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인미공뉴스]<기억의 풍경>, 아르코미술관 (수집가 및 작가 에피소드)
- 구분 아르코미술관
- 조회수 8034
- 작성일 2011.11.11
2010 아르코미술관 올해 두 번째 전시 :
“기억의 풍경”
2010 5. 19 - 6. 27
2 수집가 및 작가 에피소드
수집가
전시에 참여한 수집가들은 큐레이터 선정과 온라인 공모를 통해 초대되었습니다. 사립박물관 등의 형식으로 자신의 수집품을 전시, 보존하는 수집가들은 제외하고, 평범하고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 수집을 지속하고 있는 300여명의 수집가들을 리서치하였고, 이들 중 80여명의 수집가들을 최종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들은 함께 모여 만들어내는 가치에 동의하여 자신의 수집품을 촬영하고 전시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80여명 수집가들의 수집한 각양각색의 수집품들은 합산 가치가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물품부터 금전적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소한 물품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전시에 참여한 수집가들은 수집품의 금액만을 따져 수집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이며 수집가의 정성과 열정이 수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수집품의 종류만큼이나 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 수집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1. 창간호 수집가(안정웅님)
1972년, 인천의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서 참고서를 구경하던 중 몇 권의 잡지를 구입하게 된 안정웅씨는 그 이후 40년 가까이의 시간 동안 창간호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 때 당시 수집가는 잡지 창간까지의 산고, 잡지의 성격, 지향하는 바가 모두 담겨있는 창간사를 읽으며 각 잡지의 시작을 알리는 창간호에 매료되었습니다. 한 달에 대 여섯 번, 발품을 팔아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창간호는 양적으로 만 여종을 넘어섰고, 1883년에 창간한 <한성순보>, <선데이 서울>과 <타임지>의 창간호까지, 질적인 면에서도 한국 잡지사의 역사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에게 수집은 취미에요. 그런데 모으다 보니 하나의 역사이자 문화가 되는 거죠. 수집가가 없으면 역사가 없어져요. 보존도 되고 유용하게 쓰일 거라 생각하니까 일조하고 싶은 거죠.”라는 안정웅씨의 말 속에서 수집의 행위를 통해 얻은 한 개인의 사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타자기 수집품 이미지
타자기 수집가인 석금호씨는 한글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 수집을 시작하였습니다. 한글은 24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무수한 글자를 만들 수 있도록 창제되었는데 이는 타자기의 기능과 만나 한글의 경제적 실용성을 돋보이게 합니다. 사람의 손을 통해 글자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 타자기만의 특징 또한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있는 현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현재 한글의 글씨체를 연구하는 한 회사의 대표인 석금호씨는 자손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타자기 수집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한글을 개발하다보니 한글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어요. 우리 후배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우리글인 한글을 앎으로써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타자기는 이런 제 생각을 반영하죠. 타자기를 모아서 한글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제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3. 포니 ∥, 현대자동차, 한국, 1982.
오래된 자동차들을 모으는 백중길씨 역시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하여 300여종이 넘는 500대 이상의 자동차들을 모았습니다. 스스로 ‘자동차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염두 해두고 있다는 백중길씨의 수집의 원칙은 ‘20년 이상 된 자동차들을 모으되, 반드시 주행 가능한 상태로 보관한다’는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타던 의전용 60년대 캐딜락 리무진, 80년대 시내버스와 데모진압차, 90년대 앰뷸런스까지 지속적으로 관리된 백중길씨의 수집품들은 자동차의 역사를 넘어 한국의 현대사를 대변해주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4. 베이비조던 운동화 수집품 이미지
한편 취미 혹은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수집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베이비 조던 운동화를 모으는 강인찬씨에게 수집은 ‘결코 완료되지 않는 미션’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를 위해 수집가는 인내를 갖고 인터넷 경매나 해외 수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운동화 수집을 이어갑니다. “단순히 돈으로 사는 것은 수집이 아닌 것 같아요. 깊이가 있어야죠. 100개를 한꺼번에 사서 그 사람에게 100개가 있다한들 그걸 수집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5. 스타벅스 텀블러 수집품 이미지
추형범씨는 스타벅스 텀블러가 각 나라와 지역, 시즌마다 다른 형태를 띠며 출시된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2005년부터 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자기만족을 위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텀블러 수집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시작점이 된다고 말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텀블러 수집가들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고 출장을 갔다 온 친구들이 선물하는 텀블러의 양도 꽤 돼요. 한번은 제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두 분께 일본에 가서 사온 사쿠라 텀블러를 사다 드렸어요. 너무 고맙다며 그 후로 대만, 미국 등등 그 분들께서는 외국의 텀블러를 구할 계기가 생길 때마다 제 것까지 챙겨주셨답니다. 정말 마음이 따듯해졌던 경험이었어요.”
