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국민의 문화권(文化圈)을 찾자. 기본권으로서의 문화권
문화복지 정책의 이념적 근간으로서의 문화권
정갑영 /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문화를 인간이 향유해야 할 권리
일반적 의미에서의 사회복지에 덧붙여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국민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문화복지의 개념이 대두되면서, 과연 문화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속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문화를 복지의 측면에서 배려하여야 한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줄 뿐만 아니라 문화를 경제나 정치와 동등하게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아도 경제적으로 성공했으면서 균형잡힌 삶을 영위하고 있는 국가들은 하나같이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헌법을 비롯한 법률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문화를 인간이 향유해야 할 권리로 인정한 것은 근대 인권선언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헌법과 문화예술진흥법 등의 법률을 통해서 문화권을 기본권으로, 국가가 적극 지원해야 할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우리는 문화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의 바탕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정책 시행에서 낯설어 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문화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근거를 검토하고 그것이 외국과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알아보겠다.
이 작업을 통해서 문화복지를 지향하는 우리가 명실공히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커다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권으로서 문화권을 바라보는 두 관점
인간의 기본권에 속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은 직·간접으로 문화와 관련되어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문하는 인간의 기본권 가운데 중요한 대상이다. 왜냐하면 문화를 넓은 의미로 해석한다면 이러한 영역들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권으로서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자유권적 기본권과 사회권적 기본권이 그것이다.
자유권적 문화권
자유권적 문화권의 기본지향은 국민의 문화영역에 대한 권리를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다. 특히 자유권적 기본권의 이념은 전체주의적인 문화통제에 대한 반성의 결과인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하는 데 있다. 즉 문화영역에 극단적으로 개입하는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반성의 결과, 국가가 문화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고, 문화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식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의식은 정신적 자유권을 형성시키고 문화에 관한 권리개념의 발생을 낳아, '문화'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세밀한 이론적 배경이 있을 때만 가능하게 되었다.
문화를 인간 정신활동의 총체라는 관점에서 폭넓게 수용한다면, 자유권적 문화권은 '사상 및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와 같이 근대 인권선언의 하나로서 여러 나라의 헌법에 반영되어 있다. 더불어 현대국가들이 채택하는 행복추구권과 같은 권리도 일련의 정신적 자유권으로 볼 수 있다. 어떤 문화를 어떻게 향수하고 창조하는가의 문제는, 종교·사상·학문의 자유처럼 사람 개개인의 내면에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개입하거나 통제해서는 안되는 국민의 권리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의 문화는 인간의 정신활동의 총체로 인식되는 광범위한 개념이므로 특별히 예술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술은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것인 만큼 예술의 자유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에서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사회권적 문화권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자유권적 문화권이라면 국가의 지원을 촉구하는 것이 사회권적 문화권이다. 비록 문화가 국민 각 개인의 자발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일체 국가가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하더라도 방대한 인류문화 유산의 보호·계승사업 같은 영역은 개인과 민간의 자발성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사회권적 문화권의 논리이다. 특히 문화 자체의 진흥을 넘어서 국민을 위한 '문화'의 공급과 그것에 대한 국민참여 균등성의 보장이 현대국가의 목표가 된 지금, 사회권적 문화권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웃 일본의 경우,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문화적으로 최저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갖는다'는 헌법 제25조의 표현은 기본적 인권의 표현을 넘어선 생존권의 차원에서 문화를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국가가 국민의 문화권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권적 문화권은 생활권과 교육권처럼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고 있다.
국가나 사회의 개입을 주장하는 이러한 사회권적 문화권은 근래에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개념이며 몇몇 나라들에서는 헌법을 비롯한 법률로 명시되기 시작하고 있다.
