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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존 수리에 대한 과학적 처리 방안




정재훈 / 문화재관리국장

우리나라가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보존하기 시작한 것은 문화재관리국에 문화재연구소가 설치된 1975년부터로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문화재를 연구하는 전문가는 미술사나 고고학,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물리학, 화학, 건축학, 생물학, 전자공학, 지질학 같은 자연과학의 전공자가 문화재의 보존연구에 더 필요한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문화재의 해설에 있어서도 미술적 설명이나 형태의 비교론 같은 내용만으로는 부족하고 과학적인 근거의 제조기법, 재질, 연대 측정 등이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재를 보존 관리함에 있어서는 자연과학자의 참여와 과학적 시설이 가장 중요하다. 유적을 발굴하는 현장에도 보존과학의 전문가가 분야별로 있어야 하고 전국의 박물관을 위시한 문화재의 관리 분야에도 보존과학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사실 유적이나 유물이라는 것이 오랜 세월에 풍화되고 훼손된 것이기에 이 수명을 연장하려면 과학적 방법을 강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재 보존연구에 만족할 만한 기능을 다 갖추고 있지 못하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과학적 보존의 실례를 중심으로 문화재 보존 수리에 대한 과학적 처리 방안을 모색해 본다.

문화재는 만들어진 시대의 안목과 그 기법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모든 물질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결국에는 소멸되게 되어 있다. 문화제의 존재 수명도 영원불멸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의 과학적 보존 방안

지금 우리 문화의 귀중한 유산인 문화재들은 그 수명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 많다. 아무리 견고한 석조 조각물이라도 노천에서 600년 간 있으면 풍화가 가속되어 수명의 한계에 이른다. 하물며 산화를 계속하는 철기나 충해로 부패하기 쉬운 직물이나 종이류 등은 보존의 수명을 다한 것이 많다. 이 수명을 다한 문화재를 자연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그 수명을 연장시켜 보고자 하는 것이 과학적 보존의 목적이다. 그러나 문화재에 이 과학적 방법의 처리가 절대적 진리는 아니다. 그리고 많은 시험을 거쳐서 가장 안전한 결론에 가까워졌을 때 문화재에 적용해야지, 아무리 새롭고 안전한 과학이론이라도 문화재 자체에 바로 적용하여 실험적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어설픈 과학적 보존처리가 문화재의 본래 가치를 상실시키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면 오늘날 문화재에 적용하고 있는 보존과학의 여러 방안들을 분야별로 설명하고자 한다.

목조(木造) 문화재

문화재 중에 건축물이 가장 많다. 이 건축물은 거의가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다. 나무의 수명은 대단히 오래간다.

일본 법륭사(法隆寺)의 여러 목조건물은 7세기 것들이며 백제 건축의 영향을 받았다. 중국 산서성 오대현(五臺懸)에 있는 남선사(商禪寺) 법당은 782년에 건립된 목조 건물이다. 우리나라에도 고려시대 건물인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부석사 조사당, 강릉 객사문, 봉정사 극락전, 은해사 거조암의 영산전 같은 목조건물이 남아 있다. 1988년 경남 의창군 다호리 고분에서는 기원전 1세기의 목관과 많은 목조 문화재가 출토되었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9년간 실시한 한국 해양발굴의 세계적 이목을 집중했던 신안 해저 침몰선 발굴 인양작업에서는 큰 바다를 항해하던 큰 목조의 무역선(14세기)이 발굴되었다.

7세기에 신라가 조성한 궁의 원지(苑池)인 경주 안압지(雁鴨池)에서 신라의 작은 배와 목조 문화재가 발굴되었고, 신라의 궁성 입구 다리인 경주 남천의 월정교(月精橋) 다리터에서도 목조 다리의 가구(架構)가 온전히 발굴되었다. 목조는 현대의 시멘트 구조물보다 몇 배나 오래가는 수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의 보존보다 바다나 연못이나 땅속에서 출토되는 목조 문화재의 보존에 있어 과학적 보존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형태나 재질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이런 목조유물들은 부패하였거나 내구성이 다 된 것이다.

우리나라 목조 문화재의 보존처리장은 현재 목포에 있다. 이것은 신안 해저 침몰선의 보존처리 때문에 설치된 것이다.

