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대통령의 문화정책 메시지




1. 문화 향수권과 참여권에 대한 선언 - 문화의 제도적 개선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1990년대의 새로운 문화정책은 문화부를 신설함으로써 이미 그 반을 완성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모든 문화정책은 바로 문화부를 신설한 그 의지와 구조 속에서 찾아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문화예술은 정치와 경제의 크고 급한 문제들에 밀려 항상 역사의 뒷전에서 소외되어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 우리 국민들이 문화예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문화예술가들이 잃었던 자존심을 되찾게 하는 새 환경을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단지 먹고 자고 입는 생존이 아니라 꿈꾸고 표현하고 참된 것을 추구하는 생활문화의 축제성을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만인의 문화를 골고루 나누어 갖는 <문화의 향수권>과 누구나 그것을 자유롭게 창조하는 <문화의 참여권>을 선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이미 작년에 약속한 대로 문예진흥기금 3천억원을 1992년까지 조성할 것이며 문화진흥에 관계된 여러 제도, 법령등 기본적인 지원체제를 완비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러한 생활문화의 선언으로 <잘 살아보자>는 구호는 이제 <인간답게 살아보자>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2. 다양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한 창작력의 조성 - 문화의 정신풍토 조성

개인의 창작예술이나 문화활동에 있어서 본인이 기본원리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는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술창작의 경우는 제도보다는 다양한 가치, 자연발생적인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정신풍토를 마련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 예술인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창작마을, 예술인 기념관 등을 만들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3. 한국인의 문화적 동질성회복에 대한 선언 - 전통문화와 계승정책

무분별한 외래문화의 유입, 국토분단에 의한 민족문화의 단절 그리고 도시와 물질문명이 빚어낸 가치관의 붕괴 등과 같이 우리는 지금 여러 가지 원인으로해서 한국인의 문화적 동질성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단지 피부색과 얼굴 모양만이 같을 뿐 행동도 사고방식도 전혀 다른 이방인같은 동족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국인의 원체험을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다시 찾는 민족의 문화적 동질성 회복운동을 거족적으로 벌여야 할 것입니다. 그 작업은 비정치적, 비상업적, 비관료적인 문화적 접근방법으로 시도되어야 하며, 그 대상은 우리의 순수한 전통문화 속에 잠재되어 있는 문화의 원형을 찾아내는 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는 전통문화를 간직한 65세 이상의 인구가 200만명밖에 되지 않으며 해방 이후에 태어난 인구가 3천4백만명으로 총 인구의 7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박물관이나 도서관 그리고 지방문화원 같은 기존 문화시설을 최대한으로 개방 활용하여 전통문화의 교육기지로 전환시킬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전통문화의 계승자가 되고 문화봉사원이 되는 자율적 운동을 펴가도록 도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능한한 규제를 풀어 사설박물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개인소장의 귀중한 문화재들이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물론 이 전통문화의 개념안에는 어문정책등이 포함됨으로써 법정연구소로 하여금 우리의 언어와 문자를 아름답게 다듬고 표준화함으로써 그 동질성은 물론 민족문화 창조의 텃밭이 되게 할 것입니다.

결국 문화적 동질성 회복으로 동족끼리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던 지역간의 갈등, 이념의 양극화, 성별의 차별등에서 벗어나 참으로 화합하고 포용하는 문화한국인을 구현토록 할 것입니다.

4. 한국 문화권의 확산 선언 - 한민족 문화 대제전의 개최

특히 재외교민들에게 한국인의 문화적 동질성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은 동질성의 회복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문화의 개념자체를 바꿔 놓는 중대한 전기가 될 것입니다. 자기 영토만으로 국한시켜 생각하던 종래의 폐쇄적인 문화의 개념을 넓혀 한국문화권을 세계로 다극화해 가는 정책으로 응용할 것입니다. 외국에서 활약중인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에게는 후원단체를 두어 적극 지원하고 국내와의 유대를 통해 우수한 한국인의 예술적 재능이 세계로 확산해가는 발판으로 삼고자 합니다.

북한과의 문화적 동질성 회복문제는 그 자체가 통일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며 이같은 문화주의적 접근은 정치경제의 직접적인 접촉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주의적 접근법을 통해서 통일의 기반을 닦고 그 문화적 동일성의 바탕위에서 모든 이념의 갈등과 단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문명의 대전환기와 세계 공동체로 향하는 문화주의 선언

1990년대는 근대산업사회가 끝나고 정보화사회 또는 초산업사회가 시작되는 연대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세기의 대전환기에는 언제나 문화가 그 역사의 고삐를 잡는 문화주의적 성향이 강렬하게 나타나는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정치로 해결하고 산업을 산업의 기술로만 처리하던 시대는 지났다 할 것입니다. 문치 교화를 뜻하는 문화의 그 본래 뜻처럼 문화는 힘이나 법과 같은 외부의 질서가 아니라 마음을 지배하는 내면의 힘을 뜻합니다. 정보화시대는 바로 인간과 마음을 정점으로 하여 이룩되어지는 문명입니다.

그러므로, 90년대의 문화정책의 완성은 문화를 문화고유의 영역에서 해방시켜 정치산업과 같은 인접분야와 자유롭게 접합시켜주는 데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숙원인 민주화 정책과 문화주의 정책은 서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민주화의 마지막 꽃은 예술이며 그 최종의 열매는 문화인 까닭입니다.

2천년대 선진문화복지국가 건설을 다짐하는 이러한 모든 일들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문화부가 90.1.3일 발족되었고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을 입안, 발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