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현장
20세기 음악축제
한상우(음악평론가)
엿새간의 20세기 음악축제 앙상블의 예술적 즐거움
음악에서 특히 실내악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실내악이야 말로 가장 진실하고 겸허하며
어떤 화려한 외적 포장도 실내악은 받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음악예술의 가장 진솔한 모습을 맛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내악의 묘미를
터득해야 한다. 그러나 실내악이 실내악 본래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내악에 참여하는 연주가들의 연주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야 하고 이들이 앙상블의 예술적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고 진한 앙상블을 이루어야 한다. 독주에 자신이 없어
실내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주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실내악 운동에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연주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햇을 때 실내악은 제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10년의 연륜을 쌓아 올리면서 줄기차게 실내악 운동을 펼쳐온 한국페스티발
앙상블의 작업은 이땅에 실내악의 꽃을 활짝 피게한 최대의 공로자라
하겠다. 피아니스트 박은희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페스티발앙상블은 40여명의
중견 단원들이 다양한 실내악 무대를 만들고 있는데 다른 음악
구릅에서는 할수 없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려 정신문화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2월 22일 부터 일주일간 한국페스티발앙상블홀에서 있었던 20세기 음악축제 였다. 특히 20세기의 막바지에서 경험하게되는 20세기 음악축제는 특별한 감회를 느끼게 했고 올해가 1999년인 점을 감안해서 1909년부터 19년, 29년 39년으로 이어지는 10년 주기의 작품들 즉 쇤베르크, 시벨리우스, 스트라빈스키, 메시앙, 바르토크, 힌데미트, 펜데레츠키, 케이지 등 20세기 거장들의 실내악곡을 집중 조명함으로서 아주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가능케 했다. 한국의 음악 애호가들은 아직도 후기 낭만에서 머무는 경향이 있어 20세기 음악이 주는 특별한 감흥을 맛보지 못하고 있는데 20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집중적으로 100년간의 음악을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는 것은 연주가와 감상자 모두에게 뜻있는 시간이었다고 하겠다.
20세기 음악 순례에는 1979년에 백병동,
1989년에 구본우, 1999년에 김승근과 박은회 등 4인의 한국 작곡가
작품이 연주 되었고 김승근의 현악 4중주는 초연작품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축제의 최대의 관심은 마지막날의 무대를 장식한 이강율의
음악세계라는 주제의 창작 발표회였다. 서울음대 교수인 작곡가
이강율의 새로운 창작품만을 연주한 이날은 신태호시의 노송,
유자효시의 이 세상의 어버이와 아들 딸에게, 김삼환시의 다도해 등
신작 가곡 3편이 바리톤 장유상의 노래로 발표되었고 이어서 5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8중주곡 하루 가 장윤성의 지휘와 한국페스티발앙상블 단원들의
연주로 초연 되었다. 3개의 가곡은 물론 현대적 기법에의한 자유로운
표현양식속에 한국적 얼이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분위기 였는데
그러나 결코 난해하지 않는 음악적 틀을 유지함으로서 대중적 공감도에
접근하고 있었다. 현악 5부에 피아노, 풀륫, 클라리넷이 포함된
8중주곡 하루는 새벽, 아침, 낮, 석양, 밤 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긴
작품이었는데 현대적 작곡 기법과 묘사적 어법이 어우러져 청중들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음악속에 빠져들게 했다. 어찌생각하면 하루는
우리들 인생의 축소판으로도 볼수 있다는 점에서 작곡가 이강율은
삶의 경험들을 음악속에 담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실내악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극대화를 통해 다양한 표출력의 맛을 나누게 했다. 8중주에서
지휘자가 필요했다는 것은 현대음악이 가지고 있는 즉흥성과 우연성
그리고 세밀한 리듬분활등 아주 작은 감각적 울림에 이르기 까지 전체를
끌고갈 리더가 있어야 했기 때문인데 이처럼 실내악으로 구체적인 표제를
다루는 경우는 흔한 시도가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