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옥진「심청전」
채록 / 서연호/ 고려대 교수·연극평론가
〔게재에 앞서〕
공옥진(1931년생)의 조부는 공창식·부는 공대일로서 그녀는 명창의 후예다. 13세부터 아버지에게 단가·판소리 등을 배웠으며, 그때 이미 장극단의 아역으로 출연하기 시작하였다. 17세 때(군산)·23세 때(정읍)·27세 때(고창) 각각 명창대회에서 수석을 차지하여 소리로 이름을 높였다. 13세 이후 30세까지 조상선의 한선창극단·임방울의 협률사·김연수의 국악단·박만호의 국극협회·김원술의 여성국악단 등에서 크게 활약하였다. 그녀는 아버지 이외에 임방울·김연수·박록주 등에게서 소리를 배웠다.
한 동안 칩거 생활을 하다가 1978년 4월 이후 일인극「심청전」「흥보전」을 가지고 가끔씩 지방공연에 나서고 있다. 그녀는 현재 전남 영광읍에서 혼자 살고 있다.
공옥진「심청전」은 일인극의 전통을 지녀 왔다고 여겨지는 광대극의 형태를 보이고 있으므로 광극사적인 연구 가치는 물론, 판소리「심청가」·소설「심청전」·굿거리「심청굿」·창극「심청가」등과 더불어 이른바 심청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폭넓은 연구에 기여되는 가치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채록하였다. 「심청전」이라는 작품명 앞에 공옥진을 붙여 둔 것인 일인극의 독자성을 나름대로 보전해 두자는 뜻이다. 앞으로 다른 사람의 또 다른 「심청전」이 발굴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의 공식 명칭은 「공옥진 심청전」이라 부르기로 한다.
여기에 채록된 내용은 1982년 11월 26일 코리아극장에서 공연한 것이다. 악사로는 신평일(장고)·김동진(대금)·박종선(아쟁) 등이 함께 출연하였다. 채록에는 유영대가 협조하였다.
<춤> 오늘 저녁에 오시느라고, 딴날보다 오늘밤 날씨로 봐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박수소리) 오늘 밤에는 날씨도 너무나 춥습니다. 이 촌년, 보잘 것도 없는 촌년헌테 이렇께 와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여 보겠습니다.
<아니리> 어데서부터 허느냐 하면, 심봉사가 죽은 딸 타루비를 찾아 나서는디, 무릉촌 승상댁 부인께서 심낭자를 양딸로 데려가기로 했는디,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에 투신허고, 몽운사 화주승이 쌀 삼백석을 바치면 눈을 뜬다하여, 심봉사가 그 고통하는 것을 보고, 딸이 삼백석에 몸이 팔려 수궁으로 들어가 있고, 승상댁부인이 심청이를 너무 가엾이 여기셔 타루비막 하나를 깨끗이 지어 놨는디,
<중중모리> 딸 생각이 나면 강변에 나가 울고, 집에 돌아와서 울음을 울고, 딸을 찾아서 타루비막을 찾아 나가는디, 심봉사가 밥사달라 죽은 딸을 찾어 타루비막을 찾어 더듬거리고 나간다. 지팽이를 더듬… 더듬더듬… 어린 것이 이것이 죽으면 뭘할까. 아가 내가 왔다. 이 자식아. 애비가 왔단다. 이놈아. 니가 보고싶어 니 타루비막을 찾아 왔단다. 이놈아. 너는 죽어서 모르지만 애비는 살아 고생이다. 너 죽어서 좋지만 너의 부친 살아남아 불쌍한 홀애비로 이 세상에 남아 있단다. 아가 내자식아 내자식아.
<아니리> 아가, 나 여태 눈도 못 떴다. 눈도 여태 못 뜨고 살아서 뭣을 할 것이냐?
