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프로그램

한국의 기층문화를 총 점검한다

국내시판중인 스케치용 연필의 문제점을 검토한다.

-국내외 미술연필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 및 문제점-




서성록 /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미술 연필은 모든 물체가 갖고 있는 3차원적 세계를 2차원적 화면 위에 묘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다. 회화의 추이가 변하면서 연필의 사용범위 또한 이전보다 넓어지게 되었다. 연필 소묘는 말할 것도 없고 드로잉, 스케치 에스키스, 밑그림, 정밀묘사 등 그 용도는 꽤 다양하게 분포되고 있다.

연필의 역사는 1564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연히 발견한 검은 물질을 연광물로 잘못 알고 연(鉛)이라 명명한 연유로 연필이라 칭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 흑연 덩어리를 잘 깎아 그대로 사용하다가 점차 심을 길게 하고 그 주위에 나무를 입혀 사용하게 된 것이 오늘날 연필의 시초가 된 것이다.

미술 재료의 근대적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18세기 이전에는 오늘날과 사정이 달랐었다. 미술가들은 각자가 필요로 하는 미술재료를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했으므로 극히 제한된 종류의 재료에 대한 지식만을 가지고도 불편 없이 작품제작을 할 수 있었다. 도제들은 스승의 아틀리에에서 미술의 실질적인 기법을 배우기에 앞서 화필의 제조법, 안료의 조성법 등 미술재료에 대한 제작방법부터 익혀야만 했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이후 명문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미술작품의 수요가 크게 증대되었고, 이에 발맞추어 미술 재료의 근대적인 대량생산 메이커가 등장하게 되었다. 많은 미술 재료가 생산되고 공급됨에 따라 오늘의 미술가들은 미술재료를 손수 일일이 만들어야 하는 수고에서 벗어나 필요한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의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미술연필에 관한 한, 국내의 상품들은 연필 제조 공업의 주요 생산국인 독일, 그리고 일본 등에 비하여 품질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 미술인의 대부분이 외제 연필에 의존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좋은 연필은 사용자의 올바른 선택과 기법 적인 경험의 체득이 뒷받침될 때 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지만 재료의 품질에 이상이 있으면 연필로서의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다. 좋은 연필의 조건은 1) 심이 잘 닳지 않고 수명이 길어야 하고, 2) 균일한 굵기의 선이 그어져야 하며, 3) 지면에의 정착성이 좋아야 함과 더불어, 4) 광이 나지 않아 검은 색이 진하고 선명하게 보여야 하며, 5) 마지막으로 심의 광도가 균일하며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야 된다. 우리의 연필이 국내의 미술인들에게 소외되지 않기 위해선 품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관계기관의 재정적 보조, 제도상의 후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삼아 국내에 수입되어 있는 미술연필의 현황을 알아보면, 현재 3개국에서 생산된 10종류 이상의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데 반해 국산연필은 4종류의 연필밖에 생산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고, 그나마 품질상의 결함으로 인해 외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산 미술연필의 현황(4개회사의 4개 제품)

품 명

제조회사

가격(원)

모양

동 아

동아연필

100

6각형

더 존

문화연필

100

6각형

북극성

우신화학

100

0 형

모나미

모 나 미

200

6각형


●유통되고 있는 외제 미술연필의 현황

품명

제조국

종류

가격(원)

모양

톰보우

일본

모노J

400

6각형

모노R

800

모노100

800

미쓰비시

일본

유 니

500

6각형

하이유니

900

비 너 스

미국


300

6각형

스테틀러

서독


400

6각형

카 스 텔

서독


500

6각형

스타빌로

서독

B- 3B

400

6각형

4B- 8B

1,000


이외에도 선셋, 드로잉(미국), 그로브(체코)등의 제품이 있다.




본 설문조사는 외제연필의 선호도, 품질도, 그리고 국산연필이 미술전문인들에 의해 소외되고 있는 이유 및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설문조사는 먼저 설문지를 돌린 다음 해당부분에 ○표를 하는 객관식 방법을 택했다. 한 개의 항에 여러 답이 나올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가장 옳다고 생각되는 것 하나만 선택, 기입하도록 했다.

