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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제비엔날레2018 - The Dictionary of Evil

강원국제비엔날레2018 - The Dictionary of Evil
  • 기간 2018.02.03~2018.03.18
  • 시간 10:00 - 18:00
  • 분야
  • 문의 033-651-0784
  • 관람료 무료
  • 조회수 2034
  • 장소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 URL http://www.gwbien.com
‘악의 사전Dictionary of Evil’ 현실로 소환된 익명의 주검들





홍경한(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미술평론가)



인간의 본성은 피하지 못한 경험의 상황에 직면할 경우 정신과 육체의 존재를 개개인 각각 무형질의 공간으로 영원히 추방하고 망각시킨다. 고의든 아니든 외상과 내상이 교차하는 경험의 상황을 외면할수록 존재의 무기력을 다시금 자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사회적 질료 안에 똬리 튼 악(惡)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무의식적으로 방임한다.

따라서 욱신거리는 역사적, 비극적 경험과 상황에 대해 조형화한다는 건 일시적 성질 혹은 하나의 단면적 현상으로 흘러가는 불편한 시대에 관한 저항이며 어떤 불행하고 괴이한 조각들을 영원이 과거로 귀납시키는 것에 대한 이의제기이다. 개인의 어떤 행위로 인한 악의 행태를 넘어 그것이 악이 될 수밖에 없도록 한 사회적 악, 보편적 악, 평범한 악이 우리 인류공동체의 도처에서 일상적으로 빚어지고 있음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이처럼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의 주제인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은 ‘악(惡)’이라는 단어가 전달하는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자행된 비극적 경험을 투사하는 실제화 된 주제로써, 보편적이고 평범해진 악을 더 이상 집필하면 안 될 공통의 ‘경험’과 ‘상황’을 사전의 한 페이지로 기호화한 명사이다. 국내외 60여 작가 100여 작품들은 바로 그 ‘경험’과 ‘상황’에서 비롯된 내‧외상(경험의 외상: 시각, 인지, 사고, 결과 / 내상의 경험: 주체, 자아, 실존)을 관통한다. 사실적 필요나 윤리적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묵살하지 않는 도덕적, 윤리적 지속성에 대한 발언을 내재한다.



오늘날 미술이 언급해야 할 이슈와 담론은 무엇인가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의 주제인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은 ‘선의 결핍’이라는 종교적 윤리학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도덕적 의식에 반하는 우리 사회 속 (간혹)특수하거나 보편적 악을 끝없는 현재로 추념(追念)하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 노력은 예술언어를 통해 사회 내 예술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질문해온 예술가들의 책무와 비엔날레의 기본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한다. 양심과 방심이 교차하는 당대의 문제들 앞에서 인류가 함께 해야 할 ‘예술적 필요’를 전략적으로 보여줌과 더불어 오늘날의 미술이 언급해야 할 이슈는 무엇이고 담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가장 현실적인 관점에서 논의하는 자리다.

그 구체적 실현성은 화합과 상생, 평등과 평화, 인본주의에 입각한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현상을 관통하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동시대 인간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고의적, 의식적으로 예술의 맥락에서 풀어냄으로써 인류가 나아갈 방향 혹은 길은 무엇인지를 자문하는 데 있다.

사실 비엔날레를 비롯한 국제행사들의 특징은 급진적일 뿐만 아니라 낯선 방식으로 현대미술 담론을 이끄는 주요 무대로 기능한다.(아니, 필자는 그렇게 기능해야 한다고 믿는다) 국가와 인종, 예술장르의 한계를 뛰어 넘는 미술흐름을 보여주고,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할 가치에 대해 논한다. 이와 같은 개념은 단순히 지역 미술인들의 헤게모니(hegemony) 혹은 진부하고 무능한 감수성을 내뱉는 지역 문화행사의 퇴행적 관행과는 결이 다르다.

전시는 현대사 100년의 역사를 하나의 ‘사전’으로 상징화하되, 멈춤, 정지가 아닌 순환성을 뜻하는 ‘뫼비우스의 띠’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이 시공 내에서 작가들은 그동안 다양한 이유로 자행되어 온 선의 결핍, 악의 행태, 재난과 재앙의 역사를 성찰하고 고찰한다.

인류 거소(居所)로서 불충분해지는 지구환경변화를 비롯해, 이 시대 가장 강력한 권력인 자본주의시대에서 인간이 겪는 실질적, 개념적 이주와 탈주,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배경 아래 자행되는 다양한 폭력과 쇼비니즘(chauvinism, 배타적 애국주의), 갈수록 거세지는 이기주의와 순혈주의,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해진 신계급주의와 신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전쟁과 난민, 유한계급과 생산노동계급의 갈등, 생물학적 차이가 차별이 되는 사회, 다양한 이유로 자행되는 차별 등, 인류의 공영과 공존(소급해선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에 부합하지 못하는 ‘악의 표정’들을 작가의 시각에서 거시적 혹은 미시적으로 되짚는다.

