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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문화예술 지원은 더 나은 사회로 전진하기 위한 통행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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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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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문화예술 지원은 더 나은 사회로 전진하기 위한 통행료'

- 봉준호 감독 '기생충'·탄생하게 한 근간이 기초예술
- 국가지원만 의지 안돼...기업·개인후원자 늘리는 작업 필요
- 기부 통한 세액공제 못지않은 예술지원 독려 만들 것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서울경제] “기초예술은 담고 있는 가치가 깊고 클수록 자본과의 결탁을 거부하기에 시장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국가 지원에만 의지해 예술을 살릴 수만도 없습니다. 사회 전체가 예술을 옹호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는 이를 지지하는 후원인을 키워야 합니다. 문화예술을 후원한다는 것은 문화예술의 가치에 공감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견·중소기업이 예술단체에 후원하면 문예기금을 추가 지원해주는 ‘한국메세나협회 매칭펀드’는 종전 10억원대에서 올해 약 40억원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개인도 한 달에 3,000원씩 CMS(통신·컴퓨터를 이용한 금융자산 결제 방식)를 통해 ‘예술나무’를 키우며 후원할 수도 있고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한 지정기부금도 전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예술은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믿음으로 문화예술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설립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박근혜 정부 때의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에 휘말려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그로부터 3년 이상이 지났지만 상처는 아직도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

그 갈등이 첨예하던 2018년 11월 임명돼 1년4개월여를 달려온 박종관(61·사진) 문예위 위원장은 절망 위에서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박 위원장은 “예술위 설립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지역적 지원제도를 가진 미국 국립예술기금(NEA)과 영국의 브리티시카운실(영국문화원)을 검토해 적용했는데 이제는 그것을 넘어설 때가 온 것 같다. 기업후원에만 의지해서도 안 된다. 국민 개개인의 나눔 캠페인인 ‘사랑의 온도탑’처럼 ‘예술 온도탑’을 만들 수 있는 개별적 후원 형태를 다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이 사회적 역할을 넓힌다면 후원자들은 기꺼이 돈을 내고 연극이든 전시를 감상하며 서로의 접점에서 만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꿈꿔봅니다.”
/대담=신경립 문화레저부장 klsin@sedaily.com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100년이 채 안 되는 격변의 근대기를 거친 우리 사회에 ‘예술’ ‘예술가’의 개념은 너무 짧은 기간에 갑작스레 등장했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돈이 안 되는’ 예술 후원은 예술위나 지역문화재단 같은 공공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예술 지원과 예술인 복지에 대해 “자기만족을 위한 일인데 왜 도와줘야 하는가”라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박 위원장이 “예술이 사회적 역할을 가졌을 때 비로소 사회적 공감이 생겨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우선은 기업후원 강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문예위는 2015년부터 ‘문화예술 후원 우수기관 인증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두산·벽산엔지니어링·신세계·아시아나·라라다이스 등 인증받은 기업의 면면이 화려하죠. 아쉽게도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위축시킨 ‘미르재단 사건’ ‘어금니아빠 사건’ 등으로 기부문화가 움츠러드는 바람에 2016년 13개이던 신규 인증기업이 2018년에는 5개로 급감했습니다. 인증기업에 은행 금리 우대, 출입국심사 우대 등의 혜택이 있는데 정작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문화예술 후원에 대한 정부 교류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지난해 처음으로 인증기관 간 네트워킹 행사도 진행하며 발로 뛰었더니 신규 인증기업이 12개로 늘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후원 못지않게 ‘개인후원’이 중요하다. 그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단 ‘예술나무’ 배지를 가리키며 이 점을 강조했다. 걸어가는 사람의 두 다리를 형상화해 예술(ART)을 뜻하는 A자처럼 보이면서도 나무 모양을 이루는 기업이미지(CI)이다. 크라우드펀딩 등 개인의 소액기부를 독려하고 ‘예술과 경영’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2012년부터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기부를 통한 지정기탁 세액공제 등의 혜택 못지않게 예술나무 후원인들에게 평범하지만 후원에 대한 자긍심을 세워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예술위 누리집(arko.or.kr)에 접속하면 기부금 모금과 지원현황을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다. 갈 길이 멀건만 문화예술진흥기금 적립금이 줄어들어 ‘기금 고갈’ 위기마저 대두됐다. 2005년부터 문예진흥기금 모금이 폐지된 채 대체재원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2004년 말 5,272억원에 달했던 기금 적립금은 2017년 말 545억원까지 급감했다.