설문의 문항은 총 39개인데, 이를 종류별로 구분해보면 1) 설문대상자가 사용하는 연필의 종류와 기간, 구입처, 용도, 사용빈도 등을 물은 9문항 2) 외제연필의 사용동기, 문제점, 경제적 부담감, 사용이유 등을 물은 6문항 3) 국산연필의 사용동기, 용도, 문제점 ,경제적 부담감 등을 물은 6문항 4) 국산과 외제연필과의 비교를 통한 품질, 선호도를 조사한 18문항으로 요약된다.

설문대상을 전문성을 고려하여 일반인은 피하고 미술연필(4B 연필에 한함)의 주된 소비자인 화가·대학생 등의 미술전문인 300명과 입시생 250명 등 도합 550명이며, 그 가운데 설문에 응한 내용이 부실한 것과 통계상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그 나머지의 것은 제외하여 500명의 설문만 갖고 퍼센테이지를 내도록 했다.

조사결과, <외제 연필의 사용빈도>는 93%, <가장 많이 사용되는 외제연필의 종류>는 일제인 톰보우와 미쓰비시가 94%로서 일본제품의 한국시장진출의 폭이 넓음을 드러냈고, <한 달에 평균적으로 소비되는 연필의 양>은 4자루 이상이 52.5%로 가장 많았다. <주변 사람들은 외제연필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의 질문에 <80%이상이 외제연필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90%였고, 그 중에서도 <100%가 외제연필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42.5%나 되어 실제의 외제연필의 사용률은 <외제연필의 사용빈도> 93%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연필의 구입처는 <화방>이 92%, 연필이 주로 사용되는 곳은 <데생>이 75%, 그림 그리기에 편리한 연필의 모양은 <6각형>이 89%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몽당연필이 되었을 경우 <볼펜이나 연필끼우개를 이용해 마저 사용>하는 사람이 전체의 95.5%를 차지해 연필을 알뜰하게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제연필을 사용해 온 기간은 <3년 이상>이 41%, 외제연필을 사용하는 이유로서는 <품질>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80%인데 반해 <주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므로>도 26%를 차지해 무분별한 외제선호 현상을 입증했다. 외제연필의 가격은 80%가 비싸다고 생각하며, 외제연필의 최초 사용동기는 <스스로의 선택>과 <선생님의 권유>가 대부분이었으며, 외제 연필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역시 <가격>으로서 86.5%로 미술인들로 하여금 경제적 부담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연필의 경우, 가격이 <적당하다>와 <싸다>가 84%를 점해 제품 구입에 비교적 부담감을 갖고 있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연필을 사용하고 있지 않는 이유는 <흑연의 질이 좋지 못하므로>가 80.5%를 차지했고, <국산 연필의 개선되어야 할 점>은 역시 <연필의 심>으로 90.5%를 차지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좀더 구체적으로 국산연필은 <지우개질이 잘 안 된다>가 86.5%, <연필의 색깔이 좋지 못하다>가 93%, <부드럽지 못하다>가 93%, <날카로운 선의 표현이 잘되지 않는다>가 84%, <작품제작시 손에 힘이 든다>가 82%, <중간톤의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가 91%, <선이 고르지 못하다>가 92.5%, <연필심이 쉽게 부러진다>가 70%, <무겁게 느껴진다>가 66.5%, <빨리 곯는다>가 88%, <연필의 색이 빨리 바랜다>가 79%, <음영의 대조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가 93%, <질감의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가 93.5%로 나타나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외제연필과의 비교 결과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미술인들 중에서 연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 것은 연필의 겉모양(2%)보다는 질감 및 농담 표현이 잘 되는 것과 품질상의 문제(75.5%)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연필의 강도>를 중요시하는 사람도 21.5%나 있었다. 각 항별로 설문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설문조사에 응한 500명중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연필의 종류>가 외제라고 답한 사람은 93.5%(465명)이며 이를 미술전문인과 입시생으로 각각 나누어 알아보면 91%(273명), 96%(192명)이다. 반면 국산연필을 사용하고 있는 미술전문인과 입시생은 9%(27명), 4%(8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국산연필을 사용하는 사람은 전체 가운데 6.5%(35명)를 차지한다.


국산연필과 외제연필의 사용빈도는 <외제를 사용할 때가 많다>와 <늘 외제만 사용한다>고 답한 수가 93%에 이른다. 이중에서 <국산 반 외제 반>이라고 답한 2.5%를 제하면 실제로 국산연필을 사용하는 수효는 4.5%가 된다. 미술전문인의 경우 <늘 국산만 사용한다>와 <국산을 사용할 때가 많다>는 5%(15명)이며, 입시생은 4%(8명)로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 나라 미술인구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제연필은 일본의 톰보우(75.5%)와 역시 일본의 미쓰비시(18.5%)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미술전문인일수록 톰보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81%(243명) 입시생의 경우 톰보우와 미쓰비시의 사용비율은 70%(140명), 23%(46명)이다.