신안 해저 침몰선은 14세기 무역선으로 주선재는 마미송(馬尾松) Pinus Massoniana과 삼나무 Cunninghamia Lanceolata로 중국이나 일본에 많이 있는 나무였다. 이 배는 길이가 약 30미터 너비가 10미터쯤 되는 목선인데 인양할 때 434쪽으로 분해해서 인양하였다. 이 목조선편은 해충과 바다의 뻘 속에서 미생물의 침해를 받고 부패하며 흐물흐물하게 된 상태가 많았다. 우선 공기와의 접촉을 막고 상수도의 물탱크를 만들어 물 속에 담가 염분 제거작업을 했다. 바닷물에는 평균 천분율로 35 퍼센트의 염분이 있고 온도는 겨울에 50도, 여름에는 20도까지 올라간다(신안 해저). 이러한 자연 조건을 감안하면서 염분 제거작업이 끝나면 P. E. G . 함침법(含浸法)으로 서서히 오랜 기간 수지(樹脂)를 투입시켜 자연 건조시키면 목재의 본래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보존처리가 끝나고 선편 하나 하나를 복원하면 배의 원형이 이루어진다(최광남씨 보고).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신라 배(길이 5.9미터 너비 1미터)도 수지를 침투시켜 거의 부패된 목재를 단단하게 갱화시켜 국립경주박물관에 진열하고 있다. 목편이나 다리 가구, 목간(木簡), 칠기그릇들도 결국 이러한 수지투입, 갱화처리 방법을 쓰지만 칠기그릇은 수지의 침투나 옷칠막의 처리 등으로 아직 완전한 보존방법에 문제가 있어 좀 더 연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목조 건물에 있어서는 부재를 교체하며 구조물만 보존한다는 보존방법을 지양하고 옛 나무 자체의 보존방법에까지 과학적 보존처리를 강구해야 하게 되었다. 사실 건축의 기법은 고려의 것이라 해도 그 목재가 조선시대나 현대의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완전한 고려의 건물이라 할 것인가. 그래서 목조 건축문화재의 재질분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소나무, 느티나무, 구실 잣밤나무, 조륵나무, 상수리나무, 단풍나무, 신갈나무, 은행나무, 전나무, 참나무 등으로 건립되어 있었다. 이 목조건물들은 부분부재가 부식되었거나 생물이나 물리적 화학적 피해를 입은 것들이 많다. 그래서 피해를 입고 있는 부재를 과학적 방법으로 보존 처리하여 옛 나무를 보수할 때 갈아내지 않고 그대로 쓰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이는 부식이나 손상된 부분을 합성수지(合成樹脂)로 충진(充塡)시켜서 강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고, 개미 나 좀벌레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방충제를 바르고 목부의 부패방지를 위해 방부제를 바르는 방법을 쓰고있다

금속 문화재

유적을 발굴할 때 가장 시급한 응급조치의 과학적 보존처리가 요구되는 것이 금속 문화재와 목제품 문화재이다. 특히 철기제품은 땅속에 있다가 갑자기 공기와 접하게 되면 급속히 산화하며 부스러기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고분을 발굴한 후 거기서 출토된 칼, 창, 낫, 활촉 같은 철제품을 상자에 담아 박물관 유물창고 속에 넣어 두었다가 몇 년 후에 보면 형태는 모두 산화되어 부서져서 쇠 녹가루만 남아 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발굴이 합법적으로 행한 문화재의 파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결과이다. 그러기에 금속 문화재가 출토되면 모두 보존과학적 처리를 강구해야 된다. 철제 유물에 녹을 발생하게 하는 것은 수분, 염분, 공기, 토질, 지열, 지압 등이다. 우선 깨끗이 씻은 후에 100도의 증류수 속에 침적시키거나 탈염제 용액을 탄 액체 속에 집어넣어 완전히 염분을 제거한다. 그리고 녹을 떼는 작업을 하는데, 송곳, 바늘, 닛바, 치과용 소도구 등을 이용하여 녹을 제거하고 에어브러쉬를 이용하기도 한다. 녹 제거에는 전기화학환원법이나 전기분해환원법이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다. 녹의 전면 제거가 유물의 고격(高格)을 손상시키고 학술적 가치를 상실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녹을 제거한 후에는 진공함침법을 쓴다. 진공함침법은 녹이 쓴 것을 방지하고 위약하게 된 것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선 진공관속에 넣어 철 속에 있는 수분과 산소를 빼내고 아크릴 수지(樹脂)를 철제 표면에 침투시켜 공기와의 접촉을 방지하는 보호막을 만든다. 이렇게 하여 약간의 뒷손질을 하고 서로 접합하거나 복원해야 할 경우는 복원을 하는데 2미터쯤 거리에서 보면 복원하거나 접합한 부분이 식별되지 않도록 하고 10센티미터쯤 거리에서 자세히 보면 복원한 부분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청동제품은 주석과 구리의 합금에 아연과 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청동제품은 아름다운 청록색 녹을 가지고 있는데, 청동의 피막을 보호해 주는 좋은 녹과 염소이온이 포함된 녹이 있는데 염소이온이 포함된 녹은 청동제품을 급속히 부식시킴으로 나쁜 녹이 된다. 청동제품의 과학적 보존처리는 이 염소이온이 포함된 녹을 제거하여야 한다. 이 청동녹은 눈으로 식별하기가 아주 쉽다. 염소이온이 포함되지 않은 청동녹은 청록색을 띠고 있다.

