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리뷰/ 전통예술

북 리뷰

장주근「한국민속논고」외




최래옥 / 한양대 교수

■ "여보게 김서방"(한국인 탐험)

(최래옥 지음 미완출판사. 1987. 1. 335 면)

이 책은 필자가 쓴 것이기에 주저가 되는 바 이지만 민속을 쉽게 풀이하여 호응을 받고 있기에 거론하기로 한다.

1985년과 1986년, 18회에 걸쳐서 월간 "마당" 잡지에 연속에 관한 주제를 하나씩 들어서 연재하였던 것을 묵으면서 주와 참고문헌을 단 책이다. 우리는 민속이라는 말 한마디만 하여도 구수하고 정겹고 한국적이며 무엇인가 역사성이 있고 현대와 차이가 있으면서도 밑바닥은 동일하다는 그러한 심정을 갖게되며 일단은 호감을 갖는다. 그런가하면 벌써 그런 민속이 사라졌던가 하고 안타깝게 여기기도 하고 "지난날 사실 그런 민속이 있었지"라고 회고하기도 한다. 전승이 잘 되지 아니하기에 젊은 세대나 외국에 나가 있는 교포에게 전해 줄 쉽고도 무게 있는 민속론이 필요한 오늘의 실정을 강단에서 많이 느끼고 쓴 것이다. 제목은 18개, 즉 첫날밤, 도깨비, 출산, 이름, 점, 욕, 기생, 사주팔자, 제사, 정월 대보름, 광대, 저승길, 풍수지리, 소(牛), 사냥, 족보, 부처님, 민간요법 등이다. 도깨비를 쓸 때는 전국에 4,000명으로부터 설문지를 회수하여 참고자료로 삼았었고, 역(辱)에 대하여서는 어떤 종류에 어떤 사상을 담고 있는가를 여기저기에서 조사하여 쓴 것이다. 욕은 근본적으로 상대를 억누르며 자기를 내세우기에 욕에는 한국인의 행복관과 불행관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건강하기 , 관재수(官災數)에 걸리지 아니하기, 죄짓지 않고, 도덕적으로 살기, 성적(性的)으로 깨끗이 살기, 짐승차원에서 살지 말기, 명예롭게 죽기 등이 제시되었고, 완력으로 바로 싸우는 불상사를 입을 싸움이기에 미연에 방지하는 평화적인 기능도 욕에는 있다고 본 것이다. 전편에 걸쳐 이전의 사례나 설화를 들어서 한국인의 밑바탕이 과연 무엇인가를 자료와 사진을 곁들여 독자의 민속상식을 높인 책이라 하겠다.

한국민속논고(韓國民俗論考)

(장주근지음. 계몽사, 1987. 10. 521면)

저자는 현지 조사에 대하여는 더 말할 것이 없는 분이며, 또한 국내연구와 해외연구를 이론과 자료면에서 정리하는 데에서도 탁월한 분이다. 근래에 "한국의 세시풍속(1985)"을 간행 하더니 이번에 회갑을 계기로 그동안에 발표한 논문을 묶어서 간행하였다.

제1편 민간 신앙편에는 한국의 神堂形態考 제주도의 豊漁祭 등의 9편 논문이 있고, 제2편 설화편에서는 처용 설화연구, 고대사연구와 신화연구 등 8편 논문이, 제3편 세시풍속과 기타편에서는 향토문화제의 현대적 의의, 한국 세시풍속의 역사적 고찰 등 5편의 논문이 실려있다. 어느 것 하나 주목하지 아니할 글이 없다. 이 글중에는 한국학계에 신개척을 한 것도 있고, 논의를 제기한 것도 있다. 예컨대 1964년에 발표한 "한국신당의 형태고"는 그 분야에 개척을 한 셈이라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마지막 글인 "구미 박물관 탐방기" 또한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해외 박물관 필드워크를 하는 자세로 임하였기에 우리나라는 어떠하며 나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던져주는 글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아는 듯 하지만 사실은 잘 모른다. 우선 표현된 행위나 관습이 내면에 어떠한 것인지 해석이 잘 되지 아니하며 타지방의 민속에 대하여서는 신기하다는 것에 의지하기 쉽다. 이런 면에서 한 학자가 평생을 연구한 자료와 논문을 대하는 것은 단시간에 공부할 수 있기에 다행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의 눈을, 마음을 새로이 해 줄 것이다. 이 책에 이어 "장주근 민속자료집성"같은 책도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

