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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 심사의 한계와 운명

  • 조회수 4,093
  • 작성자 떠*는*름
  • 등록일 2006.02.03
문예진흥기금 심사가 끝나면 가장 먼저 이어지는 게 공정성 여부다.

예전에 사심이 작용해 특정 예술가들을 배제했던 아픈 과거 탓인지, 아니면 탈락한 분들이 받은 자존심의 상처 탓인지, 어쨌든 말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작품 심사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똑같네, 하는 냉소는 역으로 작품 심사의 심미안은 지배적인 문화 흐르과 항상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심사를 꾸리는 쪽에서 어떤 컨셉트를 가지고 어떤 결과를 야기하려고 한지에 대한 의도 파악과 심사가 제대로 되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아니라, 그런 것들 안에서 제대로 심사시스템이 작용했으냐가 관건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예술위의 의도가 아주 안 좋은 결과를 야기할 수는 충분히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받은 사람이 얼마 안 있어 또 받고 하는 일은 어떤 이유를 대도 그리 훌륭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또 구휼사업이 아니라 창작지원이라고 강변한대도 결국 그 돈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한 사람이 신청하게 되어 있다. 아파트 평수를 늘리든, 빚을 갚든, 생활비로 쓰든 말이다.

그것 자체를 가려낼 방법도 없거니와 가려내서 무엇 하겠는가.

차라리 진흥기금 지원이 구휼사업 성격도 또한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제도를 갖추는 게 합리적인 듯 하다.

예컨대, 창작결과가 뛰어나거나 유망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지원해주는 일은 어떨까. 물론 무슨 근거로 찾아가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것에 대한 원초적인 소스는 물론 동료 예술가들의 추천과 정보제공이 있어야 하겠고, 그 다음으로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그가 처한 현실을 파악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되면 담당하시는 분들의 품과 노력이 더 배가되어야 하고 인력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기금의 본래 목적이 창작지원금이니만큼 가난한 예술가들이 받아야 마땅하다. 그것을 지금처럼 작품만 보고 심사를 하는 일이라면, 심사의 한계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억측은 끝내 사라지지 않을 터이고 또 제법 살만한 예술가들의 쌈짓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가난한 예술가들을 찾아가서 지원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최종 판단은 그가 생산해낸 작품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가난하지 않은 예술가가 어디 있으랴만, 어떤 방식이든 기금의 원래 목적에 부합되게 제도를 고치고 수정하는 노력은 버리지 말아야할 일이다.

사족을 덧붙여 한마디 하자면, 스스로 예술가연하는 사람들의 허위의식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자신이 스스로 예술가라 규정한대서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대를 잘 못만나 대접을 못받는 불우한 일도 없지는 않다.

예술가라면 진흥기금 따위에, 섭섭하지만, 얽매이지 않는 자기 수행도 필요한 법이다. 이런 일만 끝나면 들이대는 게 비예술적인 언어들과 '고발'들이다. 고발은 참여가 막힐 때, 예술위가 최소한의 노력을 방기한 부패집단일 때 쓰는 방법이다.

작품도 그렇지만 처신도 또한 예술가다워야 그의 언행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관료집단을 우습게 볼 줄 아는 예술가가 참으로 드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