염소이온이 포함된 녹은 녹색에 흰 가루 빛을 띤 회녹색을 하고 있으며 이 녹이 심하면 흰 반점이 나타나 청동을 침식하는데 이를 청동병이라 한다.

청동녹 제거에도 전기분해환원법, 전기화학환원법은 잘 쓰지 않고 철기제품의 녹 제거 때처럼 송곳, 침, 치과 소도구들로 조심스럽게 제거하거나 에어브러쉬를 쓰는 경우와 화학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청동 문화재의 고격(高格)을 유지하고 학술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청동녹은 염화이온이 포함된 녹색의 녹을 제거하는 것인데 이 나쁜 녹은 제거한 것으로만 두면 되지 않는다. 녹을 제거한 후에 청동을 안정시키는 작업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난 후에 철기처럼 공기접촉을 방지하는 보호막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특히 광속 유물을 다룰 때는 면장갑을 끼어야 한다. 사람의 손에는 염분이 언제나 있다. 그러기에 이 염분은 금속 문화재를 부식시키는 큰 원인이 된다.

1983년 경북 경산군 임당동에서 출토된 금동관을 문화재연구소에서 보존 처리하였는데 이 보고서(이오희 씨 집필)를 보면, 금동관 표면에도 모래, 흙, 청동녹의 혼합물이 붙어 있고 그 속에 적색의 이산화동층과 흙색의 산화동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 산화동층 밑에 도금막이 있는데 이 도금은 금가루와 수은(水銀)을 잘 혼합하여 표면에 바르고 열을 가해서 수은을 증발시키고 표면에 금막이 형성된 금 아말강 도금기법으로 조성된 것이었다. 우선 깨끗이 씻고 탈염처리 후 10 퍼센트의 개미산을 솜에 묻혀서 찍어내는 방법으로 청동녹을 제거하고 부식을 억제하는 용액 속에 24시간 침적한 후에 에틴알콜에 가볍게 담가 씻고 수지에 2회 정도 담구어 진공함침하여 보호막을 형성 강화시켰다. 그후 접착제로 금동관 편을 접합 복원하였다. 이 임당동 금동관은 처음에는 파편에 지나지 않았으나 복원된 후에는 훌륭한 금동관이 되었다. 이 금속 유물 처리과정에서는 글자나 문양 등이 새롭게 나타나서 죽었던 유물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환희를 맛보기도 한다.

몇 자의 문자가 소멸된 역사를 복원하고 제작연대를 알리게되어 이 유물과 같이 출토된 모든 유물의 절대 연대를 부여하게 하거나 문화사적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시대의 과학사를 규명하게 하여 기술사의 연구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도 된다.

신안 해저에서 발견된 299종의 중국 동전은 염분을 제거하고 전기분해환원법과 에어부러쉬 등으로 녹을 제거하며 모든 글자를 읽을 수 있게 한 후 진공함침 처리를 통하여 수지로 피막을 입혀 녹이 슬지 않게 보존처리를 하였다. 그리고 원자흡광분석법에 의한 동전의 원소(元素)를 분석하였다. 이로 인하여 중국의 화폐사를 규명하고 제조의 기술사를 연구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금속 문화재는 발굴과 동시에 과학적 보존처리가 강구되도록 체계화가 필요하다.

