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수원




이영희 / 경인일보 기자

화음으로 전하는 복음

음악을 통한 선교활동을 목적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모으는 코랑데오 중창단(단장 이장우)이 찬양의 소리를 드높게 울렸다.

4월 29일 도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제4회 정기 연주회를 연 코랑데오 중창단은 이번 연주회에서 성가와 영가 등을 연주했다. 특히 어린이 합창단과 성악가, 피아니스트가 협연에 나서 다채롭고 경쾌한 연주회를 장식했다.

「거룩 거룩 거룩」으로 문을 연 연주회는 「깰 때라」,「은혜를 찬송함」,「누가 문을 두드려」,「아름다운 찬송함」등 찬양의 음악으로 첫 막을 울렸다. 또한 마지막 무대 역시 「우리의 기쁨이 되시는 예수」,「영화롭도다」,「거룩한 성」등 성가곡으로 준비하여 연주회를 개최한 사람이나 연주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찬양을 통한 선교를 베풀었다.

찬조 출연자로 나선 교동교회 여성 중창단은 「시편 65편」과 「천사의 요들」,「그대 있는 곳까지」를 들려주며 여성의 맑고 고운 선율을 울렸다.

성가곡 위주로 진행된 연주회는 일반 관객과의 호흡을 위해 「소나무」와 「새야 새야 파랑새야」등 우리의 동요를 선사하기도 했다.

밝은 미성의 바리톤 성기훈 독창회

바리톤 성기훈의 독창회가 4월 27일 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미국 유학 시절 오페라 「나비 부인」과 「라트라비아타」등의 타이틀롤을 맡아 열연한 바 있는 성기훈은 밝은 미성의 바리톤을 자랑하는 성악인.

학구적이면서 매력 있는 소리로 이탈리아 성악과 미국 성악의 특징을 한 목소리에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성기훈의 독창회는 수원대학교 음악대학 설립 기념 음악회이기도 하다.

독창회는 수원 음악의 대명사인 홍난파의 「옛 동산에 올라」,「장안사」,「봄처녀」를 비롯하여 헨델의 「보라 저 성난 불길이 일어나는 것을」, 슈베르트의 「시냇물에 감사하며」,「휴식의 저녁」, 라흐마니노프의 「꿈」,「대낮의 눈부신 하루만큼 아름답게」등 우리의 가곡과 세계적인 성악곡을 1시간 30분에 걸쳐 들려줬다.

보릿대서 탄생되는 맥간공예

보릿대의 노릿한 줄기가 날개를 달고 꽃을 피우며 새 생명의 예술로 태어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통적인 식품 문화의 하나를 이루었던 보릿대만을 이용하여 순수 예술 공예품으로 탄생시킨 전시 한마당이 그것.

4월 19일부터 25일까지 뉴코아 동수원백화점 9층 전시실에 마련된 여섯 번째 맥간공예 동인전 '빛과 보리의 만남전'은 전시회의 테마 그대로 보릿대와 빛이 하나로 응결된 완성 공예품들이 진수를 이루고 있다.

맥간공예는 수원에 거주하는 이상수씨가 지난 1978년부터 보릿대를 응용하여 실용품 및 예술품에 대한 연구를 시작, 국내 최초로 활용성에 성공하여 1980년에 특허를 받아 현재에 이르는 분야이다. 맥간공예는 따라서 수원을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공예품이기도 하다.

이 공예품은 말 그대로 보리의 줄기를 가지고 모자이크 법과 목칠공예 기법을 이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독특한 예술 장르이다. 문양과 용도 역시 다양하여 실생활에서 모두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이 분야는 저변화라는 면에서는 아직까지 미개척된 분야이기도 하다. 근 20년 동안 수원에서 생명성을 유지하며 개인전 및 동인전을 이어왔음에도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이상수씨의 창작성과 예술품으로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장인 정신에서 비롯됐다.

맥간공예품은 그럼에도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기법 자체는 상이하나 사진 액자나 일반 액자, 장식장, 보석함 그리고 교자상 등의 보릿대를 이용하여 나오는 제품들이다. 자개장과 유사한 면이 있으나 맥간이 주는 변함없고 은은한 맛은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장식품과 실용품에 나타나는 문양들은 대부분 우리의 전통적인 동식물들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고정화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12간지나 화조, 그리고 식물 등의 명암과 함께 살아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동인들의 작품 50여 점이 선보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수원의 역사 되돌아 본 민족 예술 한마당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수원지부(지부장 권용택)가 주최하는 제2회 수원민족예술제가 4월 14일부터 20일까지 도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열렸다.

효와 개혁의 도시인 수원역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인 전통을 예술 매체로 승화시키는 민족 예술제는 수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족예술인들이 전 분야에 걸쳐 모두 참석한 대단위 구성의 예술제였다.

