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미술
현대미술과 현대미술관
조광석(미술평론가, 경기대학교 교수)
일반인들 뿐 아니라 미술계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우리의 문화적 위상을 대표할 수 있는 공공기관으로서 미술에 대한, 특히 현재 우리시대의 미술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기관으로서의 기대이다.그러나 국가주도의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때로는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전시구성을 벗어나기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그렇지만 미술관의 조성은 그 출발에서부터 보수적 체제를 대변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특히 국가주도의 미술관을 흔히 미술작품의 무덤으로 표현하고 있다.그곳에 작품이 소장되면 좀처럼 밖으로 나와 시중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술관에 작품의 소장은 작품에 대해 역사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세속적인 것과 분리하는 규준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현대미술관은 문화적 우수성과 경제력의 과시와 대중교육을 목표로 하며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적 이데올로기를 제시하기도 한다.그러나 작품의 소장은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 기대보다는 항상 축소하여야하기도 하며 운영자에 따라 편파적일 수도 있다.그리고 작품의 보관과 전시라는 미술관 체제는 작품의 해석을 고착화시키는 경향마저 나타난다. 한편 개인 미술관이나 상업화랑에서처럼 순발력 있는 전시들과는 차별화 된 모습을 제시하면서도 보수적 전통성을 유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대는 전시를 주관하는 큐레이터에 의해서 제시되는 전시의 내용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국림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과 「독일순회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크고 작은 전시를 자주 구성하고 있다. 그 전시가 모두다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때로는 흥미를 돋우는 전시를 보게된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하나는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젊은 모색 98전(이하 '젊은 모색전')>과 <한국 현대미술 독일순회전 귀국전(이하 '독일 순회전')>이다. 이 두 전시는 현대미술관이 새로 발굴하는 작가들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기성작품들로 각각 구성되어있다. 두 전시의 기획은 보수적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전시들에서 여러 공통점을 발견하게된다. 각기 다른 연배의 작가들과 그들의 시각 표현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들은 우리들이 지니고있는 감성의 유사성이다. 그 감성을 특정한 언어로 지적할 수는 없지만 작품의 내용들에서 나타나듯이 작가의 주관적 체험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보편적 사유처럼 제시한다. 따라서 작가의 사적 범주와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게된다. 이 전시들이 우리전체 미술계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공통성은 우리시대에 많은 작가들이 지니고있는 우리 현대 작품에 대한 시각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또한 이들 작품에서 대부분 주제는 현대인의 일상적 미의식을 전제로 작품을 제시하며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간직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젊은작가들의 방법적 변화는 작품해석의 범주 확장 일반적으로 우리들 작품 대부분이 작가의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면서 표현 방식은 소재 중심적이며 의미체들을 복잡하게 제시하는 현상을 보게된다. 그리고 두 전시의 다른 작가군에서 나타나듯이 작가들의 연배차이는 표현형식의 차별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우리 현대미술이 안고있는 근본적인 해결과제이며 장점이라 본다. 또한 전통적 문화와 외래문화가 충돌하고있는 현장에 위치한 우리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우리의 문화를 상대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흔히 접하게된다. <독일 순회전>의 경우 자체평가에서 독일 현지의 반응을 강조하는 점도 그러한 현상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들 작품에서 우리특유의 소재적 특성을 보여주는 점이 서구인들에게 어떻게 보여주었을까?가 궁금하다. 이는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다른 것으로 인식되었을 경우와 표현 방식의 유사성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들의 방법적 변화 <독일 순회전>에서 대부분 국제적 수준의 작품을 제시한다. 특히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전수천, 강익중, 이형우의 작품은 대외적으로 이미 선보였던 작가들이기 때문에 우리작품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좀더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중심의 소재가 서구에 보여주는 형식을 발견하게된다. 강용면의 '역사의 기원 95-12', 전수천의 '소리', 조덕현의 '20세기의 추억' 등에서 나타나는 한국적 이미지는 우리의 정서가 형식적으로 제시되고 있음을 보게된다. <젊은 모색전>에서는 한국적 소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한국화 된 이미지들이다. 즉 개방된 사회에서 현대성은 문화의 차별성을 제거해 과거 문화적 유산과 상관없는 스스로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고낙범의 서구 인물들의 초상, 이윰, 김천수의 비디오 퍼포먼스, 전용석의 일상적 도시의 풍경, 홍수자의 스스로 고치를 짜고있는 웨딩드레스의 신부와 그 품에 안긴 신랑, 김성남의 고전적 육체, 이러한 이미지들는 우리의 일상과 제작되어진 현상들의 양면성을 보게 한다. 우리가 흔히 미술관에서 접할 수 있는 작품들 같이 보편화된 표현 방식을 차용하지만 그 구조는 일상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젊은 작가들에게서 방법적인 변화는 작품해석의 범주를 확장시키고 있다.
전통과 권위를 파괴하는 '현대미술'수용 필요한 때 현대미술은 미술 자체의 경험적 실체를 구성적 단위로 분화시킨 상태이고, 이 단위들은 상호관계의 체계로 조직되어지며, 또 이 체계들은 그것들의 가능한 조합이 지배하는 어떤 법칙을 다루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예술언어는 인간정신의 보편적 언어일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진다. 따라서 현대미술작품은 질료의 고정화가 아닌 의식흐름의 단편들이라 볼 수 있다. 이 전시들을 통해서 미술관 문화는 모더니스트들처럼 그 문화자체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와 스스로의 파괴를 전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제까지의 미술관 체제이지만 좀더 큰 기대를 요구하고싶다. 즉 현대미술관은 새로운 세력에 의해 전통과 권위를 파괴하는 '현대미술'을 수용하여야할 뿐 아니라 '현대'라는 새로운 생산방식과 소비양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나타나는 유동성을 수용,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