관점에서 벗어난 어떠한 주변부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번 전시에서 이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접근하고 탐색을 시도하고자 한다. 작가는 사건에 대한 키워드 검색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등장하는 느슨하게 연결된 여러 정보들을 일종의 메인 스토리에 대한 스핀오프(Spin-off)적 사실들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작업에 포함시켜 구성한다.
1층 전시장 전경
검색 과정의 출발점이자 키워드인 군용기에 의한 민항기 격추 사건은 작가가 태어난 해에 일어났지만, 작가 본인은 어떠한 직접적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건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어릴 적 받았던 냉전 이데올로기 교육을 생생하게 상기시켰으며, 269명의 생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의 참혹함과 미스터리, 지금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형 참사와 진상조사를 앞서는 정치적 악용의 행태가 지독한 기시감(旣視感)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평소 기록된 역사보다, 분석되어 있지 않은 과거를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아직 규정되어 있지 않은 무언가를 “발굴(excavate)” 하는 것에 관심 있는 작가는 이 사건의 밝혀지지 않은 퍼즐 조각을 찾아 그려보고자 하는 야심찬 마음으로 초기 본 작업에 임했다. 그러나 검색 과정에서 예상보다 매우 복잡한 사건의 미스터리와 뒤엉켜 있는 추측과 음모론을 마주치며, 작가는 사건에 대한 숨겨진 조각 찾기와 팩트 검증이 과연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의구심을 가졌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이 자신이 이 작업을 통해 해야 하는 일인지 반문하게 된다.
애초의 방향성에 대해 결론을 쉽사리 내리지 못한 채, 작가는 검색어를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 혹은 “Korean Airline flight 007 shootdown”과 같은 사건에 대한 구체적이고 완결된 키워드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하고, 열린 방식으로 검색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이에 작가는 “1983 New York, 1983 Anchorage, 1983 JFK airport, 1983 Seoul, HL7442…”처럼 사건 개요에 등장하는 단어, 공항 이름, 항공편명, 지명, 날짜 등의 키워드를 분리하고, 달리 조합하며 검색하게 되면서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한 조연이 새로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핀오프(Spin-off)처럼, 정보의 흐름은 연관 검색어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아갔다. 작가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의 검색 포털사이트와 더불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에서도 해시태그(hashtag) 검색을 실행하여 조금 더 사소하고, 개인의 일상이 투영되어 있는 주변 정보와 이미지를 찾아냈다.
지하 1층 전시장 전경
2층 전시장 전경
전시의 한글 제목인 ‘여백’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며, 중심부의 주변을 의미한다. 한문으로 ‘남겨진 흰색’이라는 뜻으로, 무언가에 의해 남겨져 있는 상태, 즉 상대적으로 비어 있음을 지칭하는 ‘여백’은 수동적인 배경의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음악에 있어 음과 음 사이의 정적이 곡의 일부이거나, 시각 디자인에서 ‘white space’가 단순 바탕이 아닌 중요 시각 요소로 여겨지는 것처럼, 여백은 비워진 상태를 통해 역으로 떠나버린 어떤 대상을 주목하게 한다. 박관택은 “그림을 그릴 때, 차라리 하얗게 남은 종이가 낫다 싶을 때가 있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시각예술로서의 결과물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꽤 많은 경우, 더 큰 상상의 동력을 차단한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빈 화면과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 사이를 오가는 상태를 본 전시에서 구현하고자 했으며, 자신이 그려낸 이미지보다 더 큰 덩어리와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가 개개인의 경험과 심리상태에 기반한 연상작용을 통해, 보는 이들의 머릿속에 그려지기를 기대한다.
박관택의 《여백: Spinoff from the facts》은 과거의 한 시점에서 출발하지만, 단일 사건과 특정 시대에 국한된 회상이나 향수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 다양한 시간성과 대서사와 개인사, 팩트와 가짜 뉴스가 뒤얽혀 있는 현대 디지털 미디어를 렌즈 삼아, 그 미디어의 태동 이전을 조망함으로써, 시간, 기억, 사실, 해석들이 혼재된 우리의 인식 프로세스의 간극을 드러내고자 한다.
* 인사미술공간에서 선보이는 전시 《여백: Spinoff from the facts》은 2018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에 선정된 작가 총 네 명이 선보이는 성과보고 시리즈의 첫 번째 전시이다. 연구비 지원 및 공통 교육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서, 전시 기획∙진행 및 예산 지원은 인사미술공간에서 담당한 이번 전시는 시각예술분야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창작∙연구와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추진되었다.
- 작가소개
- 박관택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에서 순수 미술 석사를 졸업하였다. 최근 전시로는 《깜박일수록 선명한》, 두산 갤러리 (뉴욕), 《보이시스 니드 히어로즈》, 널쳐아트 (뉴욕), 《스토리 오브 어 스토리》, 스맥 맬론 (뉴욕) 등에 참여하였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19년 소마 미술관 드로잉 센터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자료담당자[기준일(2019.2.1)] : 시각예술부 김주옥 02-760-4723
게시기간 : 1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