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지방자치 단체장의 문화예술 정책 구상 - 부산광역시>

부산다운 매력이 있는 문화’ 창조할 터

안상영 부산광역시장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자 제1의 항만을 가진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이다. 바다와 강, 산이 함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삶의 정주공간을 만들었고 부산문화의 정체성을 키워 왔다. 부산문화의 외양적 특성은 국내외의 문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도시가 가지는 해양성과 개방성, 진취성에 있다. 외국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어 다른 어느 도시보다 상업주의적인 대중문화가 전통문화예술보다 더 활성화 되어있는 곳이다. 문화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부산은 개항과 일제의 강점기를 거치고 해방과 더불어 해외로부터의 귀환동포와 6·25 전쟁의 피난민 유입, 60~70년 산업화에 따른 농촌인구의 대거 이동과 함께 급격한 인구증가로 지역사회의 문화적인 일체감이 부족하다.

이러한 문화적 정체성과 일체감의 부족이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과 문화공간 확충에도 불구하고 문화의 불모지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을 듣게한 원인이었으며, 문화 현상적인 측면에서도 부산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꾸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부산을 상징할 만한 세계 일류수준의 문화유산이 없다는 것과 문화가 시민 삶의 질을 뒷받침할 만큼 시민들의 생활속까지 스며들지 못하여 왔다는게 부산문화의 현주소다.

따라서, 민선지방자치 제2기의 출범과 더불어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는 문화경쟁력을 갖추고 시민의 삶의 질에 걸맞는 문화의 공급과 향유를 위한 문화정책을 구상하고 그 실천적인 전략과 수단의 확보에 미래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각오로 부산의 문화정책을 펼치고자 한다.

문화도시의 가능성이 큰 부산

부산의 문화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부산의 문화 잠재력과 자산이 무엇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선진 문화도시에 비하면 문화적 기반시설이나 인적자원이 다소 뒤지지만 문화를 가꾸고 문화도시로 만드는데 있어 가능성이 큰 도시이다.

부산이 가진 가장 큰 문화자원은 항구도시라는 문화환경이다. 항구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이고 우리나라가 세계와 만나는 접점이다. 이러한 천혜의 입지조건은 부산이 세계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존과 다양성, 그리고 개방성이라는 문화의 꽃을 피우는 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의 장점외에 부산의 문화가 발전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문화적 수요도 많다.

우선 시민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문화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고 있다. 이에따라 실제 시민들이 생활속에서 피부로 느끼고 스스로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인프라를 확충해야 하고 문화활동을 능동적으로 개발·공급해야 한다.

두번째는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도시로서 문화환경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2002년에 열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단순한 스포츠 제전이 아니라 문화 월드컵과 문화 아시아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안목과 세계로 열린 문화를 가꾸고 육성해 나가야 한다.

세번째 과제는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대비하여 문화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문화의 산업화를 도모해야 한다. 문화의 경쟁력 확보에 의한 문화의 산업화는 소득향상과 더불어 삶의 질이나 쾌적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지역발전에 대한 큰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산업분야가 되고 있다. 따라서 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부산다운 문화의 매력을 찾아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세계에 내어놓을 때 문화적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는 행정의 일방적인 주도나 지역의 문화예술인 몇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과 예술인과 행정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마인드를 갖고 정책적인 실천 수단으로 하나씩 실현해 나갈때 만이 가능할 것이다.

부산다운 매력이 있는 문화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대비한 부산문화의 정책목표를 ‘부산다운 매력이 있는 문화’의 창조에 두고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다운 매력이 있는 문화를 위해서는 개성있는 부산문화를 개발해야 하고 창의적이고도 효율적인 문화용기(文化容器)로 담아내며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확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부산문화의 정책적 지향점을 ①부산다운 문화창조 ②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③경쟁력있는 문화 ④전통과 현대가 함께하는 문화 만들기에 두고 있다.

