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극제
제16회 대구연극제가 3월 6일부터 10일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예년보다
한달 일찍 개막된 올해 대구연극제에는 극단 여명과 레퍼토리, HMC,
달구벌 등 4개 극단이 참가, 경연을 벌였으며, 16일 발표되는 대상작은
올해 청주에서 열리는 제17회 전국연극제에 대구 대표로 참가한다.이번
연극제는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거쳐 전원 합의 형식으로 대상을 선정했으며,
심사위원으로는 연출가 김삼일씨와 원명수 계명대 교수, 이상우 영남대
교수 등 3명과 서울에서 활동중인 연극인 2명이 위촉됐다.구연극제는
사전에 희곡 심사를 마친 창작극들을 대상으로 하며, 참가극단들은 6일부터
차례로 이틀씩 공연했다. 심사위원들은 이중 둘째날 공연을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맨 처음 공연한 극단 여명은 사회적 혼란기인 60년대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세 가족의 얘기를 그린 「혈맥」을, 극단 레퍼토리는
폭력조직의 보스 이야기를 다룬 「남자충동」을 무대에 각각 올렸다.
또 극단 HMC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양면성을 들춰내면서
한 가족의 희생과 사랑,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오욕과 애증의 역사를
묘사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극단달구벌은 한 방송국 아나운서와
광부의 기구한 인연을 그린 「목소리」를 각각 공연했다.올해 대구연극제는
어느 해보다 참가 극단이 적어 축제분위기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참가 극단들을 단원외에 연극제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극단 소속 중견 연기자들을 대거 받아들여 출연진을 보완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주목받는 전시회
새봄이 시작되는 3월에 대구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전시회가 대구문예회관에서
열렸다. 그것은 지난 10일 개막된 「1999 대구현대미술가협회전」과
「영남도예작가 100인 초대전」 이다.대구현대미술가협회전은60.70년대
서울보다도 두드러진 활동상을 보이면서 현대미술운동의 메카로 명성을
드높였던 미술도시 대구의 자존심을 건 회원전. 회원 240명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대거 선보여 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로 국내 전위미술을 선도한
대구의 저력을 새삼 실감나게 했다.백미혜, 배태주씨 등의 평면회화에서
부터 최기득, 최병문, 이영구씨 등의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전시된
작품들은 감상에 상당한 상상력을 요구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시작중 장두일씨의 좧선사(先史)좩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그린 암각화를 보는 듯 했으며, 이영구씨의 여러 개의 쇠파이프로 연결된,
춤추는 모습의 일곱 사람은 인간의 자유롭고 싶은 그러나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보여줬다. 정태경씨의 작품은 중년의 남자를 가운데 두고 그
남자의 일상, 즉 텔레비젼과 냉장고, 식탁, 경매 기일 통지서 등을 사진으로
처리했다.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영남도예작가 100인 초대전은
장인의 고독하고 처절한 숨결이 배어난 전시회였다. 대구문예회관의
99년 첫 번째 기획전시로 대구와 고령, 경주, 문경 등 대구·경북지역에서
작업중인 도예가 100인을 초대했다.이 전시회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자기인
분청, 백자, 청화백자, 토기 등과 현대 조형자기에 이르기까지 도예의
다양한 모습을 총망라한 것으로 영남 도예의 맥을 짚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천한봉,
김정옥, 김복만, 백영규, 이경석, 김규현, 장철기, 최인철, 김동진,
김주일, 서기동씨 등의 도예작품 300여점과 소품들이 전시됐으며, 도자기의
실용화를 위해 출품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전시회
개막일인 3월 10일에는 대구문예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심포지움이 열려
정동훈 원광대 교수가 좧한국현대도예의 세계화 방안좩, 중요무형문화재
김정옥씨가 좧전통도자기의 맥좩 이란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김현옥씨의 현대무용+영화
무용과 영화를 접목하는 작업이 대구에서 시도됐다.현대무용가 김현옥씨(계명대
교수)가 안무, 출연하고 영화인들이 메가폰을 잡아 제작한 「현대무용과
영화의 만남」이 3월 25일 오후 7시 30분 대구 대백예술극장에서 열렸다.무용에
영화기법을 접목시킨 이번 시도는 무용의 대중성 확보에 기여하면서
새로운 예술장르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김씨는 지난해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 「비원」외에 「시나위 2000」「밤이여 나뉘어라」
등 3편을 선보였다. 이중 「비원」은 지난 96년 베를린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적이 있는 황철민씨(세종대 영화학과 교수)가 감독, 촬영을 맡은
작품. 윤이상씨의 배경음악에 대나무숲과 한옥, 우물, 정자 등을 화면에
끌어와 김현옥씨의 토쿄 공연을 접목시켰다. 「밤이여 나뉘어라」는
김씨가 지난 92년 뉴욕에서 「댄스 온 카메라」의 금상을 수상한 뒤
세계 24개국에 소개된 작품으로 윤이상의 곡을 안무해 영화화했다. 좧시나위
2000좩은 김씨가 안무와 감독을 직접한 작품으로 호주 피나클 사막을
배경으로 한단계 승화된 인간정신세계를 표현했다.김씨는 이날 자신의
작품 발표 뒤 관객과 무용과 영화의 접목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판소리로 만나는 유관순 열사
창작 판소리 「유관순 열사가」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공연됐다.대구박물관과
영남판소리연구회는 3·1절 80주년을 기념해 3월 13일 박물관 강당에서
개최한 「대구시민을 위한 판소리 공연」에서는 정순임의 소리로 「유관순
열사가」를 비롯해 가야금 병창과 단가, 남도민요 등이 연주됐다. 「유관순
열사가」는 해방을 전후해 당시 국창으로 불렸던 박동실이 만들어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가 6·25때 납북돼 정확한 창작연대는 불명확하다.
공연시간이 1시간 20분인 이 노래는 단일작품이 아니라 이준열사가,
안중근열사가, 윤봉길열사가 등 여러명의 소리꾼들이 엮은 소리들이
모아져 열사가라는 이름아래 한바탕으로 공연되곤 했다.이번 공연에서
유관순 열사가를 부른 정순임은 목포에서 태어나 7세부터 어머니에게
소리를 배웠으며, 정응민 선생으로부터 춘향가를 전수한 뒤 오정숙,
정광수 등을 사사했다.이 자리에서는 또 무형문화재 가야금 병창 이수자
정경옥의 가야금병창과 96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대상을 받은 대구의
주윤숙 명창의 남도민요도 들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