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프로그램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변화와 향후 방안 / 문화산업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화두는 문화경제의 활성화

박 양 우  / 청와대 교육문화 비서실 문화관광행정관
과연 「국민의 정부」의 문화정책, 문화산업정책은 있는가? 있다면 과거 정부의 그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 차이는 수긍할 만한 의미가 있고, 그 정책은 잘 추진되고 있는가? 국민의 큰 기대속에 출범한 현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이같은 질문이나 비판 목록을 작성한다면 과거 정부와 비교하여 결코 그 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정책’은 으례 그런 것이다.

정당과 정책 정당정치가 발달한 구미에서는 정부의 제반 정책은 정당의 이념이나 철학으로부터  출발한다. 문화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97년 5월 영국의 현집권당인 노동당이 순수 노동당의 정치이념을 수정하고 보수당의 이념 일부를 수용하여 ‘신노동당’의 기치 아래 집권했듯이 최근들어 각 정당간에 이념적 색채가 상당히 완화되거나 상호 중첩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되지만 아직도 각 정당이 발표하는 정강의 행간을 보면 그 밑바탕에 정치이념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예컨데 영국 보수당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옹호하며 자유적·분권적 가치를 지향한다면, 노동당은 사회주의적  필요성을 강조하며 평등적·집권적  가치를 선호하는 따위 같은 것이다.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많이 다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정치학자의  몫이겠지만 정당정치의 역사가 길지 않고 정치이념이나  철학보다는 보스또는 지역중심으로 정당의 부침(浮沈)이 있어 온 우리네 정치사에서 각 정당간에 뚜렷히 구별되는 정강(政綱)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문화정책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이같은 배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 정부]의 문화정책 작년 2월에 출범한「국민의 정부」의 문화정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작년 4월 17일 대통령께 보고한 ’98년도 문화관광부 업무계획의 주요  타이틀만을 언뜻 보면 과거 정부의 문화정책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2차세계대전 이후 서구의 여러나라가  금과옥조처럼 내세웠던 이른바 문화정책의 2대 목표인 문화창작력 제고 enhancing 와  문화향수권 확대 spreading 는 40년이 지난 80년대까지 거의 모든 국가의 문화정책을 관통하는 큰 두 기둥으로 불멸의 힘을 과시하여 왔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에 들어 문화예술의 경제적·산업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문화경제·문화산업의 육성이 문화정책의 선도적 목표로 부상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 대체적인 세계 문화정책의 흐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우리 경우도 거기서 예외일 수 없다.