“돈 없이 어떻게 예술을 지원합니까. 지난해 말 적립금이 1,845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말에는 2,500억원 수준까지 될 것으로 전망되니 급한 불은 껐지만 이 같은 재원조달은 정부의 재정 여건에 따라 언제 바뀔지 모르는 임시방편이며 불안정한 것이죠.”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안정적 재원 마련과 법제화가 여전히 절실한 까닭이다. 올해 예술위 사업비 예산은 총 2,678억원. 이 중 통합문화이용권 등 문화예술 향유 지원에 가장 큰 규모인 1,433억원이 배정돼 있다. 예술창작 지원에 455억원, 예술정책과 기부 활성화에 239억원, 예술인력 육성에 145억원 등을 나눠 쓸 계획이다. 언뜻 상당한 규모로 보이지만 항목별로 뜯어보면 미미한 규모다. 가령 문학 지원에 투입되는 금액은 5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 나라 문화의 근간이 되는 문학이 50억원에 진흥될 것인지 의문”이라며 박 위원장은 한숨을 내 쉰다. “한 달에 책 한 권 안 읽는 사회가 건강합니까, 그림 하나 안 걸려 있는 식당에서 밥 먹고 싶습니까”라고 되묻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를 알리고 방탄소년단(BTS)이 K팝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기초예술(순수예술)은 그간 뭘 했을까요? ‘기생충’ 속 양극화 문제는 이미 문학이 다뤘고 영화와 뮤직비디오의 고유한 색채미는 미술이 근원을 제공했기에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이 자체의 가치와 중요성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봐줘야 합니다. 예술 지원은 좀 더 고급스럽고 높은 사회로 가기 위해 지불해야 마땅한 통행료 같은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가 가져올 인간 소외를 누군가가 준비해야 한다면 그 ‘누군가’가 바로 예술입니다.” 박 위원장은 “장기적으로는 오는 2030년까지 기초예술 지원기금을 2,00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힘줘 강조했다.

문예위가 준비하고 있는 올해 신규 사업 가운데 하나는 ‘공공미술’이다. 1만㎡ 이상 건축물은 건축비의 1%를 예술작품 설치비용으로 집행해야 하는데 2011년부터는 해당 건축비의 0.7%를 문예위에 기금으로 납부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모인 기금이 현재 340억원에 달한다. 박 위원장은 “문예기금 용도가 특정되지 않았지만 일정 부분 공공미술에 쓰여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조각을 세우거나 벽화를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년작가나 지역의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성’ 있는 제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이 ‘아픈 손가락’ 쓰다듬듯 재차 강조한 것은 청년과 지역이다. 대중문화에 기반한 한류와 K콘텐츠가 활약하는 상황에서 기초예술은 그 근간으로서 힘이 세지만 현실적으로는 취약하다. 이에 청년예술가들은 기성 예술가들과의 경쟁에서 뒤지기 일쑤다. 그는 “문예진흥기금 수혜자로의 진입이 어려운 청년작가들을 위해 국내외 지원사업을 신설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청년들의 기회를 넓혀주고 온라인 환경하의 창작 유통 통로 마련 등을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창작가 지원뿐 아니라 ‘창작 산실’을 둬서 대본 쓰는 것부터 초연 후 전문가 컨설팅 제공, 극장 연계와 유통 지원까지 중장기 지원을 제공한다. 또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는 “우리의 근대 발전사가 수도권 집중형이었던 것처럼 예술도 지원 대상 심의를 하다 보면 지역 비중이 10%도 안 된다”고 지적하며 “삶의 풍요와 만족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예술마저 서울에 집중된 것은 지역민들에게 이중의 좌절감을 주는 만큼 서울과 지역의 비중이 7대3 정도로 맞춰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리=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사진=성형주기자
 
He is···

△1959년 충북 청주 △1984년 충북대 농화학과 졸업 △1989~2018년 예술공장두레 상임연출 △2004년 충북대학원 사회학과 졸업 △2005~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 △2008~2018년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2009~2018년 서원대 공연영상학과 겸임교수 △2011~2018년 충북문화재단 이사 △2012~2015년 충북민예총 이사장 △2015~2018년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2018년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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