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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하여

김재윤 (한국출판연구소 연구부장)

 

인터넷서점의 급성장,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꿈의 기업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우리 나라에서도 인터넷서점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아마존이 이윤창출 구조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서점으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7천 500만원을 넘었다는 보도는 인터넷서점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예스24의 지난 해 8월 하루 평균 매출액 700만원에 비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사이트 방문자 수는 1천만명이며 도서 구매 회원수는 3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알라딘도 올 2/4분기(4-6월) 매출액이 20억원으로 1/4분기(1~3월) 매출액 11억원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하였으며 하루 이용자 수도 2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순수 인터넷서점의 급성장에 따라 기존 일반 서점들이 사뭇 긴장하고 있다. 특히 예스24의 매출액이 교보문고 인터넷서점 하루 평균 매출액(약 4천만원)의 2배에 이른다는 보도에 따라 서울 시내 일부 초대형 서점에서는 자신들의 인터넷서점에서도 도서를 할인 판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서점시장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우도 인터넷을 통한 도서판매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일리노이주 로즈먼트에 있는 NPD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에 인터넷을 통해 판매된 도서수는 5천700만권에 이른다. 이는 미국 전체 도서시장의 5.4%에 이르는 것으로 지난 해 1.3%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이다.
출판계와 서점계는 앞으로 5년 후면 인터넷서점이 출판시장과 출판유통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인터넷서점의 급격한 성장에 대해 출판계와 서점계의 평가는 긍정과 부정 반반인듯 싶다. 인터넷서점이 출판산업과 출판문화발전에 기여하는 면도 없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서점의 성장세가 일부 인터넷서점에 한정된 것이지 인터넷서점 전반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서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 시점에서 인터넷서점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인터넷서점이 올바로 자리매김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인터넷서점 현황

(1) 인터넷서점 수
1997년 5월 종로서적이 인터넷서점을 개설한 이후 최근 2~3년 사이에 인터넷서점 수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2000년 8월 현재 국내 인터넷서점 수는 150여개에 이른다. 지난 2월(120개)에 비해 30개나 늘었으며 지난 해에 비하면 무려 100여개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원활하게 운영되는 인터넷서점은 약 50여개이다. 일반서점 수(4천595개, 99년 말 기준)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수일 수 있으나 그 성장은 놀랍다. 일반서점 수가 98년에 비해 302개나 줄었고, 95년에 비해서는 무려 천여개가 준 점을 눈여겨 보면 인터넷서점의 놀라운 성장세를 알 수 있다.
물론 150여개의 인터넷서점 가운데는 꽤 큰 자본금과 시설, 수십 명의 직원을 둔 인터넷서점이 있는가 하면, 소규모 자본에 컴퓨터 한 두대, 직원 한 두명인 인터넷서점도 있다.
대형매장을 갖고 있는 일반서점이 운영하는 인터넷서점, 즉 on-line과 off-line을 병행하는 서점으로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종로서적, 서울문고 등이 대표적이다. 순수 인터넷서점으로는 예스24, 알라딘, 북스포유, 북파크, 와우북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서점으로는 Amazone, Barnesandnoble, Tmecca, Wordworth 등이 있다.

(2) 인터넷서점 시장 규모
국내 인터넷서점 시장 규모는 1998년에는 50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1999년에는 3배 증가한 150억원이다. 올해는 600억원, 내년에는 1천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인터넷서점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 인터넷서점 이용 분야
독자들이 인터넷서점에서 주로 구입하는 도서는 대학교재(21.61%), 컴퓨터도서(13.71%), 인문서(10.17%), 경제/경영서(10.11%), 문학도서(9.95%)이다. 이외에 공학(6.57%), 자연과학도서(6%), 외국어 관련 도서(4.64%)를 인터넷서점에서 주로 구입하고 있는 반면 다른 분야는 2%대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4) 인터넷서점 이용층
인터넷서점에서 가장 많이 도서를 구입하는 층은 30대(38.8%)이며, 그 다음은 20대(33.6%), 40대(15.3%), 50대(2.9%) 순으로 나타나 주로 20~30대 층이 인터넷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서점 회원은 20대가 44.7%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은 30대로 29.7%이다. 40대가 10.2%, 10대가 9.8%로 나타나 역시 20~30대 층이 인터넷서점의 주고객층으로 나타났다.

