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프로그램

 

 
프랑스의 미술관의 국유화 정책과 큐레이터의 권한

 

조광석(미술평론가, 경기대 교수)

 

프랑스미술관 정책은 전반적으로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4 반 세기동안 Paris를 중심으로 미술관 건축 및 개축에서 정부의 일괄적인 문화정책과 그 실행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 관>이 자리잡고있는 조르주 뽕삐두센타의 완공 이후 보르도, 생뜨 에띠엔, 엑상프로방스, 니스 등에 현대미술관 개관은 프랑스에서 문화정책의 다양성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즉 과거의 프랑스문화정책 이 파리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비중이 중요하게 차지하고 있었으나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관의 있 어서 지방분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된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정책이 지역사회의 특성과 함께 미술관의 운영체계가 통일성을 유지하게된다. 그러한 통일성의 주요한 기반은 대부분 정부의 재정적 지 원아래 중앙과의 친밀한 협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주도의 문화정책은 중앙의 독선적 운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지난 40년간 문화를 담당해온 유능한 장관들에 의해 지속적이며 발전적인 정책수행 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미술관을 비롯하여 다른 문화 기관과의 공조체제가 잘 이루어지는 편이 다. 특히 조르주 뽕삐두가 수상시절 문화성 장관인 앙드레 말로의 미술관에 대한 관심은 남달리 컸으 며 프랑스와 미테랑 대통령시절 작끄 랑의 경우도 미술의 전반적인 황금기를 이루게된다.

역사의 증거를 제시하는 미술관
이두 장관 은 문화성 장관으로 10여 년 이상 재직하면서 정책의 일관적인 수행을 이루게된다. 특히 앙드레 말로 는 그의 저서 <상상 속의 미술관(Le Muse Imaginair1947)>에서 근대 미술관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 고 있다.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데 만족하지 않으며 문화와 자연에 대한 증거로서 제시하고자 한다'고 한다. 역사의 증거를 제시하는 미술관은 특정장르를 선호하거나 전반적인 유행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 이다. 이는 포괄적이면서도 이제가지 미술관들이 과시를 위한 작품 수집, 즉 약탈문화의 기본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으나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은 지역과 미술관이 위치하고있는 문화적 특성과의 결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술관 정책에 있어서 개별미술관의 특수성을 부여하고 중앙과의 공조 체제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파리에 집중되어있는 국립미술관의 경우 소장품에 따른 미술 간의 시대적 분리가 지난 40년간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체제를 본받은 지방 미술관의 개 관은 자연스럽게 국립미술관의 운영형식을 따르게되며 각각의 특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에 대한 일반의 이해와 수용은 아직도 많은 거리를 지니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현대미술관의 지방분산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첫 째 외형적으로는 문화행사의 파리 집중화를 억제하려는 의도이다. 이는 프랑스 내에서 음악이나 연극, 무용 등 많은 예술 행사가 파리중 심의 중앙집권적 행사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미술관은 다른 문화시설에 대비해 열악하였고 현 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다. 두 번째는 현대미술관의 축조는 이제까지 보수적이 며 과거 지향적인 미술관정책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시와 행사체제로 전환
미술관에서의 작품수집과 전시는 전통적으로 역사적 작품의 보관에 의미를 두고있었으나 서서히 전시와 행사체제로의 전환을 나타낸다. 그리고 세 번째는 현대 미술품 수집의 각도를 전환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미술작품의 수집은 보관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대부분 역사적 평가를 거친 후에 시도된다. 따라서 미술관에서 작품구입은 이미 상당한 가격을 지불해야하는 폐해가 있었다. 특히 80년대 초반부터 상승한 미술품가격 때문에 미술관에서 작품구입의 한계에 도달하게된다. 이와 같은 현대미술관 중심의 정책은 새로운 작가발굴과 그들의 잠재력을 함께 육성하면서 저렴하게 문화 행사를 유치하고 작품구입을 추구하게된다. 또한 현대미술관의 조성은 지방의 낡은 지역의 재건축과 지역의 활성화 미래지향적 문화의 지원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프랑스에서 현대미술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관심은 전후 계획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앞에서 언급 되었던 조르주 뽕삐두센타의 파리 중심가에 보브르지역에 재건축은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있으며 포스 트모던시대의 문화행정의 실험적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미술의 전당(Palais des Beaux-Arts)과 같은 전통적인 건축양식에 대비되는 현대미술관이 파리 중심가에 자리잡게되는 과정은 1967년부터 1977년 까지의 현대미술관개념에 대한 연구, 미래 미술관 象에 대한 계획과 모델이었다. 보브르 지역은 파리 중심가에 시청과 가깝게 자리하면서도 중앙 도매시장과 함께 재개발지역으로 손꼽히고있었다. 도심의 재개발에 대한 방법과 오랜 동안 상업구역이라는 특성이 지닌 인구집중 현상을 전환하고자하는 도시 계획과 파리라는 도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념물의 건축이 요구되고있었다.

