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지방자치 단체장의 문화예술 정책 구상 - 전라남도>

다도해의 특성살린 ‘국제해양관광지구’ 조성할 터

허경만 전남도지사

21세기는 지식과 정보, 문화와 관광산업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중심산업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문화와 지식산업이 각광받을 수 있을지라도 준비없이는 지역의 발전과 연계시킬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근래의 논의를 보면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총론만 너무 강조하고 있는듯 싶다. 그 원대한 포부를 담은 총론보다는 지역실정에 맞는 각론을 기획하여 제시해주는 일과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려는 의지가 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 전남은 그간의 사회적 여건 탓으로 개발이 좀 뒤지긴 했다. 그러나 그런만큼 앞으로 발전할 여지는 더 많다. 문화의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 전남이 갖는 문화의 특징을 살펴보고 실제로 행해야 할 실행프로그램을 정리해 보겠다. 그것은 바로 ‘문화천년대계’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기도 하다.

수려한 자연속의 민족문화박물관

전남의 특징은 뭐라해도 수려한 자연경관이다. 국립공원 전국 20개소중 5개소, 전국 해안선의 60%, 전국 도서의 40%인 1,967개, 지리산과 월출산·무등산·백운산 등 큰 산자락과 영산강·섬진강·탐진강 등의 물줄기.

이러한 풍요로운 자연조건은 고생대에는 세계적인 공룡 서식지였고, 인류가 활동하기에도 적합하여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은 20,000기가 넘어 말 그대로 고인돌 왕국이요, 세계 최대 밀집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금동관이 나온 영산강 유역의 대형고분, 세계적인 명품인 비색의 고려청자 집산지, 기촌 송순의 면앙정가와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 그리고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등 시가문학의 창작산실, 공재 윤두서와 소치 허련 등 전통 남도회화의 발상지, 신명나는 민속풍물과 판소리 가락, 감칠맛 나는 남도음식, 동방무역의 패권기지를 건설하고 인류애를 실천하면서 세계를 제패한 장보고, 12척의 배로 130여 척의 배를 수장시킨 명량대첩의 현장 등 눈길가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민족문화의 박물관이다.

전남 역사문화 제자리 찾기

21세기 서막을 알리는 시점에 우리 전남이 추진할 문화예술정책 방향의 첫번째는 앞에서 본 바처럼 뿌리깊은 역사와 문화의 제자리찾기 사업이다.

십리가 넘는 자연최적층과 공룡·익룡·물갈퀴새 등 고생물 화석 산출지로서 국제공인을 받고 있는 해남의 공룡화석지에 공룡테마파크를 조성하여 국제적인 문화관광지 및 자연사학습장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리고 고인돌(지석묘)의 세계문화유산등록과 거석문화와 선사유적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중앙정부에서도 500기가 넘는 화순 고인돌과 채석장에 대해서 유네스코 본부에 잠정목록을 제출했지만 원시와 자연으로 돌아가 체험할 수 있는 선사문화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역사속에 잊혀진 마한왕국의 제자리 찾기와 국립박물관 건립, 문사철(文史哲)의 고장이며 선비정신의 산실인 시가문화권의 정비, 장보고 해상왕국 - 삼별초 대몽항쟁 - 임진왜란 충절의병 등 다도해 해양호국문화권 정비도 추진할 것이다.

두번째로는 문화예술의 향수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은 창작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얼마나 잘 향수할 수 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창작과 향수의 매개역할은 행정이 하고 그 결과로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발전도 가능하다. 우선은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을 설치하여 도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전 여가생활을 유도하는 것이다. 다양하고 유익한 문화체험을 위해 시청각실, 창작실, 문화사랑방을 겸한 문화체험의 집을 설치·운영할 것이다.

기존에 해왔던 각종 문화예술 행사의 활성화도 중요하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모전인 미술대전, 그리고 판소리 경연대회와 남도문화제 등도 주민이 축제를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그 맥이 전승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민의 문화인식 제고를 위하여 관내 대학이나 연구단체와 연계하여 박물관 문화대학을 상설 운영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자기 지역과 그 문화에 대해서 지역민부터 알아야만 문화적 감각의 생활화와 확대 재생산되는 문화력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특성 살린 문화와 환경과의 조화

문화예술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나아가서 관광상품화 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 전남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찬란한 남도 문화유산이 연계된 고유의 지역축제를 관광상품화하여 2002년 월드컵, 2010년 해양엑스포를 앞두고 국내외 관광객이 절로 찾아들도록 할 것이다.

지역특성과 관련해 국내외적으로 잘 알려진 축제는 많다. 바닷길이 갈라지는 환상적인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진도 영등제, 푸짐하고 정갈하고 감칠맛 있는 남도 음식축제 등.

한편, 도서와 해양의 특성을 살려 국제적인 해양여가지대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방향이다. 이미 해양문화자원과 연계하여 다도해 해양호국문화권 정비를 추진하고 있지만 연안해역개발, 개펄보존, 관광거점도시 및 리조트지구 선정, 서남해안 유람선 운항, 국제관광투어페스티발, 수상레저스포츠 등 국제이벤트를 개최하여 외국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다도해의 도서 특성을 최대한 살려 국제해양관광지구Little World Island를 조성코자 한다. 세계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등 국가별로 특색을 나타내는 테마파크섬을 장기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국섬’ ‘호주섬’등인데 토지(섬)는 무상으로 장기 임대하고 개발은 외자로 유치하면 전남이 국제적인 해양 관광명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다음으로는 문화와 환경과의 접목이다. ‘보존과 개발’은 항상 상충되기 마련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만 활용한다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자연환경이 아직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전남의 지역특성에서 보아도 환경친화, 자연동화적인 개발과 활용은 ‘문화천년대계’의 진수가 될 수밖에 없다 하여 기구개편방향도 문화와 환경을 접맥시킨 문화환경국으로 개편하였다.

이제 500여일 남은 ‘21세기 문화의 세기’를 향해 그 주인공이자 향수자인 주민, 창조자인 문화예술인, 그리고 그 매개역할을 해야 하는 행정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천년을 위해 힘차게 뛰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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