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부문에서는 총 152종이 접수되었다. 소설 1분과에서는 50종을 작품의 수월성, 문학 발전 기여도, 파급 효과 및 기대도 중심으로 심의하여 총 9종의 도서를 선정하였다.
전체적으로 접수된 작품을 보면 죽음을 소재로 한 SF소설이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이라는 실험적인 작품이 있었다. 미등록인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르포형식으로 담아내거나 ‘자연’을 활용하여서 한 인간의 내면과 거대한 문명을 동시에 생각하게 하는 소설도 있었다. 일상의 불안을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소설은 문장이 촘촘해서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따라가다 보면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역사에서 잊힌 새로운 인물을 발견하거나 역사 때문에 삶이 엉킨 실존 인물을 다룬 소설에서는 실재와 허구의 삶을 적절하게 표현해 희생된 인물의 고뇌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했다. 이외에도 작가만의 고유한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다.
이번 심의과정에서는 기존 소설이나 현실 문제에 대해 얼마나 새로운 시각으로, 흥미롭게, 감각적인 언어로 담았는지를 우선 살폈다. 젊은 작가들의 도발적이고 흡인력 있는 작품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가볍게 읽히는 문체였지만 독자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또한, 전형성을 벗어나 낯선 캐릭터를 구상하거나 양자학의 원리를 이용해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들은 서사의 힘을 돋보이게 했다.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오랜 연구와 구상, 집필 과정을 거친 글을 볼 때는 경외감이 들기도 했다. 이는 앞으로 한국 소설의 미래가 무한하다는 의미이며 새로운 소설의 세계가 탄생 되었음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심의에 올라온 작품을 모두 선정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전한다. 완성도가 높고 개성이 강한 작품이 수없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중에서 몇 편을 골라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불가피하게도 선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전한다. 선정된 작가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선정되지 못한 작가들에게는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분야 1분과 심의위원 일동
2021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부문 2분과에서는 총 50종의 작품을 심의하였다. 작품 수월성, 문학발전 기여도, 파급효과 및 기대도를 기준으로 3명의 심의위원은 9종의 도서를 선정하였다.
소설 2분과에서 심의 대상에 오른 작품 중 절반 이상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젊은 소설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기성 작가들의 분투도 이에 못지 않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르 소설이 심의 대상으로 다수 포함된 것은 예전과 동일하지만, SF 소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소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장편이나 연작소설 형식을 표방한 작품들에서는 볼륨이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났다. 문체적 실험, 구술이나 증언 등으로 시점에 변화를 꾀하는 시도 등은 동시대의 현실적 문제를 포착하고, 형상화하는 방식에 새로움을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새로움이 질적 수준까지 갖춘 것을 확인하는 일은 즐거웠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소설 작품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문명비판적 시각이나 팬데믹 시대의 불안과 공포를 담아낸 작품이 많아졌다.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여러 사건이나, LGBT+, 다문화시대의 타자들은 예전처럼 꾸준히 주목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포와 불안과 같은 현재의 상황이 야기하는 감정에 주목하는 작가들만큼이나 위로, 애도와 같은 치유의 감정에 주목하는 작가도 많았다. 기억하는 방식의 새로움을 형상화하려는 노력도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선정 작품에서 신진 작가의 이름과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여러 작가의 훌륭한 작품을 널리 보급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 권의 책을 발간하기까지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지원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보다 세분화해서 혜택의 기회를 다양하게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분야 2분과 심의위원 일동
소설 3분과에서는 3명의 심사위원들이 심의도서 50종 중에서 9종의 도서를 선정했다. 선정된 도서들은 작가의 오랜 노고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넓고 깊은 취재를 통한 성실한 서사 구조와 개성과 보편성을 확보한 인물 구성, 흡입력 있는 문체의 구사, 주제의 전달력 확보 등으로 독자들에게 문학 작품을 읽는 재미와 의미를 함께 느끼게 하는 소설들이었다.
이번 심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F적 상상력의 약진이었다. 포스트휴먼의 세계나 가상공간에 대한 관심은 이미 순수문학의 세계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지만, 장르물 중에서 SF소설은 미스테리나 판타지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뛰어난 작가군과 성취가 있었다. 치밀한 과학적 디테일을 탑재한 흥미로운 플롯과 리얼리티 있는 서사는 물론, 사회비판적 메시지에서부터 정치와 생존, 인간과 AI의 관계, 철학적 질문에 이르는 문제의식까지 보여 주는 우수한 작품들이 있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대개는 외국의 풍물과 문화를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들이었지만 아예 외국인이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설정된 경우도 있어서 ‘한국인의 정서와 사상’을 다룬다는 한국문학의 정의가 이제는 수정되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폭넓은 전문 지식과 자유로운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우리의 교육 문화적 기반이 이제 이만큼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배출할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자부심도 느꼈던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분야 3분과 심의의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