종이나 섬유질 문화재

종이나 옷감으로 된 문화재는 어떤 문화재보다도 세심한 보존의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옛 책이나 문서, 그림 등과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는 의상류 등은 특별한 과학적 보존시설 없이 보존되고 있는 것이 많으며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 섬유질 문화재는 습기나 충해나 공기오염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그 중에도 미생물이나 충해 또는 세균의 피해가 가장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그림 같은 것은 광선으로부터 퇴색되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종이나 섬유질 문화재의 과학적 보존 방법으로는 훈증(燻蒸)처리가 가장 좋다. 중요 민속자료로 지정된 장흥 임(任)씨, 수의(壽衣)의 과학적 보존처리 보고서(안희균 씨외 3인 집필)를 보면 훈증하고자 하는 유물을 상자 속에 넣고 폴리에틸렌 비닐(0.3m/m) 두 곁으로 피복하여 공기의 유통을 막고 그 속에 가스를 주입하였는데 가스 농도를 60 피피엠 이상 유지하면서 24시간 훈증처리 하였다.

훈증제는 메틸브로마이드 86 퍼센트에 에틸렌옥사이드 14 퍼센트 혼합한 가스를 썼다. 훈증제 1세제곱 미터당 100 그램을 투약했다. 이때 훈증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훈증하는 유물 속에 공시충(供試盤)과 공시균(供試菌)을 넣었다. 훈증이 끝난 후에 넣었던 공시충과 공시균을 다시 끄집어내어 접종배양 실험을 하여 공시충과 공시균이 완전히 죽었으면 살충 살균 효과는 입증되는 것이다. 이러한 훈증처리는 중요한 유물에 대하여 연 1회씩 실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먼지나 대기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기정화시설을 해야한다.

그림 같은 유물은 강한 광선에서 변질될 우려가 있으므로 50 룩스 이하의 조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섬유질 문화재가 습기를 가장 잘 흡수하고 있으므로 습도의 조절이 필요하다. 적당한 습기는 45∼60 퍼센트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온도는16∼18도가 적정하다.

종이로 된 책이나 문서, 그림의 보존수리에 있어서는 표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때 표구에 사용하는 풀은 무균 상태의 것이어야 한다. 수리에 사용하는 종이는 딱지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요즘은 좀이나 벌레가 먹어버린 문서나 책의 보수는 풀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딱을 풀어서 한지를 뜨는 방식으로 보수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의상류 같은 것은 물론 훈증처리나 제습시설이나 공기조화시설이 필요하지만 평소에 방충제를 넣어서 방지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학적 보존처리는 주기적으로 점검을 실시하여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벽화

벽화는 무덤 속이나 사찰의 불전(佛殿)에 남아 있다. 고구려는 벽화무덤 유적이 많지만 남한에는 벽화무덤이 경북 순흥읍 내리와 공주 공산성 전축분 및 부여 능산리 석실분 등에 남아있다. 그리고 고려시대 벽화로는 영주 부석사 조사당 벽화(국보 제46호)가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이며 무위사 극락전 등 불교사찰의 건물 벽에 그려진 조선시대 벽화가 꽤 많이 남아 있다.

벽화의 과학적 보존처리가 시급하게 되는 경우는 새로운 벽화고분이 발견되었을 때이다. 이 경우는 완전하게 보존된 경우는 거의 없고 인멸 직전에 있거나 긴급한 보존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예가 경북 영주군 순흥읍 내리 벽화고분의 발견이었다.

땅 속에 묻혀 있을 때는 습도와 온도가 일정하여 큰 변화가 없었으나 발굴로 인하여 고분 내에 사람이 들어가게 되면 온도는 상승하고 습도는 낮아져서 갑자기 벽면의 벽화를 그린 회벽이 떨어져 나오게 된다. 이 벽화무덤은 잡석으로 석실을 만들고 그 벽면에 회를 바르고 그 위에 안료로 그림을 그린 것이었다. 발견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의 일상적 균형을 상실하니까 그림을 그린 안료층과 벽을 바른 석회면의 접착력에 변화를 주어 안료층이 아주 작은 조각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회벽에도 균열자국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땅속에 묻혀 있었을 때의 습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설치하고 발굴요원의 출입도 자동온습도 평행기록기를 통하여 통제하였다. 그리고 벽화무덤의 입구에 따로 시설을 하여 외부의 공기가 무덤 속에 들어가거나 무덤 속의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였다. 이 벽화 무덤은 오랜 기간 구멍이 뚫려서 사람의 출입이 있었으므로 이미 벽면의 그림에 나쁜 영향이 미쳤던 것이다.

