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프로그램 |
정부와 민간의 효율적인 분업체계
장 원 재 런던대학 로열헐러웨이칼리지 연극과
박사과정
세계 제 1의 연극도시
민간 극장, 지속적 이윤의 창출 민간 상업극장을 움직이는 핵심주체는 프로듀서다. 이들은 연극을 '기타공산품보다는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끊임없이 판매하여 이익을 남겨야 하는 상품'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프로듀서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지속적인 이익의 창출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작품의 성공이란 경제적 성공을 의미한다. 뮤지컬은 대규모의 자본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장르이므로,'물건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할 경우'엄청난 재정적 손실과 회사의 파산이라는 위험부담을 감수하여야 한다. 한 번의 흥행 대실패는 프로듀서의 능력과 신용도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는 대재앙이다. 프로듀서에게 기업가적인 경영마인드 외에 예술가적 안목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뮤지컬 제작에 있어서 예술적 완성도는 핵심논의의 대상이 아니며, 예술적 논의는 보다 나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적 차원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웨스트 앤드 뮤지컬의 예술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연기력이나 무대장치, 배우들의 가창력 등이 상당수준에 도달해 있지 않는 한, 불특정 다수의 관객으로부터 지속적인 호응을 받는다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관객들로부터 지속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는 한, 대규모 투자를 통한 대규모 이익의 창출이라는 뮤지컬의 제작의의를 실현할 길은 없다.민간소유 공공극장은 웨스트앤드극장 중에서 비상업적 연극을 공연하는 극장을 말한다. 민간소유 상업극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관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흥행수입 외에 민간단체나 기업으로부터 스폰서를 받아 수지타산을 맞춘다. 근현대의 화제작들을 주로 공연하는 개릭극장이나 18~19세기의 고전과 근현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윈드햄극장, 평론가들로부터 '국립문예극장'이라는 명예로운 별칭을 부여받은 로열코트극장 등이 대표적인 민간소유 공공극장들이다. 위 극장들은 뮤지컬을 공연하지 않는다. 극장의 이미지 관리에도 문제가 있고, 본질적으로 상업적 장르인 뮤지컬을 공연하면서 사회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민간소유 공공극장 중 가장 괄목할 성과를 올린 곳은 로열코트극장이다. 로열코트극장은 1956년 개관 당시부터 '새로운 극작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연극적 성과를 무대화한다'는확고한 기치를 내걸고 공연 레퍼터리를 선정 해왔다. 전후 영국연극의 새 장을 열었다는 존 오스본의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를 비롯, 아놀드 웨스커, 데이빗 헤어, 에드워드 본드, 데이빗 에드거, 카릴 처질 등이 로열코트극장을 통해 신작을 발표하고 극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베케트나 이오네스코, 숀 오케이시의 말년 작들은 물론, 소잉카나 무스타파 마츄라, 아돌프만 등의 제3세계 극작가들도 로열코트 무대를 통해 유럽에 알려졌다. 피터 부룩의 문제작 <마하바라타>의 초연 무대도 로열코트극장인데, 아홉시간이 좀 넘게 걸리는 이 공연의 문화적 의의를 인정하고 기꺼이 무대를 내 준 극장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로서는 하나의 경이였다. 로열코트극장은 1980년대 초반 웨스트앤드의 듀크 오브 요크극장을 인수, 공연 레퍼터리 중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을 이곳에서 장기 공연하는 이원집정체제를 완성하였다. 최근 소유 주체가 바뀐 올드 빅 극장의 향배도 주목의 대상이다. 한 때 국립극장으로 쓰이다 민간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갔었던 이 유서깊은 극장은, 소유주가 누적 적자를 견디다 못해 건물을 다른 용도로 개조한 뒤 매각할 예정이라고 발표,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연극 평론가와 연출자, 배우들은 '올드 빅 살리기 협의회'조직, 전방위적 캠페인을 전개한 끝에 '유서깊은 극장을 본래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최선의 방안'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올드 빅은 현재 연극인들이 중심이 되고 각종 사회단체가 참여한 콘소시엄 형태의 법인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극장의 소유권을 인수하고, 연출가 피터 홀에게 극장운영의 전권을 위임한 상태이다. 자본과 상업논리에서 한발짝 물러선 이 초유의 실험이 과연 얼마만한 연극적 성취를 일궈낼 수 있을런지를 런던연극계 전체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공극장, 연극을 상품이 아닌 문화적
공공재로 인식 정부단체 소유의 공공극장은 테임즈 강 둑에 자리잡은 국립극장과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의 런던 본기지인 바비칸 센타 등이 있다. 정부단체 소유 극장의 특징은 연극을 문화적 상품이 아닌 문화적 공공재로 보고 공연을 제작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극장은 민간극장들에 비해 입장료를 낮게 책정한다. 그리고, 민간극장으로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고전이나 대작들을 주로 공연한다. 연극 교과서에 언급되는 역사적인 작품들을 런던에서 심심찮게 관람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단체 소유의 극장을 움직이는 핵심주체는 예술감독이다. 예술감독은 작품의 선정과 기획, 연출가 선정과 배우들의 오디션에 이르기까지연극 제작과 관련된 제반 업무를 모두 관장한다. 프로듀서에게는 대차대조표라는 성적표가 있지만, 예술감독에게는 예술평가위원회라는 준엄한 판관이 있다. 연극평론가, 관객대표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와 사회 문화적 공연의의에 초점을 맞추고 예술감독의 작업을 평가한다.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된 압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예술감독은 자신의 명예와 신용을 담보로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는 것이다. '실패한 작품'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작품에 참여한 연출가나 배우들의 예술적 신뢰도에 금이 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은 물론, 작품의 제작 지휘를 맡은 예술감독의 안목 자체가 불신임 받았다는 뜻임으로 그 파장이 적지 않다. 정부소유 공공극장에도 나름대로의 냉혹한 경쟁논리가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 기능과 역할의 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