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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미공뉴스]<정마리의 정가, 이수경의 헌신> 보도자료
- 구분 아르코미술관
- 조회수 8017
- 작성일 2011.11.01
느림의 미학으로 완성된 숭고미
“시각예술과 소리예술의 정수를 만나다”
정마리의 정가, 이수경의 헌신
전시개막 : 2010년 12월 17일(금) 오후 6시
전시기간 : 2010년 12월 18일(토) ~ 1월 23일(일)
전시장소 : 아르코미술관 제 1, 2전시실
전시관람 : 11:00 a.m - 7:00 p.m (매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공연관람 : 금 6:00 p.m, 토 3:00 p.m
입장료 : 전시 2,000원, 공연 10,000원
초대작가 : 정마리(1975년생, 보컬리스트), 이수경(1963년생, 설치미술작가)
첨부자료 : 공간 구성 및 작품 설명, 가곡의 가사, 스타바트 마테르 설명
[전시개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이 주최하고, 윌링앤딜링이 공동 기획한 “정마리의 정가, 이수경의 헌신”은 2010년 아르코미술관 기획공모전이다. (2010년 12월 17일 오프닝, 전시기간 : 12월 18일~2011년 1월 23일) 현대미술작가인 이수경과 보컬리스트의 정마리는 각자의 예술 영역을 함께 공유하면서, 동시에 각자의 예술세계를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연구과정을 거쳐 이번 전시에 제시하게 된다.
정가(正歌)는 인간이 신체를 사용하여 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이다.
정가의 ‘정(正)’자는 만물을 바르게 만들고 정화시키는 것을 중요시 한다.
정가는 옛 시를 노래로 부르는 전통 성악곡으로, 시조, 가곡, 가사가 있다. 특히 가곡은 2010년 11월에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으며,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또 한 번 세계적으로 기록한 쾌거를 이루었다. 현대미술작가 이수경은 정가를 ‘감성적으로 가장 감동받은 노래’라 표현할 만큼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이수경은 정가를 통해 거대한 감동을 전달해 준 정마리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 년 동안 헌신할 것을 결심하였고, 이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보여진다. 정마리가 부르는 정가를 비롯하여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슬픔의 성모) 등의 종교음악을 듣고 작업한 이수경의 드로잉은 정가의 시각적인 현현이라 할 수 있다.
[기획의도]
정가는 가장 정제된 소리이며 전시를 통하여 시각적으로 구현된다.
국내외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시각예술작가 이수경과 국내외에서 전통 소리인 정가를 노래하는 보컬리스트 정마리가 만났다. 이 두 예술인은 같은 시공간 속에서 상호 교류적인 공연과 전시를 보여주게 된다.
정가의 길게 늘어나는 노래의 특징 때문에 관객은 소리 자체만을 듣게 되고 가사는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처럼 소리 자체에 집중되는 정제된 형식의 노래는 미니멀한 형태의 무대에서 극적으로 시각화 된다. 1층의 제 1전시실 공간의 무대는 흰색 사각형의 빛의 공간으로 구현되고, 2층의 제 2전시실에는 작가 이수경이 정가를 들으며 표현한 같은 크기의 160여개 드로잉 작품이 둥근벽을 따라 설치된다. 드로잉 사이사이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소리는 단순한 음의 흐름 같지만, 하나의 음절 속에 다이나믹한 변화들이 내재되어있다. 관람객들은 다채로운 드로잉들의 나열 속에서 다양한 사운드와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전통 예술 장르인 정가(正歌)에 대한 오마쥬
이수경은 한국 전통 음악 장르인 정가 공연을 접한 후, 이 음악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학습, 그리고 그에 따르는 감흥을 작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는 공연 무대를 위한 공간 연출과 매일 몇 장씩 그려내는 드로잉으로 표현되는데, 우리 것에 대하여 헌신하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이수경의 정가에 대한 존경이 공간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지켜볼 수 있다.
두 예술가의 예술의 경지에 대한 합일화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정가는 악기가 없이 몸통의 울림으로만 노래를 들려준다. 즉, 보컬리스트 정마리의 몸이 악기가 되는데, 가장 아름다운 음색을 뽑아내기 위하여 그녀가 스스로의 육체와 정신을 다듬고 단련해오면서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정제의 과정은 이수경의 드로잉에서도 나타난다. 하루 종일 스타바트 마테르와 정가, 이슬람 경전 낭독, 범패, 그레고리오 성가 등을 들으면서 매일매일 드로잉을 그려온 이수경은 수 많은 종교음악을 몸 속에 새겨 넣으면서 체화시켰으며, 때로는 양손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움직이며 대칭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손의 힘을 예민하게 조절하면서도 순간적인 기억을 끌어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렇게 두 개의 다른 장르의 예술가가 고통을 견디고 인내하여 노력해 온 과정을 담아 그들만의 방식으로 표현된 전시이다.
