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프로그램 |
일본 공연장의 운영실태와 정책방향
이흥재(한국문화정책개발원, 수석연구원)
예술창조 단체와 공공문화시설 예술가와 관련된 예술조직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사적으로 예술의 미학적 가치실현을 지향하는 예술창조단체(art company)이며, 다른 하나는 공적으로 제도화된 형태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실현을 지향하는 공공문화시설(institution)이다. 원래 인스티튜션(institution)이란 "제도, 공공시설, 기관"이라는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어떤 제도에 입각해서 전문스탭을 두고 공공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내지는 그런 기관의 활동거점시설"로 정의할 수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인스티튜션으로는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와 의료기관으로서의 병원을 들 수 있다. 예술분야에서는 일본의 경우, 박물관법에 따라 그 목적이나 전문적 스탭(학예원)의 설치를 규정받은 미술관이 그에 해당된다. 흔히 문화시설이라고 하면 시설건축물인 하드웨어를 떠올리기 쉬운데, 활동거점으로서의 공공문화시설은 여기에서 말하는 인스티튜션의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공공문화시설은 정의에서 나타난 것처럼 비영리를 목적으로한다. 예술창조단체는 사적인 활동이므로 브로드웨이나 일부의 대중음악단체와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도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의 예술창조단체는 일정한 예술이념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조직이다. 또한 공공문화시설이 반드시 국공립문화시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에도 주의해야한다. 비영리법인제도가 확립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공공문화시설이 민간조직이며, 유럽의 경우는 법적으로는 국공립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간예술단체가 계약에 의해 공공문화시설로 활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공홀의 실태 및 경영상황 일본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말하는 인스티튜션에 해당하는 공공문화시설은 미술관을 제외하면 현재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에는 소위 공공홀이라고 하는 전문적인 스탭을 소유하지 않는 문화시설과, 예술창조단체 보다는 제도화되어 있지만 자신의 활동거점 시설을 갖지 못한 오케스트라가 있다. 일본의 극장 . 홀 수는 1995년도에는 전국에 2,121관(공립은 1,827관)이 존재하는데, 80년대에 약 700관, 90년대의 5년간에 약 450관이 개설되기에 이르렀다. 이 수많은 공공홀들의 운영현황을 총무청 행정감찰국이 1995년말에 발표한 『예술문화의 진흥에 관한 행정감찰결과 보고서』를 통해 보면, 1993년말 현재 공공홀의 연간 평균 이용일수는 201일이다. 이용 내용을 보면, 예술문화관련이 68%, 각종 대회 . 강연 . 연수 등 기타가 32%로 나타났다. 이용 형태별로 보면, 직접 기획하고 운영에 책임을 지는 「자주사업」이 평균 연간12일이며, 나머지는 「대관」사업으로 되어 있다. 자주사업에 의한 이용이 적은 이유는 ① 직영인 경우, 직원이 2-3년마다 이동하기 때문에 자주사업을 기획하는 전문직원을 육성할 수 없고, ② 재단운영을 포함해서 인재육성시스템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며, ③ 자주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이 적기때문이라고 이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문화시설의 평균직원수는 직영의 경우는 13.5명(전임 9.6명), 재단운영의 경우는 17명(전임 15.7명)이다. 즉, 숫자는 많으나 주로 자주사업보다는 대관사업 중심으로 운영되며, 직원의 전문성 결여와 자주재정의 부족이 운영상의 걸림돌인 것이다. 그 밖에 인스티튜션과 관련해서 문화청의 {일본의 예술문화의 동향에 관한 조사}(1993년, 민간홀도 포함)에 의하면, 홀의 용도는 「다목적홀」이 92%, 전용홀이 7%이다. 타관과의 제휴에 대해서는 경험율이 23%이고 제휴처는 지방공공단체의 홀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제휴하고 싶은 기획은 「공동기획콘서트의 순회공연」이 66%, 「연극오페라의 순회」가 38%, 「해외아티스트초빙」이 29%였다
자주운영과 위탁운영 공공홀을 자주적으로 운영하는가, 위탁운영하는가
하는 점이 운영상의 효과와 관련해 관심의 대상이다. 일본의 홀 운영에
관한 자료는 1995년에 통상성이 실시한 특정서비스업 실태조사에서 민간극장(대여
홀도 포함)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서 운영형태별로
크게 「자주운영」과 「국가 . 지방공공단체로부터의 관리 . 운영위탁」으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자주운영(200개사업소)의 69%는 회사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데 반해서, 위탁운영(362개사업소)은 89%가 법인이라는
점에서 위탁운영은 바로 재단운영형 공공홀이라고 보아도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통상산업대신관방조사통계부의 『95년
특정 서비스산업 실태조사 보고서:극장편』을 토대로 자주운영과
위탁운영을 하는 극장을 비교해서 경영실태를 개관하기로
한다. 우선, 업무개시 시기를 살펴보면 자주운영의 극장중
1975년 이후에 개설된 것이 50% 정도이지만 64년 이전에도 30% 정도가
개설된 것에 반해서, 위탁운영의 시설에서는 75년 이후의 개설이 70%를
차지한다. 또한 좌석수 규모별로 보면 자주운영에서는 500석 미만의
비교적 소규모인 극장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위탁운영은
1000석 이상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500석 미만은 약 10%밖에
되지 않는다. 연간 매출액을 살펴보면 한 사업당 자주운영이
약 5억 8400만엔인데 위탁운영은 약 1억 1200만엔으로서 1/5이하이다.
