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의 매력과 체험
손대현 /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지각적 맹인 perceptual blinder으로서 땅에 고착된 생각만을 하다가 인간의 이동은 오늘날 달에까지 착륙하게 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종래의 이미지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고립해서 살 수 없다. 다만 남들과의 교류와 호혜성 reciprocity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관점은 관광의 본성인「문화행동과 문화의 접촉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문화 없이 살 수 없고 인간 없는 문화는 존재할 수도 없는 불가분의 관계란 전제에서, 관광체험은 인간의 생생한 사회 문화적 표현을 대상으로 한다. 관광자체는 모두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닌 상징이며, 인간은 그것들을 상징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고, 이것이 문화의 기초가 된다.
문화의 개념
인간은 문화를 가진 유일한 동물로서 결코 의식주만으로 충족되지 않고 공동감·공허감을 채워 주는, 어떤 것을 표현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이 표현의 가지가지 양식을 인간문화라고 하는데 이 문화의 주체가 인간의 정신이요, 그 질료는 자연의 사물이다. 고로 인간은 문화 없이는 살 수 없고, 인간 없는 문화는 존재할 수도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또한 인류가 문화를 창조하는 것을 생물학적이거나 지구 물리학적 환경의 적응 수단-인간의 생존·안전-으로써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진화-인류가 인류로 남기 위한 영속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문화에 대한 상이한 정의가 대략 175개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한 인간 집단의 행동 및 사고에서 나타나는 상이한 생활양식 life style」의 총체로 보는 총체론적 관점과 관념론적 관점으로 분류할 수 있다. 후자는 주관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관념론적인 영역에만 한정시켜 문화를 간주하는 입장에서, 화이트 Leslie A. White의 정의에 의하면「인간은 상징 symbo- ling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임에 유의하여 이것이 바로 문화의 기초라고 파악하였다.
문화의 상징성 및 매력성
문화관광의 상징성
인간은 동물이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독특한 하나의 동물이다. 모든 종 중에서도 인간만이 유일하게 우리가 상징력 symbolic ability 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상징력이란 외계의 사물과 사건들에 자유롭게 또는 인위적으로 의미나 가치를 창작, 결정하고 부여하는 능력이며, 또한 그런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인간은 상징적 사고와 상징적 행동을 행하는「심볼의 동물」로서 인간문화의 진보 전체가 이 조건들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진정한 인간의 상징은 제일성(齊一性)이 아니라 변통성(變通性)을 특징으로 하는데 그것은 고정되어 있거나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자유로이 변동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여행 자체는 모두 상징이다. 여행관광의 내구적 가치, 유일한 잉여가치는 경험이나 추억인데 이것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닌 상징성이다. 중국의 임어당에 의하면 「문화는 여가의 산물」이고 관광은 인간의 자신의 생활을 미화하고 생활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과 순례가 둘 다 각각의 상징영역 내에 이동-중심부나 주변부로 이동-을 포함하는 것이다. 관광과 순례의 차이는 근본적인 현상적 차이에 있다기보다 여행자에 대한 영적(靈的)인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진지한 관광 형태는 열광적인 순례 형태와 아주 유사하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터너 Victor Turner의 말대로 순례자가 반쯤은 관광자이면 관광자도 반쯤은 순례자이다. 대중관광 속의 관광자를 '실험적 관광자'라고 한다면 순례자는 '실존적 관광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의 매력성
의미의 세계로서 문화는 관광자에게 최대의 매력 attraction을 준다. 일국의 문화유산은, 예컨대 희랍과 로마의 유산은 방문자들로 하여금 과거를 파악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매킨타시 Robert W. McIntosh는 모든 지역의 문화는「그 지역의 미술, 음악과 민속춤, 공예, 산업과 사업, 농업, 교육, 문학과 언어, 과학, 정부, 종교, 식음, 역사와 선사의 표현」으로써 15개의 요소로 구성된다고 하였다.
