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

후기산업사회와 출판물 유통




허창성 / 한국도서유통협의회 회장

최근에 이르러 후기산업사회라는 용어가 신문, 잡지, 강연 또는 토론을 통해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그 뜻을 꼭 이것이라고 확정 지을 만한 대답은 아직 없는 것 같다.

후기산업사회

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놀라운 수준의 일들이 작게 보일 정도로 현재는 새롭고 경이적인 발전이 전자기술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같은 변화에 의해 새롭게 대전환을 이루어가는 사회가 후기산업사회가 아닌가 싶다.

'후기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라는 용어는 다니엘 벨이 그의 저서『후기산업사회의 도래The coming of post-idustrial society』(1973년)에서 키워드로 사용하였고, 이보다 앞서 거의 비슷한 뜻을 가진 '문명후사회(『20세기의 의미』,1964년)'라는 표현이 케네쓰 볼딩에 의해 쓰여졌다. 그 외에도 새로운 사회에 대한 학자들의 이미지를 들어보면, 드럭커는 지식(지가)사회, 다렌돌프는 탈자본주의 사회, 브레진스키는 기술전자시대, 토플러는 초산업사회의 도래, 정보화 사회, 맥루헌은 지구촌이라는 조어로 새로운 사회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특히 볼딩은 문명후사회는 그 기술이 문명사회와는 달리 지리나 과거의 문화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계 공항을 예로 들어 알 수 있다.(김포나 방콕이나 뉴욕이나 공항이 같음)고 천명했으며, 하늘의 여행은 문명후사회의 뚜렷한 특징이라고 했다. 또한 과학 혁명이 가져온 기술적 변화가 크기 때문에 우리들은 인류의 새로운 상태로 들어서고 있다고 논급하고 있다.

다니엘 벨은 후기산업사회의 특징은 혁신의 원리인 지식과 지식-기술 관계에 대한 새로운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인 활동은 처리, 제어, 정보에 관한 것이고 인간간의 경쟁이며 이론적 지식에서의 근본적인 혁신이 19세기와는 달리 사회 혁신의 새로운 원리가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관점이다. (19세기의 변화는 이론적 측면에 대해서 거의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발명가에 의해 시작되었다.)

또 그는 새로운 전자 기술에 의한 지원 설계, 제어, 제조 등의 혁신으로 생산의 융통성을 높이고 생산의 재조직화로 산업화의 새로운 형태가 진전될 것이고 특히 제3의 기술 혁명에서 통신 혁명은 인간 행위의 규모를 변화시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자 기술에 의한 대전환

현재 이 시간에도 마이크로 전자기술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경제와 사회 속에 널리 침투되어 있지만 대중이 그 형태를 깊이 인식하기 전에 새로운 혁명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경험하고 있는 자동화와는 달리 전자 기술이 갖는 참된 혁신은 새로운 정보의 양과 질이다.

정보는 물질적인 것은 아니지만, 기업내의 생산기능이나 의사 결정에 지배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전자 기술은 기업의 구조가 갖고 있는 어떤 약점이나 그의 경영 능력, 시장에서의 점유율 등, 알고자 하는 정보를 모두 분석해 낸다.

전자 기술로 제어되는 정보망은 정보뿐만 아니라, 급전의 전송, 소매 부문의 POS시스템, 항공 여행사의 네트워크, VAN시스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또한 수요 수준에 대한 재빠른 피드백feed back능력을 갖춰 수요량의 계산을 쉽게 한다.(예:항공기 자리예약, 배송, 검색, 예약 확인 등)

따라서 "전자 기술과 관련된 기술이 앞으로 응용되지 않는 분야는 전혀 없을 것이다"라고 한 레이쿠르노/스잔쿠람의 말은 적절한 표현이라 하겠다.

또 소위 "하지 않고는 앉아 있을 수 없는 필요성"은 전자 기술이 주도하고 있는 후기산업사회의 기술 혁명 가운데 정말로 선택을 좌우하는 요인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적인 것이라는 지적과 전자기술의 응용은 무엇을 택할 것인가라는 것에 있다고 그들은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2000년까지 컴퓨터 단말기 1천만대 보급, 1996년까지 국가 기간 전산망 구축, ISDN의 구축, 10년내에 정보통신전문 인력 1만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크게 주목되는 바다.