두 관점의 상호보완성
국가로부터의 간섭을 철저히 배제하는 자유권적 문화권과 일정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권적 문화권은 상호대립되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헌법과 법률들에는 '국민이 문화적 활동을 자유로이 하고 타인의 문화적 활동의 성과와 문화적 유산을 향수하고 계승하며, 문화성이 풍부한 환경 아래 생활하는 권리 내지 이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논리가 바탕에 있는데, 여기에는 이 두 기본권의 내용이 모두 들어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자유로운 인간의 문화추구의 권리와, 국가의 문화정책의 근거가 되는 권리가 모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사회권적 문화권은, 국가권력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부 국가에서처럼 인간의 정신활동 내용에까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화권에 관한 외국의 사례
독일과 일본에서의 문화권
자유권적 문화의 반영은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바이지만 사회권적 문화권의 채택에 대해서는 국가들간에 차별성이 있다. 사회권적 문화권의 의미는 국가와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의미하는 만큼 전체주의의 폐해를 경험한 서구의 국가들로서는 조심스러운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주의의 대표적인 폐해를 경험한 독일의 경우에도 사회권적 문화권은 자유권적 문화권과 더불어 법률에 반영되어 있다. 문화영역에 관한 기본권적 관할이 각 주와 지방자치단체에게 있는 독일에서 Bonn 기본법 제5조 3항의 '예술의 자유' 규정은 정신적 자유권의 하나로 간주될 뿐만 아니라, '예술의 자유는 국가의 개입에 대한 보호를 의미할 수밖에 없고, 국가로부터의 활동을 요청하는 것을 의미하며', 정부의 의미는 '예술의 자유, 예술의 지원,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위한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권적 문화권에 보다 구체적인 사례는 Saarland 주 헌법 제134조 제1항 2문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조항은 모든 계층의 국민들이 문화적 소산물 Teilnahme an den Kulturgetern을 이용 가능하게 하도록 하는 국가의 의무를 천명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가가 공적인 문화영역에 대한 사회적 접근 Soziale Zugaenglichkeit der oeffentlichen Kultur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Bayern 주 헌법 제108조, Bremen 주 헌법 제11조, Hremen 주 헌법 제10조와 제62조, Nordrhein Westfalen 주 헌법 제18조 1항, Rheinland-Pgalz 주 헌법 제9조 1항, Scgleswig-Holstein 주 헌법 제7조 1항 등에는 국가의 학문과 예술에 대한 진흥 의무로서의 학문과 예술의 자유가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는 문화의 '국가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국가의 문화의 자율성을 충분히 인정하기 때문에 국가의 '봉사적 차원'에서 관여를 배제하지 않는다. 즉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의 문화권은 기본원칙이며 이를 손상시키지 않는 한 문화발전에 대한 국가의 봉사는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권에 대한 조항은 문화에 직접 관련된 법률에만 반영된 것이 아니라 교육과 건축에 관련된 법률 등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 있다.
일본의 경우 헌법에 인간 정신활동의 총체로서의 '문화'에 대한 중요한 규정이 존재한다. 즉 헌법 제13조 '행복추구의 권리', 제19조 '사상 및 양심의 자유', 제21조 '표현의 자유', 제 23조 '학문의 자유'에 일련의 정신적 자유권이 규정되어 있는데, 이것은 자유권적 문화권의 표명이다. 즉 '어떠한 문화를 어떻게 향수하고 창조하는가' 하는 문제는 종교·사상·학문처럼 사람 개개인의 내면에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개입하고 통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신활동으로 규정짓는 문화에 관한 권리에서 예술 영역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술은 인간의 내심을 표현한 것이므로 '사상·양심의 자유' 내지 '표현의 자유'에서 보장된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사회권적 문화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헌법 제25조 1항의 '모든 국민은 건강하게 문화적으로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갖는다'는 조항에서 보듯이 생존권의 차원에서 문화에 대한 권리를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건강하게 문화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된 생활보장법은 문화생활을 인간의 삶의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여 법률로 반영한 것이다. 생존권의 영역으로 문화생활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적극적으로 사회권적 문화권을 수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 UNESCO에서 발전시킨 인권으로서의 문화권의 개념
사회권적 문화권의 개념은 이들 국가들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후에 유네스코 UNESCO가 중심이 되어 발전시킨 개념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세계 인권선언과 세계인권선언 규약에 의거하여 1970년 이후 각국의 문화정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문화정책을 '문화적 필요를 채우려고 의식적, 의도적으로 처리를 행하는 총체'로 규정하였다. 여기서 문화적 필요를 채우는 문화정책의 과제는 문화의 영역에서의 조건정비에 다름아니며 이와 같은 배경 뒤에는 문화를 향수하는 국민의 권리가 상정되어 있다.