<진양조> 강상에 가는 보루 두루 방황하지마는 네가 있는 곳 찾아가서 죽은 영혼 함께 놀자꾸나, 부디부디, 아가 내 자식아. 너는 죽어서 모르지마는 애비는 살아 고생이고나. 어이하여 죽는단 말이냐? 죽어서도 못만나는 길이 죽음의 길이라 하였는디, 내 자식을 어디서 볼까? 아가 내 자식아, 내자식아. 인자 살기싫어졌다. 눈도 못 뜨고 자식은 돌아가고 내가 더 살아서 뭣을 할꺼여. 아가 나 데리고 가그라. 방이 추워도 누구라 불을 때줄 사람이 있으며, 옷이 떨어져도 누가 나를 꿰매줄 사람이 있겠느냐? 아가.
<아니리> 이럴 때 마침 그 고울에서 묘헌 여자 하나가 살고 있는디, 심봉사가 딸의 덕에 뭣을 먹고 산다고 말을 듣고 동네 사람들도 모르게 자원출가를 했는디, 어떻게 먹성속이 좋든지 심봉사 가산을 고 먹성으로 조져대는디, 심봉사가 고만 반헤갖고 나무칼로 귀를 도려가도 몰라버렸응개 깨끗허게 나 좀 놀아갈 것이요.
<중중모리> 쌀퍼주고 떡사먹고 벨나무 얼기설기 얼른주고 엿사먹고 장날되면 도로 사. 청주탁주 모도 와도 저혼자 싫컷먹고 시원한 정자밑에 울통벗고 낮잠자기. 사시장천 밥은 않고 이웃집에다 밥붙이기, 이돈저돈 모두 어서 조석으로 술을 먹고 잠자며 이불속에서 발벗고 누워 이빨갈고, 방구뀌고, 방구도 뀔라면은 소리나는 방구를 뀌제, 치―, 심봉사가 잠을 자다가 이불을, 요새 곤란할 때 돌아왔소, 불 뜨뜻허게 때 놓고 이불속에서 방구 꿰 놓으면, 이놈의 냄새가 도는디 심봉사 코가 씰룩씰룩 허드니, 에취 여보 뺑파, 아 이사람아 거 방구뀔라먼 이불자락부터 살짝 제쳐놓고 뀌어. 이 사람아, 그 냄새에 코가 석질 부러지겄네. 아이고 그런개 남자들은 저렇게 여자속을 모르드라. 방구가 막 밀고 나오는디, 어찌 체면차려 갖고 뀌겄소. 그러겄다. 방구가 막 밀고 나와. 그런개 이 사람아 방구가 나올라고 허멈 이불자락을 먼저 나모르게라도 살짝 걷어. 그러고 인자, 내가 자네헌테 한가지 갈켜줄 것이네, 인자는 이불을 덮을 때 이 똥구녁을 미리서 바깥에다 모셔놓고 우게만 덮어. 어이, 이런 오사를 헐년이 남의 혼인 언약하고 단단히 믿었던데 훼방을 놓기와, 신랑신부 잠자는디 가만가만 걸어가서 손뼉치며 '불이야'히끗허먼 힐끗허고 해끗허먼 힐끗허고.
