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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명작 죽이기 여행

  • 조회수 7,691
  • 작성일 2005.10.11
  • 작성자 여*생*사*물*
조선시대 명작 죽이기 여행 - 민화(民畵)노마드展 에 붙여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작가의 죽음’을 언급한 이후 작가의 독창성에 대한 문제는 미술에서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롤랑 바르트는 작가의 창작 행위란 기존에 존재하던 텍스트를 재구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창작 행위라는 것은 이미 있는 내용 가운데 그 누구도 표현하지 않은 내용을 단지 누구보다 앞서 표현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뿐, 그러한 표현을 작가만의 독창적인 생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 역시도 텍스트 아래에서는 묻혀 버리고 만다고 주장한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전적으로 텍스트 자체만으로 이루어지기에 작품 해석에 작가가 개입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작품이 공개되는 순간 창조자로서의 작가는 완전한 소멸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작가의 창작 행위가 끊임없는 모방의 연속이며 독창성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인가? 작가의 창작행위가 기존에 존재하는 텍스트를 재구성하는 것일지라도 그 재구성 작업만을 창조로 개념 지을 수 없는 것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현대를 대표하는 천재작가인 피카소(Pablo Ruiz Picasso)의 창작 행위에서 찾을 수 있다. 피카소는 평생에 걸쳐 약 5만 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기를 2세 때로 잡는다고 해도 90년 동안 하루에 1.5개의 작품을 그린 셈이다. 더 경이로운 것은 이와 같은 창작의 과정에서 스타일의 반복을 단호히 거부하고 늘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그는 “과거에는 이미 흥미가 없다. 자신의 작품을 흉내 낼 정도라면 차라리 남의 작품을 흉내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 이유로 독창적인 것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에서조차 여러 가지로 조사해 보면 남의 작품과 비슷한 것이 적지 않으며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피카소는 독창적이지 않다. 그는 언제나 앵그르라든가 로트레크와 같은 옛날의 대가들의 작품을 옆에 놓고 있다." 라는 비평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롤랑 바르트의 주장대로라면 피카소라는 주체적인 관람객 앞에 선 선대 작가들의 작품은 해석해야 할 하나하나의 텍스트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 주체적 관람객인 피카소에 의해 선대의 작품 하나하나는 새로운 생명력이 불어넣어져 재창조되고 확대 재구성된 작품들로 거듭났으며 또 다른 주체적 관람객들에게 전혀 다른 텍스트로 읽혀질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존에 존재하는 텍스트를 재구성하여 ‘지금까지 읽혀질 수 없었던 것’에서 ‘읽혀지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작행위가 아닐는지?

그런데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과거로 돌아가 과거인의 시점에서 당시의 텍스트를 재구성하여 ‘과거에 읽혔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읽히지 못하고 있는 것’을 찾아 나선 작가가 있다.
바로 전혜숙 작가이다.
민화작가인 그녀는 우리 민화가 정통회화의 조류를 모방하며 발전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 현재의 민화화풍에 큰 영향을 미친 조선시대 대가들의 작품을 그 시대의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시각에서 창작자와는 전혀 다른 텍스트로 읽어 내려가며 재구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정통회화의 조류를 이루는 대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석의 틀을 없애는 일대 파격일 뿐만 아니라 판에 박힌 듯 도식적인 현재 민화기법의 정형성을 벗어 던지고 민화가 지닌 다양성, 자유로움, 파격, 대담성이라는 본래의 특징에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전혜숙 작가를 초청, [조선시대 명작 죽이기 여행 - 민화노마드展]을 개최함은 무엇보다 그녀의 작품이 조선시대의 명작을 그 시대의 여성, 어린이, 하인과 같은 비주류 혹은 소외계층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과 약자와 소수자, 다양성과 소수성을 중심으로 역사를 인식하는 본 여성생활사박물관의 입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시대 명작 죽이기 여행 - 민화노마드展]은 전혜숙의 정형적인 초기 작품들과 변화된 현재의 작품들을 동시에 전시, 앞서 주지한 바 있는 전혜숙의 의도와 작업의 경향을 보여줌과 동시에 여성 중심, 약자와 소수자 중심의 역사적 예술적 텍스트 읽기라는 여성생활사박물관의 의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장이다.

아무쪼록 금번 전시를 계기로 기존 민화의 도식적인 정형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전혜숙 작가의 작업에 작으나마 힘이 실리기를 기대한다.

2005. 10. 8

여성생활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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