(5) 거래 현황
교보문고, 영풍문고, 종로서적 등 대형매장을 가진 인터넷서점들은 정가제 유지 차원에서 할인하지 않고 정가대로 팔고 있는데 비해 순수 인터넷서점들은 10%에서 50%까지 다양한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20%정도를 할인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판사나 도매상으로부터 도서정가의 60∼70%로 매입하여 독자에게 약 20% 정도 할인하여 판매하고 있다. 도서발송료는 인터넷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주로 컴퓨터서적 등 마진률이 높은 서적을 구입하거나 3-5권 이상 구입할 경우는 인터넷서점이 부담하나, 낱권으로 구입할 때는 독자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 전달은 주로 퀵서비스회사, 택배회사와 계약하여 독자에게 도서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서점의 문제점

인터넷서점은 기존 서점과 달리 매장 관리비와 재고 처리 비용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자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독자의 욕구도 바로 파악되어 출판기획 자료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서점에서 시판예정 도서의 제목, 내용, 디자인, 가격, 구매 여부 등을 파악하여 출판사의 판매,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독자들도 인터넷서점을 통해 원하는 도서를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서점의 장점으로 인하여 인터넷서점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리라는 예측도 많다. 그러나 인터넷서점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터넷서점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인프라가 폭넓게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인터넷서점에 투자할 수 있는 만만치 않은 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칫 이 자본은 모험 자본이 될 수도 있다.

둘째, 매출에 비해 손익이 지나치게 작다. 그 이유는 할인과 물류비용에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더라도 적자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 할인은 인터넷서점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라 하겠다. 할인에 대한 논쟁은 도서정가제 문제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인터넷서점이 효율적인 이윤 창출 구조를 구축하지 않는 한 몇몇 인터넷서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인터넷 서점은 몇 년내에 위기 국면에 봉착할 수도 있다. 광고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다소 무모한 생각이다. CATV가 이를 잘 입증하였다.

셋째는 과당경쟁이다. 지나친 경쟁은 발전의 결림돌이다. 할인률, 매입가, 배달기간 등에 대한 과당경쟁은 인터넷 서점을 또 하나의 출판유통의 문제로 만들 수도 있다.

넷째는 도서정보의 부족이다. 인터넷서점은 일반서점처럼 독자들이 꼼꼼히 책을 살펴보고 만져보고, 훑어보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도서정보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즉 독자들이 책을 구입하는 결정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적인 도서정보가 필요하다.
독자들을 유인할 수 있고, 독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서정보를 축적·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과 자본, 기술이 투입되어야 한다.

 

인터넷서점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하여

책은 전자상거래에 적합한 품목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서점이 기존의 문제점을 잘 극복하면 인터넷서점을 활용하는 독자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서점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독자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도서 주문, 결제, 발송의 업무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둘째, 효율적인 도서정보 축적과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터넷서점의 성패는 편리하고 알찬 도서정보의 확보와 제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이윤 창출 구조로의 전환이다. 물류비용의 절감을 위한 공동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할인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이 적극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일반서점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인터넷서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부단히 개발해야 한다.
다섯째, 새로운 독자의 개발이다. 기존 일반서점 이용 독자층을 할인 등을 통해 인터넷서점으로 끌어들이는 전략보다는 새로운 독자층을 개발하는 것이 인터넷서점 발전을 위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인터넷서점이 독자층을 더욱 넓히느냐, 아니면 오히려 독서편중 현상을 부추기느냐는 인터넷서점이 어떻게 성격을 규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인터넷서점이 우리 출판문화의 발전에 디딤이 되기 위해서는 인터넷서점 스스로 올바로 자림매김하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여도 지식정보의 발신지이자 문화의 기반인 서점의 역할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그 형태가 바뀔 뿐이다. 일반서점뿐만 아니라 인터넷서점도 문화의 중심체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변혁과 함께 진보를 위한 적극적인 공동의 역량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