전체 응답자중 일본산 연필에 대한 기호도는 94%에 이르러 일본제품의 한국시장진출의 폭이 넓음을 알 수 있다.


한 달의 연필 소비량은 <4자루 이상>이 전체의 52.5%(262명)로 가장 많다. 이것을 연간 소비량으로 환산할 경우 1인당 평균 48자루 이상이 되며, 금액으로 따지면 일제의 톰보우 가격(800원)을 기준으로 삼을 때 3만 8천여 원, 우리 나라 미술인구를 입시생, 대학생까지 포함하여 5만 명이라 칠 경우, 연간 19억 원 이상을 웃돈다. 특히 입시생은 74%(158명)가 한 달에 4자루 이상을 사용하고 있어서 외제연필의 구입으로 지출되는 외화는 막대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외제연필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의 질문에 80%이상이 외제연필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97%, 그 중에서도 100%가 외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42.5%(미술전문인 58%, 입시생 27%)나 되어 실제의 외제연필의 사용률은 3항에서 알아보았던 외제연필의 사용빈도 94%보다 많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우리 나라 미술인구의 대부분은 전문인, 입시생 가릴 것 없이 화방, 92%(450명)에서 연필을 구입하며, 그 다음이 대리점(국내 제품회사의 대리점을 제외하고 외국 제조국에서 우리 나라에 특별히 지사를 두어 대리점을 경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대리점은 외국상품만을 취급하는 미술백화점 및 전문센터를 지칭한다), 외국에서 직접 구입해 오는 경우, 학원 그리고 화실, 마지막으로 문방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술연필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인체나 석고, 그리고 정물 따위를 그리는 데생(75%)이다. 입시생의 경우 85%(170명)가 데생이라고 응답하여 입시 채택 종목인 연필소묘와 정밀 묘사에 연필의 사용이 제한되어 있음을 나타냈고, 미술전문인의 경우 데생 65%(195명) 이외에 스케치라고 응답한 사람이 24%(72명), 크로키라고 응답한 사람이 7%(21명)이어서 연필의 쓰임새가 비교적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8) 그림 그리기에 편리한 연필의 모양


그림 그리기에 편리한 연필의 모양은 우리가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연필의 종류이기도 한 6각형(89%)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전문인 88%(264명), 입시생 90%(180명)가 6각형 연필을 선호하며, 그 다음이 4각형 연필로서 전체 응답자중 8.5%가 이에 답하였다. 국산연필의 경우, 그 모양이 6각형과 ○자형인 것밖에 생산되지 않아 미술재료를 사용하는 실수요자의 기호에 맞게 모양을 다양화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연필을 사용하다가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길이가 짧아졌을 경우, 볼펜이나 연필끼우개를 이용해 마저 사용하는 사람이 전체의 95.5%를 차지하여 연필을 검소하게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생의 경우 <볼펜 등에 끼워 마저 사용한다>가 98%(196명)를 차지하여 근검·절약하고 있고, 미술전문인의 경우는 이보다 다소 떨어지는 93%(279명)이다.

10) 외제연필을 사용해온 기간


설문조사를 응한 사람들 중에서 <3년 이상> 외제연필을 사용해왔다고 밝힌 사람이 41%로 가장 많았다. 미술전문인 78%(234명), 입시생은 그림 그린 기간이 길지 못하므로 4%(8명)가 <3년 이상> 외제연필을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전문인의 87%가 <2년 이상> 외제연필을 사용해 온 데 비해, 입시생의 경우 <2년 이상>은 13%에 지나지 않고 대신 <6개월 이하>에서 <2년>사이가 전체의 87%를 차지하는 현상을 보였다.



미술인구 중 외제연필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품질이 좋아서>라 답한 사람이 80%에 이른다. 미술전문인의 경우 품질을 1위로 꼽은 사람은 93%(279명)이나, 입시생의 경우 <품질이 좋아서>는 67%(134명)이며, 이외에도 <주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므로>가 26%(52명)를 점유하고 있어 군중심리 내지는 외제선호현상에 따르고 있음이 나타났다.


