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식 / 대구




서재환 / 영남일보 기자

문학

대구지역 문단에서 처음으로 세대를 계승한 시동인이 탄생,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늘의 시' 동인은 최근 제7집 「가수를 꿈꾸다 시인이 되었다」를 펴내면서 기존 회원 중 5명을 물러나게 하고 7명의 새 회원을 영입하며 발전적 해체를 단행했다.

그러나 제7집에서는 기존 회원들과 새로 영입된 회원들의 작품을 함께 실어 서로 다른 세대의 시세계를 함께 보여주고있다.

'오늘의 시' 동인이 세대교체를 한 것에 대해 손진은씨는 "대구 문학의 특수성을 계승·발전시키고 창조성과 문학성에 더 많이 초점을 둔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신입회원들에게 문호가 개방돼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기 때문에 문단을 활성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구성된 '오늘의 시' 동인 회원은 조기현, 손진은, 노태맹, 김정양, 정정화, 김현식, 신기훈, 최병해, 황명자, 여종구씨 등.

모두가 30대 초·중반의 나이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펴고 있는 이들은 선배 시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구 시단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983년 김재진, 배창환, 문형렬, 류후기 등 4명의 발의로 시작된 '오늘의 시' 동인은 참가동인들의 면면이 거듭 바뀌었으나 윗세대인 '자유시' 동인들과는 또다른 문학세계로 대구 시단을 이끌어 왔다.

1984년 1월 청하출판사에서 「오지 않는 날을 기다리며」란 제목의 동인지 제1집을 낸 데 이어 이듬해 7월에는 김재진, 문형렬, 송재학, 오두섭, 장옥관, 채홍석 등 6명이 제2집 「다시 꿈꾸는 사람을 위하여」를 내면서 문단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정체성 극복이 과제이던 당시 대구 시단에 20대 젊은 시인들의 발랄한 감성은 충분한 활력소가 되고 남았다.

제3집은 1985년 3월 「시에 기대어 삶을 위하여」란 제목으로 나왔으나 별로 평가를 받지 못했으며, 1987년부터 팜플렛 문학지인 「남편지」를 시작해 문학의 대중성 확보에 주력하기도 했다.

1987년에는 동인 중 장옥관이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고, 김재진의 처녀시집 「누가 살아 노래하나」가 시인출판사에서 나왔다. 이듬해에는 송재학의 처녀시집 「얼음시집」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발간됐다.

1988년엔 제4집이 부산의 시인 이윤택의 참여로 제목도 없이 발간되기도 했으나 반응은 미미했다.

그러나 1990년 제5집인 「얼어 붙은 입」이 나오면서 '오늘의 시' 동인이 새로운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인인 정화진 시인이 처녀시집 「장마는 아이들을 눈뜨게 하고」(민음사)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엄권태는 「그해 유년시절의 이름」으로 「문학과 사회」를 통해 재등단,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오늘의 시' 동인들이 주축이 돼 지역의 젊은 화가들과 「열린 말과 풀린 색」이란 시화전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듬해인 1991년에는 제6집 「앞날은 이미 더러워졌다」를 냈으며 손진은이 「세계의 문학」에 「숲」 등의 시를 발표해 참신한 서정성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장옥관도 특이한 서정세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4년만에 면모를 일신한 '오늘의 시' 동인은 제7집에서 「새로운 문학을 기다리며」란 주제의 특집을 기획, 대구 시단의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했다.

노태맹 시인의 사회로 그 윗세대인 이하석, 장옥관씨가 대담을 나누는 형식의 이 특집에서 이들은 90년대 이후 대구 지역에서 우리 문학의 새로운 감성을 열어갈 가능성을 가진 신인들의 등단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이하석씨는 사회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어떤 착잡한 감정' 즉, 이념의 부재에 따른 목소리 가다듬기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태맹씨는 대구가 30년 이상 독재의 근거지가 되면서 정치적 성향뿐 아니라 문학까지도 보수화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대구 시단의 문제점에 대해 장옥관씨는 시인들의 '파편화' 현상을 이하석씨는 '매체 분화로 종합적인 것이 못되는 점'을 지적해 문단에서 편가르기를 지양하는 매체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피력했다.

음악

봄이 오는 길목에서 대구 음악계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정년퇴임하는 스승을 위한 기념음악회와 지역기업의 외국 유명 연주단체 초청공연, 음악동호인이 주최하는 음악회 등이 잇따라 열렸기 때문이다.

화제의 음악회는 천창욱 선생 정년퇴임 기념음악회, 모스크바 비발디챔버오케스트라 초청공연, 소프라노 이재란 독창회 등이다.

천창욱 선생 정년퇴임 기념음악회는 2월 13일 오후 7시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음악회는 대구 관악계의 중진인 천창욱씨(65, 소선여중 교사)의 정년퇴임을 맞아 제자인 김현종(부산 동의대), 이인식(대구 신학대), 박현근(계명대), 장한업(영남대) 교수 등이 마련한 자리.

이날의 주인공 천씨는 60년대 초부터 대구교향악단, 대구방송관현악단, 대구시향의 창단단원 이 었으며, 1971년에는 지방에서 처음으로 목관 5중주단을 창단하기도한 대구관악의 산 증인. 그 동안 각 고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악대부를 육성. 그 공로로 지난 1월 한국관악협회가 주는 제4회 대한민국 관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50여 명의 제자들이 출연해 롯시니의 「사냥」(대구 혼앙상블),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중 목관5중주, 헨델의 「조곡 D장조」 등을 연주했다.

2월 13일 오후 7시 20분 대구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모스크바 비발디쳄버오케스트라의 대구 초청공연은 대구의 주택업체인 신한산업이 마련한 신춘음악회.

기업이 이같은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드문 경우인데 신한 산업은 기획사와 손잡고 매년 두 차례씩 음악회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경북지역 의사들의 음악동호인 모임인 향우회(響友會)는 2월 14일 오후 7시 30분 대구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 소프라노 이재란 독창회를 열었다.

지난 1978년부터 14명의 의사들이 순수 음악애호가 모임으로 시작했으나 이번 음악회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유망한 신인과 중견음악인을 발굴, 연주회를 열어 나가기로 해 주목된다.

이날의 주인공 이재란씨는 효성여대 음대를 나와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 모찰테움에서 독일 리트와 오페라를 공부한 뒤 대구시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공연에 주역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날 주은아(피아노), 박수진(프룻)씨의 반주로 슈만의 「헌정」,「호두나무」, 브람스의 「당신의 푸른 눈동자」,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스키」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을 들려줘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