그렇다고 이번 전시가 ‘악의 나열’은 아니다. 오판할 가능성이 없진 않으나 악의 시각적 전유화, 즉 악의 시각화로 인한 타인의 아픔을 재현의 대상으로 삼지도 않는다. 그 보단 인류공통의 문제아래 실종된 생명의 가치, 악화되고 있는 삶의 질과 사회 붕괴, 자본에 의한 인간 존엄성 훼손과 불평등 등, 이미 본성의 질에 대한 예민함을 상실해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는 어떤 현실적 ‘악’으로부터 비롯된 상황과 사건들을 돌아보며 일상 속에 파고든 비일상의 일상에 대한 의심(공포와 두려움, 비자발적 유동의 일상)을 연계하는 것에 가깝다.

특히 ‘악의 사전’은 ‘악’으로부터의 역사 앞에서 더 이상 악에 대해 집중하지 못할 때, 그리고 ‘악’이 ‘초악적’(악의 보편성으로 인해 악을 악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으로 변형되어 인본주의와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을 때, 그 악에 의해 발생하는 어떤 상황(불명확하거나 명확한 사건에 희생되는 익명의 주검들)을 기술하여 사유와 인식재고가 목적이지 단지 악의 형태를 시각화하는 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외형상 ‘악의 사전’은 ‘악’에 대한 (작가마다 다른 형식의)서술임과 더불어 악에 관한 시각예술이며, 텍스트로써 번역되지 못하는 이미지의 기술이다. 악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어떻게 재현 가능할 수 있는지를 예술가의 입장에서 자문하는 것이자, 우리가 늘 겪고 있는 비자각의 현실, 무감각하게 환대 받는 고통으로부터 이탈해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추상화 또는 관념화할 대상이라기 보단 ‘건강한 사회를 향한’ 직시해야할 실제이며, 외면이 아닌 예술가의 관점으로 건져 올린 실체일 뿐, 선정적 이미지나 포르노적 시선-관음화 된 표상체계와는 다르다. 또한 기계적 휴머니티가 아닌, 인식의 변화에 자극을 전달하기 위한 불편한 제시어이며 종국엔 성찰의 지성이 나아갈 방향성 검토를 종착지로 삼는다.



비극적인 역사와 현실, 고통의 직시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의 주제인 ‘악의 사전’은 궁극적으로 두려움, 공포, 분노, 애도를 비롯해 마주할수록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역사와 현실, 고통으로부터의 직시와 해방을 꿈꾼다. 이 전시가 지향하는 지점 역시 인간다움, ‘인간가치’에 대한 물음이다. 즉 인본주의(humanism)와 틀을 같이 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악의 사전’에는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모든 삶을 보호할 수 있는 공동의 선(善), 결핍의 선에 관한 국제적-예술적 대화를 ‘강원국제비엔날레’를 통해 고찰하자는 의도가 배어 있다. 인류에게 주어진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시간과 인간의 이성과 양심 등에 기반 한 ‘인간본성 회복’에 무게를 둔 모든 도덕적이고 사회적이며 몰개인적 관심도 동일한 영역이다.

‘악의 사전’은 화합과 상생, 평등과 평화, 차이의 극복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베이스로 하며, 그 정신을 상상계가 아닌 현실로 확장해 소환한다. 외피적 인식결과에 의해 대체 ‘악의 사전’과 올림픽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이 나올 법도 한데, 확실히 해둘 것은 ‘평창동계올림픽’과 대척되는 지점이 아니라 올림픽정신의 발화점인 ‘인간주의’를 연계한다는 점이다. 시각예술을 통해 다양한 민족·문화권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사회, 사려 깊게 배려하고 양보하며 관심을 두는 이타적인 삶과 관계되며, 올림픽정신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승화를 위해선 작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주변인들의 아픔과 어려움, 환란의 역사를 함께 공유하고 공명할 수 있는 ‘인간가치 실현’이 우선되어야 하며 호불호를 떠나 우리가 직시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강원국제비엔날레에서는 이를 역설적으로 접근하고 있기에 오해의 소지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오해’가 이 전시를 ‘눈 먼 자들’에 의한 비판의 근거로 작동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허나 강원국제비엔날레는 본질적으로 역사적, 경험적 악으로부터 침탈된 약자들의 취약성, 소수자, 소외자를 위로한다. 앞서도 잠시 거론했지만 주제인 ‘악의 사전’은 실존의 위협을 포함해, 난민, 전쟁, 기아, 재앙의 환경, 소외 등을 거처로 삼는다. 그것은 예술의 임무이자 방기하지 않아야할 예술의 책임이다. 보다 상향된 삶의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의지의 구현이다. 그리고 이는 그 누구도 독립적 타자성의 획득불가능성에 관한 진중한 메시지일뿐더러 ‘강원국제비엔날레’가 무엇 때문에, 왜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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