한국의 조상숭배

(최길성 지음. 예진출판. 1966. 10. 276면)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바와 같이 무속에 나타난 한국인의 조상숭배 사상을 면밀하게 고찰한 것이며, 또한 미풍양속이라는 사회적 윤리보다 인간의 기본적 애정집단으로서의 가정이 가지는 사랑의 표현을 추구하는 책이다. "효도 해라, 제사를 지내야 한다. 조상을 섬겨야 인간도리"라는 것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사회적으로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도덕적인 의무적인 효도일 수도 있고 인간 본성에서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자연적인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어느 편이든 우리는 긍정하지만 저자는 특히 후자에 중점을 두어서, 충효 제일주의 식의 표어 제시가 아닌 전통적인 인간가치를 다양하고도 심도있게 고찰하였다. 이 책의 내용은 ①한국조상숭배의 연구사, ②죽음에 대한 태도, ③효의 조상숭배, ④한국 조상숭배의 관념과 구조, ⑤유교제사의 구조원리, ⑥풍수를 통해본 조상 숭배의 구조, ⑦우리나라 개화기 교과서에 나타난 조상숭배, ⑧무속조상숭배에 있어서 한, 원혼, 진혼, ⑨사후결혼의 의미, ⑩사령에 의한 질병과 치료, ⑪호남무속에서의 조상숭배와 친족의식 ⑫기독교와 조상숭배, ⑬무속과 장제(葬祭) ⑭한일 조상숭배의 비교 등 14편이다.

우리나라의 유교제사를 중국을 모방한 것이라는 생각을 흔히 하는데, 출발은 그러할지라도 분명히 중국제사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이념은 처음에 그러기는 하나 결국은 한국인의 제사가 되었고 그 조상숭배가 되었다. 유교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무속 외에 불교, 기독교 등 외래종교가 들어와서, 한국인에게 합당한 제사가 되고 제사사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글에는 대부분 이러한 주장을 하기에 공감할 수 있으나 용어나 외래종교 수용에 대하여서는 무속을 너무 인식하였기에 필자가 달리 생각하는 점이 있기는 해도 이 분야의 업적은 간과할 수 없다.

■ 한국인의 해학(韓國人의 諧謔)

(장덕순 지음. 시인사. 1986. 12. 282면)

이 책은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강의하다가 지난해 정년퇴임을 한 장덕순 교수가 쓴 "한국인" (전반부)과 해학을 담은 "행랑방 이야기" (후반부)이다.

40년 가까이 대학에서 우리 고전문학을 강의하면서 주워 모은 이삭(落笰)를 추려서 엮은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였으나 결코 낙수가 아니며 웃음의 소재집 글이 아니다. 저자가 살아온 우리나라의 시대를 굳이 자세히 말하지 아니하더하도 일제말기, 6.25, 4.19를 거쳐 지금까지 돌이켜 보면 웃음에 대한 그리움을 누구보다 많이 겪었다고 할 것이다. 멋있고 여유있는 전공 분야를 강의해온 저자가 그러지 못한 시대를 살면서 고뇌하고 고구(考究)하고 음미(吟味)하여 온 과정을 일반독자에게 고전을 통하여서 소박하게 전달하고자 쓴 것이며, 이것은 저자를 아는 사람들에게 가장 합당하다고 보면서 또한 색다르다고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진작 이런 책을 내어서 진작 한국인과 그 해학을 소개하였더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다. 한국인을 다룬 전반부에서는 단군, 동명왕, 광개토왕 같은 고대인물에서 김삿갓, 정수동등 조선말기 인물들까지 39명을 들어서 그 인간됨을 흥미롭고도 날카롭게 제시하였다. 그중에는 설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도 있으되, 이 허구 비슷한 인물이 어느면에서는 바람직하고 있음직한 한국인을 표출하는 데에는 더 합당할지 모른다. 후반부 "행랑방 이야기"는 한국일보에 그 이름으로 연재하였던 단편해학을 묶은 것으로 "아, 이런 멋진 조상님네가 우리나라에 있었던가? 정문일침 (項門一針)이요 촌철살인(寸鐵較人)이라는 문구에 너무나 합당하구나. 오늘날도 이러한 풍류가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풍부한 자료, 유려한 필치, 독특한 주제표현 등에서 저자 자신의 한국인됨과 해학의 전승인임을 엿볼 수 있다.

