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시평

음악교육의 개방에 발맞춰 새로운 커리큘럼 수용해야




이장직 / 음악평론가.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음악교육은 크게 나누어 유·초·중 고교 과정의 음악교육과대학과정에서의 음악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대학과정에서의 음악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대학과정에서의 음악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대학과정에서의 음악교육은 대부부분 전문가 양성을 위한 음악대학에서의 교육을 가리키지만, 최근에는 교양과목으로서의 음악의 중요성도 커졌다. 군사훈련 과목인 교련이 폐지됨에 따라 각 대학에서 예술강좌가 교양필수로 채택되어 「음악의 이해」와 같은 과목이 신설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전문가 양성을 위한 음대 교육에 관한 것이다. 최근 음악교육에서의 커다란 변화를 든다면 문화부 산하의 예술종합 학교 음악원의 개교와 함께 기존의 음악대학에서의 교육 목표와 교육과정이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합예술학교 음악원이 탄생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음대입시에 관한 그 동안의 우여곡절을 빼놓을 수 없다.

1981학년도 이후 예체능계 입시에 도입된 공동관리제는 교육부 주관하여 실기 채점 교수를 각 대학에 배치시킴으로써 입시 부정을 막고 시험의 객관성을 높이자는 목적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시험 당일 하루 전날 교육부에서 밀봉된 심사위원 명단을 학교에 보내 그것을 비밀금고에 보관하게 한 뒤, 당일 아침 시험시작 3시간 전에 그것을 해당교수에게 통보하여 실시해 온이 공동관리제는 처음부터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남의 손으로 뽑은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현실 속에 대학과 교수들의 자긍심도 손상되어 왔다.

공동관리제 실시 이전의 입시제도는 대학 자율에 맡겨 자기 학교의 신입생을 해당 학교 교수가 직접 뽑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몇몇 학교에서 심사위원과 수험생 학부모간의 뒷거래가 오가는 등 부정이 싹텄던 것이다. 이에 대해교육부는 각 대학의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공동관리를 도입하고 지방에서는 원래대로 선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율의 능력이 있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를 선별하여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했어야 옳다는 지적도 있다.

공동관리제가 유명무실한 제도이며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공교육이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은 공정성, 인격성. 공익성에 있다.

검찰의 수사가 전국의 각 대학으로 확산되고 대학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는 등 사건의 여파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었으나, 여론 일각에서 더 이상의 확대는 곤란하다는 반응도 있고, 음악계와 사회전체의 자성의 계기로 삼자는 여론도 있고 해서 수사는 진정되었다.

사실 공동관리제 실시의 1차적인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신입생의 선발에 대한 대학자율권을 침해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낳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러한 1차적 대응을 하게 만든 '불신의 연쇄'가 작용했다. 그리고 교육부 당국에서는 심사교수의 배정 외에는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매스컴에 입시부정 사건이 보도되고 사회면에서는 일제히 예체능계 입시부조리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제보성 르포 기사가 실렸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비리를 속시원하게 밝혀서 이번 기회에 부정의 소지를 근절하자는 것이었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예술계에 대한 불신의 벽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교육부는 현행 공동관리제를 강화하여 심사위원의 수를 늘리고 위원의 자격도 전임강사 이상으로 제한하며 소속대학 교수도 평가에 참여하도록 하며 심사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녹음자료 등을 남긴다는 개혁안을 내놓았다