이 벽화의 과학적 보존처리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강구하였다.

(1) 벽화를 그린 안료층이 조각으로 균열되어 떨어져 나오는 곳에는 트리클로로 에틸렌에 용해시킨 파라로이드 B72 2 퍼센트 용액을 사용하여 한쪽한쪽 접착시켰다. 이 접착제 파라로이드 B72는 일본 다가마쓰쓰가(高松挶(고송총)) 벽화고분의 보존처리 때도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서 사용한 일이 있어 일차 실험을 거친 것이었다.

(2) 벽면에 바른 석회층이 떨어져 나오는 곳에는 아크릴 수지계의 점도가 낮은 순간접착제 시아노아크릴레이트 CyanoAcrylate adhesive를 사용하여 접착시켰다. 이 접착작업은 대단히 조심스럽게 하였는데 벽화 뒤에 문종이를 가볍게 대고 순간접착제를 균열부 내부까지 충분히 침투시킨 후 솜뭉치로 살짝살짝 눌러주는 방법을 택했다. 여기에 사용된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접착제는 30초 이내에 완전히 굳어 버리므로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3) 석회면과 벽면 사이가 떨어져서 중간에 빈 공간이 발생한 부위의 접착은 파라로이드B72 5 퍼센트 용액과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겸용하여 접착시켰다. 접착방법은 접착제를 주사기에 넣어서 빈 공간에 주입시킨 후 벽화면을 솜뭉치로 가볍게 눌러주었다. 그리고 벽화를 모사하고 적외선 촬영 등을 하였다.

부석사 조사당 벽화는 고려시대 벽화로 적외선 TV 카메라로 촬영하여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회화의 그린 기법과 벽화의 보존 상태 및 올바른 모사(模寫)를 할 수 있다.

원래 적외선 TV 카메라는 유화 등의 밑그림 묘사를 검출하기 위하여 많이 사용한다. 촬영 결과 최초의 묵선과 몇 번의 개칠한 부분(보수흔적)을 찾아내었다. 이러한 적외선 촬영 결과부석사 조사당의 벽화의 보수된 부분을 보면 (1) 덧칠한 물감층 (2) 보수된 바탕층 (3) 원래의 물감층 (4) 원래의 바탕층 (5) 벽체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리고 황색 물감으로 금분(金粉)을 사용한 것도 알 수 있었다. 고분 속의 벽화는 대개 회벽이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 가는 프레스코 벽화인데, 벽화 보존처리를 담당했던 백찬규씨는 조사당 벽화는 벽면이 다 만들어진 후에 마른 흙 바탕 위에 그림을 그려간 템페라 화법의 벽화라고 보고하고 있다. 원래 이 벽화는 조사당(祖師堂)의 벽면에 설치되었던 6폭 그림으로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과 사천왕(四天王)인데 1916년 조사당을 보수하면서 건물에서 분리시켜 놓았던 것이다.

조사당 벽화의 보존처리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벽화의 오염된 부분은 먼저 붓 등으로 먼지를 털어 내고 증류수와 암모니아 용액(7 퍼센트)으로 세척을 한 후 염의 결정체를 용해하여 제거하기 위해서 이태리 프로렌스 벽화보존연구소에서 새로 개발한 찜질작업 Impaco을 시행했다. 찜질작업이란 위생처리된 분말펄프를 암모니아 용액에 적셔 크기 25×25 센티미터, 두께 1센티미터 미만으로 세척하고자 하는 벽화 표면에 밀착되게 붙여 불순물과 염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결과 뿌옇던 벽화 표면이 선명하게 되었으며 묵선 등이 새로 나타났다.