외제연필의 가격은 우리의 형편에 비추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비싸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가운데 80%이며, 미술전문인 85%(245명), 입시생 75%(150명)가 각각 외제연필을 구입하거나 사용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외제연필의 자국내 가격조사, 유통과정에서 오는 중간상인들의 지나친 이윤추구에 대한 조사가 검토, 실행되어야 하겠다.


외제연필을 가지고 드로잉을 할 때 선이 뭉개진다고 답한 사람은 80%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때로 뭉개지기도 한다>가 69.5%(미술전문인 71%, 입시생 68%)인데, 이것은 외제연필을 가지고 소묘를 할 때 바탕을 엷게 색을 입혀 화면을 가라앉게 해주거나 어두운 부분을 처리하며 후경을 가볍게 처리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외제연필을 처음 사용하게된 동기는 <스스로의 선택>이 44.5%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선생님의 권유>(25%), <선배의 권유>(19%), <동료의 권유>(11.5%)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시생의 경우 <스스로의 선택>이 51%(102명)를 차지해 그림을 시작할 무렵부터 외제연필의 선호도가 자신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12항에서 알아보았듯이 외제연필은 가격면에서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 외제연필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에서도 역시 <가격>의 문제를 첫째로 든 사람은 86.5%에 이른다. 미술전문인 88%(264명), 입시생 85%(170명)가 <가격>을 꼽았고, 그 다음의 문제로 <품질>을 든 사람이 미술전문인 8%(24명), 입시생 8%(16명)로 똑같으며, <디자인>문제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국산연필 중 가장 신뢰를 받고 있는 제품은 모나미(36%)이며, 그 다음이 문화연필에서 생산되는 더존(29.5%), 동아(22.5%)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술전문인 37%(111명)와 입시생 35%(70명)가 모나미연필을 꼽았는데, 이는 모나미제조회사에서 연필심에 대한 가공처리를 거치면서 흑연의 형태를 초미립자로 변형시켜 쓰기에 편리하게 제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어떤 연필이 생산, 유통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10%나 되어 국산연필에 대한 홍보활동이 미진한 상태임을 드러냈다.

17) 국산연필을 사용해 본 횟수

미술인구 중 1년에 48자루 이상의 외제연필을 사용하는 사람은 52.5%인데 반해, 국산연필을 지금까지 사용해온 횟수는 <두 번 이하>가 55%이며, 그나마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사람>이 30.5%나 된다. 이런 현상은 입시생의 경우 더욱 두드러져 <한번도 국산연필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 44%(88명), <한번에서 두 번 정도 사용해본 사람>이 19%(38명)나 된다. 미술전문인의 경우 <다섯 번 이상>이 38%(114명), <세 번에서 다섯 번 사이>가 27%(81명)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산연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제연필의 가격이 <비싸다>고 응답한 사람이 80%인데 비해, 국산 연필의 가격은 <싸다>와 <적당하다>가 전체의 84%를 차지해 경제적으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며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산연필이 <비싸다>고 응답한 사람은 15%인데, 이것은 외제보다 그 품질이 떨어져 있음을 꼬집는 통계숫자라 할 수 있다.


국산연필을 가지고 드로잉을 할 때 선이 <뭉개진다>고 응답한 사람은 53.5%, <때로 뭉개지기도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39.5%로 나타났다. 한편 미술전문인과 입시생의 경우 <뭉개진다>, <때로 뭉개지기도 한다>고 답한 사람은 59%와 32%, 48%와 47%로 각각 나타나 그림의 바탕칠, 후경 처리, 어두운 부분의 처리에 있어 외제연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미술인구 중에서 국산연필의 가장 큰 결점으로 지적한 것은 <흑연의 질>(80.5%), 그 다음이 <나무질>(8%)등으로 나타났다. 미술전문인의 경우 <흑연의 질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국산연필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92%(276명)나 돼 품질개선의 주요 부분임을 드러냈다. 이와 아울러 나무결이 고르지 못하고, 심이 빠지거나 연필에서 가루가 떨어지는 결점도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국산연필의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20항과 마찬가지로 <연필의 심>에 있음이 밝혀졌다. 설문대상자 가운데 90.5%가 <흑연>의 가공 처리문제에 이상이 있다고 지적했는가 하면 연필심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결>이 좋지 못하다고 지적한 사람이 7%(미술전문인 6%, 입시생8%)로 나타났다. 반면 <디자인모양>이나 <가격>에 답한 사람은 2.5%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품질의 개선이 우선 과제임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그림을 그릴 때 잘못된 부분의 지우개질이 잘 되는가의 문제에 국산연필은 <지워지기는 하나 얼룩이 남는다>와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답하여, 지우개질 상태가 좋지 않음을 밝힌 응답자는 86%이다. 반면 <깨끗이 지워진다>고 한 사람은 13.5%로, 대부분이 지우개질에 문제가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23) 외제 연필은 지우개질이 잘 되는지