 크게 보아 현정부의 문화정책은 이 세가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현 정부의 문화정책이 과거처럼 문화정책의 이른바 3대 목표를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니고, 이전 정부와는 다른 확실한 방향성에 기초를 두고 있는 점이다. 곧 현정부의 통치철학이 분명히 존재하며 문화정책은 이 정치철학에 기반을 두고 체계적인 얼개위에서 수립·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현정부의 정치이념 또는 모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으나 국정지표, 국정과제, 취임사 등에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정치적 의지의  편린을 유추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취임사에서 통치철학의 단서를 찾고자 하는데, 취임사의 맥을 이끄는 핵심적 이념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이 아닌가 싶다. 「국민의 정부」의 문화정책은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보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이라는 통치이념이 현정부의 문화정책에 직접 실현되었느냐에 대한 논란이 없을 수 없겠으나, 적어도 현 정부가 출범초인 작년에 문화예술활동에 대해 규제 대신 자율성을 우선하고, 문화산업·관광산업의 경제효과 극대화를 문화정책의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했던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작년 4월 17일 문화관광부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시 김대중 대통령이 문화예술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발전한다고 강조하며, 우리 문화예술계의 애로점과 도움이 필요한 것을 파악하여 조치하도록 지시한데서 알 수 있듯이 문화예술의 자율적 진흥은 현 정부의 주요 문화정책의 테마라고 하겠다. 이같은 인식하에 정부는 작년에만도 공연자 등록제 및 공연대본 사전심사제 폐지 등 143건의 규제를 폐지하였고, 비디오 사전심의제를 등급심사제로 전환하는 등 61건을 개선하였으며, 71건에 대해서는 법령 개정 등 지속적인 개혁 작업을 추진 중으로 과거 정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문화·관광분야 전반에 자율적 분위기를 조성하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몇몇 분야에서 개혁이 미진한 면이 지적되기도 하나 지난 일년이 개혁의 완성시점이 아니라 출발점이었고 또 초석을 까는 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말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국민의 정부」 첫 일년의 문화정책의 화두는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의 육성, 문화정책학 용어로 문화경제의 활성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곧 철저하게 경제마인드에 입각한 문화산업 정책의 진흥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년의 문화산업정책 자꾸 통치이념이니 대통령이니 하여 문화와는 썩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용어를 쓰는 것 같아 필자로서도 그리 흔쾌한 것은 아니나, 구태여 정책학자의 정의를 빌지 않더라도 정책이란 것이 정부기관의 공식적 방침이고 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의 정책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 문화산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어떠했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 좋을성 싶다. 
다시 지난 해 2월 취임사와 4월 업무보고로 돌아가 보자. 김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화산업을 21세기의 기간산업으로 명명하고, 관광산업·회의체산업·영상산업·문화적 특산품 등을 부(富)의 보고(寶庫)라며 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4월 업무보고시 제일성으로 영상산업이 21세기 정보화·멀티미디어 시대를 선도할 전략적 산업으로 이의 진흥을 위해 계속 노력해 주도록 당부하였다. 나아가 7월 2일 문화관광부 국정과제 보고시 문화관광부는 21세기를 담당하는 부처라며 문화관광부의 역할에 대해 큰 기대를 표시하고  영상·애니메이션·출판 등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하였다. 앞서 말한대로 현 정부의 문화정책의 최우선은 문화·관광산업의 진흥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번 호의 특집주제인 문화산업에 초점을 맞추어 지난 1년의 문화산업정책을 반추해 보고 항을 바꾸어 금년의 정책방향을 개관해 보기로 하자.
 
 정부는 업무보고에서 밝힌대로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는 문화〔지식·관광〕산업의 기간산업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첨단 영상산업과 출판산업의 중점 육성’을 중점추진과제로, 통합방송법 제정 등 선진 방송체제 구축·고부가가치의 문화상품화·문화산업 재원조성을 일반시책으로 삼아 지난 한 해 문화산업 시책을 펴왔다.그 중에서도 올해 1월 7일 국회를 통과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의 제정은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로 기록될만 하다. 문화산업의 국가기간산업화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하는 문화산업의 기본법 때문이다. 이 법이 제정됨으로써 문화산업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창업지원·기반시설 확충·문화 산업 단지 조성·문화진흥기금의 조성·각종 세제금융 지원 등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문화산업 조성은 구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재원의 확보가 정책 성패의 관건임을 경험이 증명한다. 문화산업진흥 재원으로 턱없이 부족하지만 문화산업진흥 국고예산이    ’98년 168억원에서 ’99년도에 48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것도 예전에 생각할 수 없는 정책적 배려의 결과이다. 나아가 2003년까지 문화산업진흥기금 5,000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야무지기까지 하다. 결국 이 지난(至難)한 기금 확보에 한국 문화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애니메이션·음반·영화·방송영상산업을 5대 전략분야로 선정하여 중점 지원하겠다던 계획은 큰 의욕에 비해 절반의 성공이라고나 할까. 지난 1년간 정부는 문화산업의 소프트웨어를 담을 하드웨어 기반 조성에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벤처영상센터 개관·춘천만화이미지정보센터 건립 지원·종합영상지원센터 조성 지원 등이 그것이다. 대통령께서 관심이 많은 영상산업에 대한 재원지원도 과거보다는 활발한 편이었다. 벤처영상투자조합과 미래영상전문투자조합의 설립, 만화·만화영상물·게임 제작지원, 영화·음반·비디오·게임·만화 등의 국제교류활동 지원 등 이전부터 시행해 오던 지원사업들을 확대한 것이다.재작년 말의 외환위기로 야기된 출판계의 위기극복을 위해 문예진흥기금 200억원 등 500억원의 긴급지원 조치를 취한 것도 재빠른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문화산업정책 방향정부의 ’99년도 문화산업정책은 ’98년과 궤를 같이 하되, 훨씬 강력한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정부는 올해의 5대 국정지표에 ‘문화관광의 진흥’항목을 설정하였고, 이에 부응하여 문화관광부는 올 2월 대통령께 보고한  ’99년도 주요업무계획에서 문화산업을 21세기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강한 정책의지와 방향을 밝혔다.올해의 문화산업정책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문화산업발전의 기본전략을 수립하여 정책의 체계화와 예측 가능성을 높힌 점과 공예산업과 디자인산업을 전략부문에 추가하여 문화산업 육성의 영역확대와 내실화를 기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문화산업 발전 기본전략은 작년의 정책들을 포괄하되 이를 체계화시켰다고 할 수 있는데, 문화산업의 기반 인프라 구축·기술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제도정비 및 재원확보·창업촉진 및 판로개척을 4대 추진기조로 설정하여 문화산업 내외를 두루 연계한 전방위 지원시스템을 마련하였다. 이같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금년부터 2003년까지 5년 동안 단계별 진흥전략을 수립하였는데, 1단계로 금년에 제도정비·재원확보 및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문화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2단계로 2000년~2001년까지 수출상품개발 및 해외시장 개척 등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마지막 3단계로 2002년~2003년 2년 동안 문화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문화산업을 21세기 국가기간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이같은 단계별 전략은 각 단계별로 중점추진사항을 설정함으로써 한정된 재원 및 인적 자원 등의 정책투입 효과를 집중적으로 높히고자 하는 것으로서 사업들이 단계별로 단절·종료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5개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성질의 것임은 물론이다. 

