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의 시장경제적 접근 방법 비교
-영·미식과 독일식을 중심으로
김성일 / 문화체육부 영화진흥과 행정사무관
독일이나 미국에는 오늘날 공연 예술이 직면하고 있는 소위 '예술의 위기'에 대한 논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이나 여러 연구의 주요 핵심은 역시 재정 문제다.
시장 경제하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와 같은 재정적 위기는 일반적인 현상이며 그것은 두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입장권 판매 수익이 불충분하여 공공적인 보조금에 의존하는 등 각 공연 단체들이 재정적인 결핍에 시달린다는 점, 둘째, 공연 예술 활동의 주요 목표가 만족 할만한 재정적 이윤이 되는 데에 따른 '본래적인 예술 정신의 쇠퇴'라는 위협이 상존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시장 경제 체제에 만성적으로 존재하는데, 논의의 초점은 시장의 자율적인 원리와 기부금이나 공공 보조를 통한 시장에의 개입 문제로 모아진다고 할 수 있다.
공연예술의 딜레마
공공예술은 예술의 영역과 경제의 영역에 동시에 속한다. 이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질적인 딜레마의 문제를 야기 시킨다. 예술적 요구와 경제적 요구사이에는 본질적인 갈등 경향이 있는데, 예술 단체들은 대개 순수한 비경제적 이유와 예술적 목표로만 출발한다. 따라서 반드시 경제적 문제가 일어나며, 경제적인 제약은 공연의 내용과 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질적으로 우수하거나 좋은 공연이 꼭 재정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 딜레마의 문제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공연예술은 예술가와 관객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술적 측면에서 볼 때 실제로 관객이 공연장에 모여드는 일은 필수적이며, 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관객 동원에만 치중하는 예술은 재정적 문제를 해결해 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예술의 가치와 목표를 도외시하기 쉽다. 양을 전적으로 추구할 수 없는 딜레마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연예술 단체의 존립은 시장 배분에 개입하는 민간 부문과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기부금이나 공공보조금 등을 통해 재정을 조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안정적인 메커니즘이 있는지, 또한 사회적인 정당화와 지지 획득의 과정이 있었는지도 문제이다. 사실, 그러한 시장 개입은 소비자 주권 원칙과 자율적인 선택 의사와는 배치된다. 사회적인 정당화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시장 적응의 두 가지 체계
실제 생활에서 모든 경제는 정부개입과 시장 자체의 조절 기능을 포괄하는 혼합 경제 형태를 띠지만, 공연예술에 대한 제도적 패턴은 영·미식과 독일식 접근의 기본적인 차이 분석으로 단순화시켜 볼 수 있다. 양자의 차이는 주로 사경제 활동에 정부의 개입이 허용되는지의 여부에 달려있으며, 그 해답은 각 사회의 가치 판단 문제로 귀속된다.
영·미식 접근은 자유 시장 경제와 불간섭 원칙이 주도한다. 불간섭 원칙은 개방된 사회에서 예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가치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가치는 예술이 제공하는 쾌락에 있지 않다는 청교도적인 사고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가치판단은 최근 들어와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영·미식 모델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
대조적으로 독일식 접근은 대규모의 시장 개입을 통해 정부가 재정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공공의' 공연예술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혼합 경제적인 모델에 가깝게 되며, 정부 개입은 시장에 대한 필수적인 조정 기능으로 이해된다. 역사적으로 정부나 지역 공동체가 후원자의 역할을 해 온 것이 독일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들도 이를 원했다. 이러한 관습을 뒷받침하는 가치 판단은, 시장이란 기본적으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연예술 활동을 시장의 원리에 내맡겨 두지 않고 재정 보조를 통해 이들의 존립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정부의 의무라는 생각이었다.
이제 두 가지 접근 방법 중 어떤 체계가 보다 가치 있는 자유를 잘 보장할 수 있는지의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정치적, 경제적인 두 가지 차원의 문제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치적 차원의 예술 통제
개방적인 정치 통제와 자율적인 심의는 영·미식과 독일식 접근법 모두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한 사회적 보장은 정치체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능 하는지에 달려 있다. '예술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국가적인 질서나 권리의 측면에서는 제한이 부과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치적인 심의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은 민주 사회의 정치적 책임이다. 그러나 후원과 자신의 가치 판단과 신념에 따라 예술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위장된 방식의 은밀한 정치적 통제가 가해질 수 있다. 자유주의 원칙에서 보면 공공 보조를 통한 정부의 개입은 자율성에 대한 위험 요소이며, 미국이나 영국에서 공연예술에 대한 공공 지원이 거부감을 받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지나간 시절에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적 수단은 거의 없었으며, 영·미식 체제가 후원자의 은밀한 정치적 영향을 막는 탁월한 보호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일식 체제 또한 자동적으로 예술의 자유에 더 위험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정치 통제를 막는 가장 탁월한 보호 장치가 있다면, 이는 예술가의 재정적 독립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일정규모의 공연 단체라면 모두 공적이든 사적이든 보조금 없이 운영되는 경우란 거의 없어,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두 가지 접근 방식에서 후원자는 어떠한 형태로든 예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무래도 독일식 체제의 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위험은 공공의 통제에 의해 방지되거나 조절될 수 있다. 결정을 내리는 정치인과 관료들 스스로 공공 통제를 따르기 때문이며, 이 공공 통제는 독일식 체제의 오래된 강점이기도 하다.