<아니리> 이래도 심봉사는 아무중도 모르고 어떻게 반해부鵖든지, 남의 칼로 귀를 가져 가부레도 몰라 불겄드라. 동네 사랑방으로 댕김선 멋있는 놈들을 술을 진뜩 퍼다 멕여갖고 심봉사도 모르게 한바탕 미쳐 발광을 허는디, 심봉사는 모르고 있제, 뺑덕어미가 술한잔 얼큰하게 되아갖고 멋있는 놈들손을 잡고 노는디,
<진도아리랑 곡조로> 이거다 저거다 나 죽어지면 어떤 친구가 나를 찾아 올레. 에라 좋네 에라 좋네. 에라 좋구나 정말.〔춤을 춘다〕
<아니리> 이놈의 늙은이, 또 여그 나와서 울고 있그만. 아휴 가만 쳐다보다가 심봉사 넋놓고 울고 있는디, 옆구리를 푹 갖다가 쑤셔 놓은개, 심청이 딸만 생각하다가 옆구리에 뭣이 푹 들어온개, 아이구 누가 이렇게 쑤셔. 이거 말로 좀 혀. 아니 여보 영감. 또 울어, 또 울어. 툭허먼 죽은 마누라, 이야기, 툭허먼 내딸 심청. 나는 장차 누구를 믿고 살라고 이렇게 울고 있소. 에잉. 나가 누구를 믿고 살 것이요. 나가 누구를 믿고 살 것이요. 아이고, 아이고. 쉿. 아이고, 아이고. 여보 내가 오늘 우리 마누라 생각을 했으면 내가 니 자식놈이다. 아 그러먼 됐다고 그러고 어서 황성이나 갑시다. 자네 황성 갈랑가? 황성서 말이여, 내말 들어 봐, 각시없는 사람은 각시주고, 돈없는 사람은 돈을 주고, 집없는 사람 집도주고, 옷 없는 사람은 옷도 준다고 그러데. 아이고, 이럴적에는 봉사된 것이 썩 쓸모 있소 그려. 엑끼, 그까짓거 조깨 준다고 눈이 팍 골아터진 것이 좋아? 우리같이 좋게 사는 내외는 아마 없을 것이요. 아 없고 말고요. 그러다 내가 멀리 도망을 허먼 자네 어떻게 헐라는 가? 나도 개나리 봇집 하나 해서 대그빡에다 이고 뺑뺑 돌아댕김선 찾지요. 나를 찾아? 열녀다 열녀야. 그러다가 내가 짚은 물에라도 풍덩 빠져 죽으면 어떻헐레? 나도 풍덩 빠져 죽지요. 오메, 열녀도 넘고 백녀다 벽녀여. 그레 자네 갈랑가? 흥, 나 안갈라요. 아니 인자 막사 머라고 그랬어? 안가? 안갈라우. 아니 금방 자기 입에서, 여러분 보셨제라우, 내가 죽으면 어떡 할라는가 나도 빠져 죽지요, 허던 년이 오뉴월 보리단술 변허듯 변해 갖고는 안가? 아무리 여자가 변덕이 많다해도 나 이년같이 변덕 많은 년 첨 봤네. 금방 아지라서 '영감이 죽으먼 내가 따라 죽는다'는 년이 오뉴월 보리단술 변허듯 변해갖고 안가!
<중머리> 안 갈라요, 못 가겄소. 나는 나는 안갈라요. 황성천리 머나먼 길 뭘 먹자고 내가 가요. 영감은 봉사나 되어 응당 맹인잔치 가련만은 눈 멀쩡한 년이 황성잔치란 웬말이요? 나는 안 갈라요. 오지마. 이빨로 꽉꽉 씹어서 묵을년 같으니라고. 오지 말어라. 오지를 마라. 야이 죽일년아 오지마라. 내딸 청이가 살았으면 내 지팽이를 지가 짚고 아버지, 왜 야. 여그 이산이 무슨 산이며, 저그 저산은 무슨 산인가를 자세히 가르쳐 주리니, 우지마라 우지를 마라 내가 간다 우지를 마라.
