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영어 연극을 위한 발전 방향
곽종태 / 안동대 교수
「교육영여연극」이란?
「교육연극」이란 전문극단이 청소년을 위해 준비한 극을 말함이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 스스로 참여하여, 배우고, 느끼게 되는 극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뜻을 영어교육 현장에 적용하여 일반적인 교육연극의 기능과 영어학습의 효과를 함께 보자는 의도에서 「교육영어연극」이라 일컫기로 한다. 지금까지 대학의 영문과나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등에서 영어연극을 수없이 공연해 왔지만 그 성과는 연극적인 면에서나, 영어학습 면에서 전혀 기대에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많은 문제점만 드러내었다. 그래서 좀더 우리 실정에 맞고 연극교육과 영어교육적인 면을 고려한 연극활동의 방향과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교육영어연극」이란 개념을 도입해 보아야 한다.
문제제기
이러한 「교육영어연극」이 새로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연극을 영어교육에 응용한 방법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려다 실패하거나, 또한 너무 쉽게 그 가치를 거부해 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영어연극을 오랬동안 해 왔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지 반성해 보거나, 우리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탐구해가는 자세가 모자랐다. 한마디로, 연출과 공연방식이「교육영어연극」과 기존 극단의 연극과는 서로 다르다. 지도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고, 영어연극 경연대회에서의 심사기준도 기존의 연극 평가방식이어서는 안된다.
학교 교사들의 연수나, 사범대학과 연극학과의 교과과정에 「교육연극론」이란 강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이러한 문제를 한데 모아 영어연극의 방식을 연구하는 전문가나 대학도 없었다. 이따금, 관심있는 이들은 혼자서 경험으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의 원어극에 대한 현황 조사나 그 문제점을 제기하는 연구가 나와야 하고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공연되어 왔고, 또 우리 문화를 살찌우는 구실을 얼마나 했는지 가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선 우리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지도교사를 양성하여 이들이 발표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금까지 있어온, 그리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공연활동을 정리하고 평가해 주어야 한다. 끝으로 「교육영어연극」의 문제점을 드러내어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어극 공연은 기성극단의 모방만으로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 관련도서를 번역하거나 소개하여 나라 밖에서 「교육연극」이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는지 살펴야 하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어울리는 이론과 실제를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훗날 영어연극 지도자, 연출가들이 쓴 「우리의 영어연극지도 교실」,「영어연극의 새로운 이해와 활용」과 같은 책이 출판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일반대학 영문과나, 사범대학 영어과 또는 연극학과, 교사 연수회 등에서는 연극지도교사를 양성해야 하고, 「교육과 연극」또는「교육영어연극론」등의 강좌를 마련하여 구체적으로 접근해 나가야겠다는 점이다. 어쩌다가 막이 오르는 영어연극 공연은 거의 학교 안에서의 발표로 끝난다. 전국 또는 지역마다 교육영어연극 경연대회를 열거나, 볼 만한 작품을 극단이 초청하여 발표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국연극협회나 한국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등에서는 원어극, 교육연극, 대학극, 초중등극의 분과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왜 원어극을 학생들의 취미활동이나 교육활동으로만 여기고 연극의 변방으로 쫓고 있는가? 극단이 아동극을 공연할 때는 흥행적인 면을 더 생각하는 듯하지만, 교육연극의 기능과 방법을 고려해 보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그리고 어렵게 막을 올렸을 경우 누군가가 그 정리나 평가를 해 줄 수 있어야겠다. 「문화예술」의 「예술정보」,「문화예술일지」나 「한국연극」의 「극계동정」,「공연기록」등에 교육연극 공연 소식란을 만들어 빠짐없이 활동을 소개해 주고, 그것들을 모아 다시 평가하여, 해마다 나오는 「문예연감」에 「교육영어연극」(또는 원어극)부분을 정리해야 한다. 오닐의 「느릅나무밑의 욕망」이나 브레히트의 작품들이 대학극에서 계속 공연되어 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 땅에서의 원어극의 문화적인 의의를 찾아내어야 한다.
다른 예술 분양와 같이 「교육영어연극」도 문화예술진흥원에서 적극적인 후원책을 마련해 줄 수 없을까? 영어연극 지도교사 연수회도 열어야 하고( 또는 통신강좌) 책, 잡지, 카세트테잎, 비디오, 화보 등의 자료를 구입하여 지도교사와 학생들에게도 제공해야 한다. 자료관에서만의 대출이 아니라 관외 대출―지방에 있는 교사들을 위해 통신대출도 해 주어야 한다. 지금의 자료관 운영으로는 전국의 관심있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고 일부만이 이용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기대효과
흔히들 한국연극의 관객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면서 우리의 관객이 대학생들뿐이기 때문에 성인극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독서습관이나 예술의 감상은 어릴 때부터 바로 잡혀져야 가능함은 너무나 뻔한 이치이다. 유아 때나 학생시절부터 교육연극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아주 쉽게 연극이 우리들 생활 속에 살아뛰는 예술이 될 수 있다. 대학 1학년「교양영어」시간이나, 축제기간 중 단막극 공연에 참여하고서 얻은 연극적 체험으로 줄곧 진지한 관객이 되어가는 걸 많이 보아 왔다. 따라서 교육영어연극 활동은 우리의 관객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영어연극은 영어교육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정신교육 등에도 효과가 크다. 나라 밖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벗어나,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감상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또하나 연극인들이 교육영어연극에 관심을 가짐으로 해서 그들의 영역을 확대하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연극인들 쪽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연극이 들어가야 한다고 막연하게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연극의 교육적인 모든 기능과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나 생활 현장에서 연극이 되살아날 수 있고, 따라서 학생들의 연극활동이 학부형들과 그 지역의 주민들 모두에게로 확산되어 갈 것이다. 교육영어연극 운동이 전국의 학교로 번져갈 때 연극은 아주 빨리 우리 가까이에 살아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교육영어연극」은 연극 전반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문제를 그 뿌리에서부터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교육영어연극의 활성화
다양한 접근이 시도될 때 「교육영어연극」활성화는 바로 우리 눈앞에 있을 수 있고, 이것을 통해 우리의 연극발전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은 관심있는 몇 사람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얼마 전부터 안동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영어연극연구회」 같은 모임이 전국적으로 그 활동의 폭을 넓혀 가거나, 구심적인 역할을 충분히 해갈 때 산발적인 「교육영어연극」운동은 탄탄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문교부나 한국문화예술진흥원, 한국연극협회 등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다시 가질 때, 우리의 연극은 다양성 속에서 무한하게 발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