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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다양성과 음악적 매력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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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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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다양성과 음악적 매력 돋보여

- 뮤지컬'안테모사''봄을 그대에게'참신성 면에서 주목

 

창작뮤지컬 ‘안테모사’의 한 장면./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서이다. 그때부터 영미 뮤지컬과 유럽 뮤지컬이 쏟아져 들어왔고, 한국 창작뮤지컬 레퍼토리도 개발되기 시작했다. 즉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작곡가들과 작가들 역량이 지금과 같이 향상된 것이다. 여기에는 공모전의 역할이 적지 않은데, 그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은 작품성 있는 뮤지컬을 다수 배출했다. 올해 초에는 2019년의 선정작인 ‘안테모사’ ‘봄을 그대에게’ ‘비어 에어메일(Via Air Mail)’ ‘아티스’가 대학로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중 특히 ‘안테모사’와 ‘봄을 그대에게’는 내용과 형식의 참신성 면에서 주목할 만했다.

‘안테모사’(오혜인 극작/강혜영 작곡/심설인 연출)는 동화 같은 숲속 오두막 전경과 낭만적인 8분의 6박자 노래로 시작된다. 허나 마냥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펼쳐지진 않는다. 오두막에 사는 세 여인이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몰페’는 알비노 증후군(백색증)을 앓고 있는 소녀로, 아기 때 버려졌다. 그러한 몰페를 ‘페이시노에’와 ‘텔레스’가 발견해,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숲으로 온 것이다. 즉 이 뮤지컬은 ‘다름’에 대해 배척하는 폐쇄적인 문화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약초를 캐거나 고물을 주워서 재활용하는 생활 방식은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겸손한 삶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소수자들의 작은 공동체는 대안적인 가족 형태를 보여준다.

한편 사랑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는데, 고전적 서사와는 다르다. 오두막에 우연히 찾아든 우편배달부 청년 제논과 몰페,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간다. 그러나 제논은 동화 속 왕자님처럼 몰페를 구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도망치는 현실적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몰페는 어떻게 위기를 벗어나는가? ‘마녀들’을 공격하기 위해 쳐들어온 마을 사람들이 오두막에 반해버리는 반전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골동품 중 자신의 물건을 발견하고, 잊고 있던 가치를 떠올리는 것이다. 즉 몰페가 남자를 통해 마을로 편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이 생각을 바꾸어 타자성을 환대하는 결말이다. 다소 갑작스러워 보일 수 있으나 낙관적인 비전이 극의 동화적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리고 때로는 익살스러운 음악도 이러한 정서를 잘 표현한다. 이야기 구조가 다소 단순해 주제가 일찍 드러나는 점, 숲속에서 함께 살게 된 페이시노에와 텔레스의 사연이 충분치는 않은 점, 그리고 몰페와 제논의 관계성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조금만 보완되면 완성도를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 ‘Via Air Mail’의 한 장면./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봄을 그대에게’(이은혜 작/류찬 작곡/박소영 연출)는 많은 창작뮤지컬이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근대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수배 중인 ‘수인’, 신입생 ‘명하’, 가짜 대학생 ‘윤식’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7년 어느 대학의 연극동아리 멤버들이다. 이들은 20세기 대표적 작가 겸 연출가인 브레히트가 쓴 시들의 내용으로 연습을 한다. 그런 만큼 현실과 극중극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흥미로운 메타구조를 보여주는데, 브레히트 작품들이 종종 이데올로기적으로 금기시됐던 점을 떠올려보면 적절한 선택이다. 이와 함께 릴케의 시를 인용한 가사를 통해 청춘의 낭만적인 정서를 전한다. 이때 명확하고 귀에 감기는 멜로디의 록과 발라드 음악이 장면들과 잘 맞아 떨어지며 여운을 남긴다. 한편 다양한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보편적 감성을 녹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연성을 위해서는 시공간적 배경의 특수성을 보여줄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러면 브레히트와 릴케의 시들을 통해 표현하는 주제의식과 정서, 그리고 치열함과 낭만도 더욱 명확하게 전달될 것 같다. 현실의 그림자가 강조되면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봄’도 더욱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Via Air Mail’(한지안 극작/채한울 작곡/김동연 연출)과 ‘아티스’(박예진 극작/남궁유진 작곡/장우성 연출)는 작곡가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키는 만큼 음악적 매력을 느끼게 한다.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바탕으로 한 전자에서는 여성 주인공 ‘로즈’가 비행사들의 포네틱 코드를 활용해 작곡하는 음악이 흥미로운데, 작곡과 남편 ‘파비앙’의 비행이 계속 유기적으로 연계된다면 매우 좋을 것 같다. 예술가들을 소재로 한 후자의 경우에는, 천재 작곡가인 ‘에릭’의 개성이 넘버들을 통해 좀 더 드러난다면 그를 중심으로 모인 ‘파트릭’ ‘엘로이즈’ ‘마티스’의 관계와 주제의식도 더욱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창작산실 선정작들이 이듬해 봄에 선보이는 공연은 완성작이라기보다 과정의 성격을 지닌다. 이번 작품들은 대체로 이야기의 독창성과 음악의 개성이 돋보였던 만큼, 구조적 완성도를 보강해 돌아올 무대를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현수정 공연평론가(중앙대 연극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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