반면에 개인적인 후원자는 공공 통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예술을 후원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자유를 널리 인정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후원자보다는 후원을 바라는 예술 수요가 더 많기 때문에, 후원자들의 잠재적 영향력은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 보조가 제한된 나라에서는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들지만, 동시에 사적 후원자의 잠재적인 영향력에 대한 사회적 통제 기능도 취약하다고 지적된다. 따라서 공공적 재정 조달이 개인적인 재정 충원 방식보다 예술의 자유 확보에 더 유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독일과 미국에서 브레히트의 정치성 연극이 취소된 사례가 이와 같은 통제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경제적 차원의 예술 통제
정치적 개입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 때문에 취해지는 통제 또한 예술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된다. 특히,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위험이 있다.
첫째, 정부가 재정 지원을 통해 시장의 원리를 조정하는데 따른 소비자 주권의 원칙 침해.
둘째, 어떤 문화적 활동이나 공연을 금지하는 '상업적 검열'의 형태를 띠는, 시장에 대한 통제되지 않는 영향력 행사로 이는 대다수 소비자들의 기호와는 거리가 멀다.
예술의 자유 외의 목표
지금까지 초점을 둔 예술의 자유가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경제정책은 성장, 물가 안정 또는 완전 고용이라는 전통적 목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다른 경우처럼 공연예술들을 위한 경제정책은 주로 비경제적인 목표들을 필요로 한다. 이 목표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고, 경제 목표들보다 긴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럽과 미국 모두 예술 정책의 목표는 일반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예술의 창조, 현재와 미래 시대를 위한 문화적 유산의 보존, 문화예술 단체 및 조직의 강화, 그리고 예술 창조력 지원을 위한 기반 확충과 여건 조성 등이다. 영·미식 체계는 민간 부문의 선도력에 의존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는 공공 보조금의 지급이 이 비경제적인 목표의 달성에 필수 불가결해지고 있다. 최적의 체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의 특징들이 서로 혼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델과 현실의 유형 분석
독일식과 영·미식 체제는 문화 정책의 구조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점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 체제의 전형적인 유형을 살펴보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두 체제의 차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우리는 재원에 따라 다음의 세 가지 공연예술단체별 유형을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첫 번째 유형에서는 입장권 판매 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때로 이익금을 남기기도 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에서는 입장권 판매 수입은 비용의 일부만을 충당하고, 그 결과 공연 단체는 부가적인 보조금이나 이전 소득을 필요로 하게 된다. 다만 그 재원이 개인이나 민간 부문인지, 아니면 공공 부문으로부터 나온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유형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중복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 따라서 네 번째 유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재정 부족 분을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혼합적 형태로 채우는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한쪽 부문의 보조가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순수한 의미의 영·미식 체제는 첫 번째 유형과 독일식은 세 번째 유형과 일치하는 반면, 두 번째 유형은 양자를 포괄한다. 현실적으로는 각 나라에서 세 가지 유형이 혼합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변화를 띄게 된다.
따라서 영·미식과 독일식 접근 방법의 차이는 절대적인 모순 관계라기보다는 정도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영·미식 체제가 공연예술 부문 구조화의 초기 단계를 대변한 것이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독일식 체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가정의 도출도 가능하다.
다른 시장 경제뿐만 아니라 두 나라의 발전은 특히 다음과 같은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즉, 독일에서 민간 연극과 오케스트라는 18∼19세기경 개인으로부터 출발하였으나, 심각한 재정 문제로 인해 점차 공공화하였다. 1960년대 이후의 미국과 2차 대전 후 영국의 발전도 같은 이유 때문에 동일한 추세를 나타낸다. 다른 서구형 시장 경제 국가에서는 원활한 문화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공공 보조라는 수단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독일식 접근법이 최종적이라거나 최적의 단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실은 더 나은 발전과 바람직한 변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독일식 접근 방법의 장단점
독일식 체제는 세 번째 유형에 걸맞은 광범위한 공공 및 민간형의 공연예술 활동으로 특징 지워진다. 공연 단체들은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과 같은 주요 도시에 집중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소규모 도시와 지역 사회에서도 발견된다. 규모가 작은 단체들은 인근 지역별로 순회무대를 갖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통계들이 독일식 패턴의 모습들을 보여 주고 있다. 전문 음악인들로 구성된 대부분의 공공 오케스트라는 공공 방송사,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 등의 지원을 받고있으며, 주요 도시의 극단들도 8할 이상이 오페라 하우스에 소속되어 정부나 지역 사회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어, 세 번째 유형의 전형적인 독일식 체제를 잘 따르고 있다. 다만, 소규모의 지역 극단들은 아주 적은 공적 보조금만을 받는데 이는 두 번째 유형에 가깝다고 하겠다. 이러한 사립 극단은 개인적인 보조금이 드문 독일의 현실에서 볼 때, 자발적인 구성원으로 구성되어 충분한 급료나 사례를 받지 못하고 자기 보조와 희생을 통해 운영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들은 '강제된 아마추어리즘'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전통적인 공공 지원의 결과, 독일식 체제는 다음과 같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공연 분량이 보급된다는 점. 둘째, 계속적인 작품 활동이 보장됨으로써 공연예술의 질적 수준이 향상된다는 점. 셋째, 재정적 압박을 덜 받으며 입장권 판매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된다는 점등이다.