<아니리> 아이고, 영감은 어찌 그렇게 속아지가 얇소. 내 속아지가 얇아? 흥, 남자 속아지가 얇으면 니년 속아지는 이 땅뚜껍이냐? 육시를 허고 있네, 아 영감이 어쩐가 보니라고 내가 속을 한 번 푹 쑤셔 봤는디, 어찌 그렇게 속아지가 얇을까 잉. 어매 이년은 어찌 이렇게 이뻤다 미웠다, 그러냐? 살짝 미웠다 예뻤다 헌디가 한창 매력있고 좋다합디다. 두 번 매력 있다가는 니가 나 잡아묵고 말 것이다. 그레 갈라는가? 아이고, 여필종부라 하였는디, 어찌 영감이 가신디 내가 안가겄소. 흥, 이것이 무장 이뻐지네. 그레 어서 가자. 저기 보따리하나 챙게갖고 오소. 근디 여보 영감, 저건네 황봉사 영감도 데리고 갑시다. 황봉사? 아이, 그런소리 마러. 그놈 우멍헤서 못써. 시고 담배 심부름도 좀 시키고, 데리고 갑시다. 그려, 그러먼 황봉사를 데리고 가야겄다. 허나 허되, 황봉사 집에를 대문안까지는 들어가지를 말고 밖에 서서 '황봉사황봉사, 우리 영감이 황성 맹인 잔치에 가자고 헙디다'허고 와야제, 대문안에 들어 섰다면 자네 버려불 것이여. 그 자식이 그렇게 우멍헤, 가지마. 그레갖고 가서 황봉사를 데리고 왔는디, 황봉사가 뫼시는 애를 따라들어 오겄다. 심생원 계시오? 황철이냐? 아따 좋은 이름 뇌 두고 황철이가 뭣이요, 황철이가. 네이놈, 너보고 황철이라고 허제 먼철이라고 헐거나? 어서 가자 이녀석아, 예, 어서 가십시다. 뺑덕이네가 심봉사 지팽이는 손에다 쥐어주고 황봉사 지팽이는 뺑덕어미가 갖고 심봉사 가다가 띠어 버리고 어디서 잘 데 있으면 거그서 자다가 도망가자고 망도질을 허자고 황봉사더러 귓속말로 머라고 허던 갑더라. 심봉사가 봉사라는 개 별 수가 있는가. 여보 뺑파. 예. 자네 지금 어디갔다 오는가/ 내가 어디 가라우, 당신앞에 앉아 있었소. 근디 어찌 치마바람이 여그서 팔랑거려? 이놈의 속을 알 수가 있는가 이거. 당최 껄적지근 해서 못 가겠네. 어서 갑시다. 어서 가세. 그런디 여보 영감, 당신이 노래 한마디 부르시오, 노래 한마디 불르면 나는 입으로 입방구 칠라요. 자네가 입방구를 쳐? 입으로 오메이년이 멋있네.
<중머리> 어이 가리라, 어이 가리라. 어이 가리라 어이 가리라 어이 가리라. 어이 갈거나 그 님을 따라서 어디 가서 창농을 가져 내 길을 가다가 어디가서 짜를거나. 어이 가리 어이 가리, 어화 잘헌다.(**장단이 자진모리로 바뀐다.)여보게 뺑파, 자네 뭣하는가? 아이고 나야 어깨춤 나오지요. 생춤, 그거 끈덕끈덕 허네. (박수)
<아니리> 이러고 올라 오다가 인자 날이 저물어 지니까 어디 주막집에서 잠을 자던갑다. 잠을 자다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갖고 새벽짐을 찾아 맹인잔치를 갈라고 뺑덕어미를 찾는디, 여보 뺑파, 여보 뺑파, 어서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우리가 새벽길을 쳐달려. 어서 일어나, 빼, 뺑파. 칙간에를 갔는가? 뺑.
<노랫조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고나. 그제서야 뺑덕이네가 없는 줄을 알고 방문을 열고, 여보게 쥔! 예. 우리 마누라 못 봤소? 마누라가 누구요? 우리 마누라, 어저께 나허고 함께 안옵디여? 아이고 새벽질 간다고 헤갖고 딴 봉사허고 함께 진작 떠나부렀소. 그러먼 여태까지 왜 말을 안하고 있었소? 내가 그 사람허고 내우간인줄 알았제, 당신허고 내우간인줄 알았소. 그렇겄다.
<중머리> 오늘 도둑년 가 버렸네. 아이고 이제 나는 어떻해요. 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 야이 도둑년아. 나를 버릴라면은 있는 곳에다 날버리제 수백리 없는데다 날버리고 잘될 소냐? 내가 그럴줄 알았다. 황봉사 그놈하고 올 때부터 알아봤어. 아이고 이 도둑년아. 돈도 다 잃어버렸는데 몸뗑이 송두리채 가 버렸구만. 네이, 몹쓸 년아.