외제연필의 지우개질 상태는 <깨끗이 지워진다>가 64.5%(미술전문인 74%, 입시생55%)를 차지해 국산연필 13.5%보다 높은 치수를 보였다. 그러나 <지워지긴 하나 얼룩이 남는다>와<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35.5%나 돼 외제연필 역시 지우개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항의 경우, 연필의 종류뿐 아니라 어떤 지우개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깨끗이 지워지거나 얼룩이 남을 수도 있음을 일러둔다.


쉽게 깎아지는 연필의 종류는 외제(93%)로 나타났다. 국산연필의 결점으로는 결이 고르게 깎아지지 않고 덩어리로 깎아지거나 아예 예리한 칼날이 아니면 깎기조차 어려운 연필도 있었다. 미술전문인의 경우 91%(273명)가, 입시생의 경우 87%(174명)가 국산연필은 잘 깎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25) 연필의 색깔은 어느 것이 더 나은가 ?


연필의 생명은 명도 0의 단계에서 10에 이르기까지 색깔이 여러 갈래로 나타내도록 하는 데에 있다. <연필의 색깔>의 문제를 묻는 항목에 외제가 더 낫다고 답한 사람은 93%(미술 전문인, 입시생 모두가 93%)인 반면에 국산이 낫다고 답한 사람은 7%로 집계되었다. 외제 연필이 더 명도단계를 용이하게 표현할 수 있음이 통계에 의해서 밝혀졌다.


드로잉을 할 때 우선되어야 할 것은 연필이 고르고 부드러워야만 대상을 빠른 속도로 그려낼 수 있고, 손의 촉감 내지는 연필의 촉감을 잘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산연필과 외제연필 중 어느 것이 더 부드러운가 하는 질문에 <외제>라고 답한 사람은 93%(미술 전문인과 입시생도 93%로 동일함)인데 반해 <국산>을 택한 사람은 7%로 나타났다.

27) 날카로운 선의 표현이 잘 되는 것


그림을 그릴 때, 중요한 부분에 액센트를 주거나 절단면의 구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 그리고 작품이 완성될 즈음 마무리 작업을 하는데 날카로운 선의 표현이 중요시된다.

<날카로운 선의 표현이 잘되는 연필>은 외제 84%(미술전문인 81%, 입시생 87%)로 나타났다. 반면 국산은 16%(미술전문인 19%, 입시생 13%)이다.


<작품제작 시 국산과 외제 중 어느 것이 더 손에 힘이 드는지>의 문제는 잡기 편한 연필의 모양·무게·넓이·연필심의 부드러움의 정도 등을 복합적으로 묻는 항목이다. 그림을 그릴 때 손에 힘이 들지 않는 연필이 인체 공학적으로 좋은 연필인 셈이다. 이 문제의 경우 국산 연필에 힘이 든다고 답한 사람은 82%(미술 전문인 90%, 입시생74%)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대상은 빛의 흐름에 따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를 바쳐주는 것이 중간톤이다. 밝은 면과 중간톤의 조화, 어두운 면과 중간톤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화면이 가라앉으며 중후해 보인다. 설문대상자 중에서 <중간톤의 표현이 잘 되는 것>이 외제라고 대답한 사람은 91%(미술전문인90%, 입시생92%)로 나타났다.


선이 고르게 표현되는 연필은 외제로서 92.5%(미술전문인 96%, 입시생89%)에 달한다.