느림의 미학으로부터 완성된 숭고미를 경험
정가는 느린 곡조이다. 하나의 단어를 길고 긴 호흡으로 진행하면서 그 속에서 변화하는 음색을 구사하는 방식은 느림 속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미적인 기준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이는 또한 그레고리오 성가로서 불려지던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슬픔의 성모)’에 접목시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져 상시 들을 수 있도록 연출된다.
[전시실별 구성]
제 1전시실 - 공연 무대
1. 제1전시실 공연무대
제 1전시실로 들어서는 관람객은 어두운 공간 한가운데에 위치한 빛의 방을 마주하게 된다. 막힌 벽의 가운데가 뚫린 채 빛으로 가득한 길고 좁은 통로 속에서 보컬리스트 정마리가 퍼포먼스를 한다. 공연이 없을 때에는 빛으로만 가득 찬 무대와 무대 뒤쪽으로 돌아가서 볼 수 있는 구조물의 외관을 관람할 수 있어 시각적 흥미를 더할 것이다.
가설 벽의 중앙에 위치한 빛의 무대는 흰색으로 사방이 칠해져 있으며, 밝은 빛을 뿜는 상부의 조명으로 인해 그 안의 공간은 마치 현세와 다른 공간처럼 보여진다. 이 무대 속에서 정마리가 앉아 공연을 하게 되는데, 최소한의 몸짓과 표정으로 한 시간여 동안 몇 곡의 가곡을 지속하며 독창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2. 보컬리스트 정마리
무대 밖에서 바라보는 관객에게 이 공간은 다른 세상과도 같아 보인다. 인물은 흰 빛 속에서 부유하듯 보여지고, 공연자의 모습 또한 연령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정가라는 노래는 비록 세속의 입을 통하여 불려졌던 조선시대의 유흥곡, 혹은 선비들의 성악곡이지만 서민들의 춤사위 섞인 민요와는 다르게 정제된 형식이다. 그렇기에 몸의 소리를 가장 아름답게 내기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그 소리는 영혼을 정화시키는 기능을 담고 있다. 이 무대는 그러한 정가를 보여주기 위한 시각적 환경을 함께 조성해주는 장치가 될 것이다.
또한, 공연이 없는 동안에도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공간 한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하여 영상과 함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체공간은 조용하지만 무선헤드폰을 이용하여 감상하는 관람객들은 공연이 없는 공간 속에서도 긴장감이 흐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관람객은 공연되는 무대 뿐만 아니라, 무대 구조물 뒤쪽으로 돌아가서 무대구조를 볼 수 있는데, 거대한 구조의 중압감과 그 물질감은 정가가 이 현세 속에 속해있고 우리와 같은 인간이 부르고 있는 하나의 현실적 현상임을 깨닫게 할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에 앉아있는 정마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보컬리스트의 모습은 움직임과 표정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무대는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비현실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내며, 퍼포먼스를 하는 가수의 존재가 환한 빛 속에 앉아있는 모습 자체로 인해 다른 세계를 접하고 있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전통 가사를 10여곡 정하여 공연 때마다 몇 곡씩 이어 부르는 형태로 노래한다. 가사들은 사랑에 관한 노래이며, 이는 조선시대의 유행하던 성악곡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에 사용되는 가곡의 가사는 <붙임2>로 확인할 수 있다.
제 2 전시실 - 드로잉 전시
3. 제2전시실 전경
벽면에는 작가 이수경의 감흥으로 만들어진 160 여개의 드로잉 작업이 수평으로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이 드로잉은 정마리의 정가, 카톨릭 및 기독교의 성가, 이슬람 경전낭독, 불교의 범패 등을 끊임없이 들으면서 받은 감흥이 베어있는 작업이다. 그림 속에서 즉흥적으로 그려진 인물들은 종교적이거나 만화적이기도 하다. 실제 모델을 염두에 두기도 하며, 없는 이미지를 순수하게 음악적 감흥으로 창조해 내기도 한다. 드로잉 개개별로 하나의 다양한 스토리가 베어있는 듯한 장면이 그려져 있으며 동시에 드로잉들간의 연계가 보여진다. 이는 인물의 반복적 등장과 비슷한 선적 느낌 및 패턴이 항상 등장하는 작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드러남으로써 알 수 있다.
4. 매일드로잉, color pencil on paper, 30x30cm, 2010
또한 양손으로 데칼코마니 원리로 그리는 드로잉을 통하여 신체적인 집중력과 고행의 체험을 스스로 실천하는 작가의 작업방식도 접할 수 있다.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한쪽 손이 그린 그림을 동시에 그대로 따라 그리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는데, 힘의 세기와 펜의 각도를 같게 맞추어 나가는 물리적 과정은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구하며 양 손의 힘을 동시에 구속하기 때문에 육체적인 고통을 함께 수반한다.