6. 소니엔젤 수집품 이미지
일본어 선생님인 옥소예씨는 수집품을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사용합니다. 귀여운 남자아이 천사를 의미하는 피규어인 소니엔젤을 수집하고 있는데 이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소개함으로써 일본의 문화를 학습하게 하고 나아가 수집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도 하는 것입니다.
작가
<기억의 풍경>전에는 수집을 작업의 언어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함께하는데 이들에게도 수집은 각기 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습니다.
7. 손원경, 울버린 with stuff, 94.5 x 94.5 cm, 2009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구현모 작가의 작품은 일상과 예술이라는 양립하는 가치들 사이에 위치하는 수집의 다양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집한 장난감을 40여만 점 소장하고 있는 손원경은 작가이며 수집가입니다. 수집품의 이미지를 재배치하고 새롭게 구성한 그의 작품은 작품인 동시에 새로운 수집품이 되는데, 작가는 이렇게 스스로의 수집품을 채집, 조합하는 방식을 통해 수집품을 재생산해내며 수집의 영역을 넓혀나갑니다.
또한 개인의 소유물과 사회적 분류의 관계에 대한 작업 ‘핑크 & 블루 프로젝트’으로 잘 알려진 윤정미 작가는 수집을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하여 사회 문화적인 맥락 안에서 읽어내고자 합니다.
정직성 작가는 직접 걸으며 수집한 풍경의 요소들을 작가 고유의 질서로 재조합해 평면 위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작가의 시선으로 걸러낸 요소들을 주관적 질서에 따라 화면에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은 수집품과의 교감을 통해 수집목록을 완성해가는 수집가의 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일회용품들을 통해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현대인의 일회적 삶에 대해 고찰하는 안세은 작가의 작업에서도 수집은 작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입니다. 하지만 안세은 작가의 경우 수집의 행위가 작품과는 개별적으로 선행되며, 수집 행위 자체가 작품의 일부라는 점, 수집품의 이미지가 작가를 통해 변형되는 과정 없이 작품에 직접적으로 차용된다는 점에서 수집을 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8. 김윤호, 1000대의 버스 1-10, 1300 x 90cm, digital C-print, 2006-2007
1000대의 관광버스의 사진을 찍어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반복 정렬한 김윤호 작가는 수집된 버스의 이미지들을 통해 버스 디자인의 다양성을 압도하는 획일화된 행동 양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때 작가의 수집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직접적인 조형 요소로 활용되며 작가는 작품을 위해 수집품을 보정하고 배치해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수집해온 전시 도록과 카탈로그를 잘게 자르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한정림 작가의 작품에서 작가는 수집품을 변형, 조정하여 작품의 조형 요소로 활용합니다. 잘려진 오브제의 파편들은 존재 간 소통의 오류에 대한 언급이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바벨 안에서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됩니다.
9. 최은효, 영수증 롤, 40 x 40 x 130cm, 한지, 먹물, 화장지 걸이, 2007
이와 같이 수집품을 작품의 요소로 이용한 경우 작품의 내용면에서 수집은 수집의 차원을 넘어 작가의 이야기에 대한 암시와 은유가 됩니다. 최은효 작가의 수집은 보다 직접적으로 작가의 일상을 작품 안으로 들여놓는 매개입니다. 작가는 직접 사용한 영수증, 지도 등을 활용하여 현대도시의 일상을 추적하는데, 특이한 것은 쉽게 소비되고 소모된 일상의 흔적이 연필 소묘라는 전통적인 기법으로 부활한다는 것입니다. 작품에 사용된 수집품은 수집품의 재현인 셈인데, 일상의 부산물을 수집하고 그것을 다시 손으로 그리는 일련의 과정에서 지나간 시간과 누락되어 버리는 기억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참여작가 상세이력 붙임자료 참고)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 - 달콤쌉싸름한 기억
“기억의 풍경” 전시 기간 동안 캔디를 이용해 관람객의 기억이나 소중한 추억을 수치화하고 수집하는 프로젝트, “달콤쌉싸름한 기억”을 안세은 작가와 함께 진행합니다. 다양한 수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수집에 관한 여러 관점을 이해한 관람객들은 이제 스스로의 기억을 남기는 “달콤쌉싸름한 기억”에 참여하며 기억과 수집의 행위를 직접 경험합니다. 사람들의 가장 행복했던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과거의 순간들이 전시장의 벽면을 채우며 또 다른 수집의 풍경이 만들어집니다.
<달콤쌉싸름한 기억 Bittersweet memory>
기간 : 2010. 5. 19 - 6. 27 11:00-20:00
장소 : 아르코미술관 제 1전시실
참여방법 :
1. 가장 행복했던,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리며 그 기억을 구성하는 키워드가 적힌 캔디를 골라 나만의 기억으로 만든다.
2. 기억을 만든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다.
3. 사진과 캔디를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비닐 팩에 넣어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나머지 캔디는 소장한다.
4. 사람들의 참여가 모여 전시장 안에 새로운 수집의 풍경이 만들어진다.
수집가, 수집품 목록
*순서는 수집품 이름을 기준으로 정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