① 미술 : 유화, 조각, 스케치, 수채화, 필사예술, 조경건축 등이 있다.
② 음악 : 하와이, 멕시코, 하이티, 스페인에서와 같이 음악은 관광자에게 가장 흥미 있는 소구대상(訴求對象)으로서 관광진흥에 음악의 이용은 가장 바람직하다. 그밖에 콘서트와 야외 음악당의 프로그램과 디스크와 카세트 테이프의 판매가 인기가 있다.
③ 민속춤 :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민속춤이 있는데 이 춤과 관련해서 색상, 의상, 음악, 무대장치, 춤의 기교 및 숙련이 관람자에게 호소적인 매력을 준다. 멕시코의 발레 민속, 러시안 발레, 동구라파의 포크댄스, 아프리카의 춤, 타이 댄스, 일본의 카부키 댄스, 한국의 부채춤 및 가면탈춤 등이 있다.
④ 공예 : 관광자들의 선물(gifts 및 souvenir) 구매를 만족시키기 위해 각국에서는 수공업 또는 기계로 대량생산을 한다.
⑤ 산업 : 지역 산업의 양상은 여행의 동기부여를 위해 중요한데 상당수의 국제여행자들은 지역 또는 국가의 상공업, 상품 및 경제적 기반에 흥미를 가진다. 산업투어 industrial tour가 그 좋은 예이다.
⑥사업 : 이때의 사업 business은 주로 소매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 좋은 예가 쇼핑센터이다. 쇼핑은 관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데 세계적인 쇼핑국가인 홍콩과 최근의 한국은 쇼핑천국(이태원)으로 부상되고 있다.
⑦ 농업 : 농작물 시장 또는 연변간이 판매소에 지역 농산물의 판매-가축, 가금, 낙농업, 농작물 수확, 과일 및 채소류-는 관광자들에게 무한한 매력을 준다.
⑧ 교육 : 각국의 교육제도는 방문자에게 흥미 거리가 되는데 대학 캠퍼스는 대개 아름다운 곳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조경-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장소이다. 또한 대학에서는 국제학술회의-하와이 대학의 East-West Center가 개최되어 과학자, 학자, 교육자들이 참석하게 된다.
⑨ 문학 : 책, 잡지, 신문, 소책자, 기타 팜플렛은 가장 중요한 지역문화 표현 매체이다. 특히 비오는 날 도서관 라운지에서 그 지역의 문화, 역사, 예술, 민속에 관한 책을 보며 가끔 창 너머로 비오는 날의 경치를 보게 될 때 멋진 낭만이 된다.
⑩ 언어 : 언어에 대한 흥미는 여행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데,「말을 배우려면 그 나라를 가라」는 말이 있다. 언어를 배우는 목적은 그 국가의 문화를 배우기 위함이다.
⑪ 과학 : 일국의 기술산업, 교육 또는 과학적 연구조사 등 과학적 활동은 관광자에게 흥미의 대상이 된다. 과학 및 산업박물관, 천문과, 원자로, 예컨대 미국의 NASA는 과학적 소구 대상의 좋은 본보기이다.
⑫ 정부 : 정부의 센터인 수도의 방문, 미국 워싱톤 D. C. Washington D. C.의 국회의사당엔 상·하원의 입법절차를 참관한다던가 서베를린의 민주정부, 동베를린의 전체주의 정부를 방문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⑬ 종교 : 종교 순례는 전 역사의 기록을 통해 여행에 동기를 부여한 좋은 본보기이다. 예루살렘(이스라엘)과 카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은 성지 mecca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파리의 노틀담 Notre Dame성당, 로마의 세인트 피터 Saint Peter, 스페인의 콤포스텔라 Compostela는 교회의 방문지로 유명하다.