'문화적 권리'를 발전시키려는 유네스코의 노력은 지속적이었는데 그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1966년 제14차 파리총회 이후 1968년 '인권으로서의 문화 권리'에 관한 전문가회의를 열어, 당시까지 획득된 노동권, 여가권, 사회보장권에 이어 '문화적 권리'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문화란 '인류가 삶을 위해 고안해낸 것의 총체로서 파악하며, 인간상호간의 의사소통 과정이며, 인간존재의 필수적 요건'으로 규정한다. 1970년 '문화정책에 있어서 제도, 행정 및 재정의 제측면'에 관한 정부간 회의가 베니스에서 개최되어 1968년 유네스코 제19차 나이로비 총회에서 '대중의 문화생활의 참가 및 기여를 촉진하는 권고'가 채택되었다. 특히 이 권고는 세계인권선언과 세계인권규약에서 분명하게 된 '문화적 권리'가 현대 국제 사회에 있어서 정책적으로 촉진되고, 법제화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1982년 제2차 세계문화정책회의에서 문화정책의 대상을 추진하면서 선정한 일곱 가지 영역-첫째'문화적 아이덴티티'의 존중, 둘째 문화정책에 있어서 민주주의와 참가의 중요성, 셋째 문화발전을 위한 사회발전의 목적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가치관의 제시, 넷째 문화와 교육의 상호관계의 강조, 다섯째 문화와 과학기술, 여섯째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일곱째 문화와 평화와의 관계-이것은 줄곧 '문화적 권리'를 주장해온 유네스코의 노력이 체계적으로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국 유네스코의 주장을 정리해 보면 '문화'는 가치관, 교육, 과학 등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에 기초하고 있으며, '문화적 권리'는 노동, 여가, 사회보장 등과 동등한 수준의 중요성을 갖는다. 여기서의 문화적 권리는 대단히 적극적인 개념으로서 '인간적인 가치의 창조와 그것이 지역적이든 세계적이든 간에 상황에 대한 책임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킬 수단을 모든 사람이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포함한다.' 즉 유네스코가 발전시킨 문화권의 개념은 국가가 개인의 문화생활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자신을 표현하고 창조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의 문화권의 수용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유사하게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이 헌법에 일찍이 명시되어 있어 외견상 자유권적 문화권은 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허나 지나간 권위주의 정부시절 법률로 보장된 자유권적 문화권이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사회권적 문화권 역시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의 제정과 함께 문화정책이 체계적으로 시행된 만큼 어느 정도 표출되었다 할 수 있다. 실제로 제1차 문화중흥 5개년 계획이 표방하는 기조를 보면, 첫째 올바른 민족사관을 정립하고 민족예술을 창조하며, 둘째 예술의 생활화·대중화로 국민의 문화수준을 선양하며, 셋째 문화예술의 국제교류를 적극화함으로써 문화 한국의 국위를 선양한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이 국민의 문화수준 향상과 이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표방한 만큼 사회권적 문화권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하겠지만,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자유권적 문화권조차 상당부분 제한받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권적 문화권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과거 전체주의 국가에서처럼 특정한 목표를 위해 국가의 개입이 과도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사회권적 문화권이 오히려 제한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러한 제약과 한계는 민족문화의 창달을 표방한 80년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제5공화국의 헌법은, 제8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적극적 문화개념과 제9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행복추구권을 명시함으로써, 내용상 문화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하였다. 이는 '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 헌법 제32조 1항에 '문화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곧 문화생활을 통한 최저생활권을 확보하려는 의지의 소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헌법에의 명시를 통한 문화권에 대한 강력한 표명 속에서, 우리는 정책의 대상이 예술인으로부터 일반 국민으로 확대되는 등 일련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의 국정연설 가운데 '문화권의 신장을 위하여 지역과 계층, 그리고 세대간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둠으로써 문화발전의 혜택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한 것이다. 몇가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시대에 문화권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전시대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정치적 상황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권적 문화권조차 제약하고 있었고, 권위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 의한 문화권의 표방이었던 만큼, 근대 인권선언에서 유래한 기본권으로서의 문화권이 실현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법적 표현과 다르게 문화권의 구체적 실현은 매우 제한되었던 것이 80년대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문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자유권적 문화권의 제한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문화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도에 있어 변화의 조짐은 크지 않다. 더욱이 앞으로의 시대가 문화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주장이 광범위한 동의를 얻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헌법에서 이미 그 실현을 위한 근거가 대체로 마련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화를 위한 하부 법률이나 정책은 나타나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복지의 등장은 헌법에 어느 정도 보장된 문화권의 실현을 위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민복지의 두 축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문화복지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간주되는 문화권의 실현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헌법에 자유권적 문화권과 사회권적 문화권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으나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구체성을 지니지 못했다. 이제 그 구체적 실현을 위한 정책으로 등장한 문화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화복지기본법'(가칭)과 같은 법률이 구체적으로 제정되어야 하고, 교육, 건축, 도시계획은 물론 아동 및 청소년, 여성, 노인과 장애자 등 취약계층, 그리고 관광, 체육 등 문화복지와 관련된 제반 법률에도 기본권으로서의 문화권의 정신이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본권으로서의 문화권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다른 의미의 경제제일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
비단 문화복지의 등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변화 그 자체의 반영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권적 문화권에 대한 인식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과거 정치적 악몽을 경험한 결과 주로 자유권적 문화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사회권적 문화권의 중요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은 이미 헌법에 부분적으로 반영된 기본권으로서의 문화권에 대한 강조와 구체적인 실행은 문화복지 정책의 이념적 근간이 될 뿐만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실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