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현장

10년의 역사 갖게 된 ‘동심의 축제’
- 제10회 춘천인형극제 -

조상원 강원일보 문화부 기자

10년의 역사를 지닌 동심의 축제 ‘춘천인형극제’가 지난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춘천에서 열렸다. 13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5일간 춘천에서 열린 이번 인형극제에는 국내 60개, 국외 7개극단 등 모두 67개 인형극단이 참가해 1백 10여회의 공연을 펼쳤다.

올해 춘천인형극제는 예년에 비해 규모나 형식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져 명실상부한 10회 축제로서의 위상을 갖췄다는 평이다.

특히, 인형극 선진국인 동유럽 극단을 초청해 새로운 형식의 인형극을 선보여 국내 인형극계의 안목을 넓힌 점, 아마추어 극단과 전문 극단 공연을 사전행사와 본행사로 분리해 공연 수준을 높이려고 했던 점 등은 인형극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보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동유럽 인형극단 중 특히 이목을 끌었던 극단은 폴란드 ‘쥬스노 3/4극단’과 스코틀랜드 ‘필립스펠라시’ 인형극단.

‘폴란드 쥬스노’ 3/4극단이 공연한 인형극은 「모든 사람들」이라는 손가락 인형극. 한 노인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얘기를 4명의 배우가 손을 이용해 신기에 가까운 표현으로 연기했다.

스코틀랜드 필립스펠라시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었던 극단. 인형들의 서커스를 통해 인형의 다양한 움직임과 코믹성을 선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국내 인형극단의 공연은 야외에서 공연한 인형극들이 특히 많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술을 이용한 마임부터 어린이들의 동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의 인형극들이 많이 공연돼 많은 사람들에게 인형극을 홍보했다.

축제행사에 있어서도 볼거리가 많았다.

축제 한달 전부터 춘천시내 곳곳에는 예쁜 인형들이 전시돼 축제의 흥을 돋웠다. 13일 펼쳐진 ‘춘천인형극제 전야제 시가퍼레이드’에는 제2회 국토종단 자전거 대행진에 참가하고 있던 자전거 동호인 5백여 명이 동참해 이채를 띄었고, 멀리 제주에서 온 제주KBS어린이합창단과 제주YMCA소리샘앙상블, 강원일보사가 육성하는 어린이강원합창단의 연합공연이 전야제 식전행사로 펼쳐져 큰 박수를 받았다.

또, 춘천을 대표하는 막국수와 닭갈비업체에서 홍보에 나서 인형극제 참가단원들에게 무료막국수 시식권을 나눠주기도 했다.

인형극제 기간동안 마련된 ‘춘천인형극제 10년전’을 통해 지난 ’89년 시작된 인형극제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고 14일부터 17일까지 춘천어린이회관 야외무대에서는 축제공연 테마중 하나인 ‘클래식의 밤’ 음악회가 열려 여름밤의 무더위를 식혀줬다.

14일에는 멜로매니아 챔버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현악의 밤’, 15일에는 크누아 윈드 앙상블의 시원한 ‘관악의 밤’, 16일에는 크누아 타악기 앙상블의 열정적인 ‘타악의 밤’이 여름밤의 열기 속에서 펼쳐졌다.

이밖에 문화기획사에서 공부하고 있는 예비 문화기획자들이 인형극제를 배우기 위해 인턴 쉽으로 참가, 축제지원에 활용됐으며, 우중인데도 불구하고 헌신적으로 활동한 150여 명으로 구성된 지역출신 자원봉사자들의 역할도 두각을 보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았다. 13일 전야제 무대에 올랐던 전문인형극단 합동공연 「천사 코코바우」는 “공지천(춘천)의 용이 오늘까지 하나밖에 없는 인형을 20개 가져오지 않으면 춘천을 물바다로 만든다는데… 그 인형을 내놓지 않으면 공지천에 넣어 물귀신을 만들테다” 등 지역정서를 무시한 대본으로 지역 관객의 눈살을 찌푸렸다.

또, 전량 외지에서 제작한 행사관련 인쇄물에는 ‘문화광광부’가 여전히 ‘문화체육부’로 표기돼 있는 등 춘천인형극제조직위원회의 무성의한 행사준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가장 큰 문제는 사무국 운영을 둘러싸고 일부 극단과 사무국간, 인형극인 서로간의 마찰과 갈등이 표면화된 점과 10회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연례 축제를 답습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제기돼, 앞으로 축제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방향성 제시, 사무국 운영에 대한 인형극계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2, 13일 이틀간 열린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에서는 광주대 ‘동심’이 「대나무가 준 선물」로 대상을 차지했고, 인형극 대본 공모에서는 남현주 씨가 「까치가 되고 싶었던 까마귀」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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