⑭ 식음 : 방문지의 독특한 토속음식을 즐기는 것은 뺄 수 없는 문화체험이다. 레스토랑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도취할 수 있고, 때로는 그 지역의 음식과 음료수-통조림, 와인, 술 종류-를 사 가지고 가기도 한다.
⑮ 역사 : 역사적 자원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은 박물관인데 대표적인 데가 멕시코 시티의 국립 인류학박물관, 뉴욕의 자연사박물관 Museum of Natural History,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다. 유명 박물관에서는 6개 국어의 동시 사용과 음향과 조명 sound and light로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관광문화체험
모든 관광의 탁월한 매력은 문화적 경험 cultural experience이고 관광대상에 대해 가지는 모든 인간의 감각은 선택적이다. 즉 시간적·감각적으로 들어오는 것을 가지고 선택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을 고르는 것, 선택하는 것이 문화이다. 인간은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를 발달시키고, 그에 의해서 자기 자신도 가축화시키는데, 인간이 보유한 그 문화적 조건화는 인간의 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관광의 탁월한 매력이 문화체험이고 이것이 관광산업의 요체이다. 체험산업 experiential industry, 즉 경험을 파는 신종산업이란 용어는 미래학자 토플러에 의해서 일반화되고 있다. 경험 experience은 실험 experiment과 동근인 준과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순경험은 무형적이지만 오늘날 상품처럼 제조되고 판매된다.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사물은 유에서 생기고, 유는 무에서 생긴다.
인간은「문화의 냇물」속에서 태어나서 그 냇물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생활해 나가고, 그 문화는 그대로 남겨 두고 자기의 일생을 마치지만 문화는 초유기체성·유동성으로 존재한다.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상호왕래를 통해 상호관찰과 상호발전을 기하는데 이 상호침투란「유동경험」(flow experience)을 겪으면서 자연에 친숙·조화되고 정통해지며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어 균형 잡힌 생활양식을 취할 수 있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광 목적지 supply는 경험, 자본, 자원을 혼합하여「관광제품」을 판매하는데 이 제품은 단적으로 표현하면 「체험」이라 할 수 있고 관광수요자의 관광 동기, 지각, 기대 또한 과거의 체험이나 현재의 관광 이미지가 관광행위를 촉발하는 관건임을 알 수 있다. 관광자의 문화충격과 적응에 관한 연구는 아직 유아기에 있으나 방문지의 관광「체험의 질」여하에 따라 관광매력성을 측정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세계 관광을 통한 문화 비교는 그들을 잘 알고 자기발견을 위한 것이지 결코 자기 것을 부정하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다. 또 올바른 문화적 이해는 문화충격의 영향을 극소화할 수 있으며 국제적 문화체험 intercultural experience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관광자는 참여관찰 participant observation이나 생활탐구 관광 LST : life-seeing tourism을 통해 타문화를 학습하는 데 최상의 방법으로 여행경험을 꼽고 있다. 따라서 대개의 관광자들은 관례와 일상성에서 벗어난 색다른 것을 찾으며 별난 것 something new and different을 체험하고 싶어한다.
리미노이드 체험
현대 산업사회의 많은 놀이는 리미노이는 liminoid와 대체로 연관된다. 이 놀이적인 리미노이드한 활동과 체험의 허용은 관광자 스스로에게 필수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 리미노이드란 개념은 튜어 Victor Turner가 개발한 용어로서 우리말의 역치성(橥値性) liminality-「문지방」이란 한계를 넘는다는 뜻에서 유래-에 해당되는데 가장 포괄적인 의미는「일상생활의 바깥 혹은 그 주변의 모든 조건」을 가리킨다. 즉 역치성은 일상적 실존의 기본적인 정치, 경제적인 사건 및 과정과 무관한 조건을 말한다.