조각으로 떨어지는 벽화면의 접착처리는 파라로이드 Paraloid B72를 톨루엔에 용해해서 처음에는 묽은 용액을 주입하고 차차 진한 용액을 주입하여 조심스레 눌러서 접착시켰다.

이상과 같이 세척 후 부분 접착처리를 끝내고 그림 표면에 파라로이드 B72용액 1.5 퍼센트, 2 퍼센트, 3 퍼센트를 순차적으로 분무하여 벽화의 면을 갱화처리하였다(백찬구씨 보고). 이 벽화면의 갱화처리는 색깔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끝난 후에 시행되어야 한다.

벽화의 보존처리는 그 벽화의 상태나, 벽화가 고분 속에 있는가 건물에 붙어 있는가, 진열장 속에 보관되어 있는가 또는 어떤 자질인가 등에 따라 과학적 보존처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중요한 벽화가 보존된 목조건물이 퇴락 되어 해체 보수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에는 그 집 자체를 해체 보수하지 말고 그 집 위에다가 조화 있게 새로 덧집을 짓고 벽화의 건물이 더 무너지지 않게 보완만 하여 보존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방안의 하나라 생각된다.

그리고 벽화보존에 있어 광선이라든지 습기의 방지 조치는 섬유질 문화재의 보존과 같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문화재의 재질(材質) 분석

문화재의 재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제조의 기법, 지역적 특징, 시대별 특징, 구성, 원소 등 과학기술사의 모든 것이 밝혀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분석자료를 기본으로 하여 보존 수리 등의 다음 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재질 분석은 가장 필요한 것이 분석 기기(機器)와 전문요원이다. 현재 문화재연구소에는 원자흡광분석기, 형광X선분석기, X선회절분석기, 정밀분석가공기 등 분석에 필요한 기기가 확보되어 있지만 아직 분석관계의 연구실적은 낮은 편이다.

한국의 청동제품을 출토 분포별로 하여 분석표를 내면 지역별 시대별 특성이 나올지도 모르며, 중국과 일본의 청동기와 합금비율의 비교가 나타날 것이다. 전국에서 출토된 철제품을 분석 조사하여 그것이 주철(녹여서 틀에 부어 만든 것) 제품인가 강(鋼)인가 그리고 탄소의 함유량 같은 것과 혼합물을 분석하면 시대별 지역별 특성이 나타날 것이다.

그간에 재질 분석을 한 것은 신안 해저 출토의 중국동전과, 조선시대의 동전, 한국자기의 중성자 방사화분석(강형태(姜炯台) 이철(李澈)), 일부 목조물의 재질 분석 등이 있었지만 아직 비교 연구할 만한 축적이 없다. 우선 1985년부터 문화재연구소에 분석기가 들어왔기 때문에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그러나 이 분석자료에 따라 지역적 특성과 연대의 측정들이 가능하려면 분야별 모든 유물들을 분석하여 통계적 분석표가 나와야 하며 이러한 연구는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그러나 분석연구에 따른 과학적 연대 규명이나 기술사의 중요한 내용들이 밝혀져야 한다. 이제는 미술사나 고고학이 형태론적 비교론에서 과학적 분석의 근거를 뒷받침 받아야 할 것이다.

문화재의 화재예방

문화재 보존에 있어 화재예방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건축물의 집중지역에 소화전 설치를 추진하여 서울 조선왕궁과 불국사, 해인사 등 중요 지역 37개소에 완료하고 계속 설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단위건물에는 방연제(防燃劑)를 도포하고 있는데 529동의 대상 중 300여 동을 실시하였다.

소화기의 설치는 전국적으로 배치되고 있으며 월마다 주기적으로 소방훈련을 지역 소방서와 합동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화재로부터의 유물보존을 위해 화재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금고(金庫)를 제작 설치하여 중요한 문서, 책 등 개인이 소장한 동산문화재의 보관고로 쓰고 있다. 이 금고 설치는 도난방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67개소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전기시설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전기안전공사로 하여금 주기 점검을 하고 있다.

문화재의 환경 및 보존 시설

옥외에 있는 문화재는 환경오염으로 유해가스, 먼지, 염분, 수분 등에 의해 단청의 변질, 금속물의 부식 등이 일어나고 도심지의 문화재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뿐 아니라 진동에 따라 구조물에 영향을 주고 고층 건물의 지하실 조성과 지하철의 설치 등으로 지하수가 빠져나가 지반이 침하 할 염려도 생긴다. 이뿐 아니라 문화재 주위에 고층 건물을 지어 공간구성의 부조화도 야기되고 있다.

