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지방자치 단체장의 문화예술 정책 구상 - 대구광역시>

전통과 현대, 지방과 세계가 어우러진 문화예술 도시로 가꿀 터

문희갑 대구광역시장

IMF의 거센 파고 속에서 경제가 모든 가치의 으뜸에 자리 잡은 이 순간에도 새로운 천년을 영위해 나갈 ‘문화의 세기’가 도도히 다가오고 있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는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성취하여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으나 인간성의 상실, 환경의 파괴, 문화의식 부족 등으로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눈앞에 다가온 21세기는 정신이 지배하는 시대, 인류적 보편성 속에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빛낼 ‘감성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 하면, 15세기 세종 시대, 18세기 영정조 시대에 이어 3백년 주기로 되풀이 되는 우리 문화의 르네상스시대가 오리라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21세기의 첫 해이자 경상감영 설치 4백주년이 되는 2001년을 ‘대구 문화의 세계화 원년’으로 설정하고, 독창적인 문화와 예술의 창달에 발벗고 나서고자 한다. 또한, 지방화 시대에 걸맞게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풀뿌리 문화활동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게 하고자 한다.

찬연한 문화와 유구한 문화의 고장

알려진 바와 같이 대구는 신라와 가야의 찬연한 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계승하고, 북방 기마민족의 호연지기와 남방 농경민족의 순박함을 고루 이어받은 유서 깊은 고장이다.

더울 때 덥고, 추울 때 추운 기후 탓으로 대구 사람들은 뚝심이 강하고 참을성이 있으며, 무뚝뚝하지만 순후하고, 의리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해 왔다. 척박한 땅에서도 절차탁마(切磋琢磨)하며 학문을 닦아 조선조 이래 영남 사림파의 본거지인 ‘선비의 고장’이며, 근세 이후에 인재와 교육의 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금세기 초 국채보상 운동의 발원지가 되었으며, 민족상잔의 폐허와 고통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이 되기도 했다.

지난 ’95년 출범한 민선 1기 지방자치 시대는 문화예술을 지역발전의 차원에서 자원으로 인식하는 첫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문화체육국을 신설하고 문화예술회관장에 예술인을 기용하는 등 지방 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새로운 시도와 정지작업을 했다.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그, 폴란드의 크라코프 등과 문화 교류 사업을 추진하여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우리 문화 알리기에도 힘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시작에 불과하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민선 2기 문화정책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 지방과 세계가 어우러진 진정한 문화예술도시로서의 대구를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자 한다.

향기 그윽한 문화예술 도시를 위하여

첫째, 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21세기 문화행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지역의 특성에 맞게 대구를 팔공산·비슬산·도심권의 3대 문화권으로 나누었다. 또, 이들 권역들을 인근의 경주 유적지, 안동 민속마을, 합천 해인사를 잇는 문화벨트로 조성해 대구가 베이스타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계획이다.

둘째, 문화 인프라를 확대하여 시민들의 고급문화 향수의 기회를 늘림으로써 문화예술을 지역 발전의 소중한 자원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대구대공원에 2002년까지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버금가는 시립현대미술관을 건립하고, 1천5백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를 올해 착공하여 2001년까지 준공하며, 두류공원에는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을 내년 상반기에 완공할 것이다. ‘1구 1문화회관’ 사업도 2000년까지 끝낼 예정이며, 두류공원의 인물동산 조성, 지방문화원과 공공도서관 확충 등을 추진, 문화 인프라 구축과 문화 향수권 넓히기를 통해 지역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셋째, 시립예술단의 7번째 공연 단체로 ‘시립극단’을 창단하는 등 시장성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예술의 다양한 창작과 실험활동에 대한 지원을 늘림으로써 예술인들의 창작의욕을 높여 나가고자 한다. 21세기의 선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산업이 순수예술의 토양 위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은 여기서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넷째, ‘달구벌축제’와 ‘섬유축제’를 시민이 참여하는 한마당 잔치로 만들어 시민 대통합을 이끌어 내고, 동서 화합, 남북 화해를 위해 지역간 문화교류도 활성화해 나갈 작정이다. 또한 이 축제를 국제적인 행사로 발전시켜 세계 속에 대구 문화를 인식시키는 계기를 찾고자 한다.

다섯째,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을 후대에 길이 전승시키고 문화유산을 자원화하기 위하여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된 한국형 문화상품 개발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섬유 고장의 특색을 살려 패션과 산업디자인 등 소프트 웨어 중심의 첨단 문화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유·무형의 문화재와 대구 10경 등도 정비할 예정이다.

여섯째, 예술이 공익에 이바지하고 시민들에게 고른 혜택을 줄 수 있게 하며, 창조적인 잠재력 개발에도 힘써 고립된 개인주의를 넘어서서 상호이해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화행정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

‘문화의 세기’이자 새로운 천년을 맞이해야 할 시점에서 다가올 미래는 문화적 소양과 인간다운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오래 전부터 지난 세월에 풍화(風化)된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를 방문하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문화의 중요성과 그 위대함을 실감하기도 했다.

대구 시장으로서는 대구를 문화예술이 찬연하게 꽃피는 아름다운 도시, 인간다운 삶이 있는 선진도시로 가꾸어 이곳을 찾는 누구에게나 향기 높고 그윽한 문화예술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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