모집인원이 적고 평가교수도 부족한 목관악기 등의 전공 분야에 대해서는 학교 군 별로 실기고사를 공동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내용 녹음 등 증거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이밖에도 장기대책으로 실기를 위주로 하는 예능계 전문교육기관을 확충하여 예능교육의 발전을 유도하고 예능교육의 수요를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이 경우 대학의 실기고사 비중을 낮추고 학생 선발에 있어서 실기고사 반영 비율을 낮추는 등의 세부시행 계획도 마련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립 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탄생된 것이다. 음악원이 아직 한 명의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위상을 평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국내 음악대학교육의 혁신을 물고 왔다는 점은 사실이다. 말하자면 경쟁력 강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음악교육 개혁의 장기계획의 하나로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입학정원의 축소 문제이다. 교육부에서는 점차적으로 예능계 대학의정원을 줄여 나아감으로써 필요 없는 음악인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며, 전문 연주가를 양성하기 위한 영재교육과 교양으로서의 음악교육이 혼동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기 대학의 음악전공 모집인원만 보더라도 전국을 통틀어 2천5백 명이 넘는다. 여기에 후기 대학의 정원까지 합하면 ◎천 명은 넘으리라 본다. 따라서 매년마다 4천명에 달하는 음악전공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들이 음악 전공을 살리면서 월급을 받는 경우가 기껏해야 교향악단, 합창단, 방송국 등인데, 매년 여기에 공급되는 인원은 100명이 채 못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중. 고등학교의 음악교사로 취직되지만, 이것은 음악교육과의 졸업정원과 연계되어야 하므로 일반 음대 졸업생의 경우 음악교사가 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제한되어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실기교육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는 국내 음악교육의 기형적 발달을 음악이론 교육의 보강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음악원과 같은 예능전문학교를 세우더라도 자격증이 아니라 학력 위주의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졸업 후 문제가 발생하므로 실기 인력을 적극 흡수하려면 국내 교향악단 등에서 음악원 출신을 적극 우대해야한다. 이 때문에 음악원에서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학사 학위에 준하는 예술사 자격증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음악대학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서울의 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을 중심으로 각 도별로 음악원을 설치하여 교환교수제도를 채택하고, 학부과정에서의 동일한자격증 학위수여 등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음악인구를 분산하고 지방문화에 기여하며, 지방음악원 출신의 졸업생을 지방교향악단, 합창단에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방법도 강구해 볼만하다.

이와 관련해서 가령 음악교육제도의 개편을 위한 심의기구의 설치나 공청회의 개최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전통이 있으므로 외국의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이를 국내 현실에 맞게 적응시키는 신축성이 요구된다.

예술가를 배출해내는 전문 교육을 대학제도에 포함시켜 실시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에서는 음악교육과 음악이론 또는 음악학과정은 대학의 인문계열에서 기악, 성악, 작곡 등의 음악실기의전공자는 음악원에서 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연주자들에게도 실기뿐만 아니라 이론교육이 필요하므로 대학교수가 음악교육과 음악이론 강의를 맡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음악원과 대학상호보완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음악원을 졸업하면 그 수준에 따라 연주자 자격증이나 면허증에 해당하는 디플름을 수여하는데, 미국의 줄리어드 음악원 같은 경우는 디플로마와 학사학위 뿐만 아니라 박사학위까지 수여하며 이스트만 음악원에는 음악학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수여한다. 미국의 경우는 동북 지역의 유수한 음악원, 가령 줄리어드나 퍼바디, 신시내티, 이스트만, 매네스, 커티스, 뉴 잉글랜드 음악원이 세계 수준을 자랑하지만, 음악원이 대학의 한 단과대학으로 편입되는 추세이다.

음악원에서도 음악학 박사학위를 수여하지만, 음악대학에서도 피아노 등의 실기를 통해 음악박사 Doctor of Musical Art(DMA)학위도 수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원이 음악대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교양과목보다 음악에 관한 코스에 집중한다는 점인데, 실기만 잘해서 훌륭한 음악가가 된다는 법도 없지만, 세계적인 독주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교양과목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소르본느를 비롯하여 전국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음악과 혹은 인문대학 내의 음악학 과정을 통해 음향학, 음악활성화 Animation musicale, 무용음악, 종족음악학, 원전 악기학, 재즈, 음악치료법, 악기학, 음악교육학, 음악생리학, 음악기호학, 음악역사학 등의 분야에 걸쳐 학사, 석사, 박사 학위에 이르는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한편 파리 국립음악원을 중심으로 대도시에는 국립음악원이 설치되어 있어서 음악실기 인력을 배출한다. 특징적인 것은 파리음악원을 모체로 하여 각 음악원이 교수진이나 학생 교류에 있어서 단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졸업후 진로를 확실하게 결정해 주는 전공이 세분되어 있어서 사회 기여도가 높고 굳이 연주자의 길을 택하기보다는 영화음악이나 무용음악에 종사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앞세운다.

프랑스의 경우에서 우리가 본받을 만한 것은 과년도 입시 문제의 공개에 있다. 일반 학력고사에 출제되는 음악 문제에 대해서는 예상문제집이나 기출문제에 대한 해설이 나와 있는데 반해서, 대학입시, 실기고사에 대한 안내나 문제해설은 제한된 경로를 통하지 않고서는 얻기 힘든 실정이다.

