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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통일의 물꼬를 트며 남북한 문화교류 전망>
홍윤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
관광(觀光)이란 관국지광(觀國之光)의 준말이다. 즉, 나라의 빛을 본다는 말이다. 여기서 나라의 빛이란 개념을 현대적인 개념으로 말하면 관광자원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관광사업을 육성·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관광자원을 개발하여야 된다고 한다. 관광자원은 대별하여 문화적 자원과 자연자원으로 나누어 진다. 전자는 건조물·미술 공예품 등의 무형의 문화소산을 지칭한다. 한편, 생업·신앙의례·연중행사나 민속예능에 사용되는 의복·기구·가옥 기타의 일상생활에 소요되는 물건 등을 민속자료라 하고 있으나 이도 관광자원의 범주에서는 문화적 자원에 해당한다. 이외 패총·건물지·궁지(宮址)·사지(寺址) 등의 사적(史蹟)은 기념물이라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관광자원은 모두가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이거나 국민생활의 추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정되어 이들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다. 다른 한편 자연자원이란 계곡이나 산악 등의 경승지(景勝地) 혹은 명승지를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광물·동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자연적인 관광자원으로 손꼽히는 것들이다. 여기서, 전자는 감상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되거나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인정되는 것을 기념물로 지정하여 그 보존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학술상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대상이 관광자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귀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북한관광문화 개발의 활발한 움직임 이상에서 살핀 바에 의하면 관광문화의 개발 가능성은 문화적 소산이건 자연적 소산이건 문화재로 지정된 자원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 일차적인 조건이 된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북한을 대상으로한 관광문화의 개발 가능성은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문화적 자원의 경우에는 고분벽화나 일부 사원, 고려시대의 왕릉·왕궁지 등 외에는 현지를 탐방해 본 경험이 없는 필자로서는 더 이상의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나 금강산을 비롯한 백두산·묘향산 등 자연 경승지는 세계 굴지의 명승지가 아닌가. 더구나 금강산의 관광사업은 현대그룹이 북한 당국과 협정을 맺어 9월부터 실시하기로 되었다니 그 가능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금강산은 자연경관만 빼어난 것이 아니다. 비로봉을 비롯한 일만이천봉의 봉우리에 거의 불교적 명칭을 붙이고 있음은 금강산 자체가 우리나라 이상세계로 손꼽는 불국토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금강산에는 원래 장안사, 유점사, 표훈사, 신계사 등 4대 사찰을 중심으로 108개의 사암이 자리잡고 있었으나 불행히도 오늘날에는 전화(戰火)에 의한 손실로 대부분이 손실되고 표훈사(表訓寺), 정양사(正陽寺), 보덕불(普德佛), 불지암(佛地庵)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유서 깊은 금강산에 금강산의 의미를 듬뿍 담아 그를 표출하고 있던 신계사(神溪寺), 유점사(楡岾寺) 등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북한방문을 계기로 금강산 개발이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법타스님을 중심으로한 불교계가 금강산 사찰복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니 금강산을 중심으로한 관광문화의 육성은 더한층 축적되어 가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상은 일반론적인 면에서 살핀 북한 관광문화 개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것이다. 즉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 기준에서 관광사업을 육성·발전시키고자 하였을 때의 관광자원론이며, 관광문화의 육성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지가 집중기획하고 있는 ‘남북한 문화교류 전망’이란 시각에서는 다른 가능성을 찾지 않으면 안되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문화교류란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고청탁서에 의하면 관광문화의 개발 가능성을 쓰되 그 내용은 최근 대두되는 남북한 문화교류와 관련하여 북한에서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곳과 그 방법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먼저 관광의 바른 의의가 어떤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관광은 상품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문화의 혼을 일깨운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광상품은 전술한 명승고적지 등의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 선정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이같은 관광자원을 상품으로 개발하려고 한다면 남북한이 상호 호혜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협정을 맺고 그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면 될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문화교류의 전망이란 입장에서 관광문화의 개발은 귀한 것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는 데도 중점을 두지 않으면 안되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문화교류란 침체된 문화를 향상 발전시키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이질적인 문화를 이해하면서 한층 더 수준 높은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상호 이질적인 문화의 이해 급선무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보더라도 문화의 발전은 문화교류를 통하여 이루어졌고, 그 문화교류란 이질적인 문화가 상호 절충·융합한 데서 상승작용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마치 서로 이질적인 남녀가 상호 화합하고 결합하여 자녀를 생산하는 원리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북한 관광문화 개발의 가능성은 북한에는 우리와 같은 명승고적지가 많기도 하지만 50여 년의 분단세월을 통하여 많은 이질적인 문화적 소산을 남기고 있는 데 있을 것이다. 즉, 관광문화란 이질적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 데서 관광상품에 머물지 않고 관광문화로 승화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같은 문화의 원리는 꼭 북한이 아니라도 우리가 관광을 하게 될 때 우리 문화와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면 관광의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남북한 문화교류를 전망하면서 북한에서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곳을 지적하라고 한다면 북한 전체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교류란 점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북한과의 점차적인 문화교류는 이질적인 요소가 적은 곳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남북이 너무 오랫동안 대립하고 반목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금강산, 묘향산, 개성 유적지 등이 일차적으로 지적된다. 그곳에는 우리가 자랑하는 금수강산의 국토에 대한 긍지가 가슴속에 다같이 가득차 있고 비록 많이 손실되기는 하였지만 남북이 지켜온 우리 전통문화의 유산이 비교적 많이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남북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생각한다면 북한을 관통하지 않고 갈 수 있는 금강산과 개성유적지 등이 제일 적합한 지역이 아닌가 한다. 이들 지역에는 비록 오랜 역사를 통하여 오늘에 전승해 온 전통적 문화유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 문화유산에 대한 의미 부여나 해석의 차이는 클 것이다. 따라서 그를 이해해 나가는 것도 북한 관광문화 개발의 가능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해란 수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성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관광이란 관광상품이건 관광문화이건 간에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개발이나 교류를 해 나가지 않으면 그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은 오는 9월에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이란 주제로 한·중·일 3국의 관계 학자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 학회에 북한 학자도 초청하면 더욱 더 큰 효과를 지닐 수 있게 될 것으로 믿어 관계 기관에 허가를 얻어 접촉중에 있다. 그 결과는 아직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굳이 북한의 관계 전문학자를 이 학회에 초청하고자 하는 의미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한국의 문화는 분단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미완의 문화만으로 총체적 문화의 정립과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하여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는 특히 우리 민족이 창조해 온 찬란한 북한의 문화유산을 국내외에 널리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고 북한 각지에 산재해 있는 우리 문화재들을 올바르게 이해하게 하고, 길이 보존하도록 하여 유구한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는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창조·재활용하는 데 남과 북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는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는 북한 문화재에 대한 정보를 통해 한국 문화를 남쪽의 문화유산에 국한시켜 생각하는 편견을 지양해 나가는 데서 근본적인 관광문화 개발의 가능성이 촉진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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