선이 고르지 못한 연필을 사용할 경우, 화면에 칠해진 연필의 톤이 들떠 보이며 거친 느낌을 줌과 아울러 작품의 완성 시 명암의 처리가 미숙해 보인다. 국산연필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선 곱고 부드러운 선이 나올 수 있도록 흑연의 가공처리 공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미술연필의 사용 시 흑연의 가공이 완숙치 못한 관계로 연필심이 자주 부러지는 사례가 없지 않다. 사용자의 부주의, 이를테면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연필에 너무 힘을 주어 사용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하면 국산연필의 부러지는 빈도는 외제 30%보다 두 배 이상이나 되는 70%(미술전문인 69%, 입시생71%)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필의 강도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미술인구의 재료구입처인 화방, 대리점, 미술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주요 물품은 외제가 많으며 이들 구입처의 대부분은 국산연필의 수요량이 미흡한 관계로 상품 진열을 하지 않거나 국산연필은 아예 구비조차 해놓지 않은 것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가운데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일반화방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연필은 외제가 90%로 가장 많은 응답자를 냈으며, 미술전문인의 경우가 93%(279명), 입시생의 경우가 87%(17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연필은 사용자의 손에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는 안 된다. 각기의 체형과 감각에 알맞게 만들어져야 하며, 경쾌한 느낌을 주도록 해서 연필이 화지에 닿았을 때 손의 감각을 직접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

국산과 외제 중 가볍게 느껴지는 연필은 외제가 66.5%, 국산이 33.5%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설문대상자 중에서 자신의 체험에 비추어 <더 빨리 곯는다>고 생각되는 연필은 국산이 88%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품의 수명은 그것이 다 소모되어 더 이상 사용가치를 잃었을 때 끝나는 것이나, 소모되지 않은 채 사용가치가 끝난다면 사용자의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그만큼 떨어지기 마련이며,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상품의 구매의욕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4B 연필의 경우 외제나 국산이나 지우개가 달려 있지 않은 이유로,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물었다. 응답자 중 <지우개가 없는 게 더 낫다>, <상관없다>가 96%를 차지해 현 상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미술연필을 사용할 경우 연필 못지 않게 지우개를 많이 사용하므로 부피가 크고 부드러운 미술용 지우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36) 작품의 완성 시 어느 쪽이 더 빨리 연필의 색이 바래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한 미술 작품이건 일단 완성된 것은 영구적으로 보존되어야 한다. 목탄화의 경우 쉽게 목탄가루가 날아가 버리므로 작품완성 시 픽사티브를 뿌리거나 발라 보존을 용이하게 만드나 색이 바래버리는 수가 있다. 화면에 칠해진 안료의 색은 변색되지 않아야 하며 작품 보존에도 이상이 없어야 한다. <작품의 완성 시 연필의 색이 빨리 바래는 쪽>은 국산이 외제보다 3배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영의 대조란 명도가 가장 낮은 밝은 것에서 명도가 가장 높은 어두운 것에 이르는 차이의 정도를 말하며, 그 차이의 단계가 많을수록 볼륨 처리가 잘 되고 입체감이 있어 보인다.

<음영의 대조표현이 잘 되는 연필>은 외제가 93%(미술전문인 92%, 입시생94%)이며, 반면 국산은 7%(미술전문인 8%, 입시생 6%)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38) 질감의 표현이 잘 되는 것


