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의 건축미학과 핀란드 현대 건축에 대한 학술적 평가의 기회
-알바 알토 건축전
핀란드가 낳은 현대 건축의 거장 알바 알토(1898∼1976)의 작품전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주한 핀란드대사관, 핀란드 알바 알토 박물관과 공동 주최로 2월 5일부터 23일까지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렸다. 유럽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알바 알토는 프랑스의 르 코르 뷔제, 미국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더불어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린다.
알토는 1929년 결핵요양소 설계공모에서「파이미오 시나토리움」이 당선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축가이다. 평평한 지붕, 툭 튀어나온 발코니와 테라스 등 독일 바우하우스 건축물과 유사한 양식의 이 건물은 '건물 자체가 마치 하나의 의료기구처럼 느껴지도록 계획했다'는 알토 스스로의 표현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날개모양의 부속건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 건물은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요구에 부합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되어 있어 기능주의와 미가 결합된 건축의 고전으로 꼽힌다. 트루르크 시 외곽 29킬로미터에 떨어진 삼림 속에 위치한 이 건물을 통해 그는 합리주의 건축가로 인정받게 되었고 건물은 오늘날 병원으로 쓰고 있다.
그의 아내와 함께 설계한「마이레아 빌라」는 친구의 의뢰를 받아 핀란드 서부 해안 포리 섬 근처의 누르마크에 세운 주택으로 시골 마을의 언덕 꼭대기에 L자 모습을 하고 있다. 내장 부문에서 목재를 연이어 붙이는 실험적 방법을 사용한 이 주택은 모더니즘과 핀란드 전래의 지역성이 잘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알바 알토는 건축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 가구의 조명기기 등 많은 인테리어 소품을 남겼다.
그의 이름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그의 작품은 의외로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북구 디자인의 단순미와 기능주의를 극대화한 명품으로 평가받는 원목의자 등 많은 가구들이 국내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무단 복제되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등받이가 없는 스툴 형태인 이 의자디자인은 선보인 지 60여 년이 지난 요즘도 현대적인 감각과 인체 공학적인 설계, 좁은 공간에 차곡차곡 쌓아올릴 수 있는 기능으로 사랑 받고 있다. 특히 다리의 휘어진 부분은 나무토막을 깎아내지 않고 불로 가열해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어낸 것으로 당시로선 파격적인 기법이었다.
그가 남긴 주요 작품은 완성된 건축물의 110점으로 이중 22개는 핀란드 이외의 지역에 세워졌다. 이밖에 가구 디자인이 506점, 조명기기가 114점, 건축 모형이 19점이며 유작이 183점에 이른다. 이번에 출품된 건축 모형과 설계도,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가구 등 60여 점은 핀란드의 알바 알토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작품들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핀란드 지폐에 알토의 사진이 담긴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알토는 핀란드 국민들에게 시벨리우스에 버금가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2월 5일 오후 2시에는 문예진흥원 대강당에서 알바 알토 박물관의 마르쿠 라티 관장과 홍익대 목조형 가구학과의 최병훈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알바 알토의 작품 세계와 가구'에 관한 강연회가 열렸다.
'보다 향상된 국제주의 양식'으로부터 From the Internation style Onwards
- MARKKU LAHTI / 알바 알토 박물관장
알바 알토는 1917년 독립을 한 조국 핀란드의 신생국으로서의 자아 일치의 큰 욕구가 있었을 때, 예술 분야 발전에 기여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당시 스칸디나비아의 건축에 있어서 지배적인 경향은 고전주의였다. 이는 유럽에서는 독특한 현상이었지만 알바 알토가 동시대에 고전주의 스타일을 채택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것은 순수하고 단순했으며 금욕적이기까지 했다.
'국제적인 양식'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기능주의의 동의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면 알바 알토의 국제주의적인 양식은 기능주의이다.
알토는 Paimio Sanatorium의 첫 번째 디자인을 하던 시기인 1927년 초기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면 새로운 형태를 발명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고 하였는데 디자인을 할 때 그는 의사와 심리학자들에게 상담을 하고, 환자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는 등 기능주의의 총화를 이루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St. John Wilson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그 파이미오 사나토리움 프로젝트는 기능성이 돋보이는 건물이었고 완전히 기록이 된 궤적 인정서였다.
1935년 알토는 기능을 따르는 슬로건 형태를 비판하게 되는데, 이는 형태와 기능의 분리는 반인간주의로 흐를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1940년의 그의 언급을 보자. "근대 건축의 과거 잘못된 점은 합리주의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합리주의가 충분히 깊이 정착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근대 건축의 단계는 합리주의 정신과 싸우려는 대신에 합리주의 방법론들을 기계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인물과 심리분야에까지 투영해 보려는 시도이다. 물론 의심할 여지없이 근대건축의 현 단계는 인문과 심리분야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것이다."