부산다운 문화의 창조

부산다운 문화란 다른 지역과 차별성 있는 부산만의 독특한 개성과 색깔을 가진 부산문화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부산다운 매력이 있는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부산의 자연적 환경과 역사적 경험들이 문화와 접목될때 만이 가능하다.

먼저 바다와 항만을 활용한 문화 활동의 육성이다. 사시사철 사람들이 부산바다로 와서 즐길 수 있도록 바다가 있는 문화이벤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여름의 ‘부산바다축제’, 가을의 ‘부산국제영화제’ 겨울의 ‘북극곰대회’와 해양스포츠를 매년 연례적으로 개최하고 항만시설과 해변 곳곳에 공원과 광장 등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문화활동을 펼칠 수 있는 친수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두번째, 세계로 열린 도시문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관문도시로서 부산은 서울과 같은 내륙도시와는 달리 외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친화할 수 있는 도시문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환경에 공공예술 개념을 도입하여 보다 아름답고 세련되게 가꾸어 도시 어메니티를 높여나가고,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문화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영화거리, 패션거리, 청소년거리, 대학로, 역사의 거리 및 해변거리 등 문화의 거리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부산만이 가진 진취성과 개방성 위에 문화적 동질감이 생겨나도록 부산학 연구, 부산 제대로 알기 운동, 부산을 빛낸 인물 발굴 등 부산정신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부산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문화공간과 문화활동들이 이루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화지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문화활동들이 전시성 문화행사와 관주도에 의한 것으로, 시민적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문화시설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 부족과 문화프로그램의 내용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활동이 이루어지도록 먼저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위해 동사무소, 학교, 여성회관 등 기존의 공공 공간들을 생활접근형 소규모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한 시설안에 도서관, 영화관, 공연장, 비디오방, 인터넷실 등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하며, 장기적으로는 문화시설 운영의 전문화를 위한 민영화 내지는 민간위탁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두번째, 문화예술활동의 민간 자율성, 전문성,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다. 행정의 불필요한 간섭은 최소화하고, 최대한 지원해 나갈 수 있도록 행·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문화예술 정책의 개발과 지원을 민간주도로 해나갈 부산문화예술진흥원(가칭)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 시민들이 늘 생활속에서 문화를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거리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음악회와 전시회 등이 열리도록 하겠다.

경쟁력 있는 문화의 육성

문화를 단순히 시민들이 보고 즐기는 차원이 아닌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으로 육성해야겠다. 문화를 지역경제에 도움이 주는 경제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문화자체를 상품화 하거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우선 올해 3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자체의 성공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흡입하는 효과가 크지만 영화제를 통하여 외국의 영화자본을 끌어 들여 영상산업을 유치하는 계기로 만들고, 일찍부터 우리나라의 섬유, 의류산업의 생산거점이었다가 지금은 쇠락해 있는 패션산업을 부산의 유망한 문화산업으로 키울 생각이다. 패션산업 진흥의 환경적 기반조성을 위해 국제적인 패션 페스티발을 개최하여 영상산업과 패션산업이 갖는 이미지를 통해 부산을 세계적인 문화산업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산업들을 관광산업으로 연계시켜 문화자원의 부가가치를 충분히 활용토록 하겠다.

21세기에 문화가 앞선 도시 부산

문화는 나무와 같다. 문화라는 나무가 꽃을 피우고 거목으로 자라 숲을 드리우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물을 주고 가꾸어야 한다. 부산문화의 진흥을 위한 문화정책도 공무원의 책상위에서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예술인 각자의 노력이 결집되어야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부산다운 매력있는 부산문화의 창조를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다. 제2기 민선 지방자치시대에 있어 부산시정의 4대 시정방침중 하나로 ‘부산다운 매력의 문화관광 진흥’으로 정하고 역점적으로 추진할 만큼 문화도시 부산을 향한 항해는 시작되었다. 아무리 재정이 어렵더라도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문화도시 부산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해 나갈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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