유해 가스 중에서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은 가장 나쁜 영향을 준다. 86년 주요 도시의 아황산가스 오염농도를 보면 평균치가 서울 0.054 피피엠, 인천 0.053 피피엠, 대구 0.043 피피엠이며 서울의 겨울은 0.085 피피엠으로 차량에서 내뿜는 아황산가스의 오염도는 높다.

허용 진동규제치는 60 데시벨이다.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의 보호구역으로 지하철이 통과할 때 방진시설을 했는데 그때 60 데시벨 이하로 기준하고 지하수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수시설을 했다.

도심의 대기오염은 방지 대책이 어렵지만 차량의 배기가스 같은 것의 정화는 저 유황 휘발유의 생산과 차량 엔진의 개선 등 제도적 조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실내의 문화재는 수장고에는 훈증처리 등을 연 1회 실시하고 공기오염측정기와 오염가스의 제거장치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 관람실은 먼지나 탄산가스 등을 제거하는 덕트화된 공기조화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적지나 천연기념 및 명승 등의 자연환경의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시설단지 조성 등의 개발 억제를 엄격히 규제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형문화재의 녹음 테이프나 기록 영화필름 등은 엄격한 온습도의 적정을 기하고 변질되지 않는 시설의 설치 및 방화의 예방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경판고나 서고 등은 절대로 지하시설에 보관해서는 안되며 해인사 장경판고 같은 유물은 전통적 과학성을 연구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하 유구(遺構)의 자기(磁氣) 탐사

발굴이나 유적의 정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지하의 유구를 지질학적 자력계기를 이용 자기단층 촬영방법을 동원하여 탐사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자기선을 지하에 발사하여 땅을 파지 않고도 유구나 유물의 층위나 위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자기단층촬영의 자료를 컴퓨터에 넣어 분석하면 고분의 위치나 형태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탐사의 방법으로는 대자율(帶磁率)시스템과 화상(畵像)처리자기 시스템이 있다. 이러한 탐사방법으로 먼저 조사한 후 발굴이나 유적 정비를 실시하는 것이 과학적이다. 물론 외형으로 고분임이 식별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러한 자기단층촬영이 불필요한 것이지만 유구가 지표상에 나타나지 않는 곳의 유적에는 필요하다.

진열실 내에 있는 문화재도 관람자들에게서 묻어 오는 흙먼지와 유기질이 미생물의 영양원이 되어 미생물의 피해가 생기고 사람이 내뿜는 탄산가스와 새로 건립한 콘크리트 건물일 경우 콘크리트 성분에서 포함된 알카리 물질이 알카리성 미립자로 공기 중에 확산되어 문화재의 부식을 촉진시킨다. 특히 그림이나 섬유질 문화재에 나쁜 영향을 준다. 유물 보관고에는 온습도의 조절이 잘 안 될 경우 균해 충해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 그리고 광선으로 인하여 회화의 퇴색이 가속되는 일이 많으므로 조명 등의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 현재 이 조명 등의 개량작업은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옥외 문화재의 대기오염은 인근 지역의 오염원인 공장이나 민가의 연탄가스, 차량 등이다. 보호조치로는 공장이나 민가의 이전 또는 연소시설의 개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차량 진동으로 오는 문화재 피해는 진동 방지 시설을 해야 한다. 독일이나 일본은 문화재에 조사에는 필요한 것이다. 고분 발굴에 내시경 촬영 등도 이용되고 있는데 전분이나 석실고분일 경우에는 유물상태를 조사할 수 있어 발굴 전에 과학적 보존처리의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준다.

