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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예술의 출로를 개척한 비디오 극장의 출범




이강렬 / 연극평론가

문화의 형태가 점차 컴퓨터 등에 의존한 모습으로 새로운 산업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서 이러한 경향은 독특한 형태의 문화 산업을 잉태시키는 활력소가 되어준다.

대표적인 것이 요즈음 일본에서 성행하는 비디오 극장들이다. 일본에서의 비디오 산업은 안방극장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수준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즉 드라마로써가 아니라 공연 예술의 비디오화를 통해 일회성에 머물고 있는 무대 예술의 보존 및 상업성을 곁들인 보급까지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무대예술의 비디오 제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명 오페라물이나 음악회 등의 연주가 제작·보급되어졌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들로 반면에 연주같은 상업성 없는 작품은 도외시되어 있었다. 따라서 연극은 기록으로도 남을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일본의 비디오 산업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여 어려운 연극 환경을 극대화 시켜줄 뿐만 아니라 연극인들에게 간접적이나마 지원이 되는 출로를 마련하고 있다는 데 흥미롭다.

대표적인 것이 보도(寶島)라는 회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연극 시리즈 비디오들이다. 이들이 출간하여 판매하고 있는 연극들은 대체로 실험성 짙은 소극장 연극들로써 관객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이 꾸준히 서점가에서 젊은 독자층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이다.

얼마전 국내에서 공연된 바 있는 신쥬구양산박의 '천년의 고독'도 이들 시리즈의 12번으로 제작되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붐은 연극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를 할뿐만 아니라 기업의 연극 지원의 한 방편이 되기도 하여 출범 당시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다.

일본은 일찍이 비디오 산업의 붐을 타고 기존하는 극장과 합류하여 비디오 극장을 출범시켜 이제 정착 단계에 들어서 있다.

그동안 안방극장의 주인격으로 행세해온 비디오가 상업화의 길을 모색하다가 작은 극장으로 옮겨앉게 된 것이 비디오 극장이다.

비디오 극장에서는 기존의 영화 필름만을 상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비디오 테이프를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관객들은 극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관이나 안방에서 보거나 느낄 수 없었던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일본에서 새로 유행하고 있는 비디오 극장은 객석 1백석 정도의 미니 극장이 대부분이다.

작년 11월 유통 체인 업종의 대기업 다이에가 비디오 극장을 처음 선보인 후 1년이 안돼 46개로 늘었다. 비디오 극장을 운영하는 주체가 대형 유통 업체라는 게 특징이다.

다이에 뿐만 아니라 지난 봄 2개의 비디오 극장을 설립한 니치이도 대형 유통 업체 중의 하나이다. 이들은 국내 백화점내에 극장을 만드는 것처럼 점포 한 구석에 비디오 극장을 설립하여 고객들에게 여가 장소로 제공하여 기업 이미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쇼핑과 함께 여유있는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 주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주 입장에서도 중요한 점은 영화관과는 달리 비디오 극장의 운영비가 워낙 적게 먹힌다는 사실이다.

기계 조작에서 상연 안내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만 있어도 극장이 움직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상연관처럼 영사 기사를 별도로 채용할 필요가 없이 안방의 비디오를 조작하듯 여자 직원 혼자서 간단히 영화를 상연할 수 있다. 더구나 수 천, 또는 수 억 엔짜리 영화 필름이 필요없이 비디오필름은 주변에서 값싸게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다.

특히 기존의 영화나 유명 오페라의 한계를 극복하여 소극장 연극들을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한층 더하게 해주고 있다.

이런 낮은 비용과 흥미로움 때문에 지난 여름에는 한 지방 정부도 비디오 극장을 개장했다.

도쿄 디즈니랜드가 들어선 우라야스시는 '주머니 극장(포켓 시어터)' 두 개를 동시에 열었다.

규모는 92석의 미니급이지만, 수입은 시 재정으로 써야하므로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낮으면 도저히 생각하기 힘든 발상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이 극장은 연일 많은 관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향유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의 프로그램이 변경되어 볼 수 있는 다양함과 싼 관람비가 촉진제가 되어 주었다.

비디오 극장은 전용 비디오 테이프와 기자재를 생산하는 회사가 늘면서 사업으로서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지금까지 비디오 극장 시스템은 소니 그룹이 사실상 독점해 왔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는 경쟁 회사인 마스시다 전기가 마스다케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여 독점 소니 체제에 충격을 주면서 선 보였다.

마스-마스 연합 체제는 내년 중 적어도 1백개 소의 비디오 극장에 비디오 영화 시스템을 판매할 목적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비디오 극장의 결점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비디오 화면이 영화 필름만큼 매끄럽지 못하고 특히 개봉 필름을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영화의 경우 몇 달 전의 히트 작품까지는 비디오 극장에서 상연되지만, 그때그때의 인기높은 작품은 좀체 상연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신 비디오필름 공급망이 확립되면 비디오 극장은 엄청난 붐을 형성할 것을 일본 전자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한편으로 출판계에서도 독특하고 희귀한 프로그램들, 예를 들어 무대 공연들과 여행 안내 등을 비디오로 제작하여 나름대로 독자적인 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흘러간 작품들에 대한 기록은 고작 사진이나 팜플렛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는 연극이나 무용 등의 공연이 비디오를 통해 기록 보존이나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도 중요성을 갖는다.

일본의 예술대학들은 일찍이 이들 프로그램의 녹화 작업을 해왔고 비디오 테이프들이 열람실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은 우리의 예술 교육 현장에서 본받아야 할 점이기도 하다.

이같이 되기에는 일본의 TV매체들의 공과도 무시할 수 없다. 공영방송인 N.H.K-TV에서는 거의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연극의 전막을 녹화 방영하여 줄뿐만 아니라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상업방송에서도 예외없이 행하고 있다. 따라서 별도로 개인 녹화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오늘날 일본의 비디오 극장의 증가 추세는 한때 비디오 때문에 어려워진 공연 예술계에 역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촉진제로써 대두하여, 질 높은 문화 산업의 역할이 되고 있다는데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