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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 전북일보 기자

호남오페라단의「춘향전」공연

창작오페라「춘향전」이 공연됐다. 지역 음악계의 위상을 새롭게 세워가는 호남오페라단(이사장 장세균, 단장 조장남)이 아홉 번째 정기공연 작품으로 올린「춘향전」은 여느해의 작품보다도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올해초 사단법인체로 새 출발한 호남오페라단이 법인체의 면모를 갖추고 처음 올리는 작품인데다 창단 10주년의 의미까지 실어두었기 때문이다. 고전 오페라의 대작을 중심으로 공연해온 호남오페라단이 우리나라의 창작오페라로 이번 무대를 꾸린 것도 관심을 모았거니와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성악가는 물론 신인들을 대거 출연시킴으로써 인재발굴의 계기를 마련한 것도 눈여겨 볼만했다.

제작비도 예년에 비해 대폭 확대되었다. 이번 오페라 제작비는 줄잡아 1억 5천여 만원, 전북도와 전주시, 문예진흥원, 그리고 몇몇 기업체들이 예산을 지원했다. 사단법인체로 새 출발한 이후의 결실이다. 지금까지의 무대가 세트나 의상들을 대여에 의존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오페라는 대부분 자체 제작을 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에 올린「춘향전」은 장일남씨의 작품이다. 이미 현제명 작품 「춘향전」을 올린 바 있지만 보다 현대적인 감각이 실어진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춘향전」은 음악적 역량과 연출 등 모든 과정이 보다 새로운 분위기로 엮어졌다.

오페라 제작의 전과정에 이 지역 음악인들과 예술인들이 참여, 지역예술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었던 기회라는 점도 특이할 만한 일이었다. 지휘는 오랫동안 전주시향 상임지휘자로 활동했던 유영수 교수(원광대)가 맡았고 합창 지휘 또한 전주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인 김성지 교수(전주교대)가, 그리고 연출은 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가인 안상철씨가 맡았다.

몇몇 주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배역들이 「춘향전」을 위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신인들, 따라서 적지 않은 얼굴들이 오페라 무대에서는 처음 선보인 것도 관심을 끌었다.

춘향 역의 임옥경·방경숙·박수정씨, 도령 역의 임정근·김선식씨, 그리고 사또 역의 김재창 ·이용승씨, 방자 역의 우인택·강성수·최관, 월매 역의 조성민·김현주씨 등은 이미 호남오페라단의 공연작품을 통해서도 이 지역 음악팬들과 친숙해진 성악가들이지만 문영지 ·이유림·김광진·김광순·이병호·신동훈·신용식·조한경·김지언·이성환씨 등은 오페라 무대에 새롭게 선 얼굴들이다. 성악인구의 저변확대와 함께 신인들의 음악적 역량이 보여진 무대였던 셈이다.

사단법인체로 새 출발한 이후 첫 무대인 이번 작품이 호남오페라단으로서는 팀으로의 활성화 가능성에 대한 가늠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이 지역 문화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전북학생회관에서 공연됐다.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 봉환

지난해 일본 훗카이도 대학 고하(古河)기념강당에서 신문지에 쌓여 방치되어 있다가 발견된 동학 농민군 지도자 유골이 90년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이번 한국 봉환을 위해 26일 일본 훗카이도 대학을 방문한 동학농민혁명군 지도자 유해 봉환위원회(상임대표 한승헌)는 30일 오전 12시 40분 대한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공항 귀빈실에서 동학농민혁명유족회가 마련한 봉환의식을 갖고 다시 천도교 수운회관으로 운구돼 천도교식 제례를 지낸 뒤 오후 7시 30분 전주로 운구, 전주 동학혁명기념관에 임시 안치했으며 31일 오후 2시 전주 덕진종합회관에서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해 봉환 진혼제를 가졌다.

동학농민혁명 전승 102주년 기념식과 함께 열린 이날 진혼제에는 한승헌 봉환위원회 상임대표와 유종근 도지사, 장영달 국회의원, 김재중 천도교 중앙 총부 교령, 김찬영 동학농민혁명유족회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와 관련단체, 유족들, 그리고 유골을 공동 봉환한 일본 훗카이도대학 灰谷慶三 문학부장과 인골조사위원회 위원인 井丁勝生 교수가 참석했다.

한승헌 상임대표는 이날 제문 낭독을 통해 "한 세기 전 조국의 자주와 항쟁의 구원을 통해 몸바치신 선조의 유골이 그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됐던 데 부끄러움과 통분을 금할 길이 없다"며 "일본 침략자의 저주스러운 음모와 경멸이 빚어낸 비극의 상징에 다름아닌 이 패배의 수모와 아픔을 다시금 되새김으로써 치욕의 역사를 극복하고 더불어 승리하는 길로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또 문학부장은 진혼제에서 발표한 사죄문에서 "인간의 유골을 소홀히 다루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며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며 "그럼에도 소홀한 형태로 오랜 세월에 걸쳐 유골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해도대학 문학부로서는 깊이 그 책임을 느끼고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 유골을 한국의 진도로부터 반출해낸 자는 조사결과 북해도대학의 전신인 훗카이도농학교 출신자일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밝힌 문학부장은 예전에 일본의 대학에서는 식민학이라는 학문이 활발히 행해져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를 이론적·실권적으로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며 이러한 일들이 이번 발견된 유골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학농민군지도자 유골은 31일 진혼제가 끝난 후 정읍 황토현기념관으로 옮겨와 임시 안치됐다.