문화재 복원 기술의 개발

부서진 석조들이나 토기류 와당 도자기류 금속류 유리제품 등은 조각이 났을 경우에 접착처리를 하여 복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섬유질 문화재나 갑옷 투구 같은 유물은 보존 처리한 후 원상 복원에 대단히 어려운 기술이 요구되기도 한다. 석조물, 토기, 치미, 도자기류 등은 에폭시 같은 접착제를 많이 사용한다. 석조물의 복원에 있어서 새로운 부재를 보강하는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엄밀한 복원은 아니고 부서진 유물의 조각을 서로 접착 복구시키는 것을 복원이라 말한다. 이때 복원된 부위를 식별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석조물 같은 것은 복원 부위가 나타나지 않게 접착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오인하게 된다. 용기류, 목기류, 골각기류, 금속기류가 발굴되어 과학적 보존처리를 하거나 보고서를 집필하는 경우에는 부서진 형태를 복원하지 않으면 보고서를 쓸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도 복원한 부위는 식별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직물류의 복원기술이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대단히 발달되어 고분이나 유적에서 출토된 섬유류를 정밀 조사하여 다시 짜내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나라도 경주 천마총이나 황남대총에서 수많은 비단(평직, 능직 등)이 부패되었으나 날줄과 씨줄과 무늬를 알 수 있는 상태에서 발굴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것은 옛 비단 짜는 기계를 복원하여 재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이러한 옛 비단을 복원 생산하여 기념품으로도 팔고 있다. 그리고 측우기나 앙부일구 같은 과학 문화재를 모조품으로 만들어 교육자료로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벽화의 정밀한 모사는 문화재 보존상 필요한 것이며, 발굴에서 나타나는 문화층을 합성수지로 전사하여 보존하는 것도 좋은 자료가 된다. 고분의 봉토구조나 건물터의 판축 및 패총이나 선사시대의 유적 토층을 그대로 전사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합성수지로 고분의 축소 모형을 만들기도 하고 토기 등 유물을 모조로 만들기도 하여 진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문화재 모조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며 모조의 표시를 하여야 한다. 문화재의 모조품을 진품처럼 만들어 진열하고 있는 것이 경주 천마총의 고분 내부와 공주 무녕왕릉 모형전시관, 부여 능산리 고분 모형관 등이 있다.

그리고 건축물의 축소모형 제작도 필요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경주 황룡사의 축소모형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문화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인력의 양성

과학적 보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건축학 등을 전공한 전문인력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과학적 기기와 시설이다.

보존과학의 전문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서로 연구한 실적을 교류하게 하여야 한다. 많은 실험이 필요하고 새롭게 개발되는 기구나 자료의 정보가 빨라야 한다. 문화재연구소의 보존과학 요원들은 일차적으로 선진국의 보존연구기관에 파견하여 기술습득을 시키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의 보존과학자를 국내에 초청하여 우리 문화재의 특성을 보고 공동연구를 실시하게 하여야 한다. 이는 우리 문화재를 외국에 들고 가서 보존연구를 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보존 처리할 문화재는 많으나 1년에 처리할 능력은 1,500점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문화재연구소나 박물관의 보존과학 전문요원을 대폭 증원하여야 한다. 이는 대단히 시급한 현실이다. 발굴사업과 보존과학 처리 능력은 병행하여야한다. 보존처리 능력이 없거든 발굴작업을 억제하여야 한다. 문화재 보존관리 중에 보존과학의 기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러한 전문요원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자연과학자와 같은 보수 등 대우의 현실화도 필요하다.

문화재 보존에 많은 노력 필요

엄밀히 말해서 현재 지정된 5천여 점의 문화재와 발굴되었거나 소장된 국립박물관을 위시한 각 대학 박물관과 개인 박물관 등의 수십만 점의 유물은 모두 보존과학의 처리와 조사 연구의 대상이라 보아 무리가 아니다.

문화재는 오랜 세월이 흘러 수명도 다 되어 노쇠한 사람처럼 끊임없는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문화재보존과학실은 죽어 가는 문화재의 생명을 소생시키고 연장시키는 병원이라 하여도 무방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분야별 연구 부문이 있어야 한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데 각 분야의 전문의사가 있는 것과 같다. 목조문화재를 다루는 사람, 금속문화재를 다루는 사람, 섬유류를 보존 처리하는 사람, 벽화를 다루는 사람 등 분야별 전문요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존과학의 기구나 시설의 현대화가 요구되는 것이며 문화재의 보수공사에는 언제나 과학적 조사 연구와 보존처리 기술팀이 건축이나 토목기술자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발굴의 현장 마다에도 보존과학 요원을 보낼 수가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앞으로 문화재 보존에 있어서 과학적 보존 분야에 대하여 새로운 인식으로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