일본은 미군정 치하에서 국립음악원에 해당하는 동경음악학교가 설립되었으나 교육 개편 이후 대학에 흡수되고 말았다. 동경예술대학에는 작곡, 성악, 기악, 지휘, 음악학, 방악 등의 학과가 설치되어 있고 70년대 중반현재 학생 정원 222명에 매년 5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대학과 음악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만큼, 음악교육의 분리보다는 전공별 특성에 맞는 입시방법과 정원의 재조정이 절실하다. 한편연주가 양성을 위해서는 실기반영율을 더 높여야 하며 이론가나음악공연 기획자, 음악교사 양성을 위한 과정에서는 실기반영율을 더 낮추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예술에 자질이 없는 특수층의 자녀들이 단시일 내에 대학입학이라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저지르는 처사이므로 차제에 이러한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예술대학의 학사학위증이 혼수 밑천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볼 때 예술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도 수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악이 여유 있는 부유층의 사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경제성장에 힘입은 중산층까지 음악을 통해 교양 있음을 과시하려는 사회풍조가 번지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의 산업사회의 구조에 맞는 음악가의 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음악가란 단지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음악의 생산뿐만 아니라 매개에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야한다. 지금 연주자 지망생은 공급과잉 상태인 반면에 음악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무대인력이나 음향 엔지니어, 매니지먼트, 실용음악 종사자, 음악학자와 같은 인력은 매우 부족하다. 불필요한 인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필요한 인력을 생산하는 구도로 새로운 개혁안의 틀이 방향 지워져야 한다. 아까운 고급인력을 좀더 생산적인 분야로 전환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인체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악성종양처럼 나날이 커져만 가는 음악집단 내에서 인력의 수요와 공급이 확대 재생산되는 처사는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이제 하루 빨리 음악사회의 구조가 양에서 질로 바뀌어야 한다.

우루과이라운드의 여파로 교육시장이 조만간 개방될 전망이다. 얼마전 줄리어드 음대 학장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특히 사림 교육기관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교육시장의 개방은 곧 부실 교육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1993년 6월 현재 음악학원의 수는 7,744개에 달한다. 각 학원의 평균 수강생 수는 64명, 평균강사 수는 1.9명이고 전체 학원의 약 65%가 3명 미만의 강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전체 학원의 84%가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는 등 열악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의 공교육 제도가 새로운 교육상품 개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한, 대규모교육자본을 바탕으로 첨단 시설과 전문 인력을 앞세워 외국 학원들이 몰려올 때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6월 10일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연구소 주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김용환의'UR 협상 타결과 국내 교육시장 개방'에 따르면, 우루과이라운드의 교육 서비스 부문 협상에서 규정하는 개방형식과 관련,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진출 형태로는 다음과 같은 유형이 가능하다. 첫째, 외국인이 직접 투자를 하여 국내에 교육기관을 설립, 경영진과 교수진의 일부를 파견하는 경우다. 둘째, 외국 대학의 분교를 설치하되 분교의 설립과 경영은 내국인이 담당하거나 내국인과의 공동출자를 하는 유형이 가능하다. 셋째. 외국 대학이 국내외 기존 대학과 제휴, 본교에서 교수요원 및 교육과정 등의 학사 조직을 파견하는 형태이다. 넷째, 외국교육기관이 국내에 교육과정, 운영방식, 교육방법만 제공하는 조건으로 외국 교육기관의 명칭을사용하며, 이에 대한 댓가로 로열티를 받는다. 다섯째, 위성통신이나 컴퓨터를 통한 통신교육이 가능하다.

음악교육의 경우, 이미 실시되고 있는 운영 형태로는 대학 캠퍼스 없이 레슨과 같은 집중 수업을 통해 교외 학위제도 off campus program의 운영, 또는 국내 음악교육 기관과의 공동학위 인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일정기간 동안 국내에서 소정의 교육기관의 진출은 현행법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아의 국립 소피아 음악원, 폴란드의 쇼팽음악원이 매스터 클래스라는 명칭아래 수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외국 음악원의 예비학교의 형식으로 초중고교 과정에 외국인 교육기관이 침투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각 교육기관은 양적인 팽창을 지양하고 경영의 내실화를 추구해야 한다. 최근 영남대와 계명대에서 음대 관현악과와 피아노과를 기악과로 통합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발빠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각 교육기관은 나름대로의 특성과 전문성을 살려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획일화되고 교수진과 강사진 확충의 어려움 때문에 거의 요지부동으로 머물고 있는 커리큘럼으로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인력배출이라는 원래의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외국 교육기관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이들이 집중적으로 공략할 대상도 기존의 커리큘럼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고, 바로 이 부분이 사회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가령 컴퓨터 음악이나 대중음악, 편곡, 음향기술, 피아노 교수법, 악보출판, 영화음악 등에 관한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육기관에서 새로운 커리큘럼을 적극 수용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불필요한 과목을 없애는 과감함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