 이같은 기본전략을 바탕으로 1단계 기간인 올해에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 하부법령을 정비하는 등 제도정비에 주력함은 물론 안정적인  재원확보·문화산업 영역별 집적화(集積化)·내수기반의 조성·문화상품의 해외진출·전문인력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작년에 게임·애니메이션·음반·영화·방송영상산업을 5대 전략부문으로 선정하여 집중 육성 대상으로 삼았으나, 올해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영상산업·게임산업·음반산업·방송영상산업·도자기 등 공예산업·패션 및 디자인산업·출판인쇄산업을 7대 전략부문 집중육성 대상으로 확대 선정하여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이는 일부 미국 대중 오락영화의 성공 등의 예를 들어 영상산업이 마치 황금알을 낳는 양 인식되어 영상산업 위주의 문화산업 정책을 펴온데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영상분야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도 지속하되, 우리에게 경쟁력·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인 공예와 디자인 산업을 포함하여 이 분야에 대해 집중 지원 육성할 의지를 구체화 시킨 것이다.올해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영상산업 분야에서는 만화이미지정보센터를 2001년까지 완공하고, 영상전문투자조합을 활성화하며, 고급  애니메이터 양성을 위한 애니메이션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영상상품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목적으로 작년에 설립한 서울벤처영상센터의 마케팅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게임산업 분야는 공동제작실·정보자료실·게임아카데미 등을 갖춘 좥게임종합지원센터좦를 설립하고, 게임개발을 위한 사전제작에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음반산업도 국제음반박람회 참가 및 외국어버전 음반제작을 지원하고 음반바코드 및 POS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유통구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방송영상산업 분야에서는 영세한 독립제작사의 우수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고, 방송프로그램의 수출대행 지원을 위해 방송영상물 수출지원기구를 설치하며, 국산만화영화 의무방영비율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펴갈 것이다. 공예산업 및 디자인산업 분야에서는 전략상품의 시범개발을 지원하고, 협의회 구성 등 업계간 협동체를 구축하며, 전승공예대전 같은 각종전시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상품개발을 촉진하고 판로·마케팅을 지원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디자인미술관을 설치하고 우수상품의 지정·표시제를 도입하여 문화상품의 품질향상을 기하고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일도 올해의 중점 추진사업이다. 

 출판인쇄산업 분야의 금년 관심사는 2002년까지 출판문화정보단지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고, 2002년까지 총 250억원 조성을 목표로 한 한국출판금고 기금을 확충하며 전자출판물에 대한 부가세 면세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일 등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