■ 韓國民俗硏究論文集

(김택규·성병희 공편. 일조각, 1986. 10. 420면)

傳統文化에 대한 일반인과 학제의 관심과 열의가 드높아가자, 이미 발표된 이 방면 논문을 집성할 필요가 고조되었고, 이에 부응하여서 이 편자는 현재까지 위 제목으로 Ⅰ,Ⅱ,Ⅲ,Ⅳ권을 간행하였다. 1986년에 민속종교편인 Ⅲ,Ⅳ권이 세상에 나왔는데, 여기에서는 "무속 전반에 걸쳐 논의한 개설적인 성격을 띤 Ⅲ권을 거론하기로 한다.

한국무속연구서설(任旭宰), 한국무속연구사(全仁會), 薩滿敎箚記(崔南善), 조선의 무속(李能和), 알타이어족의 무속(朴時仁), 한국선사 시대의 神像에 대하여(全之龍), 한국 무교의 종교적 특성 외래 종교의 교섭관제를 중심으로(柳東植), 조선 및 중국의 腹話巫· 太子巫(公主巫·空唱巫·명두巫) 등에 취하여(孫普泰), 한일 민간신앙의 비교고찰(祭場標識)을 중심으로 (朴柱弘), 巫(샤머니즘) 硏究에 대하여(趙興胤), 秋葉隆의 한국 무속연구 그의 功과 過(任東權), 한국무속의 액시터시 변천고(崔寺城), 한국무속 신앙과 민족(金烈圭), 무가의 전승변화체제·성주 巫歌系統을 중심으로∼(金泰坤)등 14편의 논문이 들어있다.

이 논문중 처음에는 임석재(任晳宰)의 "한국무속연구서설"은 100면에 이르는 긴 논문인데 중요한 문제를 여러가지 제기하여서 앞으로 무속연구의 기틀을 제시하였다. 말하자면 한국무당에게 엑스타시(ecstasy)가 없으며 흔히 무속이 샤머니즘(shamanism)이라고 말하는데 사실은 전혀 별개라는 것 등이다. 이것은 실로 중요한 문제제기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무당을 한강 이북형과 한강 이남형과 동해안 형으로 나누어서 특징을 제시하는 것은 우리나라 무속연구의 중요한 구분법으로 정착이 된 것이다. 이러한 비중 있는 논문이 모여있는 본 책은 연구자에게 독서물이라 할 것이다.

■ 판소리 명창 임방울

(천이두 지음. 현대문학사, 1986. 10. 352면,)

판소리를 들으면 흥이 난다. 배우고 싶다. 그리고 명창에 대하여서는 그 하나라도 연구하고싶다. 그러면서 좀 친절한 안내서랄까 연구서가 있으면 부르지는 못하나 감상을 잘 할 것 같아 찾아 보기도 한다. 이런 필요에 천이두가 쓴 책은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임방울의 자료는 비교적 깨끗하게 남아 있고 그의 인품 때문에 제자도 잘 두었고, 답답하던 시절에 많은 사람에게 인상도 깊게 심어 두었다. 그런데 정작 가까이 하려고 하면 잘 알기 어려웠던 지금의 실정에 비하면 참으로 다행한 책 출간이라고 할만하다. 부록으로 "판소리 용어풀이"가 있음은 더할 나위 없는 독자에게의 선물이다. 그리고 그가 실제로 불렀던 "수궁가"와 "적벽가"를 창법에 따라서, 그 내용의 주인공에 대하여서 구분하여 정확하게 제시한 것은 자료집으로서도 가치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판소리가 없다면 어찌 되었을 것인가? 당장 필자같은 고전문학자가 춘향전을 제대로 연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판소리에 대한 접근을 이 책을 통하여서 쉽게 할 수 있도록 명창 한사람의 생애를 전승면에서, 활동면에서 , 작품면에서 나누어서 쉽게 쓴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저자의 손에 의하여 계속 나오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