특히 연극공연에 의한 매출액을 보면 자주운영 극장이 약 3억엔(이중
93%가 입장료수입)인 반면, 위탁운영은 약 1,500만엔(이중 입장료 수입은
45%이며 나머지는 임대수입), 연극이외의 공연수입을 포함해도
약 5,900만엔(이중 입장료 수입은 32%)이다. 그 외에
'기타 매출'이 자주운영에서 2억엔 이상, 위탁운영에서도 5,000만엔
이상인데 그 내용은 이 조사에서는 불분명하다. 또한 연간
총수입에는 이들 매출(사업수입)외에 기부, 조성금 및 보조금
등의 수입이 있다. 자주운영을 하는 극장의 경우는 그러한 수입이 있다고
대답한 곳은 전체의 약 20%이며 금액도 총합계가 108억엔인데 반해서,
위탁운영의 시설에서는 90% 이상이 있다고 대답했고 금액도 총합계가
500억엔에 가까운 액수이다. 평균적인 수입분포를 보면,
위탁운영시설의 경우 기부 및 보조금 수입이 약 56%, 기타
식당매점수입이 22%, 대관수입이 약 16%, 입장료 수입이
약 6%로 구성된다. 한편 자주공연극장의 경우는 입장료 수입이 48%,
기타 식당매점등의 수입이 38%, 기부나 보조금이 8%, 기타가 대관수입이
6%이다. 또한, 1개 사업당 지출액(연간 영업비용)을
살펴보면 인건비(급여 지급총액)는 자주운영이 약 1억 1500만엔이며
위탁운영은 약 8,000만엔이다. 제작비나 공연료의 경우는 자주운영이
1억 9천만엔을 충당하는 데 반해서 위탁운은 약 2,500만엔
밖에 들지 않는다. 결국 이와 같이 위탁운영을 하는 극장(재단운영형
공공홀)들은 극장 즉 연극제작 . 공연장이라기 보다는 다목적인
대관사업을 기부나 보조금(실제는 거의 대부분이 공공 보조금)에
의존하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경영상의 고민: 하드와 예술가 집단의 연결 시설은 훌륭해도 전문스탭과
제작 . 공연예산이 거의 없는 일본의 공공홀도 문제이고, 법인격이나
공공지원면에서는 부분적으로 제도화 되어있지만 활동거점을
갖지 못한 일본의 오케스트라의 경우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 학자들이나 관계자들이 공공문화시설의 활성화를 논의할
때는 대개 공공홀의 소프트면을 강화해서 이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 에 중점을 두고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의 공공문화시설 성립 역사를 보면 그것은 오히려 예술조직으로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럽에서 오케스트라는 궁정이나
교회에서 활동한 연주가들을 시민계급이 중심이 되어 연주장소를 마련해서
불러 모으고 연주회를 조직함으로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즉 홀은
음악가들을 궁정이나 교회의 봉사자로부터 시민사회의 봉사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서 존재했던 것이다. 연극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달라서 중세부터 르네상스에 걸쳐서 순회공연단으로
활동하다가 근대에 들어서 제도화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루이왕조는
모리에르극단을 코미디프랑세즈(Comedie-Francaise: 프랑스국립극장,
및 그 소속극단)로 왕립극단화 하고, 그것이 시민혁명 후에도
공화국의 영광을 나타내는 국립극장으로 계승했다. 그렇지만 금세기에
들어서 여러 실험적인 연극이 일정한 시기를 거쳐서 제도화되어 공공극장이
된 예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미국의 지역극장은 1950년대부터 60년대에
걸쳐서 지역의 무대예술의 육성과 지역의 문화적 생활향상을 목적으로
포드재단의 조성을 얻어서 설립된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그때까지
특정의 연극이념하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여러 극단이
영화나 TV의 출연으로 경제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재편성되어
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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