제10회 전북무용제

제10회 전북무용제와 제5회 전국무용제 전북예선대회가 6월 14일과 15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전북무용제는 무용협회 전북도지회가 이 지역 무용인들의 축제 한마당으로 꾸려온 무대, 올해는 전북대 무용과가 초청됐다. 전북대의 임원, 장인숙, 손윤숙 교수는 직접 안무하고 출연도 하는 작품으로 제자들과 함께 이날 무대에 섰다(14일 오후6시)

전북 무용인들의 큰 관심이 모아진 전국무용제 전북예선대회는 15일 오후 4시에 펼쳐졌다.

참가 단체는 원무용단(대표 이은주)과 문정근무용단(대표 문정근) 등 두 단체지만 원무용단은 지난해에 전국무용제에 전북 대표로 참가, 올해는 축하공연으로 출연했다. 예선대회라는 성격을 갖고 있지만 경선에는 문정근무용단이 단독 참가, 전북 대표로 참가하는 작품의 시연회였던 셈이다.

문정근무용단의 참가작품은 「아버님전 상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통해 효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 작품이다. 전북도립국악단 상임안무자로 있는 문정근씨가 안무하고 직접 주역으로 출연했다.

"우리의 전통제례를 통해 효의 정신적 가치와 그 기저의 정서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다"는 문씨는「초막」에서 3년 상을 치르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불효에 대한 회환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한국적인 정서로 그려냈다.

원무용단의 축하 공연작품 「96 아리랑」은 조선왕조의 비극을 대변하듯 정신분열증과 실어증으로 한평생을 침묵 속에 살아온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비극적인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박영미·이은아씨가 공동 안무했다.

도심 속 서정 넘치는 공간 문학의 해 기념, 선자시화전

공해와 소음으로 가득찬 도심 한복판, 잠깐 발길을 돌리면 찔레꽃 피는 초여름, 그 정겹던 고향 마루의 시정을 풋풋하게 음미할 수 있는 자리가 관객들을 맞았다.

합죽선의 청신한 멋과 묵향의 은은한 내음, 간결하고 아름다운 시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환히 비치는 한지 속 부채살마냥 어린시절 소중한 기억들이 매듭매듭 차오르는 벅찬 감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열렸다.

96문학의 해 전북기획단(단장 김남곤)과 문인 협회 전북지회(회장 서재균)가 공동으로 마련, 6월 7일부터 13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 '선자시화전(扇字詩畵展)'은 모처럼 이 지역 관객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체험을 안겨줄 수 있는 자리였다.

96문학의 해 행사의 하나로 기획된 이 시화전은 기존의 시화전이 지닌 일상적인 틀을 벗고 전북지역만의 독특한 정서와 문화적 색채를 입힌 분위기로 시화전을 꾸몄다.

전주의 특산품인 합죽선의 멋과 묵향의 전통적인 향취를 조화시킨 이 전시실은 합죽선 위의 시와 그림들이 내용마다 각기 다른 향기를 담아내는가 하면 합죽선에 문인화의 은은함을 실어낸 작품들을 또 다른 구성으로 전시, 시화전이 시정 넘치는 분위기를 한껏 드러내게 하는 정성도 보탰다. 이번 시화전은 부채를 이용한 아이디어로도 관심을 모으지만 시인 58명과 서예가 15명, 화가 14명 등 82명이 한 주제와 형식으로 참여한 시화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시회.

58명 시인들은 기왕에 발표한 시편들 중에서 2∼3행 안팎의 주옥같은 시구들을 합죽선 위에 실어놓았고 서예가와 화가들은 이 시구들의 이야기를 글씨와 그림으로 아름답게 옷 입혔다. 모처럼 문학과 미술 인접예술인들의 공동작업으로도 의미가 있다. 미술인들은 이번 시화전에 문학의 해를 축하하는 마음을 실어 흔쾌히 예술적 역량을 보탰고 이들의 정성은 시화전의 분위기를 돋우어냈다. 공동창작의 예술적 결합이었던 셈이다. 시를 읽는 감흥도 새로웠다.

문학의 해 기획단과 전북문화인협회는 이번 시화전의 참여시인을 수적으로 제한하는데 많은 고충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 중 55세 이상의 시인들만을 초청한 방법이다. 참여 시인은 황길현, 한성수, 이종희, 김정웅, 김남곤, 양상욱, 김민성, 권지희, 조춘희, 이길성, 최진성, 김봉렬, 박금규, 문학인 최승범, 최형, 이목윤, 조기호, 문제환, 김옥녀, 송재옥, 손경조, 이갑상, 김숭규, 강만영, 류공선, 장태윤, 조병희, 서재균, 박형보, 최종규, 김명곤, 고두영, 유휘상, 정순량, 이운용, 허소라, 채규판, 노진선, 이기반, 송희철, 이병훈, 진동규, 한 대석, 전병윤, 윤이현, 정극태, 박만기, 송기섭씨등.

그리고 글씨와 그림은 김종현, 권갑석, 송계일, 정승섭, 이규진, 윤석탁, 권병렬, 김화래, 최종인, 최상기, 임섭수, 김지섭, 김종범, 최난주, 여태명, 소병순, 이용, 송명섭, 김윤길, 윤명호, 오용, 이형수, 김광영씨 등이 손을 보탰다.

흥미롭게도 시화전으로서만이 아니라 서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보너스(?)의 기호도 주어졌다. 작가별로 득특한 회화형식에 의해 시를 해석하는 역량과 감각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남곤 기획단장과 서재균 회장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이미지도 좋고 호응도 높아 시화전의 한 틀을 제시했다는 뿌듯함이 있다"고 소개하고 인접 예술간 공동창작의 예술적 체험도 큰 성과이거니와 문학을 보다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계기로서 효과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