지난해에는 풍물굿 위원회, 음악 위원회, 영화 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공연 위주의 예술제를 펼친 것과는 달리 올해는 민예총 수원지부 전 장르 위원회가 모두 참여해 볼거리와 흥거리를 많이 제공했다.

지역 문화예술의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마련된 전시 행사는 미술전(수미협 정기전 14∼20일)과 사진전(수원사진가연합 창립전 14∼20일)으로 나누어 개최됐다. 또 민족 예술의 우수성을 확인하며 시민과 함께 하는 행사로 대중문화의 틀을 닦은 공연 행사는 영화제(16일)와 풍물굿(16일)이 행해졌다.

특히 풍물굿은 풍물굿 분과위원회의 주관으로 '터벌림'의 창립기념총체로 「살맛 나는 우리 터전 걸판지게 벌려 보세」라는 제목으로 놀아졌다. 터벌림은 수원의 환경, 문화, 교육, 노동법 파동 등을 선조들이 행한 지신밟기 중조왕굿, 용왕굿, 정랑굿과 북춤, 노래, 설장고 놀이로 비유하여 고발하는 공연을 행했다. 또 경기 민요의 대가 이춘용의 「청춘가」,「뱃노래」한마당과 길쌈 놀이, 대동 한마당이 함께 어울어지는 신명나는 판 굿으로 모처럼 전통 맛에서 느껴지는 흥겨움이 행사장을 물들였다.

신명나게 꾸미는 경기 굿 한마당

우리 민족의 한과 혼이 깃들어 있는 굿거리 한마당이 무대화돼 신명나는 굿 한판 감상 자리가 마련됐다. 경기도국립국악단(상임 지휘자 이준호)이 정기 공연작으로 펼치는 '김혜란의 서울 굿과 경기 소리'가 4월 23일 오후 7시 도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걸판지게 벌어져 근래 보기 드문 무속 문화의 한 면을 보여주었다.

굿을 펼칠 때의 실제 형태와 똑같이 음식을 차리고 제상을 차리며 굿판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해 준 이번 무대는 중요 무형문화재 57호 경기 민요 준문화재인 김혜란씨가 고 안비취의 문하에서 수학한 경기 민요와 서울 굿의 대가인 이진산 옹으로부터 이수한 서울 굿거리를 무대화했다는 면과 굿거리 장단을 이준호 지휘자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하여 새로운 형태의 연주를 진행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또 지난 3월 서울에서 창립 공연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 경기 민요 연합 합창단의 경기 무대 활동의 첫 신호를 울렸다는 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경기 민요 연합 합창단과 국악단 어머니 합창단, 어린이 합창단, 어린이 무용단 등 다수 인원이 대거 동원된 무대는 전체 2부로 나뉘어 펼쳐졌다.

첫째 무대는 주로 경기 민요가 장식했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 12잡가 즉 좌창중 하나인 「달거리」는 본래 육박의 도드리 장단이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끝 부분을 경기 민요의 매화 타령으로 편곡하여 선보였다. 또한 4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불가 적이면서도 부모에 대한 효와 형제애, 인생무상의 명복을 비는 의미를 담은 「회심곡」과 「탑돌이」가 관현악 편곡으로 소개됐다.

이밖에 「산 염불」,「잦은 염불」,「방아타령」,「사철가」,「뱃노래」,「자진 뱃노래」등 맑고 경쾌한 경기 민요가 이어졌다.

둘째 무대는 '서울 굿' 마당으로 이어져 넓은 마당 한가운데 벌어지는 무속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정확한 고증을 거쳐 무가와 무복을 원형대로 보여 준 김혜란의 서울 굿은 열두거리의 시작이며 굿을 여는 첫째 거리인 「부정거리」로 막을 열었다. 엇모리 장단에 맞춰 모든 부정을 물리치고 굿판을 정갈하게 하며 신들의 신위를 당부하는 주문이 번져 나갈 때마다 객석은 엄숙하면서도 위엄 있는 장이 되기도 했다. 이어 마련된 경기 굿을 위한 관현악 서곡 「신내림」은 무당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내림을 받는가를 보여 준 무대. 강신무의 문화권에 속하는 지역에서 신병이 걸린 사람이 정식 무당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내림굿의 과정을 함축적으로 연출했다.

불사님이라 불리는 신의 일종을 일컫는 「불사거리」도 선보였다. 천궁, 일월, 성군, 처사 등의 불사를 모두 불러 제수 발원을 빌면 신이 내려 공수로 굿을 마련한 정성을 보아 복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거리이다. 마지막 굿판은 무녀의 해학적이면서 걸쭉한 대사와 좌중의 흥이 혼연일체가 되는 서울 굿의 하이라이트인 「대감거리」로 장식됐다.

굿거리의 흥이 고조될수록 관객들의 감흥도 역시 극에 달해 모처럼의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이번 무대는 객석의 주인공들에게 직접 술 한 잔을 권하는 권음주식도 거행돼 잊혀져 가는 무속 신앙과 그 형태를 이어온 조상들의 정신 사상을 되새기게 한 자리로 평가되고 있다.

