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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소리와 세계 명작의 절묘한 만남 음악극 ‘해미오와 금이에’ 프리뷰
조회수 1186 작성일 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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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리와 세계 명작의 절묘한 만남 음악극 ‘해미오와 금이에’ 프리뷰


글/유주현 기자(중앙SUNDAY 공연담당)



우리 소리와 세계 명작의 절묘한 만남 음악극 ‘해미오와 금이에’ 프리뷰



전통예술장르와 세계 명작 컨텐츠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몇해 전부터 창작 판소리와 창극 등 극예술 분야는 그리스 신화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까지 가리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연주 분야도 드라마와의 만남에 적극적이다. 국립극장의 여름 페스티벌 여우락은 2년 전부터 시작된 ‘여우락 영화관’이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는데, 고전 영화 영상과 함께 영화 음악을 국악기 위주로 새롭게 편곡해 들려주는 구성이다. 지난해 국립국악원이 선보인 음악극 ‘현의 노래’는 국민작가 김훈의 문장을 극으로 풀어 가야금 위주의 창작 관현악 합주로 포장한 무대로 호평받았다. .



그런데 이번엔 특이하게도 단일 악기 해금이 셰익스피어와의 만남에 나섰다. 해금연구회의 ‘해금,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II: 해미오와 금이에’(2월18~19일 아르코예술극장)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에 처음 포함된 전통부문에서 25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우수신작이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해금연구회가 그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신곡 발표회 성격의 연주회를 벗어나 대중화와 저변확대에 나섰다. 연주에 연극·무용 등 타 장르를 결합한 새로운 실험은 악기가 한발 물러나는 듯 보이지만 결국 큰 그림에서 악기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재미난 구조다. 시작은 2014년 정기연주회 ‘해금,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I: 한여름밤의 꿈’이었다. 해금과 연극의 만남이라는 낯선 시도에 관객이 호응했고, 이번에는 무용까지 확장한 가무악극 형태로 발전시켰다.



우리 소리와 세계 명작의 절묘한 만남 음악극 ‘해미오와 금이에’ 프리뷰



해금이라는 악기의 탄생 과정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에 비유했지만 드라마 보다 음악과 무용을 기반으로 연기와 노래를 살짝 얹은 모양새다. 무려 75명에 달하는 악기 연주자들이 팀별로 교체되며 정중앙에서 연주를 하고, 배우 4명과 무용수 4명이 연주에 합을 맞춰 퍼포먼스를 펼친다. 연기가 조연으로 밀려나고 악기가 주인공을 차지한 셈이다. 주인공이 뒤바뀐 연주와 퍼포먼스는 과연 어떤 조화로 어우러질까.



양경숙 해금연구회장은 ‘해금과 드라마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장차 브랜드로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음악이 있으면 장면이 선명하게 느껴지듯, 역으로 연주를 장면과 결합해 해금의 소리를 각인시키겠다는 취지다. “예부터 우리 음악은 무용·노래와 일치된 가무악 성격이었기에 결국 그런 장르의 음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도도 있습니다. 해금으로 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너무 적기에 길이 남을 만한 해금 레퍼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는 작업이죠.”



정악곡인 취타계 ‘절화’를 편곡한 서곡을 제외한 6곡의 넘버는 모두 이 작품을 위해 쓰여진 신곡들이다. 현대음악 분야에서 활약중인 서홍준·김태근·양승환 등 세 명의 작곡가에게 2곡씩 위촉해 곡 구성도 다양하다. 현대음악적으로 전체 분위기를 묘사하는 첫곡 ‘다른 이름의 장미’를 시작으로 시나리오 전개에 따른 탱고음악풍의 ‘달빛에 취한 연인들’과 대중적인 멜로디의 ‘바람없는 천지’ ‘꽃이 피다’까지, 여러 작곡가의 다양한 개성과 시나리오에 따른 일관성 양쪽을 포괄한 풍성한 음악이 무대를 꽉 채울 예정이다.



우리 소리와 세계 명작의 절묘한 만남 음악극 ‘해미오와 금이에’ 프리뷰



*박스인터뷰- 권우경 연출·김애라 음악감독 "가슴을 후벼내는 해금만의 소리, 세계인도 궁금해 합니다"



권우경 연출·김애라 음악감독



무대는 우리 민족 공동체의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상상속의 시공간. 원수지간인 몬타규 가문과 캐퓰렛 가문은 리듬을 상징하는 해씨 집안과 선율을 상징하는 금씨 집안이 됐다. 각각 타악과 현악을 숭상하며 불협화음을 내던 두 가문은 해미오와 금이에, 두 젊은이의 비극적 사랑을 통해 화합의 악기 해금을 낳게 된다.