독일의 문화 정책이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반면, 공적 지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민간 부문의 선도력과 후원의 침체 현상을 일으켰으며, 장래의 예술가들에게도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독일 공연예술 단체들의 입장권 판매 수입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공공 보조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정부의 재정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전문 예술 단체를 위한 충분한 공공기금의 동원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빈번해지고 있다. 그 결과 문화 정책에 대한 전통적 역할을 재검토하자는 논의들이 제기되고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몇 가지 흥미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개별 극단이나 오케스트라들이 소위 '합리화'의 요구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입장권 판매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으며, 순수한 예술적 목표나 기준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극단 지원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 장기적인 효과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현재의 체계에 맞는 장기적인 적응 과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꼭 필요한 공연예술 분야에는 공공 기금을 통해서 이들의 역사적 발전을 도와주는 종합적인 육성 발전 계획을 운영해 볼 수도 있다. 실제 이러한 계획들을 통해 어떤 극단과 오케스트라는 문을 닫고, 또 어떤 경우는 흡수 통합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단체들이 자발성이나 신축성을 상실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경향이 독일식 체제의 근본적 변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미식 접근 방법의 장단점
영·미식 체제는 시장의 원리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상당한 재정적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예술가와 예술경영자, 후원자들이 주도해 나가는 대단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장의 원리는 다음과 같은 양상을 띠고 공연예술의 존립과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즉, 우선적으로 극단과 오케스트라의 수가 각 지역별로 쇠퇴하기 시작한다. 특히 뉴욕이나 다른 큰 도시에만 공연이 집중되어 있고, 작은 도시에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작품의 계속적인 발표와 단체의 원활한 유지 및 운영이 매우 어렵게 되었다.
소득보다 예술적 기준과 실험 정신을 앞세우는 전문단체를 만들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브로드웨이나 그 밖에서도 상업적 주문이 여전히 우선된다. 각 공연 단체들의 자립 시도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적자는 늘어나고 이에 따른 보조금 수요도 첫 번째 유형으로부터 자꾸 멀어지는 것이며, 두 번째 유형에서처럼 사적 후원자가 그 적자를 충분히 보충해 주지 못하게 되면, 공공 기금이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그 중요성도 점차 커지게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영미에서의 시장 조절 기능은 민간 부문의 선도력에 맡겨져 왔지만, 문화 정책을 펴는 정부의 태도에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보인다. 즉 국립예술기금(NEA)의 정책이 공연예술계에 공공자금을 제공함으로써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이것이 영·미식 접근 방법상의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다. 공공 기금 자체가 본질적으로 민간 부문의 주도에 의해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변형에 불과한 것이다. NEA는 단지 적자를 보전해 주는 것이 아니며, 재정적 부담을 떠맡는 것도 아니다. 선택적인 후원과 다각도의 재정 지원을 통해 NEA는 주로 시장의 원리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분야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보상하며 후원 노력을 활성화시킬 따름이다.
사실 이와 같은 영·미식 지원은 총괄적 보조를 취하는 독일식 정책보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다만, 예술 단체 운영상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적의 접근 방법
가장 적절한 접근법은 아마도 독일식과 (변형된)영·미식의 정책적 요소를 혼합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고 본다. 공공 예술의 영역이 독일에서는 조금 줄고, 반대로 미국에서는 더 발전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재정적 부담은 정부에서도 취해야 할 것이며, 재정 보장을 통해 지속적인 작품 창작, 안정적인 단체활동 및 대중과의 긴밀한 접근들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식 NEA 모델에 바탕을 둔 더욱 선택적인 보조 정책이 민간 부문의 위험 부담을 보완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민간 부문의 공급이 부족한 공적 부문의 보조를 보충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 체제하에서 공연예술 활동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최선의 또는 최적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각 나라의 역사와 전통, 사회적 가치 판단과 정치적 합의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고유의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석해 본 영·미식과 독일식 접근 체제는 예술 지원의 유형과 방향에 대한 귀중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공공 부문의 역할과 영향력의 비중이 문화예술 발전의 길을 여는 데 상대적으로 큰 기여를 해 온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내실 있는 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각 부문의 고른 지원과 후원 체계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며, 이에 따라 예술 창작과 보급의 여건도 점차 개선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글은 에리카 지거(Erica Wahl-Zieger)의 논문 「The Performing Arts and the Market: Anglo-America and German Approaches to Theater and Ochestra in Market Economics」를 번역·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