김명신이 꾸민 피아노 연주회

피아니스트 김명신의 귀국 독주회가 4월 24일 도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수원 출신으로 한양대 음악대학과 대학원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영국왕립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김명신은 백남음악원 독주회 영국왕립음악원 콘서트홀에서 독주회 등을 펼친 바 있다.

이번 독주회는 베토벤의 소나타 2악장과 쇼팽의 소나타 58번이 연주됐다.

감정이입의 풍경화전인 이석기전

수원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작가 이석기의 개인전이 29일부터 갤러리 그림시에서 열리고 있다. 구상적 아이디어를 통한 사물을 풍경화로 재현하는 특징을 지니는 근작 20여 점을 전시하는 개인전은 감상적 풍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석기의 작품은 풍경화이지만 실사 위주의 풍경과는 거리가 먼 작가의 감정이입이 작품 속에 깃들인 것들로 가득하다. 「정선아리랑」이나 「문장대에서 바라봄」「눈 덮인 산」등의 작품들은 일반 풍경과는 다른 질감을 느끼게 한다. 유화가 전하는 이색적인 느낌도 물론 있지만 그가 구사하는 색채들이 대체로 무겁다는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가 선택하는 색은 채도가 낮고 또한 명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 빛과 사물의 관계가 약화되어 나타난다.

이석기의 작품은 따라서 원근법이 무시되고 붓 놀림이 자유롭게 구사되어 나오는 그의 또 다른 성향인 것이다.

전통 무용으로 평생 삶 일군 옥당의 무용 발표회

살풀이와 승무만으로 근 40여 년의 삶을 일궈 온 옥당 정경파의 여섯 번째 무용 발표회가 27일 도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옥당은 고인이 된 운학 이동안의 수제자로 화성재인청의 옛터인 화령전에서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전통춤을 제자들에게 이수하고 있는 살아 있는 인간문화재.

현재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인 옥당은 이번 발표회에서 제자들과 함께 꾸미는 무대를 장식했다. 이번 무대에는 특별히 민속학자이며 공주 민속 박물관장인 심우성씨가 출연하여 옥당의 춤 자락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여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또한 이동안의 다양한 춤 장단이 살아 있는 화성재인청의 가치를 어필하였다.

무용 발표회는 경기재인청에서만 전수되고 있는 '기본 무'로 시작됐다. 한국 전통 무용의 기본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은 현실에서 옥당이 그 체계를 잡아 전하고 있는 무용이다. 옥당이 전수한 「승무」는 그의 전수 조교인 김복련이 맡아 민속무용의 정수를 보여주었으며 이밖에 「궁중무」,「풍물」,「무녀도」,「검무」,「연가」,「즐거운 우리 가락」,「한량무」가 옥당으로부터 배운 제자들에 의해 소개됐다.

발표회는 또한 중요 인간문화재 79호였던 고인 이동안의 전수자인 정주미와 안효순이 출연하여 「태평무」와 「태평성대」를 발표 스승의 발자취를 더듬게 했다.

옥당은 이번 무대에서 「살풀이」와 「중머리 신칼 대신무」를 펼쳐 화령전에서 오로지 예술에 대한 실천 의지만을 다져 온 예술혼을 펼쳐 보였다.

난파 홍영후 일생 조명한 「고향의 봄」무대화

근대 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는 난파 홍영후의 재평가를 시도할 수 있는 자리가 매김 된다. 경기도립극단(상임 연출가 이재인)이 5월 14일, 15일 양일간 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올리는 가곡 뮤지컬 「고향의 봄」(윤조병 작)이 그것.

이 작품은 암울했던 역사의 한 단면을 장식한 한 음악가의 정과 한 그리고 사랑을 민족적 정서로 토해내야 했던 난파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도립 극단의 제27회 정기 공연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영혼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을 정도로 난파의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친일 행각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작품은 전체 7장으로 구성됐다. 1장 「환상의 노래」는 오케스트라가 등장하고 지휘자 난파가 이들을 직접 지휘하여 환상적으로 음악을 이끄는 장면부터 제2장 취조실에서 난파가 작곡한 「봉선화」를 두고 회유와 고문을 받고 결국 황국식민이 됨으로 결국 자유를 얻는 난파의 갈등 등 전 생애의 굴곡을 그리고 있다. 제3장 '이별과의 만남', 제4장 '난파의 예술 그리고 사랑', 제5장 '하와이 미술관 연주회 그리고 재즈 파티', 제6장 '자유와 사랑의 변주곡', 제7장 '여름밤의 별무리' 등은 한 자연인으로서 한 음악인으로서 한 식민 치하의 인간으로서의 생애를 파노라마처럼 전개한 홍난파 다시 보기의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