물론 이런 전설이 있는 건 아니다. 해금이 당나라 해부족의 악기에서 비롯됐다는 기원에서 상상을 펼쳐냈을 뿐이다. 셰익스피어와의 만남은 거장의 명성을 빌어 세계 속에 우리 해금을 어필해 보자는 야심찬 기획에서 시작됐다. “셰익스피어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모든 보편적인 감정들을 작품에 담았기 때문이죠. 해금이란 악기도 그런 보편적 감정을 표현하는 악기라고 생각해 각색을 시작했습니다. 해금(奚琴)은 당나라 요하지방 해(奚)부족이 만든 악기인데, 원래 진나라에 있던 ‘현도’라는 타악기에서 유래됐고 몽골의 현악기 마두금에서 ‘금(琴)’자를 따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죠.”(권)

중국 당나라에서 비롯돼 고려시대 우리에게 전래된 악기 해금은 사실 아시아 전역에 비슷한 악기가 존재한다. 중국·일본·몽골·태국·베트남·인도 등 서역길을 따라 30여개 국가에서 저마다 개량을 거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가장 아날로그한 악기라는 것이 우리 해금만이 가진 매력이다. “해금은 천한 계급부터 궁중음악까지 모든 인간에게 사랑받아온 악기예요. 서민들에게도 사랑받고 무속인들이 제사에도 쓰고 걸인들이 구걸할 때도 썼다죠. 소리로 따지면 아이의 우는 소리에서 구슬픈 한의 소리까지 다 표현하는데, 약방의 감초처럼 모든 음악에 잘 어우러지는 팔색조 매력이 정말 독보적입니다.”(권)



권우경 연출·김애라 음악감독



김애라 음악감독은 해금을 단일악기로 내세운 공연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해금에 부족한 저음을 보강하기 위한 아쟁, 화사함을 더하는 생황, 리듬을 보충하기 위한 가야금과 타악, 피아노가 함께 편성되고 노래도 한곡 등장하지만 절대 튀지 않고 해금을 따라가는 역할에 머문다는 것이다. “이런 공연이 다른 악기들에도 충격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그 파급효과가 작곡가들에게도 미치는 것 같구요. 우리도 이제 해금을 단일악기로 세계에 선보이는 게 더 이상 숙제가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 선보이려고 용기내고 있는 단계입니다.”(김)



“마침 세계에서 동양사상이나 한류문화에 관심이 집중된 시대인 만큼, 다른 장르와 융합된 형태로 해금의 전통성을 확장해 그 매력을 널리 알리려는 것이죠. 음악과 무용, 연기가 주고받는 형식이지만 연주는 되도록 오롯이 들려드리려 구성했습니다. 해금 곡을 만들고 알리려는 공연인지라 해금과 관객이 만나는 시간을 뺏고 싶지 않거든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널리 알려진 텍스트인 만큼 대사를 최대한 줄이고 무용에 함축적으로 담아 전달하려 합니다.”(권)



권우경 연출·김애라 음악감독



(중제)“셰익스피어 시리즈 브랜드로 남길 것”



김 음악감독은 아시아에 비슷한 악기가 많지만 우리 해금은 연주법부터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대부분의 현악기가 바이올린처럼 짚어서 소리를 내는 경안법을 택하며, 눌러서 소리를 내는 역안법은 해금에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 연주법에 의해 우리만의 시김새가 표현되거든요. 어떤 현악기의 비브라토보다 역동적이고 깊죠. ‘농현’이란 건 오직 해금에만 있는 건데, 쥐락펴락 밀고 당기는 감정 표현이 월등할 수밖에 없어요. ‘가슴을 후벼낸다’고 하는데 대금이나 피리같은 선율악기에도 없는 해금만의 표현이에요.”(김)



“아비뇽 페스티벌에 국악뮤지컬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외국인들이 국악기 중에서도 유독 해금을 궁금해 하더군요. 철사줄을 쓰는 다른 현악기와 달리 명주실을 꼬아 쓰기에 훨씬 허스키하고 아날로그한 소리가 나는데, 서양인들도 그런 재료 차이에서 오는 독특한 자연의 음색 때문에 해금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권)



전국의 해금 전공자들 중 최고 실력자 330여명이 모인 해금연구회의 정기 연주회는 평범한 연주회라도 늘 매진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최근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다. “2017년 졸업자부터 70대 선생님들까지 연주자 개개인들의 팬도 많거든요. 어르신들도 이런 실험에 반대하지 않으세요. 해금계를 이끌어 가면서 저변확대와 현대화도 숙제라 생각하기에 다들 열린 태도죠. 사실 3년 전 첫 시도 때는 내심 걱정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 기대가 커요. 이번에도 성공한다면 이걸 발판으로 좀 더 큰 꿈을 꿀 수도 있을 것 같아요.”(김)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계속 될 겁니다. 어려운 작품도 있지만 음악과 함께 상상력을 펼치면 오히려 쉽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 음악적으로는 그런 작품이 더 좋을 수도 있구요. 해금연구회의 브랜드로 남기려면 꾸준히 도전해야겠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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