알바 알토의 사상과 건축
최동규 / 서인건축 대표
코르뷔지에의 건축이나 바우하우스의 교육이 르네상스 이래의 분석적 지성에 의한 예술 전개의 흐름에 있다고 한다면, 알토는 감성에 바탕을 둔 발상에 의한 건축을 창조하여 그들과 다른 예술이 세계를 개척했다. 알토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알토가 기능주의를 이해하고 만들어낸 파이미오와 비푸리는 20년대 말 걸작이며 이를 통해 그는 열렬한 고전주의 건축가인 동시에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 건축사에 이름을 남기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한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시각은 채광문제를 향상 중시한 건축가로서의 알토다. 특히 주간의 빛을 해질녘의 조명과 연결하려고 한 알토의 연구는 참으로 집요하다. 이 빛과 인공 빛의 연쇄가 흔히 말하는 알토의 오르가니즘을 푸는 열쇠의 하나이다.
세 번째 시각은 알토가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처음 계획을 세울 때에 전체를 계획했다는 점. 콜라주적인 양상과 혼성적인 디자인은 프로그램의 모순성이나 대립성에 대한 문맥 형성만이 아니라, 오히려 건축에 시간성을 삽입하는 배려가 있다.
알토의 건물을 이해하는 데에는 핀란드의 눈이 많은 기후와 영하의 날씨 또한 배제할 수 없는데, 그의 설계는 양 여닫이가 없는 출입문에 한쪽만 밖으로 열리는 스타일로 철저히 외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이뿐 아니라 일찍 어두워지고 밝고 맑은 날이 적은 핀란드의 날씨 탓인지 그의 작품에는 유난히 빛에 대한 갈구가 천창 및 고창의 모습으로 자주 나타난다. 특히 건물의 폭이 넓어 외부 창만 가지고 실내 채광이 부족한 부분에 절묘하게 천창이 도입되어 그가 평면을 자유로운 형태로 구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IMATRA에 있는 Vuosenniska 교회에서는 공간내부에서 공간을 2개 내지 3개로 분할해서 사용하려고 하는 시도가 극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나타난다. 그가 얼마나 기능에 충실한 건축가였는지는 음향에 대한 고려에서도 두드러진다. 그가 각별히 음향에 대한 연구 및 고려가 깊다는 것은 Vipuri 도서관의 lecture Hall의 천장 모양 및 Vuosenniska 교회의 천장 음향 study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알바 알토 작품에 나타난 가구디자인
최병훈/홍익대 목조형 가구학과 교수
'풍토성에 기인하는 울창한 삼림 속에서 유년기를 보낸 알토의 나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독립국가로서 기틀을 잡아가던 당시 핀란드의 국가적 관심사였던 풍부한 삼림자원의 산업적 활용'과 일치하게 되면서 목재를 이용한 그의 가구디자인 세계가 전개되어간 데에 주목하고 54년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에 풍토성, 민족성, 낭만성과 인본주의로서 독자적인 작품세계가 구현되었다.
알바 알토의 가구디자인은 오토 꼬르호낸의 제작 기술지원을 얻어「Linked Chair 611」을 디자인하면서부터다. 이 의자는 핀란드 자작나무로 제작되어서 포개어 쌓을 수 있도록 단순하게 디자인된 알토의 첫 번째 기능주의 가구이다. 알토의 가구디자인은 대륙의 디자인 흐름에 따라 초기 기능주의 가구 디자인으로 전개되어가다가 꼬르호넨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목재 가구디자인을 위한 다양한 목재성형 기법 실험을 거치게 된다. 수많은 실험의 결과로 비로소 알토 특유의 '유기적인 모더니즘 Organic Modernism' 가구가 탄생한다.
알토의 목재성형 기법은 적층곡목 Laminated Bent-wood, 성형합판 Moulded Plywood, 무릎 굽히기 Bent Knee 기법으로 알토 가구디자인의 유기적인 모더니즘은 당시 대륙의 냉정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 기능주의에 대하여 보다 인간 중심의 철학으로 접근하고 있다. 기계미학에 의해 획일화되어 가는 모더니즘의 국제주의에서 알바 알토는 유기적인 모더니즘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함으로써 20C 건축과 가구디자인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한 시대를 이끌어 오노 가구디자이너로서의 위대함이 기록되고 있다.
이번 건축전은 세계적인 건축 거장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뿐 아니라 '한·핀란드 미술 교류전'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계기로 북유럽과의 문화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 교류전의 성공은 미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화, 음악, 연극 등의 장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한국과 북유럽의 친선과 유대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다른 극동 아시아 지역을 순회하는 이번 건축전은 핀란드로 다시 돌아가 알토의 생애 중 중요한 핀란드의 도시에서 다시 순회 전시를 갖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