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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 성명-'예술인 복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 조회수 2,701
  • 작성자 이*혜
  • 등록일 2011.02.24
한국 대학 연극학과 교수협의회 성명

‘예술인 복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 최고은 작가의 죽음에 즈음하여-


한국의 예술계 구조는 무척 기형적이다.
그냥 삼각형 구조라고 하면 평범하다 하겠지만 예술계를 그려보면 그 삼각형 위에 첨탑이 더해진 형상으로, 바로 그 첨탑 부분에 성공한 극소수의 중견예술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이 최상층부 극소수의 예술인들이 예술계 수입의 거의 전부를 독점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다수의 예술인들은 극심한 경제적 고통 속에서 극빈의 생활을 감내하며 창작 작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즉 오늘날 한국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한마디로 수도자적 고행의 연속이다.
각 장르별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일인당 연평균 수 백 만 원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다.
젊은 예술인들의 상황은 더욱 더 열악하다.
그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의 불투명함 속에서 예술에 헌신하고자 하나 경제적 고통은 그들을 감내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와 더불어 단 한 번의 창작 기회조차 잡기 힘든 여건 속에서 그들은 가난과 창조라는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야만 한다.
그러한 상황은 중도 포기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수많은 재능 있는 젊은 예술인들이 극도의 생활고에 쫓기어 그들의 꿈을 접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단지 그들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라는 것으로 치부하며 애써 외면한다.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 해도, 역설적으로 아무도 예술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최고은 작가가 사망한 사건은 우리 연극학과 교수들에게 심각한 상처와 아픔을 주었다.
그리고 수많은 젊은 예술인들의 스승으로서 가슴을 후려치는 깊은 자책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 속에서 사망했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하더라도, 그가 보호받지 못한 예술적, 사회적 약자로서 죽어간 것은 명백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가 그동안 느꼈을 위로받지 못한 예술적 소신이나 자괴감에 대해서도 우리는 너무나도 뼈저리게 공감할 수 있다.
그 점이 우리 스승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는 이제 예술인들이, 최소한, 극도의 경제적 고통으로 창작의 의욕을 상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인 복지법의 입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다.
그것은 예술인들에게 힘과 희망을 주는 최저의 보장수단이다.
현재 예술인 복지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지난 국회에서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보류되었다.
“예술인의 규정이 애매하기에, 혹은 재정확보가 어렵기에” 등등의 의견을 가지고 난색을 표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도 한국에 사는 십 수만 예술인들의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다.
오이시디에 가입한 나라로서, 세계 중요경제대국의 반열에 든 나라로서 맞지 않는 이야기이일뿐이다.
각 정파나, 정치인들은 항상 21세기는 문화입국임을 천명한다.
또한 선거 때마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상을 천명하곤 한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잊어버린다. 아니 모르는 척한다.
그리고 또 다시 때가 되면 미사여구를 반복할 뿐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 예술인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예술인들의 복지문제에 대해서 현 정부도 대선공약으로 공약한 바가 있다.
그렇다.
예술인 복지법의 통과는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 발효되어 우리나라 예술계의 큰 전환점이 되고, 그래서
한 단계 격상된 문화예술입국의 틀이 세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고은 양이 죽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예술인들이 그와 버금한,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창작에 혼신투구 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스승으로서, 그들의 동료로서 더 이상 그와 같은 비참한 고통과 죽음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 예술인 복지법이 하루 빨리 통과되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11년 2월 23일

한국 대학 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채승훈) 일동

구근회, 구태환, 김대현, 김동찬, 김만식, 김명남, 김문환, 김방옥, 김승미, 김양은, 김영균, 김용호, 김인준, 김재엽, 김태훈, 김형래, 나진환, 노승희, 류주열, 류태호, 박근수, 박병도, 박상순, 박상현, 박진태, 박호영, 배혜령, 서충식, 신동인, 신영섭, 신정범, 양기찬, 오경숙, 오세곤, 유효숙, 이명일, 이문원, 이영택, 이재성, 이재천, 이정하, 이종근, 이종원, 임경식, 임형택, 장경욱, 장민용, 장혜숙, 정  철, 정일균, 정진수, 채승훈, 최당석, 최두선, 허순자, 현경석, 황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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