제 2 전시실 드로잉 사이사이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하여 흐르는 노래는 특정 지점마다 다른 음색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이들 음악은 그레고리오 성가인 ‘스타바트 마테르’와 한국 정가를 적용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음악이다. 이는 전시된 다양한 형태의 드로잉에 감흥을 배가시킨다.
사진캡션
1. 제1전시실 공연무대
2. 보컬리스트 정마리
3. 제2전시실 전경
4. 매일드로잉, color pencil on paper, 30x30cm, 2010
<붙임1>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Stabat Mater
Stabat Mater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미사에 사용되는 부속가로 트리덴트 공의회에서 불려지도록 제한한 4개의 부속가에는 속하지 않으나 1727년 교황 베네딕토 13세(1724-1730)에 의하여 9월 15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미사, 성주간 전 금요일 그리고 시간전례에서 불려지도록 결정되었다.
이 곡은 13-14세기 경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가사는 당시 프란치스코 수도회 지도자인 또디의 쟈꼬뽀네(jacopone da Todi, +1306)에게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지며(교황 이노센트 3세/1216년, 성 보나벤투라의 작품이라는 견해도), 곡은 베네딕도 수도회 수사인 주지옹(Jousion)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십자가 곁에서 비통하게 우시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슬픔을 아름다운 비애로 묘사한 이 곡은 20연으로 구성되었다.
가사일부
1절. 아들예수 높이달린 십자곁에 성모서서 비통하게 우시네.
Stabat Mater dolorosa juxta crucem lacrimosa, dum pendebat Filius.
2절. 섧고설운 슬픔고통 성모성심 칼에찔려 참혹하게 뚫렸네.
Cuius animam gementem contristatam et dolentem pertransivit gladius.
14절. 십자곁에 저도서서 성모님과 한맘으로 함께울게 하소서.
Juxta crucem tecum stare, ac me tibi sociare in planctu desidero.
16절. 주님상처 깊이새겨 그리스도 수난죽음 지고가게 하소서.
Fac ut portem Christi mortem, passionis fac me sortem et plagas recolere.
19절. 그리스도 수난공로 십자가의 은총으로 보호하여 주소서.
Fac me cruce custodiri morte Christi praemuniri confoveri gratia.
20절. 이몸죽어 제영혼이 천국영광 주예수님 만나뵙게 하소서. 아멘.
Quando corpus morietur, fac ut animae donetur paradisi gloria. Amen.
<붙임2> 가곡의 가사
1.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구십삼춘(九十三春)에 짜내느니 나의시름
누구서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던고
작자미상
2.
간밤에 부든 바람에 만정도화(滿庭桃花) 다 지거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으려 하는구나
낙화(洛花)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 하리요
작자미상
3.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둘에 내여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님 오신날 밤이여든 굽이굽이 펴리라
지은이黃眞伊
4.
꿈에 다니는 길이 자취 곧 나량이면
님의 집 창(窓) 밖에 석로(石路)라도 닳으련마는
꿈길이 자취 없으니 그를 슬워 하노라
지은이李明漢
(1695~1645)
5.
한숨은 바람이 되고 눈물은 세우(細雨) 되어
님 자는 창(窓) 밖에 불면서 뿌리과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와 볼까 하노라
작자미상
6.
언약(言約)이 늦어가니 정매화(庭梅花)도 다지거다
아침에 우든 까치 유신(有信)타 하랴마는
그러나 경중아미(鏡中蛾眉)를 다스려 볼까 하노라
지은이朴凞瑞
(1724~1776)
7.
산촌(山村)에 밤이 드니 먼데 개 지저 온다
시비(柴扉)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저 개야 공산(空山) 잠든 달을 지저 무삼 하리오
지은이千錦
(19세기)
8.
뒷메에 떼구름 지고 앞내에 안개로다
비 올지 눈이 올지 바람 불어 진서리 칠지
먼뎃 님 오실지 못 오실지 개만 홀로 짖더라
작자미상
9.
북두칠성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민망한 발괄 소지(所誌) 한 장 아뢰나이다
그리든 님을 만나 정(情)옛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
밤중만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작자미상
10.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 설머지고 태산준령(泰山峻嶺)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 하건마는
가다가 자질려 죽을 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작자미상
11.
바람도 쉬여 넘고 구름이라도 쉬여 넘는 고개
산진(山陳)이 수진(水陳)이라도 쉬여 넘는 고봉장성령(高峰長城嶺) 고개
그 너머 님이 왔다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수여 넘으리라
작자미상
12.
사랑 거즛말이 님 날 사랑 거즛말이
꿈에 와 뵈온단 말이 긔 더욱 거즛말이
날 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리요
작자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