정부는 80년대보다 훨씬 앞을 내다보고 전자 기술을 공공의 이익에 사용함으로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신념으로 정책 추진을 해야 하겠다. 만약 단기적 가치 판단과 협량한 기득 이익 측면에서 계획하고 개발하거나 현재의 안정에 안주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세워진다면 극히 일부를 흡수하는 정도가 되고 말 것이며 사회의 본질적 변화를 실현하는 것은 점점 요원하게 될 것이다.

전자책, 전자서점의 출현

이미 전자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출판계에 많은 영향을 끼쳐 왔다.

뉴미디어는 우리의 고유한 활자와 종이의 미디어를 뛰어넘어 멀티 미디어를 형성하여 LAN(근거리 통신망), ISDN(종합 정보 통신망)등의 구축과 더불어 종이 없는 사회로 밀고 나가고 있어 매우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CD롬 데이터베이스 CD북 푸로피디스크, DAD등을 이용한 전자책은 벌써 상품화되어 구미에서는 그 시장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다. 금년 10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북페어에서도 그 열기는 대단하여 전시장 규모의 약 15분의 1에 달하는 상당한 공간이 전자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하루 빨리 우리 출판계도 전자책으로 머리를 돌려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이러한 국제 추세를 감안하여 문화부가 전자서점의 출현과 그 중요성을 출판계에 예고하고 강조한 바는 아직까지 정부 수립 후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참으로 놀랍고 경하할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후기 산업사회에 도래할 이 엄청난 출판계의 변화에 대해 얼마나 많은 출판인이 인지하고 있는가가 또한 심히 우려되는 바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출판계가 기술 혁신을 진전시켜야 하겠지만, 이에 앞장서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ABA(미국서적상연합회)에서 53개 주요 서점을 토대로 '전자서점의 역할을 기존 서점에서 2002년쯤에는 어느정도 활발하게 기능할 수 있을까'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그 결과 2002년에는 서점의 기능 가운데 48퍼센트선이 전자 서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집계가 나왔다. 이 점으로 미루어보아 우리 출판 서적계는 하루속히 스스로 대비하여야만 하겠다고 본다.

당국이 전자서점의 도래를 예고한 바도 있지만, 전자 기술은 레이저(LASER는 Light Amplification Stimulated by the Emission of Radiation의 머리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임)와 레이저 사진술(홀로그래피)이 통신과의 연계로 이루어진 광전공학의 발전으로 서점의 단말기를 통해 서점에서 소량 주문하는 책이 인쇄 제본되어 공급되는 즉시 출판의 형태가 ISDN구축에 의한 통신 혁명을 통해 서비스되는 시대가 다가왔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도 있다.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일본도 아직 준비 단계에 있는 실정이고 보면, 앞으로 우리는 이 성장 산업으로 예견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여 싱크탱크think tank를 확보하고 당국과 출판계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공통센터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래의 출판물 유통

전자 기술의 제어능력은 출판물 공급이나 수요에 따른 배송, 재고 관리, 금융 등의 유통뿐만 아니라 출판물의 기획에서 제작, 출고까지의 다단계 네트워크를 유연성 있게 제어 조정해 갈 수가 있다.

지금까지의 무조건 만들기 위주의 생각에서 앞으로는 고객 성향의 서비스 지향적인 생각으로 바꿔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이다. 출판물의 판매 보전은 물론 고객에 대한 지원서비스(퍼지제도)를 강화해 가려면 전자 기술의 이용은 절대적이다. 전자 기술을 중심 정보 기술이라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회 구조의 혈액인 정보의 흐름을 능률화함으로써 모든 사회의 조직이나 기구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물 유통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구축해 가자면 이를 위한 전자 기술의 도입과 출판물유통정보센터의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후기산업사회에 있어서의 출판물유통을 원활히하고 우리의 출판문화를 보다 좋게 꽃피우기 위해서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아닌가는 다른 사람 아닌 출판인들 스스로가 선택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