<아니리> 이러고 올라 가다가 날이 하도 더우니 그 시내에 물이 졸졸졸 졸졸 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고, 오뉴월이라, 의복을 훨훨 벗어갖고 작대기로 옷을 딱 눌러놓고 물속으로 훌렁 빠져갖고 모욕을 허고 놀던 것이여.
<중중모리> 심봉사 좋아라, 의복을 훨훨 벗어 부치네. 가에가 툼벙 물에가 출렁 들어가는디, 에이 요놈의 이것아 물 한조각을 듬뿍 쪼여 양치질도 할터 부렀고 물 한조각을 꼭꼭 죄여 똥구녁도 문지르고, 에이 시원하고 자리허구나. 삼각산을 올라가서 동네 사방 다 마시고, 이리도 툼벙 저리도 툼벙 툼벙 툼벙.
<아니리> 참 개운하다. 어디 내 옷이 어디 갔는가? 아니, 내 지팽이로 분명히 이 자리에다 내가 옷을 눌러 놨는디, 옷이 어디로 가 버렸으까? 여보소, 누가 봉사 데리고 장난허면 못 써. 죄받어. 옷 이리 가지고 와. 옷좀 이리 갖다 둬, 옷 가지와. (노랫조로)아무리 옷 가져 오라고 해도 대답이 없구나. 그제서야 옷을 도둑맞아 버린 줄을 알고 워매, 이놈 또 죽네. 차라리 가운데 것이나 없으면 어디라도 활발하게 걸어댕길 텐디, 이것 때문에 어디로 활발하게 갈 수도 없고, 아이고, 누구 부인네들이 볼까 싶어서 어찌 할거나. 뚝 그 자리만 딱 개리고 앉아서, 요리 지내간 사람들 있으면 남자들은 괜찮으요만은 혹시 부인네들 있으면 나를 보지말고 저리들 돌아가시오. 나 어쩌다 홀딱 벗어 부렀소. 다시 바라보아도 가면 갈수록 일은 이르덜 않고 아이고 인자 꾀도 벗어서 어쩌끄나. 인자 꼼짝없이 눈도 못 보고 꾀도 벗어 부렀응개, 영낙 없이 인자 굶어서 죽었구나. 그리고 있을 때 태수가 길을 걸어가시는디, 앞그 앞에 가서 납작허니 업뎌서 태수가 옷을 한벌 주시든지, 어떻게 나 옷 한벌만 주시오. 나 어쩌다 벗어 부렀소. 옷을 한벌 얻어입고 맹인잔치를 왔는디.
그 때에 심청이는 용궁에서 한참 이세상으로 나오시는디, '심낭자는 이리 가까이 오라. 그대의 효성 지극함을 옥황상제께서 감동하시와, 황성에 가라는 분부가 계시오니, 그대는 세상으로 다시 나가 외로이 울고 계신 아버지를 다시 봉양하도록 하라.' 황공 감격하여이다.(웃음) '여봐라, 심낭자를 금당 옥련화에 고이 모셔 남경장사 선인들이 왕래사는 곳에다 내되 만약 물 한방울이라도 젖게 했을 경우에는 중한 벌이 있을 것이매, 명심들 하렸다.' '지엄하신 분부 각골 명심하겠나이다.' '어서 심낭자를 모시고 나가라.' 예.
<중중모리>가세 가세 어서 가세. 가세 가세 어서 가세. 심낭자 사는 것이 정성이 도왔으니, 어기야 어기야 어기여차 넘자. 어서가세 어기여차. 심낭자 타는 가마 보기좋게 잡고 여보소 이 속에 심낭자 예쁘게 앉아 있소, 여보소 가세 가세 어서 가세 심낭자타는 가마도 어서 가세 얼넘차, 얼넘차 어이 어이 어리어리 얼넘차.
<자진모리로 바뀐다> 얼넘차 어서가세, 얼넘차 어서가세 얼넘차 어서가세,(박수소리)
<아니리>그레갖고 이 세상으로 나오셔 가지고 석달 열흘 잔치를 해도 아버지가 안 들어오시니, '아버지 아버지 어느 때야 만나 뵈올까. 아버지를 보지 못하는 이 딸은 부귀영화도 싫고 황후도 귀찮사옵니다.'