리미노이드 활동과 관련된 일반적 특성들에는 이행성, 동질성, 평등성, 지위차 등의 부재, 익명성, 코뮤니타스 communitas 등이 있는데 몇몇 두드러지는 특성들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모든 놀이는 바로 이「비일상성」이라는 특성을 내포하지만 리미노이드한 놀이들은 일상적 영역으로부터 이탈 외에「전도」라는 특성을 가진다. 리미노이드 활동들은 정상적인 세계의 규칙과 규제에서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규칙과 규제를 명백하게 부정하거나, 제약의 사슬을 끊어버리거나 전도시킨다. 예를 들어 개인적인 방종을 정열적으로 추구하는 것-예컨대 식욕이나 성욕-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개인적인 방종의 기회가 심하게 제약되고 한정되기 때문이다.
에드문트 리히 Edmund Leach에 따르면 이 전례의례 기간 동안에는「사회적 위계질서가 전도되고 도덕행위의 관습적 규칙들이 중지된다.」의례적 전도 가운데서 상당히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형태는「가면무도회」이고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축제인「브라질의 카니발」(謝肉祭)이 좋은 예이다. 한국의「탈춤」도 의례적 전도행위이다.
② 리미노이드 체험들은 일반적으로 주기적인 의례보다 여가활동과 관계가 깊다.
③ 터너가 사용한「코뮤니타스」란 용어는 아놀드 반 겐빕 Anold van Gennep의「통과의례」의 견해를 더욱 정교화시켰는데 코뮤니타스는 동등한 사회적 존재로서 교류하는 사람들간에 아무런 중재 없이 이루어지는 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코뮤니타스에서의 결속은 동료 관광자들의 직함의 사용, 명함, 자동차, 집, 의복, 보석 등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신분을 표시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유물을 가지고 오지 않는 비차별성, 평등성,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성격을 띤다.
의례 ritual는 인간에 있어서 정형화되어 반복되는 행위 유형으로써 대부분 문화적으로 유형화된 집단적 행동이다. 반 겐넵의 탁월한 저작인「통과의례」(rites of passage)는,
·분리의례 rites of separation : 일상권에서 떠남.
·재집합·재통합 의례 : 개인을 정상 사회로 완전히 복귀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 의례는 인간생활에 있어서 연령·신분·상태·장소 등의 이전 단계에 시행되는 의식들을 일컫는데 한국적 용어는 관·혼·상·제의 네 가지 예(禮)에 해당된다.
1942년 쿤 채플 Coon Chapple에 의해 세시의례(歲時儀禮)와 통과의례(通過儀禮)가 명확하게 구분되었는데,
·세시의례 rites of intensification : 대개 한 해를 주기로 사회적 세계와 자연적 세계를 쇄신시키는 주기적·순환적 의례.
·통과의례 :「고비」때마다 열리는 비주기적 의례, 때때로「인생고비의례」life crisis rites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광자들의 출입국을 통한 요식행위, 통관수속, 체류활동의 의례적인 절차를 밟는데 이것을 관광에 있어 통과의례에 비유할 수 있다.
여행자의 출발기와 중심기, 종료기 중 중심기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격리성의 개념으로 이 기간 동안 집단의 사회조직, 제도화된 집합체인 사회구조와 도덕구조는 변화한다. 즉「색다른 체험」의 양식 style의 개념을 포함하는 반구조적인「코뮤니타스」의 특성을 나타낸다.
오늘날 전세계는 관광 위성국으로 관광망 tourist network으로 조직되어 상호왕래를 통해 상호 침투하여「유동경험」flow experience을 하는「관광개국」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관광의 탁월한 매력은 문화적 체험 cultural experience이고 관광대상에 대해 가지는 모든 인간의 감각은 선택적이며, 이 선택하는 것이 문화이다. 이와 같이 인간이 보유한 문화적 조건화는 인간의 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대개의 관광자들은 일상성에서 벗어나「새롭고 색다른 것」something new and different인 비일상성, 전치, 반구조적, 비 차별적인 인격적 커뮤니케이션의「코뮤니타스」와 같은 일련의 리미노이드한 활동과 체험을 추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