연필화에 있어 질감표현은 연필의 색, 종이와 연필선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넓게는 그리고자하는 대상의 고유의 물질적 성질을 드러내는 것도 포함한다.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용자 자신의 기량이 문제되겠으나 좋은 연필의 선택 없이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질감의 표현이 잘 되는 연필>은 외제가 93.5%(미술전문인 94%, 입시생 93%)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미술인구 중 연필을 사용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질감표현, 농담표현(각각 41%, 34.5%)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이 연필의 강도(21.5%), 나무의 질(1%), 디자인(1%), 가격(1%)의 순으로 집계되었다. 연필을 사용하고 구입하는 데 있어서 겉모양이나 가격보다 연필 자체의 품질에 관심을 두는 것은 소비자들의 높아진 미술 재료에 대한 안목, 비싸더라도 질 좋은 연필을 선택하려는 태도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상의 설문 내용에서 나타난 바처럼 우리나라 대부분의 미술인구는 외제연필을 선호하며 반면 국산연필은 그 가격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품질이 좋지 않은 관계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어떤 국산연필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설문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보면, 첫째로 국산연필의 품질 개발이 시급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생산해 내는 업체의 제품 생산기술을 가지고는 물밀 듯 들어오는 외제연필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것은 물론 업체의 영세성에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이긴 하지만, 연필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판매 효과에만 신경을 쓰는 기업주의 불성실한 연필 생산에도 이유가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연필물량의 주소비자가 미술전문인이 아닌 일반인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품질의 내용이 알차면 지금의 국산연필 가격 1백원, 2백원은 높은 수준으로 대우를 받을 수 있고, 국내 제품이면서도 원래의 판매시장인 국내에서는 팔리지 않는 악순환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연필종류를 다양화하는 일이다. 미술연필이란 4B연필 하나만 가지고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작품의 제작 용도에 따라 연필의 종류도 다양하게 나오는 것이 서구의 미술 연필 생산의 흐름이다. 예컨대 스케치를 할 때는 2B, 3B, 4B, 5B정도를 사용하고, 데생의 경우는 B∼8B정도, 크로키의 경우 4B정도를 사용한다. 한 연필만을 가지고 사용하다 보면 지나치게 선이 딱딱해지거나 예상외로 진해지므로 여러 종류의 연필을 용도에 맞게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젠, 우리나라 미술인구도 여러 종류의 연필을 소모할 만큼 증가되었으므로 보다 다양한 연필의 생산이 긴요해진 것이다. 미술재료의 종류를 자그마치 6천여 종을 생산해 내는 영국의 죠지 로우니(George Rowney)사의 경우, 미술연필만도 수십 가지를 만들어 내고 있음에 비해 우리나라의 업체는 기껏해야 4B연필 하나만 가지고도 힘에 벅차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이다.

셋째 국산연필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여 이를 제도적으로 재정적으로 후원해주는 일이다. 크게 보면 좋은 미술재료가 있어야만 좋은 작품도 나올 수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이 거름이 되어 한나라의 문화도 융성해질 수 있는 것이다. 서독이나 영국에서처럼 경제 부흥에 발맞추어 미술재료에 관심을 쏟고, 미술재료를 생산하는 기업체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후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의 미술재료 생산업체의 대부분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연필종류의 개발은 고사하고 연필의 품질개선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연필종류를 새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그리고 외국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도록 이를 지원해주는 재정적 후원과 더불어 시설투자, 제작공정의 근대화, 연구부문의 설치, 제품의 개선되어야 할 점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세미나 개최, 홍보 확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넷째 유통질서의 개선이다. 앞의 설문 <주변 사람들은 외제연필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의 질문에<80%이상이 외제연필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90%였고, 그 중에서도 <100%가 외제 연필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42.5%나 되어 실제의 외제연필의 사용률은 <외제연필의 사용빈도> 93%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많은 물량이 수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 체제상 일정 물량만의 수입을 허용하고 있어, 과수요량을 채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톰보우 및 미쯔비스 연필을 중심으로 한 일본제품의 유통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입 허가된 물량을 제외한 연필의 공급량은 부정한 방법으로 수입될 공산이 크고, 그나마 현재의 물량으로는 수요량을 메울 수 없어 부당한 중간마진의 폭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외국을 갔다 오는 여행객, 방문객들의 반입량도 계산에 넣어야 할 것이나, 그만한 물량으로는 수 십억 원을 웃도는 국내 시장규모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본 대책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국내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국산연필의 수요 공급을 증폭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태에서 그것은 역부족이며 장기적인 계획 하에 차츰차츰 경쟁력을 길러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임을 감안한다면, 결과는 국산연필의 품질개선과 이를 보조해 주는 재정적 지원, 그리고 국내의 상품이 대응력을 가질 때까지 외제연필의 유통질서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이끌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개발의 영역에 투자를 본격화하는 일이다. 설문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산 연필은 외제연필에 비하여 너무나 많은 제품상의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전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밝혀진 바로는 <흑연의 질이 좋지 못하므로> 국산을 사용하지 않고, 이런 이유로 해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마땅히 연필의 심인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세계 유수의 흑연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연필심을 제대로 가공처리 못하여 외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원자재의 수출에 만족할 때는 지났다. 말하자면 원자재를 가치 있는 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술화의 시대인 것이다. 앞에서 조사된 설문의 통계수치는 우리 미술인구의 경험에 바탕한 것이어서 과학적인 연구자료로서 미흡한 것이지만, 일단은 실수요자의 입에서 나온 문제 사항이라는 점에서 이를 면밀히 검토, 보완해 나감과 아울러 그 문제들을 서둘러 착수되어야 할 기술개발의 영역에 반영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