<중머리> 이 잔치를 배설하기는 아버님을 위함인데 어찌하여 못 오신가? 내가 정녕 죽은 죽을 알고 애통하시다 돌아가셨나? 당년 칠십 노환으로 병들어서 못오시나? 부처님의 영험으로 만경에 눈을 떠서 소경축에 빠지셨나? 맹인잔치 모인단 말 못 들었나?
<아니리> 여봐라. 어서 밖에 계신 맹인들을 자조 자조 좀 불러들여라. 예. 밖에 계신 맹인분들 지금부터 호명을 헐 것인개 자주자주 들어오랍신다. 예.
<중중모리> 옹중동중 다거리를 죽고자고 마저 돌아, 죽장집고 망혜신은 금강산의 유봉사, 들어오시오. 예, 유봉사 들어가요. 그 다음 봉사 하나 들어온다. 당달봉사가 들어온다. 당달봉사라 하는 것은 키는 구척이고 몸은 옆으로 퍼져부렀는디, 눈을 훤허게 뜨고 못보는 것이 당달봉사라고 허는디, 여러분은 딴 데 보지 마시고 내 눈구멍만 보시오, 당달봉사가 들어간다.(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아니리>아이고, 아이고 아파 죽겠네. 아이고, 어떤 자식이 한 복판에 앉았냐? 꼽사봉사가 들어가다가 바지 가랭이가 늦게 붙었는가, 당달봉사 상투를 탁 차고 넘어가는디, 당달봉사가 어떻게 되아 부렀겠소? 땅바닥에다 대그빡을 쪄부렇은 개 그냥 부러지게 아프제. 아이고 나 죽겄네. 야 이새끼야 눈구멍조깨 뜨고 댕겨라. 아니 눈구멍이 있는 놈이 누가 맹인잔치에 온다고 혀 이 자식아. 웜매 이새끼좀 보소, 내 대그빡 어떻게 됐냐? 아이고 죽겄네. 야임마, 너 눈구멍이 안뵈이먼 이발이 뭣허라는 것이냐? 좀 더듬어갖고 댕겨. 왔다, 너 참말로 똑똑하다. 음마 이새끼가, 너 참말로 나 건들지 마라, 너 나 건들먼 참말로 좋지 못혀. 음마 이 새끼 보소. 좋지 못허먼 어떻헐레, 근개 한번 붙어볼 참이여? 뭣을 붙어와? 쌈헤. 쌈해야? 워매 이새끼 보소. 너 좋은 말로 헤서 너 내 앞가심에 빽다구 나온 거 안보이제? 요놈으로 너 박치기 한번 탁 헤불먼 너는 이 새끼야, 어디로 간 줄 아냐? 저리―가가지고 돌아갖고 이 새끼야, 제주 한라산에가 떨어져 이 새끼야. 움마, 이세끼 보소, 요것이 참말로 미치겠네. 너 참말로 그러냐? 우리 한번 해보자. 한번 해봐 이새끼야. 둘이 쌈이 붙었는디 서로 다 눈을 못본개 허팡만 치고 댕기제 제대로 한번이나 때렸겄소? 장단을 맞춰놓고 쌈을 한번 해 보는디,
(** 자진굿거리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춘다)
<아니리>오메 이새끼야, 그레 때리기여? 그런개 이새끼야 쌈허지 말고 가만 앉았어. 다음에 만나야지. 또 만나야? 그래 이 새끼야, 또 만나.