문화정책의 계획성
발레리 지스카르뎅 대통령에 의해 오르세이驛이 19세기 미술관으로 개축, 프랑스와 미테랑 대통령에 의한 루브르광장 지하에 갤러리 건축 등 많은 시설물 증축에서도 문화정책의 계획성이 잘 나타난다. 특히 미테랑 대통령 재임시 건축하게되는 라데빵스의 Grand Arche와 바스티유의 오페라하우스, 국립 도서관, 루브르 피라미드 등의 기념비적 건축물들은 미술 뿐 아니라 문화전반의 계획을 잘 나타낸다.
이들을 건축하기 위해 많은 공청회를 거치게되면서 미술관과 그 건축물이 사람들에 관심을 끌게되고 민중의 요구를 주도하는 역할도 담당하게된다. 이를 계기로 작은 도시나 큰 도시나 미술관의 개관을 추진하게 된다. 즉 80년대에서 90년대 사이에 100여 곳의 미술관이 개관을 하게된다. 또한 파리 주변의 지방도시에 위치한 크고 작은 사립 미술관들의 국립화는 재정과 투자의 많은 도움을 주게된다. 이제가지 경제적인 원인에 의해 축소되었던 미술관들이 점차 활동을 확산하면서 많은 관객을 유치하게 된다. 베르사이유, 퐁뗀블로, 에쿠엥, 샹띠유 등 샤또를 중심으로 대형 미술관의 보수와 블론뉴-빌랑 꾸, 비트리, 이씨-레-무리노, 에쎈느 등의 소규모 현대미술관 개관은 지방과 국가와의 공조체제가 국가의 정책 아래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게된다. 이는 루브르나, 오르세이 미술관 앞에 늘어선 군중을 자기지역으로 이끌어보자는 의도도 포함되어있다. 작품수집에 있어서도 국가가 앞서 재정적 많은 도움을 주게되고 그 선례를 따라 지역에서의 후원자와 기증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문화적 성장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미술관 건설
   이러한 현상은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 일본 등의 경제대국에서 그들의 문화적 성장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미술관 건설을 추구하고 있는 현상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프랑스 경우 미술관 개관이 최근에 이루어진 현상은 아니다. 미술 작품의 전시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미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와 1세에 의한 퐁덴블로 건축, 메디치家의 마리에 의한 룩상브르그 갤러리의 루벤스 작품, 루이14세의 르 블렁의 작품 수집 등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특히 1750년 룩상브르그 갤러리에서 루벤스를 비롯한 96점의 작품이 최초로 대중에게 전시되게 되어 미술관의 대중화가 시작된다. 이후 대부분 정부주도의 작품 수집과 전시가 이루어지게 되고 계몽주의의 영향아래 민중의 정서 교육적 측면을 미술관에 부여한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이 현대미술관에 적용할 때는 공통의 정책수립과 여러 기관의 공조체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미술관운영계획에 대비하여 계획적인 정책의 수립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약20여 년이 된다. 전후 경제적 안정기반을 이룩한 후 미술관문화에서 관람객의 무관심과 그에 따른 재정적 위기를 인식하게됨으로써 경영의 전환을 연구하게 된다. 이는 지방의 대다수 미술관들이 재정적 적자로 인하여 전시체제가 점차 악화되고 문화주도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네델란드의 경우 입장료로서 이를 해결하려하였으나 결국 입장객의 감소로 인하여 경영은 마찬가지로 어렵게되었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의 개입은 적절한 조처였으며 미술관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하게된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정책의 입안보다는 새로운 미술관의 개관으로 개념을 제시하게된다. 그 계기가 조르주 뽕삐두센타의 <현대미술관> 운영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현대미술관>이라는 시대적 특성화와 작품 분류를 하며 그에 알맞은 큐러이터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각각 미술관의 시대별 전문화는 오르세이 미술관 개관과 루브르의 개축으로 인하여 성공적인 성과를 얻게된다. 이는 지방에 새로운 현대미술관의 개관에 많은 영향력을 주게된다.
 
  파리의 현대미술관에서의 영향력
프랑스 미술관 운영의 경우는 특수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가 사회주의적 노 선을 걷고있으며 80년대 사회당 정부에 의해 추진된 국유화 정책으로 미술관운영도 국립체제를 유지 하고 있다. 이는 국립 미술관 뿐 아니라 대부분 지방의 공립미술관, 사립미술관의 경영이 국가의 보조 없이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 개개의 미술관의 전시기획과 운영은 관장을 비롯하여 큐레이터의 책임 안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이들 운영자들의 문화적 역량을 신뢰 하고있으며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문화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리의 <현대미술관>에서의 영향력은 전시방식을 그대로 모방하거 나 같은 전시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의 시각으로 해석하여 유용할 수 있는 정책적 자유로움을 보장받음으로써 가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