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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권력' 고발한 무용평론가, 법정에서 인정받았다

  • 조회수 1,509
  • 작성자 이*민
  • 등록일 2008.06.06
'문화 권력' 고발한 평론가, 법정에서 인정받았다
국립발레단장·대형기획사 등 상대로 법정투쟁 잇따라 승소
[ 2008-05-28 06:00:00 ]

CBS사회부 심훈/강인영 기자


단체장 인선과 예술상을 둘러싼 고질적인 '로비' 관행을 비판했다가, 국립발레단장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던 한 평론가가 재판정에서 평론의 정당성을 잇따라 확인 받고 있다.

-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 "이런 평론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한다면, 어떤 평론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피고인석에 서 있던 무용평론가 송종건 씨(54.남)에게 엄상길 판사(제3형사 단독)가 지난 1일 내린 판결이다.

국립발레단장과 대형기획사 등 이른바 '힘 있는' 문화 권력들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한 뒤, 변호사도 없이 11개월 동안 스스로를 변호해 온 무용평론가 송종건 씨가 재판부로부터 '평론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 공공연한 비밀 폭로…날아드는 고소장

평론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송 씨가 경찰·검찰·법원을 오가는 힘겹고 고통스런 길을 걷게 된 것은, 예술계의 로비 관행 등에 대한 송 씨의 가차 없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예술적 실력을 최우선으로 보지 않는 예술단체장 인선은 큰 문제를 야기한다... 로비로 낙점된 단체장들은 예술성 고양은 생각하지 않고 기자들, 사이비 무용 잡지, 사이비평론가들과 협잡이나 부려, 엉터리 홍보나 하고 실적이나 만들려고 했다." <2005 우리 무용계의 현실>

송 씨는 대형기획사의 '자기복제'식 무용 기획과 지원금 '싹쓸이'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OOO라는 기획사가 주관하는 작품은 지겨울 정도로 똑같은, 마치 통조림을 찍어내는 것 같은 혐오스러운 작품 진행을 보이고 있다... (중략) ... 수백여 개의 무용작품 중 5작품을 뽑는데, 4작품이 한 기획사 소속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1억 4천만 원이라는 국민의 혈세(4개 상의 상금)가 한 기획사에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2005 올해의 예술상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송 씨의 거침없는 평론은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정작 비판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한 당시 국립발레단장 박인자 씨(현 발레엑스포서울 예술감독)와 해당 기획사 등은 이에 형사 고소로 대응했다.

◆ 근거 있는 의혹 제기는 명예훼손 아니다

재판을 맡은 엄상길 판사는 '로비 관행'에 대한 송 씨의 비평에 대해 "예술 비평은 단지 작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계(Art Circle)의 문화와 제도도 비평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엄 판사는 이어 "평론가가 수사권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는 평론 행위는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더 나아가 기획사에 대해서는 "송 씨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송 씨의 비평이 상당히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 된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송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한 무용학과 교수 사건의 재판을 맡았던 서울고등법원의 조용구 재판장(판결 당시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도 "'교수 김 모씨가 같은 작품을 이름만 바꿔 다른 장소에서 공연했다'고 지적한 송 씨의 평론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판결한 바 있다.

심지어, 송 씨를 고소한 기획사의 직원 한 명이 송 씨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을 유포하다 적발돼, 송 씨에게 200만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판결을 받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 비평은 '사이비 문화 권력'에 대항해야

송종건 씨는 잇단 소송 사태를, 돈과 사회적 자본을 가진 사이비 문화 권력들이 사법부의 힘을 빌려 평론가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라도 규정했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법정을 찾다 보니, 물질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피해가 겹쳐 스스로 주눅이 들기도 했었다는 송 씨.

송 씨는 하지만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자신감과 명분을 되찾았다"며 "앞으로 더욱 더 저항적인 글쓰기를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2002년 대학교수의 고소로 비롯된 1,2심 소송에서 모두 무죄를 받은데 이어, 전 국립발레단장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무죄.
"단체장을 뽑는 문화관광부나 천억 원대의 문예진흥기금을 분배하는 문예진흥원에는 예술가들이 아니라 '꾼'들이 기생하고 있고, 심지어 기획사가 기금 배분에 개입해 기금을 난도질하고 있다"는 송 씨의 현실 분석에는 변함이 없다.

'사이비 문화 권력'에 대항하는 그의 손놀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imhu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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