<중중머리> 그 다음 봉사가 들어온다 그 다음 봉사가 들어온다. 돼지봉사가 들어온다. 돼지봉사가 들어오는디, 옛날에는 우리가 옷을 입고 나면 속옷에 가서 이가 끌었지라우, 돼지봉사가 들어가는디, 옷에 가서 이가 있응게 막 긁어재키는디,
(** 장단에 맞춰 춤춘다)
<아니리> 도화동에 사는 심학규!(긴 노랫조로) 심봉사가 딸 팔아먹은 죄로 안으로 못들어가고 대문밖에서 가만가만. 에구 먹을 것이나 쬐금 줬으면 쓰겄네. 작은 학상이 나오더니, '여보소 당신 이름이 무엇이요?' 저 이름이고 뭣이고 먹을 것이나 좀 줘. '이름을 알아야 각시없는 사람 각시주고, 돈없는 사람 돈도 주고 집없는 사람 집도 줄 것이 아니요.' 거참 실없이 여러 가지 것도 준다. 내 성명이 심학규요. '어서 심태후 앞에 가면 밥을 줄지 떡을 줄지는 모르지만 어서 안으로 들어가 왕후마마를 뵈시오.' 워매 어쩔라고 이러요? 어쩐지 집에서 올 때 껄적지근허드라. 이런 잔치를 배설을 하기는 팔도 맹인들을 불러들여 자식 팔아 먹은 놈이라고, 잔치를 배설해놓고 나를 죽일라고 허는데 한번 죽제 두 번 죽으랴? 여보쇼, 내 지팽이 좀 집어줄라우. 심맹인 대령이요! '처음에는 거주 성명과 처자유무를 물어보아라.' 워매, 처자유무를 물어보라시네.
<중모리> 아뢰오, 아뢰오 아뢰오, 아뢰로다. 내 성명은 심학귀라. 고향은 황주 도화동이 고토요, 상인은 시방 죽어 아홉달로 상처하고 고이 기른 내자식은 광주리에다 싸서 감고 이집 저집 저집 이집 다니면서 동냥 젖을 먹이다가 하루난 우리딸을 승상댁 마나님 불러들여 그곳에 가 놀길레 내딸을 찾아 나가다가 깊은 물에 빠져 소리 조깨 질렀난디, 몽운사 회주승이 나를 살려 건져놓고 공양미 삼백석만 적어보냈는디, 우리 딸이 그것을 알고, 효성있는 내 자식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남경장사 선인들게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에서 죽었소. 어서 나를 죽여주오. 죽여주오. 나를 죽여주오.
<자진모리> 심황후 이말듣고 좌우 팔을 걷어부치고 버선발로 우르르르르르 아이고 우리 아부지!
<느린 가락의 노랫조로> 아이고 우리 아부지 아니시오? 우리 아부지는 분명히 눈을 뜨셨을 것이디, 부처님의 영험으로 우리 아부지 눈을 뜨셨을 것인디, 우리 아부지는 아니실 거요. 우리 아부지, 아부지, 아이고 아부지, 아부지, 어이하여 눈을 못뜨셨나요? 나 낳자마자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피도 안마른 나를 광주리에다 싸가지고 이집저집 다니며 우리 아버지는 젖으로 나를 키워 주시고, 나는 아부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하여 인당수에 몸을 바쳤고, 효심이 지극하여 용왕님께서는, '너는 이 세상으로 다시 나가 외로이 울고 계신 아버님을 봉양하라'시며 개화줄을 주시옵고, 그래서 설마 우리 아부지가, 우리 아부지가 눈을 못뜨고 계실줄이야. 아무지, 아부지. 아니, 누가 날더러 아부지요?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 우리 딸은 지금 죽은지가 묵은 두 삼년이 되었소. 근디 누가 날더러, 거 내가 자식 팔아묵은 놈이라고 나를 놀리느라고 이러시오? 아부지라고 하지마소. 나는 자식도 없는 사람이고 아무도 없는 사람이요. 날더러 아부지라고 하지마. 아버지. 아버지 딸 심청이옵니다. 인당수에 빠졌던 심청이옵니다, 아부지. 어서 눈을 뜨셔서 나를 보시오. 내가 없는 동안 우리 아부지 설움이 얼마나 많았을까? 혹시 이 자리에 계신 학생님들이 계신다면 부모님들 살아계시는 동안 잘 모셔주시오. 한번 흐르면 못옵니다. 그러나 심청이는 부모님 효심을 알기 때문에 살아났습니다. 어서 일어나시옵소서. 아부지 아부지 허는데, 옛날에 부처님이 내 귀를 많이 적셔 주셨는데, 적셔주신 음성이 틀림없네. 이거 내가 속 못차리겄네. 내가 지금 죽어서 수궁을 들어 왔드란 말이냐? 내가 그러면 지금 꿈을 꾸고 있냐? 아부지. 이 약을 발라드릴 것이니 어서 눈을 뜨셔서 나를 보시오.
<아니리> 아니, 눈뜨는 약이 있어? 눈뜨는 약이 어디. 어디 좀 발라보세. 개안초를 눈에다 살살 발라놓으니까 올치 이것이 눈뜨는 약이여! 오매, 어쩐지 눈가가 감감감감감감헌 것이 어것이 눈떠질라고 헌 것인가? 어쩐지 껄적지근허네. 어디 눈 좀 떠서, 눈좀 떠가지고 인당수에 빠져죽은 우리 딸이 살아났다니, 어디 얼굴 좀 보자. 어디 얼굴좀 보자. 어디 얼굴 좀 보자.(**눈을 떴다)
오매, 여가 어디여? 내가 내 딸 만나로 왔는디, 어찌 여가 이러고 와 있을까? 아버지 눈뜨셨습니까? 청신이 감동하사 용궁에서 환생 인간하시어 황공하옵게도 왕후가 되았다오. 예? 왕후가 뭣이여? 어서 이몸을 저 선상으로 납시게 하옵소서. 심낭자 배상으로 올라가는 것 가만히 바라보는 아부지가, 딸이라니 딸인줄만 알제 아무리 봐도 부지체면이네. 가만히 바라보더니,
<중머리> 올체인자 알것구나, 내가 너를 알것구나. 내가 눈이 어두워 내딸을 보지 못했으나 이제 보니 알겠구나. 갑자 사월 초파일날 꿈속에 보던 분명한 내딸이야. 이것이 꿈이냐, 이것이 생시냐? 여보게 친구들, 어서 이리들 들어오시오. 친구들도 눈을 뜨소 천지만물은 눈을 뜨소. 얼씨구나 좋구나.
<아니리> 저 맹인들도 눈을 떳은개 어서들 와서 눈 한번씩 뜨시오. 다른 봉사가 가만이 있은개 꼽사봉사도 가만이 있으먼 눈을 뜰 것인디, 그 방정맞은 놈의 자식이 앞으로 툭 튀어져 나오더니, '여봐라, 저분들에게도 어서 약을 발라드려라. 꼽사봉사가 욕심이 많아가지고, '나는 쪼깨 많이 발라주시오.' 어디 우리도 눈좀 뜨세, 심낭자 왕후마마 얼굴한번 보드라고. 야 당달봉사야, 무던이도 눈뜨냐? 야 이놈아 내걱정 말고 너나 떠. 야 우리 똑같이 기분 좋게 한번 떠보자. 아이고 워매. 아이고, 아이고 죽겄네, 아이고 죽겠네. 워매 한짝배끼 안떠졌네. 눈들을 떠자기고 서로서로 바라보더니, 워매 자식 상호 더럽게 생겼네, 야 이새끼야, 니 상호는 어떻게 생긴줄 아냐? 여차 맹인들이 눈을 떠서 거드럭거리고 놀아보는디
<성주풀이 가락에 맞춰서> 에라 만수 에라 제신이야. 이덕이 뉘덕이냐? 심왕후의 덕이로다. 심왕후 덕으로 정들었구나. 에라 만수야 에라 제신이야, 심봉사도 정신이 들어 더듬거리고 인당수에 빠져죽었던 따님하고 처음 만나 흥겹게 경사났네요. 우리 맹인도 잔치에 와서 눈도 뜨고 정말 정말 좋다. 에라 만수
<아니리> 이것이 바로 심봉사 창인디, 심봉사는 점잖아놓는개 춤도 점잔하게 춰. (***중중머리 장단에 맞춰 춤춘다.)
<아니리> 인자 심청전은 이걸로 끝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